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의 섭외 1순위

  •  정희상 기자
  •  호수 699
  •  승인 2021.02.0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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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금융감독원은 대형 금융사기단의 범죄를 사전에 막아야 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이 기관이 금융 모피아 등 외풍의 영향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되었다.

 

금감원은 중앙행정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산하조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한다. 상급기관인 금융위가 금감원의 예산과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금융위 인사들이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가는 것이 인사 관행이다.

금감원은 지금까지의 일부 대형 금융 사기 사건에서 본연의 임무인 비위를 적발하고 예방하기는커녕 일부 직원들이 사기단과 한통속이 돼 비리를 저지르는 흑역사를 갖고 있다. 무려 2조원 규모인 ‘제이유 주수도 다단계 사기 사건’ 당시 금감원 팀장은 주수도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고 시중은행 대출을 알선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단군 이래 최대’로 기록된 KT E&S 대출 사기 사건에서도 주범인 서정기씨 일당이 금감원 관계자와 유착했다. 당시 대출 사기단은 은행에서 사기로 대출받은 자금으로 경기도 시흥시의 임야 116만㎡(약 35만 평, 구입가 230억원)를 매입한 뒤 그 부지에 ㈜신천지농장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 김 아무개 팀장이 사기단에게 물주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신천지농장 지분 30%를 갖기로 했는가 하면, 수차례에 걸쳐 억대 호화 골프여행 접대를 받는 등 사기범 일당과 유착된 사실이 드러났다.

1조6000억원대 라임펀드 사기 사건에도 금감원 직원의 비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금감원은 라임 측의 펀드 돌려막기 낌새를 알아채고도 제때 대응하지 않았다. 뒷돈을 받고 라임 측을 도운 금감원 직원이 있었다. 청와대에 파견되어 있었던 해당 직원은 라임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금감원 조사 보고서 일부를 불법적으로 건네줬다. 금감원은 지난해 봄 해당 직원이 검찰 수사에서 적발됐는데도 6개월 동안 손 놓고 있다가 라임펀드 사태가 크게 불거진 뒤에야 겨우 감봉 징계를 했다.

전현직 금융 모피아들의 유대는 금융회사들이 금감원 출신을 감사 자리에 앉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과 관련된 일들은 비밀리에 추진되는 경우가 많고 인맥에 의해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로비와 이권이 개입되면서 금융 권력자들 간 ‘짬짜미’가 활개를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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