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법』- 제9화. 자본주의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길 인문고전에 빠지다... / 게시판

2011.02.07.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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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자본주의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길

 

 

철학자가 되고 싶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열두 살이 되던 해부터 철학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비록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책도 끝까지 읽은 책도 거의 없었지만 소년은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사고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청년이 된 소년은 자본주의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런던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약 9년간 패배자로 살았다.

 

청년은 런던 빈민가를 전전하면서 접시닦이, 웨이터, 페인트공, 농장 노동자, 통조림 공장 공원, 마네킹 공장 공원, 수영장 안내원, 철도역 짐꾼 등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접시닦이를 했을 때는 웨이터한테 “좀 열심히 살아라. 그러면 언젠가는 내 조수라도 될 수 있을 거다”라는 말을 수시로 들었고, 마네킹 공장에서 일했을 때는 마네킹 가발을 제대로 못 붙인다는 이유로 구박받다가 결국 해고당했고, 철도역 짐꾼으로 일했을 때는 무거운 짐을 부주의하게 나르다가 다리가 짐에 깔려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고 육체노동은 더이상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청년은 친구의 친구를 졸라서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관리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이내 다른 부서로 쫓겨났다. 지독할 정도로 일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옮겨 간 부서에서도 같은 이유로 금세 쫓겨났고, 그렇게 온갖 부서를 돌다가 최종적으로 한 영업사원의 조수로 발령받았다. 그리고 얼마 뒤 대학생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았다. 그녀는 그를 버리면서 말했다. “이제는 나에게 어울리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

 

자신에게 닥친 모든 불행이 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 청년은 자본주의의 승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금융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좋은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청년은 상사들이 시키는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잠시 유명 투자가의 조수로 발탁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지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내 해고당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증권 분석사 자격증 시험에서도 떨어지고 말았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런 실패의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청년이 온 힘을 다해 철학고전 독서를 했다는 점이

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에라스무스, 마키아벨리, 홉스, 베르그송 같은 천재 철학자들의 저작을 마치 고시를 준비하듯 빈틈없이 공부했고, 자신을 소크라테스의 사도라 칭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인 칼 포퍼에게 편지를 보내 개인지도를 요청할 정도로 철학 공부에 열의를 보였다. 그의 뜨거운 철학 공부는 9년간의 런던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간 뒤에도 계속되었다. 그는 뉴욕의 한 금융회사에 입사했는데, 근무중에도 시간만 나면 철학 서적을 읽었고 퇴근한 뒤에는 아예 철학 서적에 묻혀 살았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신이 고용한 철학과 대학원생에게 철학 과외를 받았고, 때때로 밤을 지새우면서 철학 논문을 썼다.

 

1992년 10월 어느 날 그는 세계 금융계의 황제가 되어 영국 땅을 밟았다. 비참한 패배자로 런던을 떠난 지 약 36년 만이었다. 그는 파운드화의 가치가 폭락하는 순간을 노려 영국 중앙은행에 도전했는데 1주일 만에 무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특이한 사실은 영국 정부는 그를 비난했지만 영국 국민들은 그를 환영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그의 행위가 궁극적으로 영국 경제를 안정시켰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지 소로스다.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성공비결을 ‘철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서 『금융의 연금술』 등에서 고백했다.

“나는 철학자의 눈으로 금융시장을 보았고 그 결과 과열과 폭락에 관한 반사성 이론 등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철학적 사고로 얻은 이론을 금융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나는 거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철학적 사고를 통해 얻은 이론들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 나는 주가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었다.”

“(철학적 사고로 주식시장을 바로 본) 그것이 바로 내가 남들보다 크게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조지 소로스는 지금도 철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철학 논문을 쓰고 있고, 세계적인 철학자들을 자택에 초대해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금융 황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보면 최초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탈레스의 일화가 나온다. 그는 비난받았던 것 같다.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철학한다고. 그래서 결심했던 것 같다. 철학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이를 위해 그는 철학적 사고를 잠시 경제적 사고로 전환시켰던 것 같다. 그는 기후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서 이듬해 올리브 농사가 대풍작이 들 것을 예견했다. 이어 수중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돈을 보증금으로 내걸고 키오스와 밀레토스에 있는 올리브기름 짜는 기구를 전부 임차했다. 그때가 겨울이었기 때문에 아주 싸게 빌릴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래지 않아 올리브 수확 철이 다가왔고, 그는 자신이 빌려둔 기구들을 높은 가격에 임대해서 순식간에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최초의 철학자는 최고의 경제인이었다.

 

우리는 철학이 경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지 소로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철학 그 자체는 경제와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적 사고가 경제에 적용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철학은 경제를 지배해버린다. 그것도 아주 쉽게. 이유는 경제활동이 곧 두뇌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장 쉽고 가장 빠르게 버는 사람들이 월스트리트에 몰려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 그곳은 세계 최강 두뇌들이 모인 곳 아닌가. 월스트리트의 꼭대기에는 놀랍게도 철학고전에 정통한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철학고전은 사람의 두뇌를 차원이 다른 무엇으로 바꾸어버린다. 사고의 수준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 철학고전 독서로 다져진 두뇌는 시장의 본질을 본다. 일반적인 독서만 한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볼 수 없는 그 무엇을 본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에 맞게 전략을 짜고 실행한다. 그 결과는 인간의 수준을 초월한 이익의 실현이다.

 

서점에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피터 린치, 짐 로저스 등 자본주의 세계의 최고 승자인 사람들의 투자 비법이 담긴 책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의 책을 죽어라고 읽고 그들의 비법을 열심히 따라한 사람 중에 놀라운 이익을 실현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열한 인문고전 독서로 두뇌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뒤에 터득한 투자의 비결을 담은 그들의 글을 인문고전 독서가 전무한 두뇌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투자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인문고전 독서법을 다루는 책에서 갑자기 자본주의니 부자니 투자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반감을 갖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인문고전은 사람답게 사는 법을 깨우치기 위해서 읽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펼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마음 이해한다. 사실 나도 자본주의니 부자니 투자니 하는 말을 싫어한다. 그리고 인문고전 독서의 본래 목적은 당연히 인간답게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세상에는 인문고전 독서에서 얻은 통찰력과 사고력을 ‘돈’과 관련된 쪽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이 세계 경제학계와 금융계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것을.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돈’이 전부인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나쁜 의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름대로 잘살던 사람을 한순간에 노숙자로 전락시키는 이 악한 시스템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힘 정도는 가져야 한다. 그러니 설령 반감이 생기더라도 취할 것만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는 지혜로운 태도로 내 말을 들어주기 바란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인 ‘클레멘트 코스’를 만든 얼 쇼리스는 『희망의 인문학』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여러분은 이제껏 속아왔어요. 부자들은 (사립학교와 대학교에서) 인문학을 배웁니다. 인문학은 세상과 잘 지내기 위해서, 제대로 생각할 수 있기 위해서, 그리고 외부의 어떤 ‘무력적인 힘’이 여러분에게 영향을 끼칠 때 무조건 반응하기보다는 심사숙고해서 잘 대처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공부입니다.”

 

얼 쇼리스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이유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인문고전 독서광이자 인문고전 저자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인문고전 독서로 다져진 사람들의 두뇌에서 나왔다. 이는 인문고전 독서에 정통하지 않고서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향을 알 수 없고, 부를 쌓기 위해 하는 우리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피로 학습한 적이 있다. 다름 아닌 1997년 IMF 때다. 그때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전 국민이 피땀 흘려 이룩한 한강의 기적이 한순간에 한강의 눈물로 변하는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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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자본주의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길

 

 

철학자가 되고 싶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열두 살이 되던 해부터 철학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비록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책도 끝까지 읽은 책도 거의 없었지만 소년은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사고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청년이 된 소년은 자본주의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런던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약 9년간 패배자로 살았다.

 

청년은 런던 빈민가를 전전하면서 접시닦이, 웨이터, 페인트공, 농장 노동자, 통조림 공장 공원, 마네킹 공장 공원, 수영장 안내원, 철도역 짐꾼 등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접시닦이를 했을 때는 웨이터한테 “좀 열심히 살아라. 그러면 언젠가는 내 조수라도 될 수 있을 거다”라는 말을 수시로 들었고, 마네킹 공장에서 일했을 때는 마네킹 가발을 제대로 못 붙인다는 이유로 구박받다가 결국 해고당했고, 철도역 짐꾼으로 일했을 때는 무거운 짐을 부주의하게 나르다가 다리가 짐에 깔려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고 육체노동은 더이상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청년은 친구의 친구를 졸라서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관리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이내 다른 부서로 쫓겨났다. 지독할 정도로 일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옮겨 간 부서에서도 같은 이유로 금세 쫓겨났고, 그렇게 온갖 부서를 돌다가 최종적으로 한 영업사원의 조수로 발령받았다. 그리고 얼마 뒤 대학생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았다. 그녀는 그를 버리면서 말했다. “이제는 나에게 어울리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

 

자신에게 닥친 모든 불행이 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 청년은 자본주의의 승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금융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좋은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청년은 상사들이 시키는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잠시 유명 투자가의 조수로 발탁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지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내 해고당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증권 분석사 자격증 시험에서도 떨어지고 말았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런 실패의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청년이 온 힘을 다해 철학고전 독서를 했다는 점이

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에라스무스, 마키아벨리, 홉스, 베르그송 같은 천재 철학자들의 저작을 마치 고시를 준비하듯 빈틈없이 공부했고, 자신을 소크라테스의 사도라 칭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인 칼 포퍼에게 편지를 보내 개인지도를 요청할 정도로 철학 공부에 열의를 보였다. 그의 뜨거운 철학 공부는 9년간의 런던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간 뒤에도 계속되었다. 그는 뉴욕의 한 금융회사에 입사했는데, 근무중에도 시간만 나면 철학 서적을 읽었고 퇴근한 뒤에는 아예 철학 서적에 묻혀 살았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신이 고용한 철학과 대학원생에게 철학 과외를 받았고, 때때로 밤을 지새우면서 철학 논문을 썼다.

 

1992년 10월 어느 날 그는 세계 금융계의 황제가 되어 영국 땅을 밟았다. 비참한 패배자로 런던을 떠난 지 약 36년 만이었다. 그는 파운드화의 가치가 폭락하는 순간을 노려 영국 중앙은행에 도전했는데 1주일 만에 무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특이한 사실은 영국 정부는 그를 비난했지만 영국 국민들은 그를 환영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그의 행위가 궁극적으로 영국 경제를 안정시켰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지 소로스다.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성공비결을 ‘철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서 『금융의 연금술』 등에서 고백했다.

“나는 철학자의 눈으로 금융시장을 보았고 그 결과 과열과 폭락에 관한 반사성 이론 등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철학적 사고로 얻은 이론을 금융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나는 거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철학적 사고를 통해 얻은 이론들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 나는 주가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었다.”

“(철학적 사고로 주식시장을 바로 본) 그것이 바로 내가 남들보다 크게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조지 소로스는 지금도 철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철학 논문을 쓰고 있고, 세계적인 철학자들을 자택에 초대해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금융 황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보면 최초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탈레스의 일화가 나온다. 그는 비난받았던 것 같다.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철학한다고. 그래서 결심했던 것 같다. 철학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이를 위해 그는 철학적 사고를 잠시 경제적 사고로 전환시켰던 것 같다. 그는 기후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서 이듬해 올리브 농사가 대풍작이 들 것을 예견했다. 이어 수중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돈을 보증금으로 내걸고 키오스와 밀레토스에 있는 올리브기름 짜는 기구를 전부 임차했다. 그때가 겨울이었기 때문에 아주 싸게 빌릴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래지 않아 올리브 수확 철이 다가왔고, 그는 자신이 빌려둔 기구들을 높은 가격에 임대해서 순식간에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최초의 철학자는 최고의 경제인이었다.

 

우리는 철학이 경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지 소로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철학 그 자체는 경제와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적 사고가 경제에 적용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철학은 경제를 지배해버린다. 그것도 아주 쉽게. 이유는 경제활동이 곧 두뇌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장 쉽고 가장 빠르게 버는 사람들이 월스트리트에 몰려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 그곳은 세계 최강 두뇌들이 모인 곳 아닌가. 월스트리트의 꼭대기에는 놀랍게도 철학고전에 정통한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철학고전은 사람의 두뇌를 차원이 다른 무엇으로 바꾸어버린다. 사고의 수준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 철학고전 독서로 다져진 두뇌는 시장의 본질을 본다. 일반적인 독서만 한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볼 수 없는 그 무엇을 본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에 맞게 전략을 짜고 실행한다. 그 결과는 인간의 수준을 초월한 이익의 실현이다.

 

서점에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피터 린치, 짐 로저스 등 자본주의 세계의 최고 승자인 사람들의 투자 비법이 담긴 책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의 책을 죽어라고 읽고 그들의 비법을 열심히 따라한 사람 중에 놀라운 이익을 실현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열한 인문고전 독서로 두뇌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뒤에 터득한 투자의 비결을 담은 그들의 글을 인문고전 독서가 전무한 두뇌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투자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인문고전 독서법을 다루는 책에서 갑자기 자본주의니 부자니 투자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반감을 갖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인문고전은 사람답게 사는 법을 깨우치기 위해서 읽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펼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마음 이해한다. 사실 나도 자본주의니 부자니 투자니 하는 말을 싫어한다. 그리고 인문고전 독서의 본래 목적은 당연히 인간답게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세상에는 인문고전 독서에서 얻은 통찰력과 사고력을 ‘돈’과 관련된 쪽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이 세계 경제학계와 금융계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것을.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돈’이 전부인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나쁜 의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름대로 잘살던 사람을 한순간에 노숙자로 전락시키는 이 악한 시스템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힘 정도는 가져야 한다. 그러니 설령 반감이 생기더라도 취할 것만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는 지혜로운 태도로 내 말을 들어주기 바란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인 ‘클레멘트 코스’를 만든 얼 쇼리스는 『희망의 인문학』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여러분은 이제껏 속아왔어요. 부자들은 (사립학교와 대학교에서) 인문학을 배웁니다. 인문학은 세상과 잘 지내기 위해서, 제대로 생각할 수 있기 위해서, 그리고 외부의 어떤 ‘무력적인 힘’이 여러분에게 영향을 끼칠 때 무조건 반응하기보다는 심사숙고해서 잘 대처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공부입니다.”

 

얼 쇼리스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이유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인문고전 독서광이자 인문고전 저자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인문고전 독서로 다져진 사람들의 두뇌에서 나왔다. 이는 인문고전 독서에 정통하지 않고서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향을 알 수 없고, 부를 쌓기 위해 하는 우리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피로 학습한 적이 있다. 다름 아닌 1997년 IMF 때다. 그때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전 국민이 피땀 흘려 이룩한 한강의 기적이 한순간에 한강의 눈물로 변하는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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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법』-제6화. 천재를 만드는 교육 [출처]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법』-제6화. 천재를 만드는 교육|작성자 와니  (0) 2016.05.07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법』- 제7화. 우리가 만든 기적 인문고전에 빠지다... / 게시판

2011.02.07.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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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일이 없기로 유명하다. 왜 그럴까? 실제로 궁금한 게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교과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물음표를 떠올리는 능력을 잃어버려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렇게 된 것은 교육제도 탓이다. 공·사교육을 막론하고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그저 머릿속에 지식을 쑤셔 넣기만 하는. 그렇다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단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교육을 받은 우리 자신이 잘 알고 있듯이, 얄팍하기 짝이 없는 지식만 갖추게 될 뿐이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무려 약 20년 동안 교육을 시키고도 지적으로 무능력한 인간을 만드는 우리나라 교육이 변화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물음표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세계 인구의 0.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전체 노벨상 수상자의 22퍼센트를 배출해낸 유태 교육처럼 말이다. 인문고전 독서 교육 중 철학고전 독서 교육은 학생으로 하여금 지식의 근본 원리 즉 지혜에 도달할 때까지 ‘왜?’라고 묻게 만든다. 왜 그렇게 되는지 궁금한 사람은 오늘부터 철학고전 독서를 해보기 바란다. 그 이유를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감히 주장하고 싶다. 만일 철학고전 독서 교육이 제대로 정착하면 우리나라는 유태 민족보다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천재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초등학교 교사 시절,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플라톤, 논어, 장자를 읽혔다. 아이들은 아침 자습 시간마다 철학고전을 한 페이지 이상 읽고, 그 의미를 나름대로 생각해보고, 필사를 해야 했다. 당시에 내가 맡았던 반은 소위 문제아 반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한 건 이상의 굵직한 사고를 친 아이들이 모두 우리 반에 있었다. 내가 그런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서, 반 배정을 할 때 다른 반 선생님들을 설득해 문제아들을 몽땅 데려왔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는 공부나 독서는 물론이고 세상과도 담을 쌓은 아이들이 좀 있었다. 책가방에 교과서나 노트는커녕 연필 한 자루도 없는 아이, 수업 시간에 몰래 빠져나가서 문방구 앞에 설치된 게임기에서 게임을 하는 아이 정도는 귀여운 편에 속했다. 담배를 피우는 아이, 술을 마시는 아이, 중학생 폭력서클에 가입한 아이, 세상이 싫다며 아파트에 불을 지르려다가 붙잡힌 아이, 다른 학교 아이들의 돈을 갈취하다가 붙잡힌 아이, 못을 잔뜩 박은 각목 같은 불법무기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제공(?)하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각한 수준의 학교 부적응 증세로 신경정신과를 주기적으로 다니는 아이들도 몇 있었다. 덕분에 우리 반은 3월 진단평가에서 최악의 반 평균 점수를 자랑하며 전교 꼴찌를 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좋았다. 그리고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열심히 놀았다. 1,2교시는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놀고, 3,4교시는 근처 공원에서 즐겁게 놀고, 학교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5,6교시는 최신 만화 영화를 본 날도 있었을 정도였다. 게다가 숙제는 보통 ‘3잘’ 즉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기였다. 그렇게 몇 주를 놀고 나니 아이들이 슬슬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노는 것도 좋지만 공부도 가끔씩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놀랍게도 문제아들도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이 임원진을 통해 전달될 정도였다. 나는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제부터 나와 함께 하는 공부는 너희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비로소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 반은 2학기 때 전교 일등을 했다. 전 학년과 비교할 때 대부분 평균 10~30점 정도 올랐고, 평균 40~50점 이상 오른 아이들도 몇 있었다. 초등학교 4년 내내 수학 점수를 30점 이상 맞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던 아이 두 명이 각각 80점, 90점을 맞는 일이 일어났는가 하면, 3월 진단평가에서 학습 부진아 판정을 받았던 십여 명의 아이들이 전부 평균 80~90점 이상을 받는 일이 일어났다. 소위 공부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더욱 멋진 일도 일어났다. 담배와 술을 끊고, 폭력서클을 탈퇴하고, 신경정신과를 다니지 않게 되는 등의 변화가 함께 일어났다. 여기에 대한 것은 『성공하는 아이에게는 미래형 커리큘럼이 있다』와 『피노키오 상담실 이야기』 등에서 자세히 이야기한 바 있다.

 

우리 반이 만들어냈던 공부 기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철학고전 독서였다. 물론 대학 교수들도 어려워하는 철학고전을 초등학교 공부와도 담을 쌓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려니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철학고전을 읽으면서 두뇌의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철학고전만큼은 반드시 읽히고 싶었다. 그래서 열과 성을 다했다. 그러자 고맙게도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업 시간에 일어났다. 놀랍게도 지난 몇 년 동안 수업 시간에 ‘왜’라는 질문을 단 한 번도 던져본 적 없던 아이들이 ‘왜?’라고 묻기 시작했다. 그것도 집요하게 아니 탐욕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아이들은 마치 지식의 끝을 보려고 하는 광적인 학자처럼 굴었다.

 

 

삼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을 가르쳤던 날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아마도 내가 철학고전을 읽히지 않았다면 수업은 간단히 끝났을 것이다. 삼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을 도출해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를 몇 개 풀어주고, 칠판 앞으로 네 명 정도 불러내서 문제를 풀게 하고, 수학책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수학 익힘 책 문제를 푸는 숙제를 내주는 것으로 끝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아이들 사이엔 어떤 질의응답도 없었을 것이다. 고작해야 내가 “자 이렇게 이렇게 푸는 거야, 알았지?”라고 질문하고, 아이들은 기계처럼 “네~!” 하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아이들은 삼각형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다. 또 거기서 더 나아가서 삼각형을 만든 사람은 누구인지, 그는 왜 하필 삼각형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삼각형의 넓이를 왜 구해야 하는지, 삼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이 5학년 교과서에 실린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알고 싶어했다. 심지어는 삼각형과 삼각형 넓이 구하는 공식이 인간의 실제 생활은 물론이고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를 궁금해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부끄럽게도 난 아이들의 이런 질문들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부족함을 솔직히 시인하고, 아이들을 학교 도서관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도서관의 책들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게끔 했다.

 

늘 이런 식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식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하는 ‘왜?’라는 질문으로 채워진 수업을 몇 번 겪고 나자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 그것도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일념 아래 작게는 몇 권 많게는 십수 권의 책을 마치 지적 전투를 치르듯 빠르고 강렬하게 읽는 독서법을 구사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이들이 참으로 어마어마한 지적 잠재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교과서는 비유하자면 도서관 요약집이다. 도서관의 문학 서가를 책 한 권으로 요약해놓은 것이 국어 교과서고, 과학 서가를 책 한 권으로 요약해놓은 것이 과학 교과서란 소리다. 그렇다면 도서관을 읽은 아이가 교과서를 이해한다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의 기적적인 성적 향상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리 반 아이들의 철학고전 독서가 단기간, 그러니까 나와 함께 있었던 시간에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깊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냥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우리 교육의 한계 때문이었다는 정도로만 말하고 싶다. 아무튼 우리 반 아이들은 학년이 바뀌면서 철학고전 독서와 서서히 멀어졌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누구도 철학고전을 읽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함께 한동안 보여줬던 어떤 지혜의 빛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한 번씩 생각해본다. 만일 당시 우리 반 아이들이 그 뒤로도 철학고전 독서를 꾸준히 제대로 했다면 지금쯤 세계 또는 한국 지식인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인물이 한 명쯤은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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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7.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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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천재 투자자들의 투자전략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전 세계 부의 90% 이상은 세계 인구의 약 0.1%가 소유했다. 민주주의가 도래하기 전에 그 0.1%는 왕과 귀족이었다. 지금은 월스트리트 투자자들과 세계적인 기업가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의 부자들인 왕과 귀족들은 신분제도를 만들어서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현대의 부자들은 교육제도를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사립학교와 공립학교다. 부자들의 자녀가 다니는 사립학교와 부자가 아닌 사람들의 자녀가 다니는 공립학교는 교육과정 자체가 다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앞에서 충분히 이야기했다. 과거의 부자들과 현대의 부자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인문고전 독서가라는 사실이다.

 

J. P. 모건을 비롯한 모든 미국 금융인들보다 더 많은 영향을 세계 금융 시장에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단 두 명의 직원으로 시작해서 세계 최대 증권회사인 메릴린치를 창업한 찰스 메릴은 아이비리그보다 깊이 있는 인문고전 교육으로 유명한 앰허스트 칼리지 출신이다.

 

5달러로 시작해서 1929년에 1억 달러, 오늘날의 원화가치로 약 2조원 이상의 자산을 모은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개인 투자자라고 불리는 ‘추세매매기법의 아버지’ 제시 리버모어(왼쪽 사진)는 비록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을 지녔지만 책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또 그는 인간에 대해 깊이 공부하기로 유명했는데, 심리학 같은 경우 대학에 가서 청강을 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투자순환도로 유명한, 월가를 한 손에

쥐고 흔든 유일한 유럽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오른쪽 사진)는 대학에서 철학과 미술을 전공했다. 그의 마지막 저서로 알려진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는 주식투자서라기보다는 차라리 철학서에 가깝다.

 

천재 투자자들의 투자전략을 비교분석하여 추출해낸 ‘주식 감별 툴(Stock Screening Tool)’로 유명한, 『천재 투자자들』이라는 책의 공동저자 존 리즈와 잭 포핸드는 각 시대별 최고의 투자자 10명을 뽑은 뒤 이들이 동일한 시장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를 한다면 과연 누가 최고의 수익률을 올릴 것인가라는 실험을 5년 동안 한 바 있다. 결과는 총 수익률 146.3%를 기록한 벤저민 그레이엄(아래 사진)이었다. 그는 워런 버핏의 약 15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세계 최초의 금융 분석가로 현대적인 의미의 증권분석 및 가치투자 이론의 창시자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월가로 들어갔는데, 고작 스물다섯 살에 6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았다. 당시가 1910년대였으니 오늘날의 원화 가치로 환산한다면 최소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셈이다. 그는 또 1928년부터 1957년까지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투자이론을 강의했는데, 그의 강의를 성실히 들은 사람들은 모두 월가의 전설이 되었다.

 

그레이엄은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투자가로도 유명했지만 인문고전 독서가로도 유명했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 재학 시절 그리스 로마 고전에 광적으로 빠져들었는데, 얼마나 열광적으로 공부했던지 졸업을 하기도 전에 총장으로부터 철학 교수로 임명해줄 테니 모교에 남아서 학생들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의 인문고전 독서는 평생에 걸쳐 계속되었다. 그는 문학, 철학, 역사고전을 마치 애인처럼 곁에 두며 정독했고, 대부분의 고전을 원어로 읽었다. 그리고 입만 열면 인문고전을 이야기했다. 그는 월가의 투자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인문고전 연구가에 가까웠다.

 

셸비 데이비스는 서른여덟 살이던 어느 날 공무원을 그만두고 월스트리트로 향했다. 전업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주변에서는 다들 미친 짓이라며 말렸지만 그는 자신이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데이비스는 5만 달러로 시작했다. 약 45년 뒤 그 5만 달러는 놀랍게도 1만 8천 배 불어나서 9억 달러가 되었다. 그는 역사를 전공했고,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식이니 펀드니 하는 것에는 아예 관심 자체가 없었다. 이랬던 사람이 어떻게 월가 최고의 투자자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일반적인 전업 투자자들과 비교할 때 차원이 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안목은 인문고전 독서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그가 아들과 손자에게 입만 열면 했다는 다음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전설의 투자가문 데이비스』에서 인용했다.

 

“회계는 언제라도 독학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반드시 전공해야 한다.

역사를 배우면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특별한 사람들에게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철학과 신학은 네가 투자를 하는 데 더없이 좋은 배경이 될 게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철학이 있어야 하지. 투자를 하고 나면 죽어라 기도도 해야 하고.”

 

셸비 데이비스의 아들과 손자는 위의 말을 충실하게 따랐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월스트리트의 전설이 되었다. 데이비스 가문은 월가에서 전설의 투자가문으로 불린다고 한다.

 

존 템플턴(오른쪽 사진)은 영혼의 투자자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탐욕의 대명사로 불리는 월가의 일반적인 투자자들과 달리 박애정신에 입각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테레사 수녀, 알렉산더 솔제니친, 빌리 그레이엄 목사, 한경직 목사 등이 수상한 바 있는 ‘템플턴 상’의 제정자이자 매년 4천만 달러 이상 기부하는 자선 단체인 ‘존 템플턴 재단’의 창설자로 유명하다. 물론 이보다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투자 실력이다. 존 템플턴은 1954년에 ‘템플턴 그로스 펀드’를 출범시켰는데, 만일 당신이 그때 이 펀드에 1천만원을 투자했다면 그 돈은 지금쯤 약 60억원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펀드 운용 능력으로 인해 그는 1999년에 ‘금세기 최고의 주식 투자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가 가진 자료들에 따르면 존 템플턴은 겸손한 성품의 소유자답게 자신의 인문고전 독서 경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템플턴 플랜』을 보면 서양 고전의 뿌리가 된 성경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고 안티파네스, 노자, 파스칼, 토마스 칼라일, 필립 체스터필드,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 찰스 디킨스, 월트 휘트먼 같은 인문고전 저자들의 말이 수시로 인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그가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기 자신을 살아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라”고 대답할 정도로 독서광으로 유명했고, 사람들로부터 월스트리트의 철학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영혼의 성장’이라는 철학적 주제에 평생 천작했고, 가능하면 책을 읽는 시간 가운데 일부라도 할애해서 정신을 맑게 해주는 책을 읽으라고 조언했던 점,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에게 윤리학, 종교, 철학 분야의 책을 두루 읽으라고 강조했던 점 등을 놓고 보면 그가 열성적인 인문고전 독서가였으리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한편으로 존 템플턴은 진정한 부자가 되기 위한 스물한 가지 삶의 원칙을 담은 ‘템플턴 플랜’에서 자신은 독서에서 얻은 지식을 토대로 세상 사람들이 행운이라고 부르는 것을 얻었노라고 고백했다. 그가 말한 ‘독서’는 당연히 인문고전 독서다.

 

피터 린치는 스물두 살에 월가에 들어가서 스물다섯 살에 애널리스트가 되었고, 서른세 살에 펀드매니저가 되었다. 그런데 시기를 잘못 만났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때는 주가가 대폭락해서 주식시장이 초토화되었고, 펀드매니저로 첫 발을 내디뎠던 때는 펀드 시장이 붕괴 직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후일 그의 상징이 된 ‘마젤란 펀드’도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고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통에 한때 2천만 달러에 달했던 운용자산이 6백만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고객들의 펀드 계약 해지 요청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피터 린치는 이 마젤란 펀드를 맡아서 약 13년 만에 약 660배로 불렸다. 덕분에 다른 펀드를 합병해서 2천만 달러로 시작했던 마젤란 펀드는 13년 만에 약 140억 달러라는 믿기 힘든 규모의 운용자산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이 기적 같은 업적을 달성한 후 곧바로 마젤란 펀드를 떠났다. 남은 인생을 소중한 가족들과 보내고 싶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펀드매니저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피터 린치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자신이 월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인문고전 독서로 쌓은 사고(思考)의 힘 때문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대학에 들어갔을 때 과학, 수학, 회계학 같은 일반 경영학 과목은 필수 과목을 제외하고는 피해 다녔다. 대신 인문 과목을 주로 수강했다. 역사, 심리학, 정치학을 배웠고 형이상학, 인식론, 논리학, 종교학, 고대 그리스 철학을 공부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통계학 공부보다 역사와 철학 공부가 나의 주식투자에 훨씬 도움이 되었다.”

 

“논리학은 내가 월스트리트의 비논리성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나의 종목 선정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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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법』- 제11회. 철학하는 세포를 가져라! 인문고전에 빠지다... / 게시판

2011.02.0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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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철학하는 세포를 가져라!

 

이외에도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삶을 조사해보면 1)독서광이다 2)최고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가다, 라는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실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 왜 세계적인 투자자가 없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1)독서하지 않는다 2)인문고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 기법이나 매매 기법을 다룬 책들은 다들 열심히 읽는다. 하지만 그것은 ‘독서’라기보다는 ‘재테크 공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들은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관점에서 보면 고작해야 푼돈 버는 기술이나 가르쳐줄 뿐이다.

 

아서 클라크는 투자회사 아서 D. 클라크 앤드 컴퍼니의 경영자로 연간 복리 수익률 17.6%(1985년 이후)를 기록한 성공한 투자자이다. 그는 워런 버핏 연구가이기도 한데 버핏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워런 버핏과 밀턴 프리드먼과 소크라테스를 동급으로 봅니다……”

아서 클라크의 이야기는, 그 자신의 말한 것처럼, 이상하게 들린다. 소크라테스는 철저하게 비물질적인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에 도착한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월스트리트와 시카고 대학으로 가서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들이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사는 것은 진리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설파할 것이다. 아서 클라크는 소크라테스의 이런 성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소크라테스와 밀턴 프리드먼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는 이상한 이야기를 했던 걸까? 나는 그가 소크라테스의 삶이나 사상을 말한 것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태도를 말한 것이라 생각한다.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태도는 곧 철학자의 사고방식인데 그 핵심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고방식은 필연적으로 군중의 사고방식과 반대된다.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군중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중은 철학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고, 철학자는 군중 속에서 평생 외롭게 살아가거나 은둔하게 된다.

 

 

철학자의 사고방식은 역설적이게도 철학자가 경멸하는 돈의 영역에서도 빛을 발한다. 어떤 독자들은 이 말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세상의 모든 거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이, 돈은 이상하게도 군중이 가지 않는 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는 곧 군중이 가지 않는 곳을 탐험하는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누가 군중이 가지 않는 곳을 갈까? 당연히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철학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부자의 사고방식의 지향점은 철학자의 그것과는 판이하지만.

 

철학자들이 경제학을 만들었다. 즉 경제학자들은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는 철학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만든 경제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군중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만이 승자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경제학자들이 만든 자본주의 시스템의 최고 승자라고 할 수 있는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성공비결로 하나같이 ‘철학’을 드는 까닭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의 부동산 재벌이라고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사진)가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에서 털어놓은 다음 말을 들으면 앞의 이야기들이 좀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책을 특히 즐겨보는데 그는 자신의 양심이 믿는 바를 따를 것을 강조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혼자 힘으로 생각하라는 것인데 나는 그 철학에 동의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선명한 사고(思考)에는 필수적이며 어떤 종류의 집단 심리에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군중과 다르게 투자하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유의 이야기는 사실 매우 식상한 것이다. 거의 모든 투자 서적과 재테크 서적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워런 버핏을 비롯한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입만 열면 군중에게 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즉 과거와 다르게 오늘날의 군중은 “시장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투자 격언을 “보행자는 파란 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라는 말처럼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군중은 왜 정작 투자시장에 들어가면 자신이 아는 바와 다르게 행동하는 걸까? 그 결과 그나마 모아둔 돈마저 합법적으로 털려버리고 마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의 군중은 과거의 군중과 마찬가지로 인문고전 독서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이나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가 존재해야 한다. 철학하는 세포는 오직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군중은 재테크 서적은 읽어도 철학고전은 읽지 않는다. 즉 군중의 두뇌에는 ‘철학하는 세포’가 없다. 그 결과 투자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그동안 귀에 딱지가 내려앉도록 들은 ‘시장과 다르게 사고하라’는 말을 순식간에 망각하고 자신의 재산을 ‘철학하는 세포’를 가진 세계적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바치고 마는 것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비롯한 진정한 투자의 구루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월스트리트 식의 금융시장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탐욕으로 가득 찬 소위 금융 전문가들과 그들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따르는 구름 같은 군중의 행렬을 과감히 무시하고 오히려 그들이 죽는 길이라고 한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라고 애가 타도록 말해왔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실적을 선보임으로써 자신들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왔다. 만일 누구라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들이 애독한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들의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는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책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베스트셀러 또한 단점이 있다. 감동과 지식은 줄 수 있으되 지혜는 줄 수 없다는. 베스트셀러 자기계발 서적은 독자에게 불같은 열정과 폭풍 같은 도전을 던져준다. 베스트셀러 소설은 독자의 마음을 고양시키고 감동의 물결에 젖게 한다. 베스트셀러 경제경영 서적은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미래감각을 길러준다. 베스트셀러 인문교양 서적은 독자로 하여금 지적 만족감과 지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베스트셀러 재테크 서적은 돈을 버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서양의 천재 경제학자들이 만든,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무엇이 될 수 있는, 미국형 자본주의를 아름답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으면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다.

 

지혜는 책 속에 있지 않다. 지혜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한다. 세상에는 소위 인문고전 마니아라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어떤 교수들은 평생 인문고전만 파고든다. 하지만 그들의 독서는 세상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들은 인문고전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을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우는 대신.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공부를 뜻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교수들이나 존 템플턴, 피터 린치 같은 투자자들은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운 사람들이다. 치열한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두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를 만든 뒤, 그 세포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월스트리트 금융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은 사람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바로 그런 교수, 그런 투자자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의 젊은 부자들』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 중에 직접 만난 젊은 부자들은 한결같이 독서광이었다.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한다는 핑계는 가난한 자들의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들은 강조했다. ……필자는 젊은 부자들에게 ‘반드시 집에 가지고 있어야 할 책 3권’과 그동안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크게 감명을 받은 책 3권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놀랍게도 한국의 젊은 부자들은 인문고전을 골랐다. 대표적으로 『사기열전』 『로마제국쇠망사』 『‘일리아스』 『오디세이』『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선정했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는 큰 희망과 깊은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큰 희망은 언젠가는 그들 중에서 조지 소로스 이상 가는 인문고전 독서가가 나와서 우리나라 금융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리라는 기대에서, 깊은 안타까움은 그들의 인문고전 독서 수준이 심히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그들이 지금부터라도 인문고전 독서에 목숨을 걸기를 원한다. 하여 한국의 젊은 부자에서 세계의 젊은 부자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인문고전 독서와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했다. 나는 ‘돈’이 사람의 행복을 위해 발명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슬프게도 돈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역할을 더 많이 해온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세상에 돈을 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은 아닐까? 인문고전은 비록 현대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인문고전 저자들은 하나같이 돈은 사람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여기서 현대 자본주의의 희망을 보았다. 자본주의는 결국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문고전 저자들의 믿음에 걸맞은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조지 소로스, 존 템플턴, 워런 버핏 같은 자본주의의 승자들은 나의 희망이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들은 돈은 인간을 섬기기 위해 주어진 것이라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재산을 기부하고 있다.

 

당송 팔대가 중 한 명인 왕안석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貧者因書富 富者因書貴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이 말대로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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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7.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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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인문고전 독서교육, 이렇게 시작하라

 

초등학교 때부터 논술학원에 등록해서 체계적으로 논술첨삭지도를 받는다. 중고등학교 때는 논술과외를 겸하기도 한다. 일부는 수백수천만원에 달하는 족집게 논술과외를 받는다. 하지만 논술 점수는 별로 좋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부분 경험하는 일이다.

논술시험 공부의 정석을 깨뜨린 사람이 있다. 단국대학교 이해명 교수다. 그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논어와 맹자를 직접 가르쳤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내내 아들에게 직접 선정한 인문고전을 읽게 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했다.

*초등학교 5~6학년: 『명심보감』, 『논어』, 맹자를 읽혔다. 한문 원전을 모두 필사하면서 외우는 방식을 취했다.

*중학교: 장자, 사마천, 호메로스, 볼테르, 에드워드 기번, 로버트 리히, 애덤 스미스, 폴 새뮤얼슨, 존 케인스, 레스터 소로, 밀턴 프리드먼 등의 저서를 번역서가 아닌 원서로 읽혔다.

*고등학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러셀, 키신저, 폴 케네디, 몽고메리, 헌팅턴, 루소, 마르크스, 프로이트, 하이젠베르크 등의 저서를 역시 원서로 읽혔다.

 

결과는 놀랍다. 이해명 교수의 아들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5회 응시한 전국논술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3회 수상했고, 2회 입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평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의 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평자가 강평에서 쓰고자 했던 내용이 이미 답안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논의되고 있어서, 평자가 더이상 첨가할 사항이 없다.” 이해명 교수는 저서 『이제는 아버지가 나서야 한다』에서 위의 사례보다 더욱 놀라운 진실을 들려준다. 그는 고백하고 있다. 자신에게는 지능지수가 같은 두 자녀가 있는데,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느라 바빠서 첫째는 평범하게 교육했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여유가 생기자 둘째에게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포함한 특별한 교육을 시켰는데, 영어 실력과 학력면에서 둘째가 첫째보다 월등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이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이 논술 천재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식이다.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학생이 알고 보니 셰익스피어를 원서로 달달 외울 정도였다느니, 서울대에 수석 합격한 학생이 삼국지를 열 번 넘게 읽었다느니 하는 따위의 이야기들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인문고전 독서교육 중에 제대로 된 것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고통스러운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의 그것은 무의미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독서의 목적이 고작해야 명문 대학 입학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목적을 대학 입학에 두지 마라. 그것은 논술학원에서나 할 일이다. 독서의 목적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두기 바란다. 그것은 아이의 두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지다. 평범한 한 아이를 세종대왕, 이순신, 정약용, 박지원, 허 준, 김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처칠, 에디슨, 아인슈타인 같은 인물로 키워내는 경지다.

 

나는 앞으로 소개할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도서목록>대로 교육시키기를 권한다. 시간은 평일 1~2시간, 휴일 3시간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인문고전 독서를 전혀 시키지 않기를 권한다. 이때는 마음껏 뛰어노는 게 최상의 공부다. 즐겁게 놀면서 공부한 아이들의 두뇌가 공부만 한 아이들의 두뇌보다 훨씬 더 발달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됐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 부모는 문학, 역사, 철학고전을 각각 10권 이상 선정해서 아이 방 책꽂이에 꽂아두어라.

 

어릴 적 내 방에는 인문고전이 쌓여 있었다. 아버지가 대단한 책 수집가였는데 자신의 방에 책을 꽂아둘 공간이 없자 내 방에 두었다. 그 책들은 10년 가까이 내 방에 있었다. 물론 나는 10대 시절에 단 한 권의 고전도 읽지 않았다. 하지만 약 100여 권에 달하는 인문고전을 매일 마주하다보니 고전이 친숙하게 느껴졌고, 언젠가는 그 책들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 친숙함과 의무감이 20대 시절의 인문고전 독서에 큰 힘이 되었음은 두말할 것 없다. 초등학교 3,4학년 때는 인문고전 저자들의 이름을 수시로 들려주면서 그들이 얼마나 독특한 삶을 살았고 또 얼마나 위대한 책을 썼는지 등에 관해서 알려주어라. 쉽게 말해서 동기부여를 해주라는 의미다. 그러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될 인문고전 독서교육에 높은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초중고생 눈높이에 맞게 쓰인 인문고전이나 인문고전을 재미있게 풀어쓴 만화책 등을 읽히는 것은 어떠냐고 묻는다. 물론 그런 책을 읽히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말하는 독서는 아니다.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변화는 단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 하루 혹은 일주일 이상의 노력을 요하는 어려운 책들을 읽음으로써 이루어진다. 즉 자신보다 몇십 배 또는 몇백 배 높은 사고 수준을 가진 천재의 정수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그래서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전통적으로 원서를 직접 읽게 한다. 그리스어로 쓰인 고전은 그리스어를 배워서 읽게 하고 라틴어로 쓰인 고전은 라틴어를 배워서 읽게 한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일반인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본질적인 의미를 놓고 말하면 중요한 것은 원서냐, 번역서냐가 아니라 고전 저자의 두뇌와 얼마만큼 제대로 만나느냐다. 안타깝게도 10대의 눈높이에 맞게 쓰인 책이나 만화책 등은 고전 독서의 본질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쉬운 독서’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가장 잘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부모나 교사가 최소한 1년 이상 5권 이상의 인문고전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제대로’ 읽으면 된다. 즉 고전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이해해보려고 매일 발버둥을 치고, 매일 30분 이상 노트에 성실히 필사하면서 두뇌가 변화되는 경험을 손톱만큼이라도 해보면 된다. 그러면 누구나 저절로 고전 독서교육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천재로 키우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고전 독서의 본질을 놓친, 안 그래도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게 기쁨이라고는 전혀 없는 기계적인 고전 독서를 강요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쯤에서, 비록 부족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공식적으로 처음 주장하고, 아이들을 상대로 직접 실시해보고, 오랜 기간 연구해온 나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도서목록’ 순서대로 읽혀라.

2. 처음에는 통독을 시켜라.

3. 두번째는 정독을 시켜라.

4. 세번째는 필사를 시켜라

5. 자신의 의견을 갖도록 하라.

6. 인문고전 연구가와 토론시켜라.

 

통독은 책을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내리 읽는 것을 뜻한다. 언뜻 생각하면 쉬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교육자가 직접 인문고전 한 권을 통독해보면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동기부여와 칭찬 그리고 보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에게 왜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어라. 아이가 인문고전에 눈길만 주어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칭찬해주어라. 아이가 인문고전을 한 권 통독할 때마다 선물을 해주거나 축하 파티를 열어주어라. 통독을 시킬 때 유의할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더라도 그냥 넘어가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통독이 정독이 된다.

 

정독은 통독보다 10배는 어렵다. 당연히 통독의 10배 이상의 동기 부여, 칭찬, 보상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자가 아이를 의식하지 않고 열정과 기쁨에 사로잡힌 인문고전 독서를 매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따라온다. 정독을 시킬 때 유의할 점은 아무리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게 하라는 것이다. 두뇌의 변화는 다름 아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에 반드시 밑줄을 긋게 하라. 필사를 위해서다.

 

필사는 책을 베껴 쓰는 것을 말한다. 원칙적으로는 책 전체를 필사시키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정독을 하면서 밑줄을 그어둔 부분만 필사해도 괜찮다. 필사는 노트로 해도 좋고 컴퓨터로 해도 좋다. 나는 통독이나 정독보다 필사가 훨씬 쉽다고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통독이나 정독을 할 땐 답답하기만 했던 머릿속이 필사를 하고 나니까 시원하게 열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사실 이런 경험은 나도 종종 했다. 그래서 나는 필사가 인문고전 독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필사는 철학고전 위주로 하기를 권하고 싶다. 문학, 역사고전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필사 교육을 가장 잘 시키는 방법도 역시 동기부여, 칭찬, 보상, 모범이다. 이 네 가지만 잘하면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 이는 모든 독서의 목적이다. 나는 통독-정독-필사를 제대로 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갖게 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때문에 교육자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절한 질문을 던져줄 필요는 있다. 이를테면 아이가 밑줄 그은 부분을 놓고 “넌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니?”라든가 “이 부분에서 무엇을 느꼈기에 밑줄을 그은 거니?”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면 좋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육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는 자신의 의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서툴기 때문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교육자는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모두 표출할 수 있도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져줄 필요가 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나는 인문고전 연구가가 아닌 사람과 인문고전 독서 토론을 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특히 초중고 학생들끼리 하는 토론은 두 손 들고 말리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두뇌의 비약적 성장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두뇌 수준이 비슷한 친구나 같은 반 아이들끼리 토론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천재의 저작을 자기네들 수준에서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벌어진다. 기껏 힘들게 한 고전 독서를 무위로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독서 토론을 꼭 하고 싶다면 인문고전 연구가와 하라고 권한다. 그래야 차원이 다른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고전 연구가들을 만나려면 그들이 주최하는 고전 강독 모임 등에 나가면 된다. 여기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고전 강독 등에 대한 정보는 뒤에서 밝히겠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이지성이 제시한 독서교육의 틀에 얽매이지 마라.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본질은 두뇌의 혁명적인 변화다. 그런데 이 변화는 내가 제시한 독서교육의 틀을 최고로 잘 따른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자의 열정과 사랑을 통해서 얻어진다. 교육자 자신이 얼마만큼 치열하게 책을 읽었는가, 교육자가 아이에게 인문고전 읽는 기쁨을 전달해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교육자가 아이를 얼마만큼 사랑으로 대했는가에 달려 있다. 즉 최고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노하우는 당신의 두뇌와 심장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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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7.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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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천재를 만드는 교육

 

 일본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음악 교육가였던 스즈키 신이치는 일종의 음악 교육 실험을 했다. 그는 교육에 참가한 부모들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하도록 했다.  

  1. 아이가 한 살이 되면 클래식 음악을 들려줄 것.

  2. 두 살 때부터는 음악 감상의 강도를 본격적으로 높일 것.

  3. 음악 감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육에 참가한 다른 아이들 또는 부모와 함께 들을 것.

  4. 부모는 클래식 악기를 배울 것.

 아이들이 자라남에 따라 음악 교육은 보다 전문적으로 진행되었고 아이들은 다들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했다.

5퍼센트는 전문 연주가의 길을 가도 될 정도의 재능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천재 음악가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소련은 각 나라의 대표적인 수학 영재들을 모아서 수학 올림피아드를 조직했다. 그리고 무려 12년 동안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특별한 교육을 시켰다. 천재 수학자를 배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소련 정부의 파격적인 후원에도 불구하고 천재 수학자는 배출되지 않았다. 

스즈키 신이치의 음악 교육과 소련의 수학 올림피아드 교육에 빠진 게 하나 있다. 인문고전 독서 천재 교육이다. 만일 이 두 교육 실험이 카를 비테 식 ‘다른 교육’의 정신과 방법으로 진행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분명히 천재가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1)카를 비테가 자신이 창안한 ‘다른 교육’을 받으면 누구라도 천재가 될 수 있다고 확언했기 때문이고 2)실제로 카를 비테 식 교육을 받은 인물들 중에 천재가 나왔기 때문이고 3)바흐, 헨델, 베토벤, 바그너 같은 천재 음악가들과 데카르트, 파스칼, 뉴턴, 라이프치히, 오일러 같은 천재 수학자들이 하나같이 인문고전 독서 천재 교육을 받았거나 인문고전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카이저스라우테른 대학교 인간생물학과 인간유전학 교수인 하인리히 창클은 크트야 베츠와 함께 쓴 저서 『신동』에서 독일에만 IQ 130 이상의 영재가 160만 명에서 320만 명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중 천재의 전 단계인 신동으로 발전하는 아이는 극소수라고 밝혔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약 7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숱한 영재들을 만났다. 약 5년 동안 근무했던 첫 발령지의 경우 언론이 ‘명문’이라는 칭호를 붙여줄 정도로 대단한 학교였는데 영어 원서를 술술 읽고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암산으로 풀어버리는 아이들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아이들이 많았다. 음악, 미술 분야에서도 전국 대회에서 연달아 수상하는 등 특별한 영재성을 보이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 중 초등학교 시절 이상의 눈부신 번뜩임을 보여주는 사람은 없다. 좀 냉정하게 말하면 나이가 들수록 평범해졌다. 참고로 말하면 내가 처음 만났던 아이들은 지금 대학교 4학년이다.

 나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생계를 해결할 목적으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마음의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교직을 생활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을 많이 탈피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진정한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같은 당시의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까지 하게 되었고, 그 결과 5권에 달하는 교육 서적을 집필하게 되었다.

 교사로서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된 초기 3년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재를 만드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았다. 나는 천재에 대해 쓰인 많은 책과 논문 등을 읽었고, 천재로 발전할 소질이 다분한 영재연구소를 다니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심층 인터뷰하기도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1)우리나라에 영재는 넘치도록 많다는 것 2)대부분의 영재는 중고등학교 때 어린 시절의 빛을 잃는다는 것 3)영재에서 천재로 넘어가는 사람은 ‘전혀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나는 하인리히 창클과 크트야 베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을 얻은 것이다.

 나는 내가 얻은 결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영재로 판별받으면 보통 영재연구소 등으로 보내져서 특별한 교육을 받게 된다. 물론 교육은 방과 후나 주말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왜 그 아이들은 특별한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두뇌의 빛을 잃게 된다는 말인가? 물론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월등한 진보를 보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밝혔듯이 아무리 많은 지식을 축적한다 한들 백과사전은 될 수 있을지언정 천재는 될 수 없다. 천재는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은 몇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좀 잔인하게 말하면 영재교육을 받는 그 숱한 아이들은 고작 몇만 원짜리 가치밖에 없는 백과사전이 되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교육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재연구소 등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다. 영재교육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영재연구소 등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참으로 대단한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아무리 많은 장비를 단다고 해서 우주왕복선이 될 수 없듯이 영재교육을 아무리 열심히 받는다고 해서 천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둘은 서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에 대한 내 의견은 이런 관점에서 들어주기 바란다. 

 

 내가 연구하고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영재교육의 한계는 천재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데 있다.

 음악 영재교육의 예를 들어보자. 대부분의 음악 영재교육은 악기 연습에 치중해 있다. 내 제자 중 한 명은 유명 음악 잡지에 인터뷰가 실릴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자랑했는데 그 아이가 받았던 교육은 학교에도 나오지 않고 집에서 매일 10시간씩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만일 그 아이가 인문고전 독서를 병행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바흐나 헨델 같은 천재 음악가들이 그랬듯이 두뇌를 지속적으로 위대한 고전에 노출시켜서 어떤 거대한 변화를 경험하고 그 놀라운 깨달음을 연주에 불어넣었다면 말이다.  

 장한나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 연주가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 뒤 전공을 음악이 아닌 철학을 선택했다. 그녀가 이런 결단을 내린 이유는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의 권유 때문이다. 그는 장한나에게 진정으로 위대한 음악가가 되려면 반드시 인문고전을 공부해야 한다며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를 추천했다. 요요마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하버드 대학교 인문학사 학부과정을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미술 영재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피카소, 로댕, 세잔, 샤갈, 마티스 등 미술의 천재치고 인문고전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학, 과학 영재교육은 나를 많이 실망시켰다.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터득하고 보다 복잡한 계산을 하고 심도 있는 실험을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무능력한 학교 교육에 비추어볼 때 그 같은 교육은 눈물 나게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그런 교육은 안타깝게도 절대로 천재를 만들어낼 수 없다. 수학과 과학의 천재들은 원리 자체를 만들거나 발견한 사람들이다. 쉽게 말해서 수학, 과학 영재교육이 천재를 배출하려면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터득하는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원리를 창조하거나 발견하는 교육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데카르트, 파스칼, 뉴턴, 라이프치히, 오일러, 가우스,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같은 수학, 과학 천재들의 공통점은 1)원리를 발견하거나 창조한 천재들이 쓴 인문고전 독서에 심취했다. 2)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거나 창조했다. 3)새로운 인문고전을 집필했다는 것이다.

 

 

 미네소타 의대 교수이자 한국 과학기술원 교수인 김대식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대의 천재들 역시 같은 길을 걸었던 것 같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석학들 중에는 역사나 철학을 외면하고 자신의 연구 분야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독특한 창의력과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머레이 겔만(Murray Gell-Mann)은 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쿼크의 존재를 발견하고 196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위대한 물리학자다. 그런데 그는 과학자로서의 인지도만큼이나 현대문학에 조예가 깊다. 특히 (현대의 고전인) 제임스 조이스 문학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어윈 슈뢰딩거(Erwin Schroedinger)도 양자역학의 창시자로서 뒤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였으나 (고대) 그리스와 인도철학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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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법』- 2화. 나의 인문고전 독서 분투기 인문고전에 빠지다... / 게시판

2011.02.0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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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나의 인문고전 독서 분투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고전과 비고전. 고전은 적게는 1~2백 년 이상 많게는 1~2천 년 이상 살아남은 책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천재들의 저작이다. 이것을 한번 생각해보자. 만일 당신이 앞으로 1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들로부터 매일 2시간 이상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들보다 몇 배 뛰어난 존재가 될 것이다. 아니, 세계 최고의 두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분명 이 시대의 천재들이다. 허나 시대를 뛰어넘는 불멸의 고전을 남긴 진정한 천재들에 비교한다면 그들은 기껏해야 머리가 조금 좋은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것을 생각해보자. 만일 당신이 앞으로 10년 동안 매일 2시간 이상 위대한 고전을 남긴 진짜 천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될까?

 

나는 열아홉 살 때 처음으로 인문고전을 만났다. 당시 나는 대학에 막 합격한 상태였는데, 그런 나에게 아버지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런 책도 읽을 줄 알아야지” 하시면서 『장자』와 『순수이성비판』을 선물해주셨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제외하고는 만화책만 읽던 내가 어쩌다가 장자와 칸트를 읽을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다음날부터 그 두 책을 들고 근처 대학 도서관 열람실을 출입하기 시작했다. 『장자』는 그나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칸트가 문제였다. 정말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입학식을 치르기 전에 그 두 책을 완벽하게 떼겠다며 아버지와 약속했기에 매일 머리를 싸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내게 있어서 칸트는 안드로메다나 시리우스쯤에서 온 외계인이었다. 결국 삼분의 일도 읽지 못하고 입학식을 맞았다. 나의 인문고전 독서 1기는 그렇게 끝났다.

 

내가 다시 인문고전을 손에 든 것은 스무 살 때였다. 당시 나는 작가의 길을 걷기로 맹세를 한 터였는데, 대단한 작가가 되려면 왠지 인문고전을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십수 권의 철학고전과 수십 권의 문학고전을 연달아 독파하면서 파죽지세로 진행될 것 같았던 나의 인문고전 독서는 굉장히 엉뚱한 이유로 중단되고 말았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스물한 살이던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을 거다. 전주교대 도서관 1층 열람실에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4학년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난 그중 한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서 샤르트르의 『존재와 무』를 노트에 베껴 쓰고 있었다. 한창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눈치도 없는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다가오더니 “야, 너 뭐하냐?”라고 물었다. 나는 괜히 화들짝 놀랐고, 엉겁결에 『존재와 무』를 노트인지 가방인지로 덮어버렸다. 당시 나는 작가의 꿈을 가졌다는 이유로 동기들로부터 이상한 놈 취급을 받고 있었는데, 아무도 읽지 않는 철학 서적을 읽는 것이 발각되면 평판이 더욱 나빠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4학년 무렵 나의 평판은 ‘미친놈’으로 발전했다. 아무튼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나는 왠지 김이 빠져버렸고 더이상 인문고전을 손에 잡지 않았다. 나의 인문고전 독서 2기는 그렇게 끝났다.

 

인문고전 독서 3기는 스물여덟 살 때 시작됐다. 대학교 때와 똑같았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맹세한 몸이었고 대단한 작가가 되려면 뭔가 남다른 독서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대학교 때 그랬던 것처럼 인문고전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엇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인문고전은 천재의 두뇌 그 자체이고,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곧 천재와 대화하는 행위임을 마음으로 깨닫는 일이다.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으니 나의 독서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다. 나는 외계어나 다름없는 언어들로 무장된 고전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기 바빴다.

 

엉터리나 다름없던 나의 인문고전 독서는 스물아홉 살에 겪은 한 사건으로 인해 급격히 달라졌다. 나는 당시에 외국 자기계발 번역서를 연달아 베스트셀러로 만든 한 잘나가는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지 몇달 된 상태였다. 늦어도 여름에 출간하기로 하고 계약금까지 받았는데 9월 말이 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전화를 했더니 지금은 한 대형 출판사의 대표로 있는 편집장이 밑도 끝도 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엎어졌구나 하는 직감이 왔다. 출판 거절이야 지난 10년 동안 일상적으로 받아온 것이었기에 출판사에 대한 원망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나 자신에 대한 원망만 커질 뿐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실력이 없기에 아직까지 이 따위 취급을 받고 있단 말인가! 하는.

 

비록 하루를 온통 좌절감으로 보냈지만 다음날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나에게 부족한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를 놓고 몸이 아플 정도로 고민했다. 사실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작가란 모름지기 남다른 생각을 하는 존재이고 그게 자연스럽게 글로 표현되는 것인데 나는 너무나 평범했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모른 척했던 그 사실을 뼈가 시릴 정도로 고통스럽게 인정하자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마음가짐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비록 지금은 돌덩어리 같은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나도 천재들의 저작을 죽기 살기로 읽으면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 아니 죽기 살기로 읽어야 두뇌가 손톱만큼이라도 달라진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나는 인문고전 독서에 내 인생을 걸어보기로 결심했고, 실천에 옮겼다.

 

 

당시에 나는 책 읽기에 미쳐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평일에는 평균 1~2권, 주말이나 휴일에는 평균 5~10권의 책을 읽었을 정도였다. 그런 나였지만 인문고전 읽기는 전혀 쉽지 않았다. 동양 고전은 그마나 좀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서양 고전 특히 철학고전은 외계인의 언어 그 자체였다. 휴일에 10시간씩 파고들어도 2~3페이지 이상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전날 읽었던 내용을 모조리 까먹기 일쑤였다. 그러면 다시 시작해야 했다. 덕분에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나 『티마이오스』 같은 경우 책 한 권을 떼는 데 각각 1년 이상 걸렸다. 그래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인문고전을 읽었다. 그리고 인문고전 옆에 네 곳의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들을 쌓아놓고, 인문고전 읽기에 지칠 때마다 휴식처럼 읽었다.

 

 

그렇게 인문고전 앞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고 눈과 귀와 마음을 오직 고전 저자들의 목소리에 맞추자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실천하자 돌덩이 같던 두뇌가 정말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천재가 되지는 못했다. 인문고전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나의 두뇌는 아인슈타인의 두뇌처럼 고전을 술처럼 마시고서 기분 좋게 취할 줄 몰랐고, 비록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열정이 있긴 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고전을 원어로 읽기 위해 라틴어를 배울 정도의 열정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인문고전 독서에 목숨 걸기 전에도 나는 고전 독서의 효과를 알고 있었다. 비록 엉터리 독서였지만 책을 읽는 중에 그리고 책을 한 권씩 뗄 대마다 두뇌가 비상하게 변화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본래 돌덩어리였기 때문에 ‘비상하게 변화한다’는 수준이라고 해보았자 머리 좀 좋은 사람들 뒤따라가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나는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나의 특별한 경험을 나 혼자만 누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인문고전을 읽혔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이 내가 느꼈던 변화와 비슷한 변화를 경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나는 고전 독서의 효과를 자신할 수 있었고, 『학원과외 필요 없는 6․3․1학습법』(중앙m&b, 2003) 『성공하는 아이에게는 미래형 커리큘럼이 있다』(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여자라면 힐러리처럼』(다산북스, 2007) 같은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이로 인해 수십만 명이 인문고전 독서의 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인문고전 독서법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 등이 생겨났다.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법』- 1화. 둔재를 천재로 만드는 인문고전 독서 인문고전에 빠지다... / 게시판

2011.02.0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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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둔재를 천재로 만드는 인문고전 독서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의 일이다. 독일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부모의 근심거리였다. 우리 나이로 세 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는, 모든 면에서 너무 느렸다. 

 정 신 지체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중학생이 된 아이는 나쁜

 기억 력과 산만함 그리고 불성실한 수업 태도로 유명했다. 교사들이 이

 런 독설 을 퍼부을 정도였다.

 

 “너는 너무도 형편없는 놈이기 때문에 커서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 다.”

“네가 교실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아이들은 나에 대한 존경심을 잃는다.”

 

 아이의 인생은 꽤 오랫동안 교사들의 예언대로 진행되었다. 아이는,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대학 입학시험에 낙방하고,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마침내 대학생이 되어 졸업을 하지만 별 볼 일 없는 학점과 그저 그런 졸업 논문으로 인해 대학교 조교 자리조차 따내지 못하고, 지도교수와 반목하다가 박사학위 논문을 중도에 때려치우고, 먹고살기 위해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지만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백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아이에게도 남다른 면이 있었다. 아이는 인문고전을 열렬히 사랑했다. 어쩌면 그것은 부모의 영향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집에서 문학고전 낭독하기를 즐겨했고, 어머니는 음악고전 마니아였다.  

 막스 탈무드는 의대생이었다. 그는 아이 부모의 초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의 집에 들러서 아이와 함께 밥을 먹었다. 천성이 따뜻하고 쾌활한 그는 아이와 금세 친해졌고, 자연스럽게 아이의 멘토가 되었다.

 막스 탈무드는 ‘인문고전 독서법’의 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독서법으로 아이의 두뇌를 바꿔주기로 작정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아이에게 읽힌 첫 책이 유클리드의 『기하학』이고 두번째 책이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기 때문이다. 열세 살에 유클리드, 열네 살에 칸트를 만나고 어떤 변화를 경험한 아이는 이 독서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기로 마음먹고 열일곱 살에 이런 맹세를 하기에 이른다.

“나는…… 술 대신 철학고전에 취하겠다!”

이후 아이의 삶은 인문고전 독서로 채워진다. 이미 십대에 대부분의 서양 철학고전을 독파한 아이는 대학에 들어가서는 전공보다 철학 강의를 즐겨듣고, 친구 아버지가 알선해준 직장에 들어가서는 상사로부터 아리스토텔레스가 창시한 논리학에 근거한 사고 훈련을 받는 데 몰두하고, 퇴근한 뒤에는 자신이 창시한 고전 독서 모임인 ‘올림피아 아카데미’ 회원들과 독서 토론을 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이 모임은 플라톤의 『대화편』, 존 스튜어트 밀의 『논리학 체계』, 데이비드 흄의 『인간본성론』, 칼 피어슨의 『과학의 문법』, 앙리 푸앵카레의 『과학과 가설』 같은 책들을 읽고 토론했는데, 창립회원 중 한 명인 모리스 솔로빈에 따르면, 중요한 부분에 이르면 한 페이지나 반 페이지 또는 한 문단을 가지고도 며칠씩 치열하게 토론했다고 한다.  

아이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과학철학 및 과학사 교수이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아서 I. 밀러(Arthur I. Miller)는 『아인슈타인, 피카소』라는 책에서 아인슈타인의 ‘의식적 사고’를 설명하면서이렇게 덧붙였다.

 

“아인슈타인이 로렌츠의 전자기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상대성이론을 발명하게 된 배경에는 1)독일의 과학자 발터 카우프만의 고속 전자의 질량에 관한 자료 2)1895년의 사고 실험의 자료 3)스위스 폴리테크닉 연구소에서의 배움 4)인문고전 독서가 있었다. 

 

 

 1806년 5월 20일, 영국 런던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해력, 기억력 등 지적 능력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특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는 평범했지만 아버지는 특별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의 두뇌를 천재의 두뇌로 변화시키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두뇌를 장기간에 걸쳐서 인문고전 즉 문학, 역사, 철학 고전에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아이의 인문고전 독서는 여덟 살부터 시작됐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키케로, 데이비드 흄,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플루타르크, 카이사르, 에드워드 기번, 일리아드,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리비우스, 오비디우스, 테렌티우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파네스, 데모스테네스…… 아이가 열세 살이 되기 전에 읽은 대표적인 도서목록이다.

 이 모든 책을 아이는 영어 번역본이 아닌 그리스어, 라틴어 원서로 읽었다. 물론 아이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아이가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한 것도 아니었다. 일례로 플라톤의 『테아이테토스』 같은 경우 너무 어려운 나머지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차라리 읽지 않는 게 나았다고, 자서전에 썼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지도로 인문고전 독서를 큰 무리 없이 해나갔다.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에 특별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물론 처음에는 고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렵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가 일주일 또는 한 달씩 늦추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기면 고통은 기쁨으로 변한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의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꿈밖에 꿀 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엄청난 양의 인문고전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아이의 두뇌는 자연스럽게 인문고전 저자들의 두뇌처럼 바뀌어갔다. 고전의 내용을 이해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천재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접촉한다는 그 자체가 중요했다.

 물과 식물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식물에게 물을 주고 나중에 보면 물을 준 흔적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식물은 자란다. 인문고전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철학고전 같은 경우 몇 번을 되풀이해 읽고, 해설서란 해설서는 다 찾아 읽고, 심지어 필사까지 해도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이해 불가능인 경우가 많다. 일반인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철학 연구가들조차 ‘어렵다’라고 고백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철학고전을 한 권씩 뗄 때마다 사고의 수준이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철학고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현상이다.

아이는 평생 인문고전을 읽었다. 아니, 인문고전에 푹 빠져 살았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처럼 인문고전 독서 클럽을 만들었고,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독서 토론 준비에 쏟아 부었고, 하나의 주제에 놓고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을 때까지 석 달 넘게 토론할 정도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고전 독서 및 토론에 집중시켰다. 그 결과 평범하기 이를 데 없었던 아이의 두뇌는 마침내 인문고전 저자들과 똑같은 천재의 두뇌로 완벽하게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이름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지금까지도 철학, 경제학, 사회과학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논리학 체계』(1843)』 『경제학 원리』(1848) 『자유론』(1859)을 저술한 천재 사상가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서전에서 말했다.

“나는 지적인 영역에서 평균 이하였지, 이상은 결코 아니었다. 평범한 지적 능력, 평범한 신체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받았던 고전 독서 교육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의 어떤 아버지도 기울이지 못할 정도의 노력과 주의와 인내를 나에게 쏟았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고전 독서 교육 덕분에 내 또래들보다 25년 이상 빨리 출발할 수 있었다.”

“나는 고전 독서와 토론으로 인해 한 명의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사상가로 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주의 전자책] 노자 인문학 통해 일상적 문제 해법 제시

 

입력: 2015-04-02 19:32
[2015년 04월 03일자 1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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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자책] 노자 인문학 통해 일상적 문제 해법 제시



○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최진석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1만360원



저자 최진석 교수는 대학과 기업, 각종 단체를 종횡무진하며 사람들의 생각을 명쾌하게 만들고 허를 찌르는 깨달음과 감동을 선

사하는 동양철학의 대가이자 '창조 인문학의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통해, 2500년 전 노자의 생각법에서 '현대인의 생존법'을 끄집어내는 동시에 지금 우리의 삶과 사유를 뒤흔드는 통찰을 전달한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은 단순히 노자 철학을 소개하거나 '도덕경'을 해설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노자와 도덕경을 화두로 삼아, 인류의 생각과 철학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살피는 것부터 시작하여 인생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또 개인의 삶을 바꾸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를 변혁하는 데 노자의 사상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도 설명한다. 노자의 시대적 맞수 공자의 사상과 치밀하게 비교하는 것은 물론이고, 헤겔 · 다윈 · 마르크스 · 프로이트 · 니체 등 근현대 서구의 사상가들과도 전방위적으로 견주며 노자를 현대적으로 재탄생 시킨 저자의 지적 모험은 인문학적 생각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길로 인도한다.

이 책은 노자 인문학을 토대로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답은 잘하면서도, 질문은 잘하지 못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자기표현이 안 되는 공부는 즉시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인의식'과 관련해서는 역으로 자기가 스스로를 주인으로 생각지 않고 '손님'으로 여겨야 상대방과 열린 관계로 상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자살률이 세계 1위인 우리 사회에 대해,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보편적 기준이 너무 강하고 그 기준이 획일화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경고하면서 스스로를 거대한 가치 기준 아래 두고 하찮은 존재로 만들지 말고 '각자 사는 맛'을 가져야 함을 설파한다. 책은 우리를 일상에서 좌절하게 만드는 선택, 불안, 사랑, 소통, 행복에 관한 문제들에 명쾌한 해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세계가 본질이나 중심이 아닌 '관계'로 되어 있다고 본 노자 사상을 꿰뚫어봄으로써 '생각하는 힘'을 복원하는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현대인이 외부로부터 강한 신념, 이념, 가치관, 지적 체계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잃어간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생각하는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신념이나 가치, 이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경계에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념과 기준에서 벗어난 '나(자기)'로 돌아가야만 '생각하는 힘', 즉 인문적 통찰력이 생긴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자기'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기 자신을 일반명사 속에 함몰되도록 두지 않고, '고유명사'로 살려내자는 것이다. '고유명사'로 살아가는 것은 결국 자기로부터의 혁명에서 시작된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에게 큰 공감을 안겨줄 것이다. 독자들은 최진석 교수가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전해주는 노자의 철학과 생각법을 통해 시대를 살아가는 인문적 힘을 배양하고,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자료제공 : 예스24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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