중동5개국 순방하는 이해찬총리 특별수행하는 유시민 열린우리당의원이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기자간담회에서 ” 열린우리당도 야당 할수있다는 마음으로 임하여 된다고 말하고 있다. (도하(카타르)=연합뉴스)
“국민인정 못받으면 야당하는 것”
이해찬 총리의 중동 순방을 수행중인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27일(현지시간) "우리가 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 정책들을 꿋꿋하게 펼쳐나가야 한다"며 "그래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야당을 하는 것이고, 야당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유 의원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야당도 나라를 위해서 할 일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우리당이 재.보선에서 잇따라 팥고 지지율 급락으로 침체된 상태이지만 대선에서는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당내에 팽배한데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실제로 그는 "이런 얘기를 의총에서 했다가 사방에서 비난이 날아오고 있다"고 말해 당내에 위기감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혔다.그러면서 유 의원은 우리당의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로"라고 확신하듯 말했다.분당이라는 것은 자신의 기준으로 볼 때 원내 교섭단체(20명)를 구성할 인원이 뭉쳐서 나가는 것이나, 그런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할 일부가 탈당하는 `이탈'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우리당의 정체성과 관련, 그는 "우리당은 여집합 정당"이라며 "예전 용어로 말하자면 반 파쇼 전선처럼 `반한나라당 비민노당' 세력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를 지원하고 있는 쿠웨이트 주둔 다이만 부대 방문 소감을 얘기하며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나중에 잘못을 회개했다"며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한승호 기자hsh@yna.co.kr(도하=연합뉴스)
[61회full] 메이드 인 중앙지검2 - 증언의 유효기간이 끝나간다 | #시사직격 KBS 210205 방송
#서울시장선거 #한명숙 #공소시효 작년, 한은상으로부터 왜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받은 《시사직격》 제작진. 이번에도 전화접견을 통해 한은상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것은 ’김씨‘, ’최씨‘, 한은상이 검찰로부터 위증을 요구받았다는 것. 그들은 검찰로부터 어떻게 위증을 요구받았던 것일까. 한은상은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에 감찰을 요청하기도 했다. 감찰부에서 한은상과 문답한 내용들이 적혀 있는 문답서를 살펴본다. 그리고 한만호 진술번복 후 재판에 새로 등장한 증인 ’김씨‘. 그는 검찰이 세운 재소자였다. 입장을 바꾸지 않은 한 사람인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한은상 / 고 한만호 씨의 동료 수감자 신장식 / 한은상 변호인 김인회 /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느 시기부터 어느 시기 부분을 모든 걸 다 수정 보완해서 모해 위증을 해서 한만호씨를 위증으로 위증이 아닌데도 위증으로 처벌을 했는지 그로 인해서 한 전 총리 재판에 어떠한 영향이 갔었는지도 그런 부분들에 대한 조사가 다 이루어졌습니다" - 한은상 전화 녹취 -
■ 김씨의 주장, 사실인가 거짓인가 지난 2007년 12월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마야콘서트. 콘서트장에서 대선 유세를 하면 법적으로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노란 옷을 입은 정동영 의원, 조배숙 의원, 한명숙 의원이 나타났고, 단상에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조배숙 의원이 올라와 유세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 유세를 할 수 있도록 부탁한 사람은 한만호라고도 했다. 《시사직격》 제작진은 당시 마야콘서트를 기획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 등 그 날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취재했다. 그리고 당시 기억에 대해 알아보았다. 김씨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하나씩 나오는 그의 주변인들. 그들은 김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과연 김씨의 말은 사실이었을까.
“콘서트장에서 유세하기는 좀 어렵죠. 정치인이 여기 와서 뭐 하는 거야? 숟가락 한번 얹으려고 와가지고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거야? 이런 게 훨씬 강하거든요 기본적으로” - 당시 선거캠프 수행팀장
■ 잘못된 수사, 얼마 남지 않은 공소시효 검찰은 위증교사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만약 김씨와 최씨가 위증을 했다면, 이들의 공소시효는 올 2월과 3월에 끝난다. 공소시효가 지나서 사건이 묻히면,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은 다시 반복될 수 있고, 억울한 증인은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 이 논란을 가라앉히려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로부터 위증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제보자 K씨도 취재했다. 한은상과 제보자 K씨와의 취재를 통해, 과거 김씨와 검찰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알아본다. 《시사직격》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검찰에 질의하기도 했다. 검찰로부터 온 답변은 무엇일까.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위법한 행위라던가 또는 부당한 행위 권한남용과 같은 또는 비윤리적인 행위에 이런 부분에 대한 견제가 전혀 바깥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죠” -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모해위증에 대해 얼마 남지 않은 공소시효. 10년 전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이며, 검찰에 대한 논란은 어떻게 해야 가라앉힐 수 있을까.
탐사 보도의 노하우와 정통 다큐멘터리의 기획력을 더했다! 《시사직격》 일본 강제동원 손해배상사건과 제주 4.3 군사재판 희생자들의 재심사건 담당. 거대한 국가 폭력에 항거하는 피해자의 곁을 묵묵히 지켰던 임재성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리더십 최대위기 사법농단 솜방망이 징계로 일관 임성근 녹취록서 거짓말 파문까지 “법원 내 개혁 동력 꺼질라” 우려
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나눈 대화 녹취록 공개 파장이 사법개혁의 적임자를 자처했던 김 대법원장의 리더십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치권 눈치를 보는 듯한 대화 내용의 부적절함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3년이 넘도록 사법농단 사태 청산이 지지부진하고, 취임 때 약속했던 사법개혁에 관한 핵심 의제들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점에 대한 실망이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에 책임 미루기만 거듭”
지난 4일 공개된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의 대화 내용을 접한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사법농단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 없이 상황을 모면하는 데 치중한 것 같다는 평가다. 김 대법원장이 사표 수리 요청을 위해 방문한 임 부장판사에게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 부작용을 개혁하겠다고 나섰던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보기를 한 셈”이라고 짚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의 책임에 대한 고민 없이 정치적 영향력을 이유로 ‘탄핵’을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무마한 대처가 외려 사법부 독립 훼손 비판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뒤 두차례의 사법농단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2018년 11월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들 스스로 “탄핵소추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의결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주도한 소장 판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훗날 김 대법원장이 끌어낸 결과는 이렇다 할 만한 게 없었다. 조사 결과에 대한 책임 가려내기와 법관들의 공식 의견에 대한 후속 조처가 사실상 전무했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 징계 역시 징계시효가 만료되기까지 시간을 끌며 10명의 법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최고 1년 정직은 없었고, 견책에서 정직 6개월의 ‘솜방망이’ 징계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 기자회견’이 지난 2018년 6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열려, 법학교수, 법학자, 변호사 등 법률가들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규탄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에서 격론을 벌여 판사들이 (탄핵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대법원장은 그와 별도로 법원의 자정 노력을 통해 (사법농단을) 해결하려고 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후속 조처를 취하진 않았고, 리더로서 책임을 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징계를 했다면 형사처벌은 못 해도 헌법이 정한 재판의 독립성 침해는 엄단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텐데 그러지를 못했다. 법원 전체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또 다른 변호사도 “(임 부장판사 사표 수리 반려도)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사표 수리로 인한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의 대화가 비판받는 건 (그동안) 전체적인 사법농단 처리를 미온적으로 해왔다는 측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장이 법원 차원에서의 책임 묻기를 최소한으로 한 뒤 사법농단 후속 조처를 국회로 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사법농단 후속 조처뿐 아니라 지난 3년간 대법원장이 보여준 행보 역시 사법개혁 의지와 철학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행정이나 법원행정처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대법원장이) 좋은 재판을 강조했는데, 재판 투명성이나 법원 신뢰도가 별로 커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관 탄핵과는 별도로 법원의 자체적 개혁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누구에게도 욕먹고 싶지 않고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 인사도 제도개혁도 모두 적당한 선에서 타협으로 끝나버렸다. 그러니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사법개혁 대의 흐려선 안 돼”
다만 이번 사태가 사법농단을 계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던 사법개혁의 정당성까지 훼손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대법원장 탄핵론, 사퇴론 등을 거론하는 외부의 공세가 정작 필요한 제도적 사법개혁과 법원 내부개혁 논의 전체를 뒤덮을 수 있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탄핵 논의의 중요성과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별개의 문제다. 탄핵이 법관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미흡하더라도 현재 대법원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흐름이 있다. (이번 논란으로) 법원 내 사법개혁 추진 동력이 꺼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법과 상식에 따라 당위를 추구하는 일에 정치적 시각을 투영시켜 입맛대로 덧칠하고 비난하는 행태가 사법부의 독립을 흔드는 오늘의 상황을 우려한다”며 공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를 하는 것은 (김명수, 임성근) 두 분이 아니라, 내 편이 아니라고 보이는 사람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원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외부의 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탄핵도 비판도 정상적 정치 과정의 하나이고 헌법상 보장되는 일이지만, 사법부 구성원들까지 외부의 부당한 정치화에 휘말려 자중지란을 벌이는 일은 부디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장예지 신민정 기자penj@hani.co.kr
▲ 국회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4일 찬성 179표, 반대 102표로 가결했다. 국회가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를 의결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부산고등법원에 펄럭이는 법원 깃발에 그림자가 드리운 모습.
4일 국회의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안 가결은 헌정사상 최초인만큼 여러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판사도 잘못하면 단죄된다'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다.
국회법에 따라 당연직 소추위원인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은 4일 오후 3시 50분 국회의장으로부터 임 판사의 탄핵 소추 의결서 정본을 송달받고, 법사위 박주민 의원에게 헌법재판소 제출을 위임했다. 대표발의자 이탄희 의원과 함께 곧바로 헌재로 이동한 박 의원은 오후 5시께 의결서 정본과 부본을 접수했다. '2021헌나1' 사건, 최초의 법관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헌정사 첫 법관 탄핵소추, 의결서 헌재 제출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오른쪽)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별관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있다. 2021.2.4 hihong@yna.co.kr
판사는 신이 아니지만, 신과 같은 존재였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시험을 통과한 법조인들의 끈끈한 관계가 하나의 굳건한 체제라며 이들을 '불멸의 신성가족'이라고 불렀다. 여기서도 사법연수원 성적이 우수해야 임용될 수 있고, 헌법에 따라 신분은 물론 재판의 독립까지 보장받는 판사들은 신성가족 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해왔다. '사법 신뢰'라는 말로 국민들이 보내는 존중 역시 그들의 권위를 세워줬다.
하지만 판사는 신이 아니다. 1982년 유태흥 당시 대법원장은 사법연수원 수료생 중 법관을 희망한 장애인 4명을 전원 탈락시켰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이듬해 임용했다. 그는 또 '투철한 국가관에 의한 판결'을 강조하며 민주화 운동 관련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조수현·박시환 판사를 '전보'로 보복했다. 이 일을 비판한 서태영 판사도 정기 인사 다음날 새 근무지인 서울민사지법에서 부산지법 울산지원으로 보내버렸다.
신영철 대법관도 있다. 그는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시절 보수성향 판사에게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몰아주려고 했다. 또 일선 판사들에게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야간집회 금지조항 위헌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이메일을 보내거나 '집회 참가자의 보석을 신중히 하라'고 전화하는 등 압력을 넣었다. 당시 대법원은 진상조사에 들어갔지만 이용훈 대법원장의 '엄중 경고'와 신영철 대법관의 사과로 흐지부지됐다.
유태흥 대법원장 때도, 신영철 대법관 때도 사람들은 판사가 신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래서 국회가 움직였다. 1985년 10월 18일 야당 신한민주당을 중심으로 의원 102명이 헌정 사상 최초의 공직자 탄핵 소추안, '대법원장(유태흥)에 대한 탄핵 소추에 관한 결의안'을 냈다. 하지만 10월 21일 찬성 95표, 반대 146표로 부결됐다.
2009년 11월 6일, 이번에도 야당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힘을 합쳐 의원 106명 이름으로 '대법관(신영철)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당 한나라당이 끝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아서 표결에 붙이지도 못한 채, 시한 만료(본회의 보고 후 24~72시간 이내)로 자동 폐기됐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렇게 두 번의 실패를 겪은 뒤에야 2021년 2월 4일 헌정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 소추권을 발동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법관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4일 법원에선 또다시 '사법농단 무죄' 판결이 나왔다. 2016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시절 '청와대 관심사안을 챙겨봐달라'는 요청사항을 전달받고 해당 재판의 진행 경과, 처리 계획 등을 파악한 뒤 법원행정처를 거쳐 청와대에 보낸 유해용 변호사의 항소심 결론이었다.
지난 1월 29일에는 '정운호 게이트' 당시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세 판사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두 재판 모두 1심 또한 무죄였다. 법정 밖에서 재판 관련 서류가 오가고, 판결문이 바뀌는 등 법정 안을 흔드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법원은 여전히 '사법농단은 부적절하지만, 형사처벌대상이 아니다'라는 엄격한 법리 해석을 적용하고 있다. 전직이든 현직이든 여전히 '판사는 신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는 풍경이다.
세월호 유족들도 국회에 물었다. 4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안 제안 설명에서 유족들이 탄핵 촉구 손편지에 "판사는 신입니까?"라는 질문이 적혀 있었다며 "판사는 그동안 헌법을 위반해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고, 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거액 수임료의 전관특혜를 누리고, 다시 좀 잊힐 만하면 공직으로 복귀하곤 하는 우리의 뼈아픈 경험을 두고 하신 말씀"이라고 했다. 또 "이제 그 잘못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침내 최초의 균열이 생겼다. 판사는 신이 아니다. 판사는 사법의 독립을 존중받아야 할 헌법상 권리를 가진 것과 동시에 사법의 독립을 스스로 지켜야할 헌법상 책무를 짊어진 인간이다. 그들도 잘못을 했으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12월21일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아들 군입대 소식을 알렸다. 나 전 의원은 군 입대 전 머리를 짧게 자른 아들을 안아주는 사진과 함께 “오늘 아침 제 아들은 논산 육군훈련소로 떠났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엄마 된 사람으로서 당연히 훈련소 앞까지 바래다주고 싶었지만, 패스트트랙 재판으로 서울 남부지법으로 향하는 중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조금 넘은 지난 1일 더팩트는 <[단독]나경원 아들, 軍 특전사 차출…“대견하면서도 걱정”>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더팩트 보도를 시작으로 중앙일보, 헤럴드경제 등 여러 매체에서도 결이 같은 보도가 줄줄이 나왔다.
가장 먼저 기사를 낸 더팩트는 나 전 의원의 아들 김모씨가 특전병으로 차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나온 중앙일보의 기사도 더팩트와 제목은 물론 내용 또한 비슷했다. 중앙일보 기사를 살펴보면 ‘특전사는 육군에서도 훈련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곳 중 하나다. 유사시 적진에 침투해 게릴라전을 벌이거나, 수색·정찰, 인질구출 등 비정규전을 수행한다. 한국에 간첩이 침투했을 경우에도 대간첩작전을 통해 간첩 소탕 임무를 주도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 “특전사는 부사관이 주된 부대이고 일반병은 전투병이 아니라 지원병이기 때문에 특전사가 아니라 특전병이라고 부른다”며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김씨가 차출됐다는 특전병은 우리가 흔히 아는 고강도의 훈련과 함께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특전사와 같은 것일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특전사령부는 특전부사관, 장교, 병으로 구성되어 있어 특전병도 특전사로 불리기는 한다. 하지만 특전병은 우리가 통상 아는 특전사와는 거리가 있다. 고강도의 훈련을 받고 특수전을 벌이는 것은 부사관과 장교들이 수행하는 것으로 특전병이 하는 일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1월31일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 입구에서 동북권 발전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국회사진취재단
나 전 의원의 아들 김씨가 속한 특전병은 특수전 임무가 아니라 취사·수송·행정·정비 등 ‘지원업무’를 맡는다. 김씨가 특전병으로 차출됐다고 해도 특전사 간부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전사에 직접 문의한 결과, 군 관계자는 “게릴라전이나 대간첩 작전 수행은 특전병이 아닌 간부들로 이뤄진 특전사 팀이 수행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부사관이나 장교들과 업무가 전혀 다른데 특전병은 주둔지 내에서 지원업무만 한다”며 “특수전 훈련이나 작전에 투입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간부와 사병이 한 팀을 이뤘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전·현직 특전사 간부들도 특전병과 특전사 간부는 완전히 다르다고 증언했다. 현직 특전사 간부 A씨는 “통상 특전사는 특수전 임무를 받고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특전병은 초병, 의무병, 취사병, 운전병 같은 지원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전병 전입 시 공수훈련은 받지만, 특수전 훈련은 특전사(간부)만 받는다”면서 “통상 말하는 특전사는 특전부사관과 장교를 의미하는 것이고, 특전병과 훈련 강도 차이는 극과 극으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직 특전사 간부 B씨도 “특전사는 간부 위주이기 때문에 일반 병사는 주로 지원 임무 보직을 받아서 일한다”면서 “보통 지원 병사들은 통신, 정비, 수송, 식당, 경비 등의 보직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작전 나가는 쪽은 대대 소속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사들의 제목과 본문을 보면 특전부사관과 특전병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김씨가 특전사에 차출됐고 특전사는 게릴라전, 대간첩 작전을 수행한다는 식의 보도 탓에 특전사 소속 김씨가 마치 특수 임무를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런 차이를 알았다면 구분해줬어야 했다. 이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면 ‘나경원 홍보성 기사’라는 일각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병철 회장의 뇌물 220억원(전두환), 이건희 회장의 뇌물 100억원(노태우), 삼성의 대납 로펌 수임료 89억원(이명박·다스) 등 8건의 삼성 총수 범죄는 이재용 부회장의 첫 실형으로 이어졌다.
ⓒ시사IN 이명익1월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징역 2년6개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최종 선고받은 형량이다. 형사소송법상 양형부당을 이유로 재상고하려면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아야 한다. 1월18일 이재용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재판장 정준영)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돼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갔다. 3년 만의 재구속이다.
그는 2017년 2월17일 사전 구속된 바 있다. 2018년 2월5일 2심(재판장 정형식)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에 1년가량 수감되었기 때문에 남은 형기는 1년6개월 정도다.
파기환송심의 쟁점은 양형이었다.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게 준 뇌물을 86억여 원으로 인정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여부는 1·2·3심 내내 유죄로 판결에서 흔들리지 않은 부분이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되지 못했다. 준감위는 정준영 부장판사가 양형 요소로 감안할 수 있다며 언급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에 대응해 삼성이 꾸린 외부 기구였다. 재판부는 준감위가 실효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전문심리위원 등을 통해 살펴본 결과, 준감위는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을 정의(위험의 유형화)하고 선제적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렇게 밝혔다.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긍정 요소로 반영하는 데에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에야 준법감시제도를 강화한 경우 더욱 그러하다. 기업들에게 유죄가 인정되면 그제서야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하거나 강화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법감시제도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위법행위의 예방에 있지, 감형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기류는 파기환송심 공판 막판에 드러났다. 2020년 12월21일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 쪽에 ‘석명(사실을 설명해 내용을 밝힘)’을 요청했다. 지난 30년 동안 발생한 삼성 총수의 범죄 8건을 콕 찍었다. 모두 삼성에게는 ‘흑역사’인 사건이었다. 각각의 범죄가 일어난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며, 재발 방지 수단은 무엇인지 밝혀달라는 내용이었다. 주심인 강상욱 부장판사는 “아무리 전문심리위원 보고서 내용을 들여다봐도 그런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준감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들리는 말이었다.
8건은 다음과 같다. △1983~1987년 8회에 걸쳐 당시 이병철 회장이 전두환 대통령에게 뇌물 220억원을 준 사건 △1990~1992년 4회에 걸쳐 당시 이건희 회장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뇌물 100억원을 준 사건 △1999년 당시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남매에게 경영권 승계 등을 목적으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에 발행한 사건 △2002년 삼성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에게 5억원을 준 사건 △2008~2011년 삼성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다스의 로펌 수임료 89억원을 대신 내준 사건 △삼성 임원의 차명계좌로 당시 이건희 회장이 조세 78억원을 포탈한 사건 △삼성물산 자금으로 당시 이건희 회장 가족 소유의 서울 한남동 주택 공사비 33억원을 낸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되는 ‘사업지원TF(미래전략실 후신)’의 임직원들이 증거를 인멸한 사건 등.
부끄러운 과거 시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 쪽은 ‘1000만원 이상의 대외후원금 지출은 준감위 안건으로 올려 심의를 거치도록 해, 뇌물 제공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등을 담은 의견서를 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삼성 흑역사’인 8가지 사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준감위의 역할도 부족하다고 봤다. “삼성 관계사 담당자들이 뇌물임을 밝히면서 준감위에 안건으로 올려 심의를 받을 거라는 예상은 현실적이지 않다. 과거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 사건에서 비자금 조성 방법을 삼성 측이 스스로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파기환송심 판결문).” 오히려 삼성으로서는 재판 과정에서 부끄러운 과거가 시정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환기시킨 셈이 되었다.
대신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당시 현직 대통령 박근혜의 거절하기 어려운 요구’를 꼽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편승해 적극 뇌물을 주며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 청탁을 했고, (뇌물 송금을 위장하기 위해 제3의 회사와) 허위 용역계약을 맺고 회삿돈을 보냈으며, 국회에 가서도 위증을 했다’라고 봤다. 그 결과가 징역형 2년6개월이라 ‘재판부가 깎아줄 수 있는 최대치를 깎아서 실형을 선고했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월18일 “이재용의 뇌물-횡령 총액 대비 낮은 선고 형량은 유감이나, 재벌총수에 대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악습(3·5법칙)’을 끊어낸 점은 긍정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아온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차장(사장)도 같은 날인 1월18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미전실의 핵심인 두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에 적극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승계 작업의 성공으로 인한 이익이 최지성·장충기에게 직접 귀속되는 것이 아닌 점을 참작한다”라면서도 이재용 부회장과 똑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1심과 2심은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을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보다 높게 주었다.
장충기 전 사장은 전체 재판 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이 ‘정경유착’이라는 사실을 본의 아니게 드러내기도 했다. 〈시사IN〉이 단독 입수해 보도한 장충기 전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넘어 ‘삼성공화국’의 실태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시사IN〉 제517호 ‘장충기 문자에 비친 대한민국의 민낯’ 기사 참조).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그는 청와대, 국정원 등으로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정보를 전달받았다. 그(삼성)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언론인들의 모습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1심(재판장 김진동)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이다.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이 관련된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는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두 사람은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과 관련된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되었다. 각각 대한승마협회 회장과 부회장을 맡았던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는 국정농단 관련 보도가 막 시작되던 때인 2016년 9월28일, 최서원씨를 독일의 한 호텔에서 직접 만났다. 이재용 부회장 쪽은 정유라씨가 탄 말 3마리에 대해 빌려준 것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뇌물로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액수가 50억원을 넘기게 되었다. 이 부회장은 뇌물을 회삿돈으로 처리했는데, 그 횡령 금액이 50억원을 웃돌면서 집행유예가 어렵게 된 면이 크다.
정유라씨의 말 사용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박상진 전 사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 기록에 따르면, 박상진 전 사장은 “이건 VIP(박근혜)가 (최서원 일가에) 말을 사주라고 한 것인데 세상에 알려지면 탄핵감이다. 앞으로 입조심하고 (잘못하면) 죽을 수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말을 삼성승마단 소유로 등록했다가 최서원씨의 화를 부르기도 했다. 최씨는 “이재룡(최씨는 이재용 부회장을 이재룡이라 불렀다)이 VIP(박근혜) 만났을 때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라고 항의해, 박상진 사장이 독일까지 찾아가 최씨에게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시사IN 조남진삼성이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은 최서원씨의 강요가 무서웠다는 의견까지 냈다.
“형 집행 종료 후에도 5년간 재직 못한다”
말을 탄 당사자인 정유라씨 또한 이재용 부회장 1심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거침없이 관련 사실을 증언했다. “어머니(최서원)한테 ‘삼성이 지원한 말을 네 말인 것처럼 여기고 타라’는 말을 들었다.” “(외국인) 코치가 삼성에서 돈이 안 들어온다고 짜증 낸 적이 있다. 녹취도 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 쪽 변호인들은 갑작스러운 정유라씨의 증언에 안절부절못했다. 지금까지 삼성의 변명과 거리가 먼 모습이 드러나서다.
삼성 측은 국정농단 보도가 처음 나왔던 2016년 9월까지만 해도 정유라씨를 지원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다 삼성전자가 최서원씨의 회사로 돈을 보낸 기록이 나오자 말을 바꿨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정당한 지원이었다고 했지만, 정유라씨 외에는 지원한 선수가 없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 강압에 따른 피해자라 주장하다, 최서원씨의 강요가 무서웠다는 의견까지 냈다.
이로써 국정농단 사건 재판은 큰 틀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1월14일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앞서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돼 박 전 대통령의 총 형기는 22년이다. 최서원씨는 징역 18년이 확정됐다.
삼성과 관련된 국정농단 혐의로 최종 판단을 받지 못한 이는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정도다. 2015년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건으로 재판을 받았다. 당시 제일모직(4.85%)과 삼성물산(11.2%)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했다. 이러한 국민연금공단의 판단에 문형표·홍완선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점은 1·2심에서 모두 인정됐다. 두 사람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들의 판결문에는 “당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대주주에게 최소 7720억원의 이익, 국민연금공단에는 최소 1387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라고 쓰여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월1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 따른 취업제한 규정 14조에 따라, 이 부회장은 형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5년 동안 삼성전자에 재직할 수 없다”라는 논평을 냈다.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를 받은 사람은 ‘범죄행위와 밀접 관련 있는 기업체’에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 61억원을 증여받아 세금 16억원만 내며 시작된 ‘이재용 승계의 역사’는 2016년 촛불시위 이후 계속해서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고 있는 셈이다. 2016년 말 꾸려진 박영수 특검팀 수사로 박근혜·최서원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들통났다. 이후 4년 만에 삼성은 총수 일가 범죄 역사상 첫 실형이라는 결론을 맞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월18일 국정농단 뇌물공여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이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양측 모두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형이 확정됐습니다. 이 부회장의 재판 이후 수많은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나왔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재판 결과가 나온 다음 날인 1월19일부터 21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 일간지의 이 부회장 판결 관련 보도를 확인해 보도량과 논조, 보도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1. 보도량, 논조 분석
가장 먼저 확인한 내용은 보도량과 논조입니다. 보도량은 지면을 기준으로 했으며 논조는 재판결과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전달한 경우 ‘옹호’, 비판적 시각을 전달한 경우 ‘비판’, 두 가지 시각을 모두 전달한 경우 ‘중립’, 사실관계만 전달한 경우 ‘없음’으로 분류했습니다.
보도량 집중된 경제지, 재판 결과 ‘비판’에 치중
분석 결과 1월19일부터 21일까지 8개 신문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언급된 기사는 115건이었습니다. 매일경제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 21건, 한겨레 14건,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 12건, 한국일보 11건, 중앙일보 9건의 순이었습니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3일간 20건 이상의 보도를 배치했습니다. 6개 종합일간지가 모두 15건 미만으로 보도한 점과 비교했을 때 경제지가 이 부회장 재판 결과에 집중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논조 분석에서는 ‘비판’에 치우친 결과가 나왔습니다. 115건의 보도 중 ‘비판’ 논조는 58건으로 가장 많았고, ‘없음’이 43건, ‘옹호’와 ‘중립’이 7건 순이었습니다. ‘비판’ 논조 중 한겨레<유레카-뇌물 1억이나 86억이나 마찬가지?>(1월20일)와 같이 형량이 낮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극소수였고, 대부분 징역 2년 6개월과 법정구속을 결정한 판결을 비판하는 보도였습니다. 결국 독자가 신문을 통해 이 부회장 재판 관련 보도를 접하게 될 경우 유죄와 실형이 부당하다는 논조의 보도를 접할 확률이 절반이 넘는 것입니다.
특히 경제전문지는 문제가 더 심각했습니다. 보도량이 가장 많은 매일경제는 재판 결과에 대한 ‘비판’ 논조 기사도 가장 많았습니다. 매일경제는 24건의 보도 중 19건이 ‘비판’ 논조였습니다. 수치로 환산하면 79.2%에 달합니다. 한국경제도 21건의 보도 중 14건이 ‘비판’ 논조로 66.7%를 기록했습니다. 매일경제, 한국경제를 비롯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재판 결과에 대한 ‘옹호’ 혹은 ‘중립’ 논조가 없습니다. 4개 신문의 독자는 재판 결과에 대한 사실과 재판을 비판하는 논조 외에 다른 시각은 접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 1월19일부터 21일까지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관련 8개 신문 지면 보도 논조 분석. 그래프 및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은 재벌 총수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8개 신문의 이재용 부회장 재판 관련 보도를 보면, 언론이 재벌 총수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4년여 간 재판을 통해 뇌물을 제공했음이 수차례 드러난 이 부회장 비판보다 이 부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결정한 재판부 비판이 주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재판결과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모두 보도된 매체 역시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뿐이었습니다. 균형감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신문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지와 보수신문은 많은 보도량과 함께 재벌 입장을 반영한 기사를 쏟아냈고, 결국 독자들은 재판결과에 대한 다양한 시각조차 얻을 수 없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는 권력에게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전형적인 정경유착입니다. 이런 범죄에 대해 언론은 철저한 감시와 비판으로 권력과 재벌의 유착을 뿌리 뽑는데 일조해야 합니다. 하지만 경제지와 보수신문이 나서 정경유착을 옹호하는 환경이 지속된다면 언론 비판을 시작으로 정경유착 문제가 해결되는 걸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2. 보도내용 분석
보도량과 논조에서 드러난 경제지와 보수신문의 재벌 친화적 보도 양상은 내용 분석에서도 확인됐습니다. 경제지와 보수신문은 이재용 부회장을 피해자로 묘사하거나 근거 없는 삼성 위기론을 또 꺼냈습니다.
조선일보<삼성측 “구속은 피할 줄 알았는데…”>(1월19일 김강한 기자)는 제목부터 삼성 측 입장을 부각했습니다. 보도 내용에서는 익명의 재계 관계자 말을 빌려 “현실적으로 청와대와 기업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라며 “대통령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와 조선일보의 보도만 본다면 기업인 이 부회장이 불리한 입장에서 재판을 치렀고,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객관적 근거도 없이 이재용 측 대변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86억 뇌물’을 줬지만 ‘소극적 가담자’, 혹은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6억 8081만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자금을 횡령하여 이를 뇌물로 제공하였고”, “범행을 은폐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위증까지 하였다”며 “단순한 수동적 공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4년에 걸친 재판 기간 내내 이 부회장 측에서 지속해온 논리입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유죄 판결이 나오자마자 이 부회장 측 논리로 재판부 판결을 비난하고 나선 것입니다.
물론 재판부 판결에 대해 언론이 부당함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봐주기였다고 평가했습니다. KBS<김경래의 최강시사>(1월21일)에 출연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다”면서 “재벌 총수는 집행유예로 석방한다고 하는 관례를 깬 것”은 유의미하지만 “86억 뇌물을 확정해 놓고 실제 양형은 (2심에서) 집행유예 선고할 때 내렸던 2년 6개월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횡령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최소 형량 5년에서 판사 재량이 허용되는 최대치인 절반을 감경했고, 파기환송심은 이를 그대로 선고해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재판부 판결에 부당함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법리적 판단과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이 부회장 판결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과하다’가 46%였고, ‘적당하다’와 ‘가볍다’를 합쳐 46.6%였습니다. 단편적 여론조사로 여론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판결에 대한 다양한 의견 중 일부만 전달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처럼 삼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취재원 주장만으로 구성된 기사는 ‘이재용 피해자론’을 만들기 위한 편파보도일 뿐입니다.
달 땐 삼키던 '준법감시위원회', 왜 문제 삼을까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앞두고 ‘준법감시위원회’가 양형에 반영될지 여부도 관심사였습니다. 재판부가 국내 형법체계에 맞지 않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무리하게 양형조건으로 내걸면서 ‘재벌 봐주기’ 논란이 일었고, 이를 감시할 전문심리위원을 두고도 공정성 시비가 일었습니다. 끝내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조건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보수신문과 경제지는 이를 문제 삼았습니다.
매일경제<준법위 제안한 정준영 판사…“실효성 없다”며 구속>(1월19일 정희영‧홍혜진‧이충우 기자)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재판 초기부터 이 부회장에게 ‘재발 방지’를 강조하며 이러한 노력을 양형사유로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조건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정준영 판사가) 매일 보고서를 올리는 등 과제를 이행한 음주 뺑소니범을 집행유예로 감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의 보도는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과 했던 약속을 어기고 이 부회장이 억울하게 실형을 살게 되어 문제인 듯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보수신문과 경제지, ‘삼성 옹호’ 앞장서다
재판부의 준법감시위원회 언급은 정확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정준영 판사는 지난해 1월 기존 재판부 입장을 뒤집어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용된다면 양형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특검은 재판부가 공소사실에 대한 법적 판단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감형사유를 만들어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준법감시위원회가 감형사유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특검의 반발에도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점검할 전문심리위원단을 꾸리도록 했고, 이 과정에서도 재판부가 삼성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의 추천을 허용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때 보수신문과 경제지는 침묵하거나 삼성에 유리한 의견을 집중 전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위원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합병 의혹과 연루된 안진회계법인 변호를 맡은 김경수 변호사가 추천되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민언련 보고서<‘조중동’ 또 삼성 봐주나, 준법감시위원회 공정성 논란 외면>(2020년 11월17일)을 보면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는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습니다. 1건의 기사를 실은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는 김경수 변호사 추천을 허용한 재판부 입장을 전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보수신문과 경제지는 판결 전에는 준법감시위원회 양형요소 반영 등 논란에 침묵하거나 동조하더니 판결에서 양형요소로 반영되지 않자 비판에 나섰습니다. 물론 상황이 변함에 따라 언론의 입장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수신문과 경제지는 상황의 변화 유무와 상관없이 삼성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관적입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아니라 재벌 옹호와 비호에 나선 듯한 모습입니다.
어김없이 등장한 “한국경제 무너진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경제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주장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재판 다음날 한겨레를 제외한 7개 언론은 “흔들린 코스피”, “삼천피마저 위태”, “삼성그룹주 시총 28조 증발”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점이 녹아든 보도입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은 다음날인 1월19일 한국일보, 경향신문, 매일경제, 동아일보 등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주가하락 등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기사가 진실에 부합하진 않습니다.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된 시기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26.5%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9.8%를 웃돌았습니다. 이 부회장 실형 선고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3.4% 하락했지만 다음날 2.35% 반등했고,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이 부회장 구속보다는 코스피 상승과 하락세 영향이 컸습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총수 11명과 이들이 지배하는 35개 기업, 319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분석한보고서에 따르면, 총수가 실형을 받았을 때보다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때 주가가 오히려 더 떨어졌습니다. 재벌 총수의 구속이 기업위기, 경제불황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언론의 예측은 수차례 근거가 없다는 게 입증됐습니다.
재벌 총수의 구속이 실제 기업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더 관대한 처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기업뿐 아니라 건전한 자본질서 형성에도 도움 되지 않습니다. 수차례 근거가 없다는 점이 밝혀진 ‘한국경제 무너진다’라는 식의 과장 보도는 멈춰야 합니다. 기업 총수도 잘못을 하면 처벌을 받고, 기업 경영은 좀 더 투명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방법을 고민하는 게 필요한 때입니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개신교발(發)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관련 단체는 한국 교회에 자성을 촉구하며 사과했다. 방역당국은 물론 시민들과 자영업자 등 국민께 사죄의 뜻을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특히 한 선교회가 운영하는 다수의 미인가 대안교육시설과 관련해 수백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금의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사실상 개신교에서 비롯한 위기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개신교발 코로나19 확진자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미인가 교육시설들에서만 전날(31일) 기준 총 379명이 확진됐다.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이 발표한 수치(368명)보다 11명 늘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시작으로 △전광훈 목사가 이끌고 있는 서울 사랑제일교회, △선교단체 인터콥(BTJ열방센터),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미인가 교육시설들, 일부 교회 등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계속 이어지면서 개신교계는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등 연합기관·시민단체는 29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교회라고만 해도 지긋지긋하다'는 대중 정서 앞에 통렬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의료진·방역당국의 헌신을 무시하고, 공익을 외면하며, 지역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들을 `종교의 자유`란 이름으로 행하는 이들의 죄로부터 한국교회 모두가 자유롭지 못함을 고백하면서 국민들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 교회가 오늘날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주된 세력으로 인식되는 참담한 현실"이라며 "하루빨리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온 소상공인들과 시민들, 공무원과 의료진들 앞에 고개조차 들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 왼쪽부터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이홍정 NCCK 총무,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 신대균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 이은영 한국YWCA연합회 부회장이 사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그러나 개신교계의 이 같은 사과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신천지를 비롯해 수많은 개신교가 보여준 방역수칙 위반사례에 대한 분노로 보인다.
개신교 관련 단체의 사과를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힌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개신교로 인해) 코로나는 이미 확산하고 있지 않나, 이번이 몇 번째인가 사과만 하면 끝인가, 정말 너무 민폐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30대 회사원 박 모씨는 구체적인 피해 보상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국가 차원에서 각종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면서 "한두번도 아니고 이 정도면 본인들만 생각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개신교발 확진자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전날(31일) 기준 기존 코로나19 집단감염 가운데 IM선교회와 관련해 추가 환자가 발생했다. 전국 11개 시·도 40개 IM선교회 미인가 대안 교육시설 중 현재까지 5개 시·도 6개 시설에서는 전날보다 11명 늘어난 379명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광주 북구 교회2·IM선교회 미인가 대안 교육시설 관련해선 북구 에이스 TCS(Two Commandment School, 기숙형 미국 초중고 입시과정) 관련 기타 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또 광산구 광주 TCS 기타 4명, 캠프 관련 추가 전파 1명 등 6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는 190명으로 파악됐다.
광주에서 열린 예수복제 캠프 관련해선 울산 한다연구소 3명과 경남 양산 베들레헴 TCS 7명, 서울 방문자 관련 3명, 경기 방문자 관련 5명 등이 포함돼 있다.
경기 안성 TCS 미인가 대안 교육시설에서도 5명이 추가로 확진돼 누적 확진자는 13명이다. 대전 IM선교회 본부와 관련해 176명(IEM 미인가 대안 교육시설 136명, MTS 40명)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는 379명이다.
대면 예배를 강행해 논란이 된 부산 강서구 세계로 교회에서 7일 오전 신도들이 방역 당국의 '비대면 예배'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코로나19 사태 속 한국 개신교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개신교 여론조사기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낸 '코로나19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일반 국민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교회를 '별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6%로 조사됐다. '매우·약간 신뢰한다'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일반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 12∼15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기 전 지난해 1월 교계 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당시 같은 질의에서 한국 교회에 대한 '매우·약간 신뢰' 응답 비율은 32%였던 것과 비교해 1년만에 11%가 하락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을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으로 나눠 보면 개신교인 중 신뢰한다는 비율은 70%였으나 비개신교인은 9%에 불과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국가가 공익을 위해 종교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86%가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이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교회 생태계 지형 변화 조사'에서는 제한 가능하다는 비율이 59%였던것과 비교할 때 크게 높아진 수치다.
연구소 측은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교회와 관련한 사회 인식을 바꾸기 에 특별한 방법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진심을 가지고 교회 본연의 기능과 사회적 역할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는 행동을, 장기적이고 지속해서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포문은 TV조선이 열었다. 이달 초 방영된 <아내의 맛>은 간만에 등장한 '이미지 정치'의 결정판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던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화목한 상류층 가정의 아내이자 살가운 엄마로서의 이미지를 뽐냈다.
TV조선은 과거 보수야당 원내대표 시절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막말과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 당시 쇠지레를 들었던 나 전 의원의 강성 이미지 개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방송 내내 이어진 미모에 대한 상찬은 덤이었다.
한때 서울대 커플이자 판사 부부였던 나 전 의원 부부의 화려한 스펙도 부각됐다. 심지어 과거 사학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홍신학원 나채성 이사장의 절절한 부정까지 방송을 탔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나 전 의원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남긴 <아내의 맛> 방영 일주일 뒤 출마 선언을 했다. 그 이미지 그대로 시장에서 호떡도 먹고, 강남 은마 아파트도 찾았다.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화제가 된 예능 프로그램으로 첫 단추를 낀 나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후보 경쟁 과정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한 상태다. 하지만 진짜 '1등 공신'은 따로 있었다. 나 전 의원과 가족과 관련된 무더기 고발 사건에 대해 깔끔하고 완벽하게 면죄부를 발부한 검찰이었다.
지난 27일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나 전 의원과 관련된 13건의 비리 의혹 사건을 다시 수사해달라며 서울고검에 일괄 항고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검찰은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한 번 없이, 13건의 고발사건들을 오로지 나경원 전 의원 측의 말만 듣고 서둘러 모두 무혐의 처리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정치검찰의 수사 결과를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넘어선 '유검무죄, 무검유죄'의 본보기를 윤석열 검찰과 나경원 전 의원이 또 한 번 보여줬다"라고 개탄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나 전 의원 아들인 김아무개씨가 고교 재학 중 국제학술회의 논문 포스터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김씨의 입대 전날이었다. 검찰은 나흘 뒤인 24일 나 전 의원 관련 고발사건을 무더기로 불기소(13건은 불기소, 1건은 기소중지) 종결 처리했다.
그에 앞서 지난 6일 검찰은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당한 나채성 이사장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 했다. 이후 4.15 총선 당시 나 전 의원의 보좌관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사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은 4.15 총선 선거공보 및 벽보에 나 전 의원의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전직 보좌관에게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민생경제연구소 등 이 사건을 고발한 단체들은 검찰이 보좌관만을 기소한 것 자체가 나 전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는 '선택적 기소'라고 말한다. 이들 단체는 "어떻게 이렇게 황당하고 부실한 기소가 가능했는지, 이 사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향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조치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나 전 의원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TV조선은 '이미지 세탁'을 거들어 준 셈이고. 문제는 검찰이 휘두르는 이 막강한 기소권의 혜택을 누가 보느냐다.
기소만큼 아니 그보다 무서운 권한이 바로 불기소(권)라고 했다. 고위층과의 연결을 공고히 해주고 검사들의 '전관 예우'를 보장해주는 것이 바로 기소하지 않을 권리라고 한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도 결국 이 선택적 불기소의 갈래라는 것이다.
한창 시끄러운 이른바 김학의 출국금지 위법 의혹 수사의 본질 역시 다르지 않다. 숱한 기회가 있었는데도 검사 선배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누구인가. '김학의 동영상' 속 김 전 차관의 얼굴을 버젓이 보고도 눈을 감은 것도 모자라 피해자의 절규와 경찰 수사를 뭉개버린 것이 검찰 아닌가.
그랬던 검찰이 법무부발 출국 금지 조치의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걸고넘어지는 중이다. 하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퇴임 직전 언론이 '추미애 라인'이라 분류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2년 전 대검 반부패부장)을 겨냥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정작 사건의 본질이던 김학의 사건 불기소엔 제대로 사과 한 마디 없던 검찰이 무려 2년 전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 조치와 관련해 법무부를 수사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28일 검찰이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사건이자 검-경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던 '울산 고래고기 환부(還付)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려 검찰이 3년 6개월이란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반면 전날(27일) 검찰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업무방해)를 포함한 세 번째 기소였다.
이렇게 검찰은 선택적 기소와 선택적 불기소 의심을 받으며 검찰개혁 시즌2와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는 중이다. 윤석열 총장의 임기는 아직 반년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