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오피스(6)] 구스토(GUSTO)
맨발로 들어가는 ‘거실’ 같은 사무실
박지현 기자
‘600년이 넘은 건물에 입주한 10년이 안 된 기업’. 이 오피스를 정의하자면 이렇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승승장구로 역사를 쓰는 HR 소프트웨어 기업 구스토(GUSTO)다. 과거 선박수리 회사 건물은 거대하고 멋진 창고형 ‘거실’ 오피스로 탈바꿈했다. 모든 직원이 참여한 설계 과정도 남다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주세요.”
입구에서 거대한 규모의 신발장이 반기는 건 흔한 사무실 풍경은 아니다. 직원들은 모두 스포츠 양말이나 슬리퍼를 신고 있거나 맨발이다. 샌프란시스코 팰로앨토(Palo Alto)에 있는 인적 자원 플랫폼 기업 구스토는 전 직원이 ‘신발을 안 신는’ 특이한 문화를 갖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급여, 혜택 및 HR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스토는 ‘스타트업 편견의 종말’로 불릴 만큼 혁신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올해 1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츠(CB Insights)에서 선정한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스탠퍼드 동문 세 명이 20여 명과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은 8년 만에 직원 800여 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현재 6만개 이상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국의 급여 플랫폼 시장의 1%를 차지한다.
지난해 팰로앨토에 구스토 신사옥이 완공되자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5만5000㎡에 달하는 규모는 급성장한 기업의 위용을 드러냈다. 존 리브스(John Reeves) 구스토 최고경영자(CEO)는 편안한 업무 환경, 일하는 방식의 투명성, ‘말도 안 되게 훌륭한 혜택’을 제공하는 게 기업 철학 중 하나라고 강조해왔다.
선박수리 회사 개조해 거친 현장감 그대로 살려
우선 구스토가 신사옥으로 선택한 건물부터 이미 파격적이다. 19세기에 세워진 선박수리 회사 유니온 아이언 웍스(Union Iron Works)의 폐건물을 사용했다. 군용 구축함과 잠수함 기계 수리 공장으로 쓰이던 역사적인 구조물들은 큰 훼손 없이 구스토 본부로 탈바꿈했다. 1906년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도 살아남은 튼튼한 건물이다. 마침 건물이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남동부 해안가에 있는 낡은 조선소 지역(Pier 70)에선 이미 대대적인 재건축이 진행 중이었는데, 리브스 CEO는 가장 큰 건물 중 한 곳으로 이전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포브스코리아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구스토 커뮤니케이션 팀 릭은 “새 사옥은 역사, 공동체,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고 자부한다.
구스토 신사옥의 건축과 설계를 맡은 건축회사 젠슬러(Gensler)는 해상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 내부를 선박 컨테이너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천장에는 선박 부품을 고정할 때 실제 사용됐던 크레인이 툭 튀어나온 채 걸려 있다. 거대한 강철 기둥과 조명을 유지하고, 파이프 등 마감재들을 과감히 노출했다. 철재 부품들을 강조해 거친 산업 현장의 느낌을 되살렸다. 큰 아치 형태의 유리 패널은 건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바닥 끝까지 닿아 있다. 노출된 벽돌은 복고풍의 역사를 입힌 듯하고, 미국의 오래된 거리도 연상시킨다.
구스토 오피스 내부엔 ‘부조화’가 극대화돼 있다. 마치 공사가 덜 끝난 듯한 금속 지붕부터 아늑함이 강조된 중앙의 공용 사무공간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 사이를 검은색 계단이 가로지른다. 지붕 가운데로는 채광이 집중될 수 있는 유리로 트인 효과를 강조했다. 직원 300여명이 모여드는 중앙은 완전히 오픈형으로 거대한 규모가 부각된다.
구스토 직원들은 이곳을 ‘거실’이라 부른다. 구스토의 기업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업무와 비공식적인 미팅에 사용하도록 소파와 책상을 자유롭게 배열한 라운지 같다. 심지어 바닥엔 열 난방 시스템을 깔아 온돌 형식을 취했다. 심플한 가구들은 화려하지 않은 색으로 배치했고, 곡선형 의자와 소파, 따뜻한 느낌의 우드 책장 등 전체적인 가구 톤도 부드럽게 맞췄다. 곳곳에 깔린 카펫(러그), 두꺼운 쿠션, 커피 테이블, 화초 등 ‘거실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 투성이다. 화장실마저 집의 것처럼 꾸몄다. 리브스 CEO는 “신발을 벗으면서 사무실은 항상 집처럼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다”며 “모든 사람에게 집은 가장 편안하고 진정한 자신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일반 회사와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리브스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 세 명은 실리콘밸리 기업들 중에서도 유독 차별화를 강조한다. 맨발 사무실 정책도 이들이 팰로앨토의 한 주택에서 창업할 당시 신발을 벗고 일했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규모 확장에도 불구하고 기업 성장에 자극이 됐던 진정성마저 희석시키고 싶지 않다”는 게 공통된 견해였다. 회사는 외형부터 내부 시스템까지 ‘매우 다름’을 추구한다.
전 직원이 설계 과정에 참여한 오피스
구스토 오피스가 각광받은 또 다른 이유는 ‘전 직원 참여형’ 설계 과정 때문이다. 마치 내 집을 짓는 것처럼 말이다. 릭 구스토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구스토 신사옥의 가치 중 하나는 ‘우리는 모두 건축가들이다’며 “오피스 디자인부터 마무리까지 직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디자인 논의, 난방바닥과 같은 크라우드소싱이 필요한 편의시설 설계, 벽을 칠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젠슬러 팀은 구스토 직원들과 워크숍을 진행해 가구 메뉴부터 공간의 모양과 느낌을 상의했다. 근로 스타일도 최대한 민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각 팀 구성원이 선호하는 배치를 존중했다. 개방적이거나 폐쇄적인, 공개적이거나 사적인 공간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젠슬러팀은 가상현실(VR) 기술을 사용했다. 직원들이 일할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작업 스타일과 필요를 충족시키는지를 가상 체험으로 구현했다. 이렇게 고도로 맞춤화된 과정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건물과의 연결성마저 부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구스토 고객인 지역 소기업들은 인테리어에 크고 작게 기여했다. 세 공동 창업자와 구스토 직원 수십 명은 40㎡에 달하는 벽화를 그리는 데 입주 첫 주를 보냈다. 그림 주인공들은 회계사, 제빵사, 가게 주인, 수의사 등 구스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다. 이곳은 회사 전체 회의실인 ‘손으로 직접 만든 공간(all-hands space)’이 됐다. 다른 회의실 이름도 직원들이 지었다. 역시 고객 기업 이름에서 따와 젤라테리아(The Gelateria), 베이트앤 드태클숍(Bait and Tackle Shop) 등 독특한 음식점 간판을 붙였다. 구스토 기업을 성장시킨 기업들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일하는 공간이 반드시 집 같아야만 하는 것처럼, 기업 문화도 서열을 허물었다. 공용공간을 제외한 직원들의 개인 좌석은 정해져 있지만, CEO 자리는 반대다. 세 명 창업자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자리를 옮겨야 한다. 다른 부서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리브스는 덴버에 있는 구스토 직원들과 한 달에 한번 영상통화 시간을 갖는다.
많은 직원이 구스토 직원 복지 혜택을 “터무니없게도 관대하다(ridiculously generous)”고 표현한다. 구스토 직원들은 웰니스 룸에서 명상 세션을 정기적으로 갖고, 주중 점심, 저녁, 간식까지 공짜로 제공받는다. 집밥처럼 매우 건강한 식단이다.
무엇보다 근무 1주년이 되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항공 티켓을 받는다. ‘골든 티켓’ 특전이라 부른다. 구스토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고, 글로벌 기업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HR 서비스 회사가 자신들의 인적 자원을 혁신 과정에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방법은 한편으론 굉장히 똑똑한 전략으로 보인다. 편안함이 핵심이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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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거대한 규모의 신발장이 반기는 건 흔한 사무실 풍경은 아니다. 직원들은 모두 스포츠 양말이나 슬리퍼를 신고 있거나 맨발이다. 샌프란시스코 팰로앨토(Palo Alto)에 있는 인적 자원 플랫폼 기업 구스토는 전 직원이 ‘신발을 안 신는’ 특이한 문화를 갖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급여, 혜택 및 HR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스토는 ‘스타트업 편견의 종말’로 불릴 만큼 혁신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올해 1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츠(CB Insights)에서 선정한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스탠퍼드 동문 세 명이 20여 명과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은 8년 만에 직원 800여 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현재 6만개 이상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국의 급여 플랫폼 시장의 1%를 차지한다.
지난해 팰로앨토에 구스토 신사옥이 완공되자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5만5000㎡에 달하는 규모는 급성장한 기업의 위용을 드러냈다. 존 리브스(John Reeves) 구스토 최고경영자(CEO)는 편안한 업무 환경, 일하는 방식의 투명성, ‘말도 안 되게 훌륭한 혜택’을 제공하는 게 기업 철학 중 하나라고 강조해왔다.
선박수리 회사 개조해 거친 현장감 그대로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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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토 신사옥의 건축과 설계를 맡은 건축회사 젠슬러(Gensler)는 해상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 내부를 선박 컨테이너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천장에는 선박 부품을 고정할 때 실제 사용됐던 크레인이 툭 튀어나온 채 걸려 있다. 거대한 강철 기둥과 조명을 유지하고, 파이프 등 마감재들을 과감히 노출했다. 철재 부품들을 강조해 거친 산업 현장의 느낌을 되살렸다. 큰 아치 형태의 유리 패널은 건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바닥 끝까지 닿아 있다. 노출된 벽돌은 복고풍의 역사를 입힌 듯하고, 미국의 오래된 거리도 연상시킨다.
구스토 오피스 내부엔 ‘부조화’가 극대화돼 있다. 마치 공사가 덜 끝난 듯한 금속 지붕부터 아늑함이 강조된 중앙의 공용 사무공간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 사이를 검은색 계단이 가로지른다. 지붕 가운데로는 채광이 집중될 수 있는 유리로 트인 효과를 강조했다. 직원 300여명이 모여드는 중앙은 완전히 오픈형으로 거대한 규모가 부각된다.
구스토 직원들은 이곳을 ‘거실’이라 부른다. 구스토의 기업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업무와 비공식적인 미팅에 사용하도록 소파와 책상을 자유롭게 배열한 라운지 같다. 심지어 바닥엔 열 난방 시스템을 깔아 온돌 형식을 취했다. 심플한 가구들은 화려하지 않은 색으로 배치했고, 곡선형 의자와 소파, 따뜻한 느낌의 우드 책장 등 전체적인 가구 톤도 부드럽게 맞췄다. 곳곳에 깔린 카펫(러그), 두꺼운 쿠션, 커피 테이블, 화초 등 ‘거실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 투성이다. 화장실마저 집의 것처럼 꾸몄다. 리브스 CEO는 “신발을 벗으면서 사무실은 항상 집처럼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다”며 “모든 사람에게 집은 가장 편안하고 진정한 자신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일반 회사와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리브스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 세 명은 실리콘밸리 기업들 중에서도 유독 차별화를 강조한다. 맨발 사무실 정책도 이들이 팰로앨토의 한 주택에서 창업할 당시 신발을 벗고 일했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규모 확장에도 불구하고 기업 성장에 자극이 됐던 진정성마저 희석시키고 싶지 않다”는 게 공통된 견해였다. 회사는 외형부터 내부 시스템까지 ‘매우 다름’을 추구한다.
전 직원이 설계 과정에 참여한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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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슬러 팀은 구스토 직원들과 워크숍을 진행해 가구 메뉴부터 공간의 모양과 느낌을 상의했다. 근로 스타일도 최대한 민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각 팀 구성원이 선호하는 배치를 존중했다. 개방적이거나 폐쇄적인, 공개적이거나 사적인 공간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젠슬러팀은 가상현실(VR) 기술을 사용했다. 직원들이 일할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작업 스타일과 필요를 충족시키는지를 가상 체험으로 구현했다. 이렇게 고도로 맞춤화된 과정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건물과의 연결성마저 부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구스토 고객인 지역 소기업들은 인테리어에 크고 작게 기여했다. 세 공동 창업자와 구스토 직원 수십 명은 40㎡에 달하는 벽화를 그리는 데 입주 첫 주를 보냈다. 그림 주인공들은 회계사, 제빵사, 가게 주인, 수의사 등 구스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다. 이곳은 회사 전체 회의실인 ‘손으로 직접 만든 공간(all-hands space)’이 됐다. 다른 회의실 이름도 직원들이 지었다. 역시 고객 기업 이름에서 따와 젤라테리아(The Gelateria), 베이트앤 드태클숍(Bait and Tackle Shop) 등 독특한 음식점 간판을 붙였다. 구스토 기업을 성장시킨 기업들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일하는 공간이 반드시 집 같아야만 하는 것처럼, 기업 문화도 서열을 허물었다. 공용공간을 제외한 직원들의 개인 좌석은 정해져 있지만, CEO 자리는 반대다. 세 명 창업자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자리를 옮겨야 한다. 다른 부서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리브스는 덴버에 있는 구스토 직원들과 한 달에 한번 영상통화 시간을 갖는다.
많은 직원이 구스토 직원 복지 혜택을 “터무니없게도 관대하다(ridiculously generous)”고 표현한다. 구스토 직원들은 웰니스 룸에서 명상 세션을 정기적으로 갖고, 주중 점심, 저녁, 간식까지 공짜로 제공받는다. 집밥처럼 매우 건강한 식단이다.
무엇보다 근무 1주년이 되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항공 티켓을 받는다. ‘골든 티켓’ 특전이라 부른다. 구스토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고, 글로벌 기업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HR 서비스 회사가 자신들의 인적 자원을 혁신 과정에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방법은 한편으론 굉장히 똑똑한 전략으로 보인다. 편안함이 핵심이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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