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는 대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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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위주의 경제적 차원 넘어 교류의 대상으로 서로의 이해 높여나가야




5월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 축구장 3배 크기의 공원에 테이블 400개가 마련되고 스티로폼 그릇에 담긴 삼계탕 4000인분과 맥주 4000캔, 백세주 등이 올라왔다. 중국 기업인 중마이과학발전유한공사(중마이) 우수사원으로 뽑힌 임직원 8000명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이들은 지난 5월 5일부터 13일까지 포상휴가로 한국을 방문했다. 비가 내려 쌀쌀했던 날씨에 삼계탕은 더욱 인기가 좋았다. 중마이 직원들은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하오 츠(맛있다)”를 연발했다.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끓였던 음식을 드디어 먹어 본다는 감격 어린 반응도 있었다. 한류(韓流)가 유커(遊客)들을 사로잡는 현장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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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마이그룹에서 포상휴가를 온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5월 6일 오후 서울 반포 한강시민공원에서 삼계탕을 먹고 있다. /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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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마이 임직원들의 서울행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요청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박 시장은 지난해 8월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중국을 방문해 서울 방문을 호소했다. 중마이 임직원들의 서울 포상휴가가 결정되자 실무업무는 서울시 마이스팀(MICE)이 맡았다. 마이스는 Meeting(회의), Incentive(성과급), Convention(국제회의), Event(행사·전시)를 뜻한다. 권소현 서울 마이스팀장은 “국제회의 등에 참석했다가 관광까지 겸하고 돌아가는 관광객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소비율이 1.7배 높다고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양계협회가 농립축산식품부를 통해 중마이 직원들에게 삼계탕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삼계탕 수출을 기대하고 마련한 것이다. 주류회사도 대형 프로모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중국에 삼계탕 수출 시 기대되는 효과까지 계산해 ‘495억원의 경제효과’라는 평을 내놓았다. 유커가 한국 경제에 중요하고 강력한 플레이어가 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5월 6일과 10일 두 차례로 나뉘어 열린 ‘중국인 관광객(유커) 삼계탕 파티’는 한·중관계의 여려 면모를 드러냈다. ‘관광상품 다변화’, ‘한국 수출의 대중 의존’, ‘지역경제 활성화’, ‘여행문화 개선’, ‘한류 콘텐츠 투자와 소비’ 등 양국 경제 이슈들이 얽혀 있었다. ‘포상휴가’ 등 중국 기업에 새로운 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이날 행사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언론의 보도대로 ‘음식한류의 쾌거’는 아니지만, 인터넷 일각에서 제기하는 ‘과잉접대의 굴욕’도 아니다. 임대근 한국외대 글로벌콘텐츠학과 교수는 “‘유커’는 경제적 차원으로만 다뤄져 왔지만 좀 더 상호교류적인 시선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2005년 71만명에서 2015년 598만명으로 8배 넘게 늘었다. 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4년에는 613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압도적 1위다.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현재 1억2000만명 수준인 중국의 해외 관광객 수는 2018년까지 1억7000만명 수준으로 증가하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증가함에 따라, 국내 소비액의 10%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자의 구성원도 다변화됐다. 바링허우(80년대 출생자), 주링허우(90년대 출생자) 등 풍요롭게 자란 젊은 세대 여행객이 늘면서 단체관광객뿐 아니라 ‘개인 자유여행’ 관광객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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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중국인 관광객과 관련해 변하지 않은 것은 두 가지다. ‘쇼핑 위주’의 관광객이 많다는 점과 ‘중국 관광객’들을 보는 국내의 시선이다. 2014년 서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은 방문 목적에 대해 ‘쇼핑’이라고 답했다. ‘유커(요우커)’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큰 손’, ‘대박’, ‘경제효과’ 등과 연동된 기사 제목이 쏟아져나온다. 한국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베이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관광도시연합(WTCF)이 2014년 중국의 해외여행객 10만명을 두고 조사한 결과 전체 지출액의 57.65%를 쇼핑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화통신은 지난해 중국인들이 전 세계에서 사들인 명품만 1168억 달러(약 142조원)로, 글로벌 사치품 소비의 46%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들의 대량구매 행태를 설명하는 ‘바쿠가이’(爆買い·폭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는 곧 ‘돈벌이’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중국인의 쇼핑관광을 한국의 관광자원 부족, 관광정책의 실패로 규정하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올라온다. 중국인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인식에 따라 특히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규제완화가 이뤄졌다가 지역사회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뒤늦게 비판받았다.

최경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인의 소비중심 관광행태에도 중국 나름의 맥락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자국민들의 해외여행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선전특구 등 주요 도시민들에게 홍콩·마카오 등 특구에 대한 개인여행을 자유화한 것을 시작으로 해당 국가를 늘려나갔다. 연 8%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던 중국에서 오랫동안 눌려 있던 해외여행의 욕구가 폭발했다. 최 연구위원은 “여행에도 단계가 있다. 한국 역시 첫 해외여행은 패키지 쇼핑관광 위주로 시작했으며, 여행인구가 늘면서 체험형 여행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며 “중국인들도 같은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도 중국인들의 해외 쇼핑에 한몫했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수출국인 만큼 중국 당국이 국민들의 해외 쇼핑을 관대하게 대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전종규·김보람 저 <요우커 천만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 2015). 중국인의 ‘싹쓸이 쇼핑’은 글로벌 차원의 무역수지의 균형 맞추기인 것이다.

중국인의 ‘쇼핑 관광’이 굳이 개선해야 할 것이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는 지난해 6월 중국인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낮다’는 통념에 대한 반박 보고서가 나왔다. 재방문율이 낮아 보이는 것은 중국의 여행객 자체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며, 재방문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다. 자료를 분석한 권태일 연구위원은 “쇼핑 관광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쇼핑하고 싶게 만드는 것 자체가 국가의 강점이고 좋은 이미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것’,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강박을 굳이 가질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화장품, 첨단 IT제품 등이 이미 주어진 ‘우리 것’이다. ‘기와집’, ‘한복’ 등 전통적으로 관광상품으로 팔았던 것에 천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쇼핑 관광을 완전히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2014년 4월 홍콩과 중국 사이 유아의 오줌 문제가 분쟁이 된 적이 있다. 중국에서 온 관광객이 홍콩 거리에서 아이의 오줌을 누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동영상에서는 홍콩 주민이 관광객의 행동을 보면서 “경찰을 불렀다”고 항의하자, 관광객은 “당신집 아이는 오줌도 안 누냐”며 공방을 벌인다.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홍콩인과 중국인 사이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됐다. 당시 홍콩인들의 반응은 중국인 여행객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중국 당국은 홍콩과 마카오부터 여행 자유화 조치를 펼쳤다. 2000년대 초반 한 해 4000만명 가까운 중국인들이 홍콩을 방문했다. 홍콩 거주민의 6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홍콩의 소매판매업은 5년간 81% 성장했지만, 홍콩 경제는 아수라장에 빠졌다. 관광객들이 생필품을 쓸어담는 통에 물건은 동나고 물가는 치솟았으며, 임대료도 폭등했다. 홍콩 주민들이 살기 어렵게 된 것도 그해 하반기에 일어난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의 주된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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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이 경제적으로 반드시 도움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은 조건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홍콩에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서울보다 1.8배 넓은 홍콩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들은 작은 경제권에 고래가 들어와 휘젓고 다니는 모양새’였지만 한국은 서울 외 제주·강원 등 여행지의 다변화가 가능하고, 제조업이 탄탄해 생필품 부족사태가 벌어질 일은 없다는 것이다. <요우커 천만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의 저자들은 홍콩은 한국의 반면교사가 될 수는 있지만 홍콩이 한국의 미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국소적 도시구조의 재편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가로수길, 홍대, 북촌 등지에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지나친 관광객 유입으로 현지인과 소상공인이 떠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천편일률적 상업시설만 남아 결국 상권이 죽고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한 ‘단일한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인션이 일어난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증언한다. 책카페를 겸하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인문사회연구소는 월 400만원 이상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은평구로 이사했다. 이 연구실에서 근무했던 이모씨(37)는 “동네에 화장품 가게가 생겨나면 작은 책방, 카페 등은 망했다고 보면 된다.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테이블 회전율이 높은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대화를 나누거나 사색할 공간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인 성형관광객들이 몰리며 ‘아시안 성형 메카’로까지 불렸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땅값은 4.74% 상승해 서울시 평균인 4.09%를 웃돌았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명동은 수십억대로 월 임대료가 상승해 ‘버거킹’이 버티지 못하고 이전할 정도다. 화장품 매장과 의류 매장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 도시공간연구자인 박해천 동양대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국내) 부동산 투기 붐이 강남 아파트에서 강북 상가로 옮겨간 것에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가속화된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제주에서는 중국 자본이 추진하는 난개발이 문제가 됐다. 2010년 제주에 투자이민제가 실시된 이래 도내 중국인 소유 토지는 143만6000㎡에서 799만9000㎡로 늘었다. 2011년 중국 기업 비오젠이 조성한 비오젠 거리는 임대료가 200% 상승했다. 2012년에는 중국인 단기 방문자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방안이 추진됐다가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해 제주 주민 10명 중 6명은 중국인 관광객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적인 것’이나 ‘관광객을 미끼로 한 성장’이 아니라 ‘교류’다. 외국으로 나갔을 때뿐만 아니라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입장과 문화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관광정책 담당자들은 말한다. 서울시 마이스팀의 중국인 근무자 리 레이는 “‘중국인은 어때?’라는 질문이 가장 난감하다. (극동) 하얼빈과 (남부) 하이난 지역이 다르고, 시안에서 온 50대와 상하이에서 온 20대는 다르다.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뭉뚱그려지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난해 3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웹진에 기고했다. 중국의 새로운 기업문화를 겨냥한 ‘삼계탕 파티’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시간이 지나면 중국인의 관광행태도 변화해갈 것”이라면서 “조급증으로 (단기적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교류와 이해를 늘려가고 관광의 인프라를 잘 구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는 “인구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중국의 경제력은 언젠가 한국을 추월하게 돼 있다. (지금처럼 오로지 돈벌이로만 관계를 맺었다가) 과연 그때 한국과 중국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인)은 한국에게 궁극적으로 아시아에서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반자다.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관광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말고, 중국의 문화 콘텐츠도 적극 수입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커 대박론’을 넘어서 교류의 대상으로서 중국 관광객과 중국 사회 기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Why] 月 10억원어치 옷 파는 店長들… 관상 봐주고 '고객 일기' 쓰기도

입력 : 2016.05.14 03:00 | 수정 : 2016.05.14 10:38

세일즈의 달인
고객 관리에 철저
단골 손님 옷장에 어떤 옷 있는지 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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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국내 여성의류 회사에서 점장으로 일하는 이희명(55)씨는 업계에서 '신내림 언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한창땐 한 달 10억원 매출까지 올려봤다는 이씨다. 그는 단골 고객이 문에 들어서는 것만 탁 봐도 그 사람의 기분과 상황을 대충 맞힌다고 했다. "여행 다녀오신다더니, 혹시 거기서 좀 앓고 오셨어요?" "얼굴 보니 지난번 아드님이 봤다는 시험 결과가 괜찮았나 보네요?"하고 고객 얼굴을 보자마자 묻는 식이라고 했다. 이씨는 "35년 동안 물건을 팔면서 사람을 많이 만나본 덕에 표정 읽는 법을 터득한 것도 있고, 20년 전부터 관상과 주역을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다"고 했다. "옷 파는 일도 서비스업이잖아요. 제가 손금도 봐 드리고 관상도 봐 드릴 줄 알면 아무래도 더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일러스트
고가품 업계에선 '사장님 위에 점장님'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점장(店長)'은 한 매장의 판매와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 흔히 매니저라고도 부른다. 이들 중 몇몇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물건을 파는 데 워낙 탁월한 능력을 보여 스타 대접을 받는다. 업계에선 이런 점장을 관리하려고 매년 해외 출장을 보내주는 것은 기본이고, 두둑한 성과급이나 가족 여행비까지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다. 점장들도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들을 관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미국 의류 회사 점장으로 일해온 이모(53)씨는 고객들이 어떤 옷을 샀고, 그들의 옷장에 어떤 옷이 걸려 있는지 대충 다 안다고 했다. "옷을 그냥 권하면 안 돼요. 이번 시즌 꼭 팔아야 되는 물건이라고 권하면 역효과가 나요. 그 고객이 평소 어떤 옷들을 샀고 그래서 새로 어떤 옷을 필요로 할지 파악해놓고 있다가 알맞은 신상품이 들어오면 전화를 드리는 거죠. '지난번 사셨던 그 재킷과 블라우스에 딱 어울릴 바지가 왔으니 보러 오세요' 하고요."

이탈리아 의류 회사 점장으로 일하는 김모(44)씨는 '고객 일기'를 쓴다. "고객들이 무심코 하시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다 적어놔요. '남편이 급체로 아프다' '아이가 독일로 유학을 가려 한다' '매주 테니스를 친다'처럼 지나가듯 하는 말 있잖아요. 그걸 고객의 인상착의와 함께 메모해 놓았다가 다음에 '그때 남편분 아프셨던 건 다 나으셨어요?' 하고 여쭤보는 거죠. 그러면 '그걸 기억해요?' 하면서 깜짝 놀라세요. 그 이후로는 물건 살 일이 없어도 또 오시고요. 그런 만남이 쌓이면 결국 구매로 이어지는 거죠." 김씨는 이런 방법으로 지난달에만 8억원어치 물건을 팔았다.

고객과의 대화를 위해 그림, 와인, 골동품 공부를 하는 점장들도 있다. 영국 오디오 회사 점장으로 일하는 권모(42)씨는 "우리 오디오를 좋아하는 분들은 대부분 와인을 즐겨 드시고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더라"면서 "거의 매주 와인의 역사와 품종을 가르쳐주는 세미나를 찾아 듣거나, 북유럽 디자이너나 건축 거장들의 작품에 대해 알려주는 강연을 들으러 다닌다"고 했다 .

한 남성의류 회사 점장은 반면 "절대 고객 앞에서 지식 자랑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고객들이 어떤 분야에 박식한지 미리 파악해뒀다가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것처럼 '혹시 ○○에 대해서 잘 아세요?'라고 여쭤봅니다. 그러면 아주 신이 나서 한 시간씩 이야기해주고 가세요. 그러고 나면 나중엔 옷을 한두 벌 사실 것을 열 벌 넘게 사가시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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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아마존 문어발전략…우유까지 만들어 판다

당일배송체제로 온라인 유통사업 한계 허물어
월마트·코스트코 긴장…골목상권 침해 비판도

  • 이지용 기자
  • 입력 : 2015.05.29 16:13:25   수정 : 2015.05.29 19: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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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 아마존 식욕의 끝은 어디일까. 얼마 전 동네 페인트칠 서비스, 여행·숙박업 등 진출을 선언한 아마존닷컴이 이번에는 우유, 시리얼 등 식품 제조·유통까지 진출하겠다고 나섰다.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오프라인 유통 매장 분야에까지 침투해가고 있다. 우유, 시리얼 등 식품까지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내놓겠다는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의 선언은 사실상 오프라인 판매 주력 매장인 월마트·코스트코 등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밀린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그나마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분야가 식품과 자체 브랜드 상품이기 때문이다.

월마트·코스트코 등은 그간 아마존의 판매 확장을 경계하면서도 배달 중 변질 등 우려가 큰 식품 분야만은 아마존이 쉽게 침투할 수 없을 것으로 자신해왔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부분에서 허를 찔렸다. 아마존의 배달 능력이 획기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베저스 CEO는 이달 초 연회비 99달러에 한 번에 35달러 이상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당일 무제한 배송 서비스를 하겠다고 파격 선언을 했다. '총알배송'과 함께 비용 부담도 무료에 가깝게 낮추면서 직접 매장을 찾는 번거로움을 '확' 줄여버린 것이다.

WSJ는 28일 "아마존이 '엘리먼츠'라는 브랜드로 20여 가지 제품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우유, 시리얼을 비롯해 커피, 파스타, 물, 비타민, 개사료는 물론 세제류 등과 같은 생활필수품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유아용 기저귀와 물티슈를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기 시작한 아마존은 올해 들어서도 매달 1~2개의 새 판매 영역을 발표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달 22일엔 숙박 예약 서비스인 '아마존 데스티네이션(Amazon Destinations)'을 발표하면서 여행·숙박업 진출을 선언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아마존은 전형적인 동네 골목상권으로 꼽히는 페인트칠·청소·변기 교체 등 인력 용역 분야 대행 서비스도 발표했다. 우버택시처럼 동네 사업자들을 등록시켜놓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연결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올해 들어 '문어발식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 격화와 투자자 압박 때문이다.

구글은 최근 구글검색 결과에 구매 버튼 기능을 넣는 동시에 자사의 동영상 콘텐츠 유튜브에도 쇼핑 기능을 넣으면서 공개적으로 아마존닷컴·이베이 등 기존 온라인 쇼핑몰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아울러 코스트코 등 기존 오프라인 매장들은 매장 숫자를 줄이는 대신 '가상현실 온라인 쇼핑몰' 론칭을 선언하며 아마존이 차지한 시장 잠식을 예고했다.

아마존의 외형적 매출액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내실을 보여주는 순이익률은 30%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심지어 지난해에는 적자까지 냈다. 월가 유명 투자 전문가인 캐럴 로스는 CNBC에 출연해 "투자자들은 그동안 20년 가까이 아마존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았지만, 이처럼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직접 나설 상황까지 온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존을 위한 확장이지만 '일단 진출하고 보자'는 아마존 전략에 대해 비난도 커지고 있다. 매년 출판사들과 계약할 때마다 '과도하게 수수료를 뜯어간다'는 갑질 논란은 아마존의 꼬리표가 된 지 오래다. 최근엔 인력 용역까지 대행해 동네 상권을 침범했다는 비판과 함께 막 성장하는 기업들의 '먹을거리'까지 빼앗고 있다는 논란도 크다.

최근 아마존은 수공예품과 빈티지 제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 엣시 입점 업체들에 "당신과 같은 장인 여러분에게 아마존의 새로운 수공예품 온라인 시장 '핸드메이드'를 소개한다"는 메일을 띄웠다.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중국 주부들, 한국산 생활용품에 꽂혔다"…K상품의 '대륙 질주'

입력 2016-05-11 18:59:56 | 수정 2016-05-12 01:41:03 | 지면정보 2016-05-12 A12면

(3) 신시장 개척한 K쇼핑 

중국 소비트렌드 품질로 선회…"한국제품 좋다" 인식 확산
중국 롯데마트 한국제품 직수입, 150개서 1000개로 대폭 확대
중기 제품들 K쇼핑 타고 '날개'
2008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롯데마트의 전략은 ‘현지화’였다. 제품 구성과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가 외국계 마트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중국인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9일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롯데마트 주션차오점에 들어서니 한국에 있는 롯데마트 매장에 왔다는 착각이 들었다. 1층 매장 왼쪽에 새우깡 맛동산 양파링 등 한국 식품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는 수입식품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매장 안쪽 오른쪽에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해 있는 다이소에는 한국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아용품과 주방용품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었다. 박세호 롯데마트 베이징법인장은 “급변하는 중국 소매유통 시장에서 한국 제품으로 차별화하겠다는 것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통업체의 최근 달라진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베이징에 있는 롯데마트 주션차오점에서 김과 과자 등 한국산 제품을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중국 소비자들이 베이징에 있는 롯데마트 주션차오점에서 김과 과자 등 한국산 제품을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中중산층 급성장에 한국 제품 비중 확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9%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소매판매는 10.7% 증가했다. 중국 소비시장의 이 같은 고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유통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마트는 2008년 산둥성 칭다오에 1호점을 낸 뒤 현지 유통업체 인수합병(M&A)과 신규 출점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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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법인장은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중시했는데 2014년부터 품질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며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질 좋은 제품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슬로건도 ‘건강과 안심’으로 바꿨다.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해 롯데마트가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한국 상품 비중을 확대한 것이다. 그동안 중국 대리상을 통해 들여오던 한국 제품을 작년 처음으로 직수입하기 시작했다.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50개 제품을 시범적으로 직수입했다. 올해 500개로 늘린 뒤 내년에는 10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또 올해부터 한국 중소기업과 제휴해 기저귀, 주방용품, 욕실용품, 유아용품 등을 자체브랜드(PB) 상품 형태로 중국 전 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 제품 직수입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롯데마트는 베이징에 있는 물류 창고를 조만간 두 배 규모로 확장할 예정이다. 박 법인장은 “K뷰티(화장품) 열풍 덕분에 한국 제품은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중국에 퍼졌다”며 “롯데마트와 국내 제조업체가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K몰은 다음달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티몰에 ‘AK몰 전용관’을 개설해 한국 상품 판매에 나선다. AK백화점 상품을 위주로 판매해 월 1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휴롬 원액기 대박’ 일등공신 CJ오쇼핑 

CJ오쇼핑이 상하이미디어그룹 산하 동방명주와 합작으로 설립한 홈쇼핑채널 동방CJ는 중국에 제대로 된 홈쇼핑 채널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2004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중국 소비자들이 폭발적인 호응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2009년 동방CJ에 중국 1호 홈쇼핑 라이선스를 줬다. 동방CJ의 연간 취급액은 80억위안(약 1조4000억원·2015년 기준)으로 2위 홈쇼핑 사업자의 두 배에 달한다.

동방CJ는 락앤락, 휴롬 등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휴롬 원액기는 지난해 동방CJ를 통해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방CJ 역시 최근 한국산 제품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동방CJ에 한국 제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CJ IMC는 2014년까지는 국내 제조업체와 동방CJ를 연결해주는 ‘단순 대행’ 역할만 했다. 지난해부터는 사전에 모든 제품을 매입함으로써 한국 제조업체의 부담을 줄여줬고, 동방CJ 이외의 중국 홈쇼핑 채널에도 한국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CJ오쇼핑은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월 글로벌 상품개발팀을 신설했다. 유상인 CJ IMC 중국법인 부대표는 “동방CJ를 ‘K브랜드’의 허브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베이징·상하이=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아저씨를 빌려준다? 日서 인기몰이 중인 `아저씨 대여 서비스`

입력시간 | 2016.05.12 08:48 | 김병준 기자 hip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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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를 빌려준다? 日서 인기몰이 중인 `아저씨 대여 서비스`
(사진=산케이 신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데일리 e뉴스 김병준 기자] 이웃 나라 일본에서 다소 특별한 ‘대여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의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30~60대 남성을 빌려주는 ‘아저씨 대여 서비스’가 인기몰이 중이다. 

매체는 아저씨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홈페이지에 등록된 60여명의 남성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한 뒤 결제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게는 30대부터 많게는 60대까지 연령대의 남성이 해당 업체에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은 1시간 대여 기준 1000엔(1만1000원)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육체적인 노동이 필요할 때, 상담을 받고 싶을 때, 혼자서는 가기 어려운 장소에 동반할 사람이 없을 때 이같은 서비스가 이용되고 있다.

업체 대표 니시모토 타카노부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저씨라는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저씨들은 가입비·등록비 명목으로 매년 13만엔(140만원)을 내고 있다. 대부분이 자원봉사 개념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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