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VE OFFICES 

 

박지현 기자
오피스 공간은 유행을 탄다. 개인 업무 개념을 제시한 칸막이형이 인기를 끌더니 이젠 협업을 지향하며 벽을 없앴다. 도서관이나 카페 같은 장소도 생겨났다. 친환경도 대세다. 숲이 실내에 들어서고, 오두막 사무실이 나무 위에 지어지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투어 창의적인 공간으로 또 하나의 문화를 정착해가고 있다. 놀이터를 떠올리게 하는 구글, 우연한 만남을 위해 건물을 원형으로 만든 애플, 수천 명 직원을 대형 원룸으로 모은 페이스북, 실제 인기 숙소를 그대로 재현한 에어비앤비 등 기업의 가치를 적용했다. 공통점은 하나다. 오피스의 주인은 직원들이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오피스(6)] 구스토(GUSTO) 

맨발로 들어가는 ‘거실’ 같은 사무실 

박지현 기자
‘600년이 넘은 건물에 입주한 10년이 안 된 기업’. 이 오피스를 정의하자면 이렇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승승장구로 역사를 쓰는 HR 소프트웨어 기업 구스토(GUSTO)다. 과거 선박수리 회사 건물은 거대하고 멋진 창고형 ‘거실’ 오피스로 탈바꿈했다. 모든 직원이 참여한 설계 과정도 남다르다.

▎구스토 신사옥은 5만5000㎡에 달하는 선박수리회사 건물을 개조했다. 19세기부터 쓰던 구조물과 아늑한 거실을 표방한 아래층 사무공간이 대비를 이룬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주세요.”

입구에서 거대한 규모의 신발장이 반기는 건 흔한 사무실 풍경은 아니다. 직원들은 모두 스포츠 양말이나 슬리퍼를 신고 있거나 맨발이다. 샌프란시스코 팰로앨토(Palo Alto)에 있는 인적 자원 플랫폼 기업 구스토는 전 직원이 ‘신발을 안 신는’ 특이한 문화를 갖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급여, 혜택 및 HR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스토는 ‘스타트업 편견의 종말’로 불릴 만큼 혁신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올해 1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츠(CB Insights)에서 선정한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스탠퍼드 동문 세 명이 20여 명과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은 8년 만에 직원 800여 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현재 6만개 이상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국의 급여 플랫폼 시장의 1%를 차지한다.

지난해 팰로앨토에 구스토 신사옥이 완공되자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5만5000㎡에 달하는 규모는 급성장한 기업의 위용을 드러냈다. 존 리브스(John Reeves) 구스토 최고경영자(CEO)는 편안한 업무 환경, 일하는 방식의 투명성, ‘말도 안 되게 훌륭한 혜택’을 제공하는 게 기업 철학 중 하나라고 강조해왔다.

선박수리 회사 개조해 거친 현장감 그대로 살려


▎1. 구스토 입구엔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는 안내문구와 신발장이 있다. / 2. 철재 구조물의 찬 느낌을 상쇄하기 위해 파스텔 톤의 의자를 배치했다. / 3. 무난한 톤의 가구와 달리 위층과 연결되는 계단은 눈에 띄는 강한 블랙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 4. 구스토 직원들이 직접 벽화에 참여한 ‘손으로 직접 만든 공간’ 회의실. / 사진:구스토 제공
우선 구스토가 신사옥으로 선택한 건물부터 이미 파격적이다. 19세기에 세워진 선박수리 회사 유니온 아이언 웍스(Union Iron Works)의 폐건물을 사용했다. 군용 구축함과 잠수함 기계 수리 공장으로 쓰이던 역사적인 구조물들은 큰 훼손 없이 구스토 본부로 탈바꿈했다. 1906년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도 살아남은 튼튼한 건물이다. 마침 건물이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남동부 해안가에 있는 낡은 조선소 지역(Pier 70)에선 이미 대대적인 재건축이 진행 중이었는데, 리브스 CEO는 가장 큰 건물 중 한 곳으로 이전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포브스코리아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구스토 커뮤니케이션 팀 릭은 “새 사옥은 역사, 공동체,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고 자부한다.

구스토 신사옥의 건축과 설계를 맡은 건축회사 젠슬러(Gensler)는 해상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 내부를 선박 컨테이너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천장에는 선박 부품을 고정할 때 실제 사용됐던 크레인이 툭 튀어나온 채 걸려 있다. 거대한 강철 기둥과 조명을 유지하고, 파이프 등 마감재들을 과감히 노출했다. 철재 부품들을 강조해 거친 산업 현장의 느낌을 되살렸다. 큰 아치 형태의 유리 패널은 건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바닥 끝까지 닿아 있다. 노출된 벽돌은 복고풍의 역사를 입힌 듯하고, 미국의 오래된 거리도 연상시킨다.

구스토 오피스 내부엔 ‘부조화’가 극대화돼 있다. 마치 공사가 덜 끝난 듯한 금속 지붕부터 아늑함이 강조된 중앙의 공용 사무공간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 사이를 검은색 계단이 가로지른다. 지붕 가운데로는 채광이 집중될 수 있는 유리로 트인 효과를 강조했다. 직원 300여명이 모여드는 중앙은 완전히 오픈형으로 거대한 규모가 부각된다.

구스토 직원들은 이곳을 ‘거실’이라 부른다. 구스토의 기업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업무와 비공식적인 미팅에 사용하도록 소파와 책상을 자유롭게 배열한 라운지 같다. 심지어 바닥엔 열 난방 시스템을 깔아 온돌 형식을 취했다. 심플한 가구들은 화려하지 않은 색으로 배치했고, 곡선형 의자와 소파, 따뜻한 느낌의 우드 책장 등 전체적인 가구 톤도 부드럽게 맞췄다. 곳곳에 깔린 카펫(러그), 두꺼운 쿠션, 커피 테이블, 화초 등 ‘거실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 투성이다. 화장실마저 집의 것처럼 꾸몄다. 리브스 CEO는 “신발을 벗으면서 사무실은 항상 집처럼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다”며 “모든 사람에게 집은 가장 편안하고 진정한 자신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일반 회사와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리브스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 세 명은 실리콘밸리 기업들 중에서도 유독 차별화를 강조한다. 맨발 사무실 정책도 이들이 팰로앨토의 한 주택에서 창업할 당시 신발을 벗고 일했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규모 확장에도 불구하고 기업 성장에 자극이 됐던 진정성마저 희석시키고 싶지 않다”는 게 공통된 견해였다. 회사는 외형부터 내부 시스템까지 ‘매우 다름’을 추구한다.

전 직원이 설계 과정에 참여한 오피스


▎회의실이나 사무공간은 최대한 모던한 시설인 반면 과거 사용하던 기둥은 일부러 예전의 것으로 표현했다.
구스토 오피스가 각광받은 또 다른 이유는 ‘전 직원 참여형’ 설계 과정 때문이다. 마치 내 집을 짓는 것처럼 말이다. 릭 구스토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구스토 신사옥의 가치 중 하나는 ‘우리는 모두 건축가들이다’며 “오피스 디자인부터 마무리까지 직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디자인 논의, 난방바닥과 같은 크라우드소싱이 필요한 편의시설 설계, 벽을 칠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젠슬러 팀은 구스토 직원들과 워크숍을 진행해 가구 메뉴부터 공간의 모양과 느낌을 상의했다. 근로 스타일도 최대한 민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각 팀 구성원이 선호하는 배치를 존중했다. 개방적이거나 폐쇄적인, 공개적이거나 사적인 공간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젠슬러팀은 가상현실(VR) 기술을 사용했다. 직원들이 일할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작업 스타일과 필요를 충족시키는지를 가상 체험으로 구현했다. 이렇게 고도로 맞춤화된 과정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건물과의 연결성마저 부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구스토 고객인 지역 소기업들은 인테리어에 크고 작게 기여했다. 세 공동 창업자와 구스토 직원 수십 명은 40㎡에 달하는 벽화를 그리는 데 입주 첫 주를 보냈다. 그림 주인공들은 회계사, 제빵사, 가게 주인, 수의사 등 구스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다. 이곳은 회사 전체 회의실인 ‘손으로 직접 만든 공간(all-hands space)’이 됐다. 다른 회의실 이름도 직원들이 지었다. 역시 고객 기업 이름에서 따와 젤라테리아(The Gelateria), 베이트앤 드태클숍(Bait and Tackle Shop) 등 독특한 음식점 간판을 붙였다. 구스토 기업을 성장시킨 기업들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일하는 공간이 반드시 집 같아야만 하는 것처럼, 기업 문화도 서열을 허물었다. 공용공간을 제외한 직원들의 개인 좌석은 정해져 있지만, CEO 자리는 반대다. 세 명 창업자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자리를 옮겨야 한다. 다른 부서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리브스는 덴버에 있는 구스토 직원들과 한 달에 한번 영상통화 시간을 갖는다.

많은 직원이 구스토 직원 복지 혜택을 “터무니없게도 관대하다(ridiculously generous)”고 표현한다. 구스토 직원들은 웰니스 룸에서 명상 세션을 정기적으로 갖고, 주중 점심, 저녁, 간식까지 공짜로 제공받는다. 집밥처럼 매우 건강한 식단이다.

무엇보다 근무 1주년이 되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항공 티켓을 받는다. ‘골든 티켓’ 특전이라 부른다. 구스토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고, 글로벌 기업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HR 서비스 회사가 자신들의 인적 자원을 혁신 과정에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방법은 한편으론 굉장히 똑똑한 전략으로 보인다. 편안함이 핵심이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INNOVATIVE OFFICES(4/9)] 위워크(WeWork) 

따뜻하고 아늑한 카페 같은 대규모 공동체 

박지현 기자
기업들의 사무공간 혁신 경쟁 속에서 아예 전 세계 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거대한 공용 사무실을 주목해야 한다. 여러 기업이 입주해 사용하는 오피스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WeWork)’는 요즘 특히 더 주목받는 글로벌 기업이다.

▎전 세계 242개 지점이 있는 위워크는 지역마다 특색을 살렸다. / 위워크 상하이 웨이하이루 지점. / 사진:위워크 제공
위워크는 ‘공동체’를 가장 큰 차별화 전략으로 삼고 있다. 기존 고급 오피스 임대 업체들이 입주사 간 철저히 분리된 공간과 보안을 강조한 것과 사뭇 다르다.

아담 노이만과 미구엘 맥캘비가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창업한 위워크는 프리랜서부터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의 팀들에 최적화된 공간을 제공한다. 현재 21개국 71개 도시에서 지점 242곳을 운영한다.(2018. 4월 기준) 입주 기업만 2만 개, 멤버십 가입자가 21만 명에 이른다. 입주사의 30%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IBM, 삼성, KPMG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다.

위워크는 공통적으로 따뜻하고 아늑한 카페 같은 분위기다. 목재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소파 위에 쿠션 여러 개와 이불을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워크 내 미팅룸들의 파티션은 모두 유리로 돼 있다. 유리 소재는 개방과 격리의 효과를 제공한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지 않아 답답하지 않다.

또 대부분 조명은 LED로 약한 노란빛을 연출한다. 위워크 관계자는 “밝고 하얀 백열등 중심의 사무실과 달리 약간 어둡고 노란 조명이 더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많은 프리랜서나 스타트업들이 카페를 찾는 대신 위워크로 몰려들었다. 매일 일반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좌석을 찾고 인터넷 연결을 고민해야 했던 불편함을 위워크는 완전히 해소했기 때문이다.

사무공간 디자인은 위워크 내 전문 ‘프로덕트 리서치 팀(Product Research team)’에서 담당한다. 2015년 구성된 이 팀은 사람과 공간, 기술 간 상호작용을 연구해 실제 작업에 적용한다. 어떤 형태의 공간이 입주 멤버의 업무 효율 및 네트워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커뮤니티를 조성하는지 연구한다. 무엇보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도입해 회의실 사용 빈도 예측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방법으로 파악한 사람과 공간의 상호작용 패턴은 공간 디자인의 다양성에 기여한다. 혼자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오피스부터 정해진 좌석 없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핫데스크, 전용 데스크 공간과 컨퍼런스 룸, 미팅 룸, 폰 부스 등 취향과 업무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돼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 100여 개 지점은 디자인 접근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위워크 강남역점. / 사진:위워크 제공
위워크 웨이하이루(Weihai Lu)지점은 중국 상하이 중심부에 있다. 한때 창고와 공장으로 쓰였던 이 공간을 위워크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위워크 지점도 상하이국제센터에 들어설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 위워크 라파예트(La Fayette)지점은 파리 9구 지역에 있는 파리의 첫 번째 지점이다. 아름답게 조각된 유리 천장은 입주 멤버들의 영감과 아이디어를 하늘 끝까지 솟구치게 하려는 취지로 디자인됐다. 정원처럼 꾸민 옥외 테라스 공간에는 프랑스 특유의 여유로움을 반영했다.

위워크는 한국에 진출한 지 2년 만에 지점 10곳이 될 정도로 성장세가 무섭다. 서울 주요 거점 지역에 거의 매달 지점을 여는 중이다. 특히 위워크 을지로점의 수용 인원은 약 3000명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위워크 역삼역점. / 사진:위워크 제공
전 세계 위워크를 관통하는 ‘커뮤니티’ 지향 철학은 창업자들의 가치가 깊숙이 반영된 것이다. 아담 노이만 위워크 최고경영자는 이스라엘 키부츠(생활공동체 농장)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공동창업자 맥캘비도 싱글맘이었던 엄마가 친구들과 만들었던 공동육아 커뮤니티에서 생활했는데, 이런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

위워크 오피스 설계의 차별점에 대해 위워크 관계자는 “단순 공유 오피스를 넘어 ‘전 세계 크리에이터를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위워크는 공간을 입주 멤버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각 지점의 특색을 살리고 소통을 활성화하는 독특한 공용공간이 된 것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위워크 파리의 라파예트 지점. / 사진:위워크 제공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INNOVATIVE OFFICES(9/9)] 아이비엠(IBM) 

모바일과 협업 중심의 스마트 오피스 

박지현 기자
IBM 본사를 비롯한 해외 지사들은 스마트 오피스처럼 단정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느낌에 가깝다. 캐주얼하거나 발랄한 느낌보다는 품위를 잃지 않는 고급스러움에 가깝다.

▎IBM은 자율성과 협업 구조를 적절히 실현한다. 협업을 위한 오피스. IBM 오사카. / 사진:IBM제공
지난해 미국의 컴퓨터·정보기기 제조업체 IBM이 24년 만에 원격·재택근무를 전격 폐지했다. 원격근무의 원조격이던 이들은 1993년 사무실 외 공간 근무제를 처음 도입, 직원 40% 정도를 재택근무로 전환했었다. 최첨단 시스템으로, 스마트워크(사무실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유연한 근무제) 선두주자의 큰 결심이었다.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들이 추구하는 협업의 중요성이 IBM에도 전격 반영됐다. 하지만 IBM이 갑작스레 협업 공간을 조성한 건 아니다. IBM의 사무실은 자율성과 협업의 구조를 적절하게 실현하고 있다. 메이 커크 IBM 업무환경 솔루션 설계자(senior architect, IBM Workplace Solutions)는 “IBM 오피스 설계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협업을 독려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동선 전략에 대해 커크는 “직원의 공동체 의식을 조성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며 “공간 배치는 비즈니스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멤버들을 모으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앉아서 작업하는 공간과 스탠딩 책상이 결합된 오피스 내부. IBM 오사카. / 사진:IBM제공
IBM 본사를 비롯한 해외 지사들은 스마트 오피스처럼 단정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느낌에 가깝다. 캐주얼하거나 발랄한 느낌보다는 품위를 잃지 않는 고급스러움에 가깝다. 커크는 공간 콘셉트에 대해 “첨단 기술분야 IBM 브랜드만의 독특한 경험을 전달하는 게 목표”라며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직관적이고 친숙한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모든 IBM 사무공간은 세 가지 특징으로 설계됐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① 직원들이 업무를 할 때 스스로 탐색, 설계, 제작, 수리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와 자원을 제공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② 팀 및 사업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해 비즈니스 협업을 강화한다. ③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동료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업계 선두의 시스템을 갖춘다.

2015년 오피스 5.0을 도입해 새롭게 둥지를 튼 한국IBM 여의도 신사옥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서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부분 직원 좌석은 예약 시스템(Flexi Move)을 통한 모바일제로 운영한다. 물리적 공간보다는 업무 중심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할 때 직원들이 함께 모여 일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사무실 전역에서 유선이 사라지고 무선(Wireless) 업무환경으로 전환됐고, 모바일 기기를 사내 전화처럼 사용하는 원폰(One Phone) 서비스로 디지털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활용을 촉진했다.


▎IBM 오사카 카페. / 사진:IBM제공
직원 복지 편의시설도 확대했다. 직원의 건강 증진을 위한 스탠딩 책상과 함께 마사지 시설은 두 배로 늘렸다. 헬스장은 물론, 의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사내 직원 라운지, 건강관리실, 마사지센터, 샤워실, 수면실, 수유실 등의 공간도 마련했다. 실제 한국IBM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40%나 올랐다.

최근 IBM은 전 세계 임직원 2만2000명을 대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를 설문조사 했다.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더 나은 기회를 고려할 것이라 대답한 비율이 절반에 달했다. IBM 보고서는 “인재들을 성공적으로 붙잡는 기업과 기관은 돈도 절약하고 소중한 지적 자본도 보호한다”고 강조한다. 조직에 몰입하고 있으면 계속 일을 할 확률이 5배나 높다. 업무 환경과 경험에 만족을 느끼고 있는 직원들이 새 일자리를 찾는 구직 활동을 할 확률은 3배가 낮다고 한다. 신성장 동력인 클라우드 서비스도 기여했겠지만 공교롭게도, 올해 IBM 매출은 23개 분기 만에 신장세로 돌아섰다.


▎편안한 자세로 작업할 수 있는 좌석. IBM 노스캐슬. / 사진:IBM제공



▎고객들을 위한 클라이언트센터 히스토리 월룸. 한국IBM. / 사진:IBM제공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INNOVATIVE OFFICES(8/9)] 이케아(IKEA) 

고정 좌석 없는 오픈 플랫폼 스타일 

박지현 기자
이케아(IKEA)는 세계적인 ‘가구 공룡’으로 북유럽 디자인 열풍의 주인공이다. 세련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대체 불가한 브랜드가 됐다. 복지의 나라 스웨덴을 대표하는 기업이라 그런지, 업무 공간에서도 배려와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케아 본사 전경. / 사진:이케아 제공, photo by Adam mork
올해 1월, 스웨덴의 가구제조 기업 이케아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별세로 이케아의 기업문화는 다시금 주목받았다. 근면과 검소함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의 가치는 제품 디자인과 비슷하다. 과하지 않고 정돈돼 있다.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기업 비전은 업무 환경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스웨덴 남부 말뫼시에 자리한 이케아 후브훌트(Hubhult) 오피스는 ‘허브’의 스웨덴식 발음과 이케아의 고향 엘름훌트를 합친 이름이다. 후브훌트의 오피스 디자인을 담당한 마리아 스텐(Maria Steen) 이케아 크리에이티브 리더는 “우리는 활동하기 쉬운 공간으로 직원들 간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며 ”특히 코워커들이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창의력을 키워나가는 데 영감을 주는 게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직원이라는 말 대신 코워커(동료)라고 부른다.

1층에는 미팅이나 공동 작업을 위한 공간, 카페테리아가 있다. 2·3층은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으로 구성했다. 직원 수백 명이 모여 신제품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내부 발표, 세미나 등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모든 층은 긴 계단식으로 공용 라운지로 이어져 있다. 바로 이 계단도 협업의 통로 역할을 한다. 동료들 간 자유롭게 업무에 관해 논의하거나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기 위함이다.

이케아는 고정된 좌석이 없는 오픈 플랫폼 형태다. 부서나 직급에 따른 좌석 없이 평등한 기업문화를 조성했다. 당연히 CEO 및 관리자급 직원들을 위한 개인 집무실도 없다. 공간도 효율적으로 변모했다. 기존 방식보다 공간을 4배 이상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업무 용도에 따른 적절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10분 단위로 나누어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텐미닛 박스, 팀별로 일할 수 있는 워크숍 박스, 방해를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하이포커스 룸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케아는 지속가능 솔루션을 구축했다. ‘사람과 지구에 친화적인 전략(People & Planet Positive Strategy)’은 친환경적인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 손실을 줄였고, 넓은 천장으로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또 전 층을 관통하는 계단을 설치해 엘리베이터 사용을 줄이고, 층마다 전원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벽, 창문, 천장 등에 사용된 목재는 100% FSC 인증을 받은 소재다. 계단식 공용 라운지를 구성한 목재는 모두 헴네스(HEMNES) 제품군의 다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를 재활용한 것이다. 덕분에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물로 영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인 브리엄(BREEAM) 인증을 획득했다.


▎1층은 미팅이나 공동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고정된 좌석이 없는 오픈 플랫폼 형태다. / 사진:이케아 제공, photo by Adam mork



▎사진:이케아 제공, photo by Adam mork



▎모든 층은 긴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친환경 목적과 직원들 간 소통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 사진:이케아 제공, photo by Adam mork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INNOVATIVE OFFICES(5/9)]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넓은 복도를 중심으로 ‘이웃’ 개념 적용 

박지현 기자
MS office 프로그램은 전 세계 140개국에서 107개 언어로 12억 명(전 세계 인구의 1/6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간 확장에서도 꾸준한 진화의 정석을 보여준다.

▎과거 1인 1실에서 벗어나 넓은 복도 형식으로 바꾼 레드먼드 캠퍼스 내부. photo by Brian Smale
와이파이? 잘 터진다. 노트북 전원 플러그 연결할 곳? 많다. 새소리? 가득하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사의 본사인 시애틀 레드먼드 캠퍼스의 나무 위 사무실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영화 [호빗]에 등장했던 난쟁이 마을 모양을 본떴다.

트리하우스 레드먼드 캠퍼스는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게 특징이다. 지붕 꼭대기에는 둥근 채광창을 달았고 문 앞에는 넓은 마루도 있다. 이곳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다. 마치 휴양림처럼 지어진 친환경 업무공간으로 주변의 나무가 계속 자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어디에서나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고, 전기 플러그가 달린 벤치도 있다.

미국 TV쇼 ‘트리 하우스 마스터스’의 피트 넬슨이 설계하고 건축한 총 3개의 나무집은 주변 자연과 어우러지게 했다. 5~7년 안에 자전거 및 보행자 전용도로, 산책로 등도 구축할 예정이다. 공간 확장에서도 MS는 꾸준한 진화의 정석을 보여준다.

MS는 리뉴얼 프로젝트로 사옥 내 9만평의 땅에 18개 빌딩을 짓는다. 트리하우스도 MS의 실외 작업 공간 확장의 일환이다. 사무 공간을 건물 내부로 제한하지 않는다. 외부 환경을 활용해 현대적인 분위기부터 자연환경 등 취향에 맞는 근무환경을 조성했다. 실내 카페테리아를 잔디가 있는 옥외로 옮기거나 로고가 햇볕에 반사되는 천막에 흔들의자를 가져다 놓는 등 야외 공간 확대에 주력했다. 레드먼드 캠퍼스는 과거 엔지니어 중심의 1인 1실의 사무실에서 넓은 복도 중심의 ‘이웃’ 개념을 도입했다. 열린 공간에서 소통과 협업이 가능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구애받지 않는 근무 환경을 위해 노트북, 스마트폰 등 모든 디바이스 클라우드로 연결하게 돼 있다.


▎나무 위 사무실 트리하우스 레드먼드 캠퍼스. /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오피스스냅샷
직원들 사기와 기업의 방향성, 기업 만족도도 상승세다. 2017년 새로 입사한 직원 중 17%는 퇴사했다가 돌아온 직원들이다.

MS는 공간에 ‘일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다. 제품·서비스 연구개발 외에 실제 최적의 업무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별도 연구기관(Workplace Advantage Research)도 있다. IT 기술뿐 아니라 심리학, 공간역학, 사회학 등 사람 중심의 다양한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모든 캠퍼스에 이 연구 결과를 적용했다. 트리하우스도 자연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중력을 높인다는 연구에 따른 결정이었다.

한국MS도 변화를 꾀했다. 2013년 사옥 이전과 함께 도입한 ‘프리스타일 워크플레이스’도 MS 연구기관의 결과가 적용된 전 세계 오피스 중 100번째 사례다. 역시 협업 공간을 극대화했다. 직원들이 자주 마주쳐 대화하고 간단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동선이 최대한 겹치도록 설계했다.


▎미국 테네시 내슈빌 MS. photo by McGinn
개인 좌석이 없고, 1인실에서부터 대형 테이블까지 다양한 근무 환경을 적용했다. 임원실도 모두 없앴다. CEO 역시 원하는 자리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일반적인 ‘스마트워크’에서 진일보한 업무 방식이다. ‘광합성 존’이라고 불리는 햇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공간은 자칫 사용하기 애매했던 구석 공간을 효율적인 업무 공간으로 제작한 곳이다. 이에 따른 한국 MS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89%에 달한다. 불필요한 회의/자료 준비나 이동시간도 줄었다. 평균 6.5시간 걸리던 업무가 2시간으로 대폭 감소했다.

MS 관계자는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있는 만큼, 나이나 직급에 따라 자리를 배치하지 않았다”며 “필요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고, 흩어져서 자율적으로 원하는 장소에서 일을 하고 다시 모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금융자문회사 에버코어 ISI는 약 2년 후 MS의 시가 총액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MS office 프로그램은 전 세계 140개국에서 107개 언어로 12억 명(전 세계 인구의 1/6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1986년 사무동 건물 4개에서 현재 125개로 30배나 커졌다.


▎미국 워싱턴 벨뷰 MS 팩웨스트. photo by Andrew Pogue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INNOVATIVE OFFICES(6/9)] 애플(Apple) 

5조원 투자해 ‘잡스의 철학’을 구현하다 

박지현 기자
원형경기장 같기도 하고 우주선 같기도 하다. 둥그런 고리 모양의 건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건설비용만 5조원이 넘는다. 애플 직원들을 위한 새로운 본사는 스티브 잡스의 직원들에 대한 철학이 담긴 유작이기도 하다.

▎애플의 신사옥 애플파크의 스티브잡스 극장은 지하계단까지도 채광이 들어온다.
● 직원들이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 직원들이 늘 연결되고 유동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 직원들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 직원들이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함께 있도록 한다.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줄곧 추구했던 가치는 아주 거대한 유작이 됐다.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새 본사 ‘애플파크’는 대형 우주선 형상을 띤 원통 모양으로 설계됐다. 지난해 4월부터 직원들의 입주가 시작된 애플파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쿠퍼티노에 있는 새 본사다.

스티브 잡스가 2011년부터 ‘세계 최고의 사무실’을 만든다면서 추진한 프로젝트다. 500만㎡(축구장 넓이의 약 700배) 면적을 잔디와 수천 그루의 나무로 꾸몄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우주선처럼 둥그런 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우주선’이라고 부르지만 애플 내부에서는 ‘링’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애플 직원을 위한 피트니스 센터, 과수원, 풀밭, 연못 등을 갖췄다.


▎우주선 모형을 연상케 한다는 애플파크는 직원들이 만날 수 있게 원형으로 만들었다. / 사진:애플 제공, 가젯
공사 기간 50개월, 공사비용 50억 달러(5조3400억원)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3.3㎡당 건축비 6600만원이 들었다. 1만1000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지하주차장, 300여 개 사내 전기 충전소도 있다.

엄청난 수치만큼이나 놀라운 점은 애플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된다는 것. 지붕에 설치된 태양 전지판은 최대 17메가와트(MW)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스티브 잡스 극장은 투명한 유리 소재를 사용해 높이 6m 지름 50m의 원형으로 지었다. 연결되는 지하계단까지 자연채광이 들어온다. 조명 없이도 반사되는 태양 빛으로 실내는 환하다. 바닥과 벽을 반사율 높은 흰 소재로 만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첨단 기술과 자본 투자가 건축 설계의 전부일 수 없다.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인 조너선 아이브는 “우리는 인상적인 통계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인상적인 통계로 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애플파크의 규모와 기술이 놀랍지만, 본질적인 성과는 ‘애플파크가 직원들을 연결하고 협업하고 걷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물’이라는 것이다. 이 건물이 둥그런 이유는 직원들이 원형 복도를 따라 걸어 다니다 모든 부서 직원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애플파크 전경을 볼 수 있는 방문자 센터 내부.
잡스의 철학이나 사고방식(way of thinking)은 늘 화두였다. 그는 애플 제품을 만들 때 사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구상하고 설계했다고 한다. 이 건축물에는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적 사고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문고리 하나를 만들 때도 손잡이가 소방법에 부합하는지 지역 소방청과 대화하고,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나노미터 단위까지 정확도를 확인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제품을 만들 때와 조금 달랐던 잡스의 철학은 바로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아이폰이나 맥북이 사용자를 고려한 것이라면, 애플파크의 주인은 직원인 셈이다.


▎애플파크 방문자 센터.
조너선 아이브는 “주변의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더 이상하긴 하다. 왜냐하면 이 건물은 누굴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직원이 아닌 사람들은 애플파크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 일반인은 물론 주주들마저 출입이 안된다. 최고경영자인 팀 쿡은 “메인 시설을 견학자들에게 개방하게 되면 기밀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우리에게 기업비밀을 지키는 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초창기 한 직원이 SNS에 올렸던 내부 사진은 기사가 게재되자마자 모두 삭제됐다고 한다.

직원들만을 생각했던 이곳은 잡스의 유작을 넘어 걸작이 됐다. 심지어 그 공간철학은 선택된 복 많은 애플 직원들만 누릴 수 있다니. 특별한 공간이 더 궁금해지고 신비감은 커진다.


▎화이트보드 벽면으로 만든 애플 구사옥 내부.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INNOVATIVE OFFICES(2/9)] 에어비앤비(Airbnb) 

전 세계 인기 숙소를 사무실로 구현 

박지현 기자
바닥에는 나무 마루나 카페트가 깔려 있다. 벽난로도 있고, 소파와 탁자가 곳곳에 놓여 있다. 활발한 교류와 편안함,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은 일하는 곳이 아니라 마치 쇼룸 같다.

▎박스형으로 묶은 회의실들은 숙박 리스트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다. photo by mariko reed
“어디든 내가 속한 곳(Belong Anywhere).”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철학이다. 에어비앤비의 오피스 공간은 바로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한껏 살렸다.

집은 에어비앤비의 뿌리다. 집을 빌려주는 주인인 호스트와 게스트(손님)를 정보기술(IT)로 이어주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창업자 조 게비아가 2008년 샌프란시스코 자신의 아파트에서 브라이언 체스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와 함께 지내며 설립한 취지가 사옥 깊숙이 스며 있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세계 8만1000개 도시에 450만 개의 등록 숙소를 보유한 세계 최대 숙박공유 업체다. 두 번째 사옥인 베이브리지 999번지 건물은 아예 각층을 부에노스아이레스·교토·암스테르담 등 도시별 테마로 나눴다. 에어비앤비 사옥은 모두 중앙이 뻥 뚫려 있다.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통째로 비운 아트리움 형태로 커다란 복도식 아파트를 마주한 듯한 효과를 준다.


▎숙소의 소품까지 그대로 비치한 에어비앤비의 회의실 내부.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박스형 회의실들은 에어비앤비가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다. 에어비앤비에 실제로 등록된 인기 숙소를 본떠 회의실로 꾸몄다. 가구와 소품 모두 맞춤 제작해 완벽하게 복제했다. 창업자들이 살던 아파트도 벽난로 위 조각상까지 똑같이 재현했다. 직원들은 실제로 구현된 집 같은 회의실에서 끊임없이 여행 욕구를 느껴 상품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함께 높아진다.

에어비앤비 사옥은 일반 책상을 모아둔 사무 공간보다 회의실, 대형 커뮤니티 테이블, 카페 등 공용 공간이 훨씬 넓다.

직원들이 건물 안에서 되도록 많이 이동하고 마주치도록 동선을 짰다. 일정 간격마다 소파와 테이블, 간이 부엌 등을 배치한 것도 교류를 높이기 위해서다. 에어비앤비에는 지정석이 없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편한 곳에서 일하면 된다. 한곳에서 오래 일할 때 느낄 수 있는 지루함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극에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고 개인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독서실처럼 조용한 곳도 있고, 작은 소음이 있는 카페나 야외 테이블 등 다양하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무엇보다 세계 현지에 있는 에어비앤비 사옥들의 특징은 현지에 맞게 특징을 살렸다. 2017년 행정자치부의 공간혁신 우수사례로 꼽힌 에어비앤비 싱가포르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전형적인 싱가포르의 느낌을 놓치지 않았다. 평면으로 넓은 공간이 아니라 층으로 구분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를 창출해 공간과 커뮤니케이션의 정석을 보여주는 시도로 꼽힌다. ‘마천루(Skyscraper)’로 불리는 중앙계단은 허브 공간이다. 중앙계단을 감싼 벌집 같은 콘크리트는 싱가포르에서 볼 수 있는 아파트 모습을 표현했다. 싱가포르 시민의 70%가 공공아파트 HDB에 살고 있다. 직원들 간의 우연한 만남이 목적이라, 모든 통로는 이 계단으로 통한다. 오피스 공간을 하나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완전히 노출되지 않고 구멍이 뚫린 콘크리트로 감싸 신비감과 호기심을 준다. 계단에 가까이 가도록 유도하거나 즐겁게 오르내리게 하는 심리적 장치다.


▎천막처럼 만든 공간.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헤리티지룸’은 첫 오피스를 열었을 때를 기념해 당시 오피스 모습처럼 당시 사진을 걸어두었다. 과거 열정을 되살리고, 오래 일한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에어비앤비 싱가포르는 직원들이 직접 공간 창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직원 디자인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회의실 중 하나인 벨로 6가 대표적이다. 사무실 뒤쪽 구석에 있던 벽장 자리를 개조해서 자유롭게 디자인을 설계해보도록 했다. 직원들은 새로운 달 탐사를 하는 우주 정거장의 모습을 구현해냈다. 디자인을 설계한 Farm은 “전반적으로 이 프로그램 자체가 회사의 창조적인 공간을 구현할 뿐 아니라, 사무실 공간에 대한 애정, 동료들 간의 협업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 기업가치는 지난해 기준 310억 달러(약 33조원)다. 실리콘밸리 기준으로 우버 다음으로 큰 비상장 기업이다. 창업 10년 미만으로 1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해 ‘데카콘(decacorn)’으로도 불린다.


▎오리건주 에어비앤비 CX허브도 목재를 활용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photo by Jeremy Bitterman



▎지정좌석이 없는 에어비앤비에선 편한 곳에서 일하면 된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에어비앤비 건물은 중앙이 뻥 뚫려 복도식 아파트처럼 꾸몄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여행지에 온 것처럼 캠핑카를 사무실 내부에 들여놨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에어비앤비 싱가포르의 벌집 모양 중앙계단은 현지에서 볼 수 있는 공공아파트 모습을 살렸다. /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INNOVATIVE OFFICES(7/9)] 페이스북(Facebook) 

세계에서 가장 큰 원룸형 오피스 

박지현 기자
미국 구인·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가 꼽은 2018년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는 바로 페이스북이었다. 대체 어떤 환경이길래 일하고 싶게 만드는 걸까? 3년 전 세운 신사옥을 뜯어보면 또 한 번 무릎을 치게 만든다.



▎페이스북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벽화처럼 펼쳐진 15개 예술 작품은 마치 미술관을 연상하게 한다. / 사진:페이스북 제공,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세워진 페이스북 본사 신사옥 MPK20는 세계에서 가장 큰 원룸형 업무 공간이다. 높이 8m의 단층 건물에 부서 파티션 하나 없다. 이 한 층에서 엔지니어를 포함한 2800여 명이 일한다. 세계를 하나로 묶겠다는 구상으로 디자인된 이곳은 축구장 7개 면적인 약 3만9600㎡(1만2000평)에 달한다.

기존 페이스북 본사 건물을 확대한 개념으로, 이전 건물과 새 건물은 지하 터널로 연결됐고 도보, 자전거 및 트램을 통해 오갈 수 있다. 페이스북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특별함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은 스스로 코딩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것을 쌓아 올리는 ‘건축가’라고 자부하는 기업이다. MPK20에도 이런 요소들이 투영되어 있다. LA 월트디즈니 콘서트홀과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을 디자인한 캐나다계 미국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다.

처음 디자인 콘셉트 아이디어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제시했다고 한다. 페이스북 측은 “저커버그는 여러 부서가 자유롭게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삼았다”며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모두가 더욱 가까워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회사의 목표를 형상화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비용 효율이 높은 공간을 원했다. 늘 빠르게 변화하는 페이스북 비즈니스의 특성에 발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에 중점을 두었다.

동선이나 디자인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자유로움이다. 통로에서 직원들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닌다. 사람들을 연결하는 페이스북 비전과 맞닿아 있다. 네이버후드(neightborhood, 이웃)라 불리는 책상들은 곡선형 통로로 연결돼 있다. 다른 직원들과 마주치지 않고는 사무실을 지나갈 수 없는 구조다. 책상을 돌리거나 비틀어 업무상 협력해야 하는 동료들과 시각적·물리적 근접성도 최적화하기 쉽다.

서로 투명하고 열린 문화를 지향하는 기업 목표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모든 구조가 수평적이다. 저커버그 자리는 일반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사무실 한가운데 놓여 있다. 단층이라 임원용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는 건 물론이다. 자리에서 일어서면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훤히 다 보인다. 곳곳에 화이트보드와 회의 공간이 있어 자주 토론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천장 높이는 8m 정도로 시원하게 트여 있다. 천장이 높을수록 추상력과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페이스북이 사회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 직원들 근무환경은 창의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옥 안은 온 세계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기분”이라고 자부했다.

미술관 뺨치는 벽화들도 매력적이다. 페이스북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artist residency program)’으로 만들어진 15개 작품은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잘 표현한다.

페이스북 측은 “페이스북 내 모든 공간은 자유롭고 열린 사내 문화를 형성하고 궁극적으로 업무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공간에서 일해서일까? 페이스북은 올해 사용자 16억 명, 기업가치 112조원의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집무실은 따로 없다. 마크 저커버그 CEO의 책상은 넓게 펼쳐진 직원들 좌석 가운데에 놓여 있다. / 사진:페이스북 제공,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다양한 문화가 연결된 페이스북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세계의 국기를 걸었두었다. 페이스북 구사옥. / 사진:페이스북 제공,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INNOVATIVE OFFICES(3/9)] 아마존(Amazon) 

진짜 아마존 같은 도심 속 열대우림 

박지현 기자
꼭 사무실 밖으로 나가야만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걸까? 이번엔 거대한 숲이 실내로 들어왔다. 아마존 시애틀 본사 옆에 지어진 ‘더 스피어스’는 예산부터 형식까지 혁신을 넘어 파격이 됐다.

▎아마존 본사 옆에 지어진 ‘더 스피어스’는 세 개의 유리 돔으로 연결돼 있다. photo by Jordan stead
360도 유리 돔 안에 4만 점에 이른 다양한 식물이 천장과 벽면을 빼곡이 채웠다. 식물들은 계단을 따라 자라고 거의 돔 꼭대기까지 닿으려 한다. 나무로 된 데크와 시냇물, 작은 폭포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식물원이 아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업체 아마존의 실제 사옥이다. 도심 속 자연을 표방한 업무공간을 위해 7년간 들인 예산은 40억(약 4조2820억원) 달러다.

1월 말,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 본사 옆에 혁신적 업무 공간인 ‘더 스피어스(The Spheres, 이하 스피어스)’를 공개했다. 아파트 12층 정도 되는 약 30m 높이에 지름 40m의 거대한 유리 돔 3개가 연결된 형태다.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 같은 길이의 직선 부재를 써서 구면을 분할한 돔 모형)의 원리처럼 똑같은 기하학적 오각형 모듈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건물이다. 외관엔 620t의 스틸과 1200만 파운드의 콘크리트, 2643개의 판유리가 사용됐다. 내부 공간은 4개 층, 3700㎡(약 1120평) 규모로 최대 8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식물원을 연상케 하는 이곳엔 키 15m가 넘는 무화과나무를 비롯해 50개국에서 가져 온 400여 종의 식물 4만 점을 심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수직벽면으로 정렬된 식물로 꾸며진 ‘살아 있는 벽’이다. 2만5000개 이상의 식물이 370㎡의 그물 모양으로 엮어 졌다. 온실에 있는 90㎝의 패널마다 식물들을 심어 조립한 뒤 벽면에 부착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특정 식물 종들이 특정한 높이에서 번성하는 현상에 맞춰 낮은 조도, 낮은 온도 등을 선호하는 식물들을, 수직면에서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난초들을 심었다.


▎스피어스엔 새 둥지 모양의 회의실과 인공 폭포 등이 있다. / 사진:아마존 제공, 유튜브 캡쳐.
스피어스 공간은 일반적인 사무실보다 식물로 가득 찬 일터가 직원들을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만든다는 학술 연구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사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창의적인 공간으로서의 상징뿐 아니라 친환경적 기능도 한다. 돔의 식물들은 도시의 열섬 현상을 줄이고 실내 공기를 환기하며 건물에도 냉각과 단열을 제공하는 이점을 제공한다.

론 개글리아도(Ron Gagliardo) 아마존 원예 책임자는 “직원들을 자연과 연결하고 싶은 목적으로 스피어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영양분과 물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정교한 관개 시스템도 설치했다. 관개 시설은 벽의 맨 위로 펌프질해 바닥으로 천천히 침투하여 식물이 아래로 이동할 때 발효시키고 물을 준다. 결과적으로 관개는 간단하고 지속 가능하다.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낮 시간에 돔 내부는 섭씨 20~23도, 습도 60~65% 수준을 유지한다. 열대우림이라 일반 사무실 환경보다 습도를 좀 더 높게 맞췄다. 직원들이 사용하지 않는 오후 7시~다음 날 오전 7시에는 주행성인 식물들에 맞춰 습도가 80~85% 정도로 올라간다.


▎이 곳엔 4만 점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 사진:아마존 제공, 유튜브 캡쳐.
좌석 배치도 독특하다. 어떤 의자는 작은 뜰 속에 감춰져 있고, 또 다른 의자는 화장실이 딸린 보안센터에 둘러싸여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유리 벽면의 단점은 지나친 채광에 있는데, 스피어스에는 그림자가 풍부하다. 이색적인 건물 구조와 식물 군집으로 낮에도 눈부심 현상 없이 업무를 보거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시애틀 타임스(the Seattle Times)에 따르면 지난 1월에만 2만여 명이 스피어스 방문 예약을 신청했다. 존 쇼틀러(John Schoetter) 아마존 부사장은 “직원들이 협력할 수 있는 독특한 만남의 장소가 필요했다”며 “스피어스는 업무에서 창의적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건축학적으로도 상징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스피어스 내부. / 사진:아마존 제공, 유튜브 캡쳐.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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