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지 못하는 역사는 반복된다
꽃피는 봄이 왔다.
오늘은 2018년 4월 3일, 4.3사건 70주기다.
이렇게 예쁜 유채꽃이 마구 피어나던 그 때의 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꽃피는 봄만 오면 제주도민으로써 4.3을 꽃꽃하게 기억하려 애쓰는 노총각이다.
내가 겪지 않은 역사여도 공감되고 내 일처럼 아프다.
4.3을 폭동이라 부르는 세력이 있으면 내 일처럼 분노하고.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에서 작은 교통사고까지.
이 땅에 억울한 일이 없었으면 참 좋겠다.
그래서 한 때는 대통령되는 게 꿈이었는데, 이젠 그냥 평화가 꿈이다.
퇴근 후 집에와서 슬픈 노래 하나 틀어놓고 4.3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김윤아 야상곡)
요즘 주말마다 귤밭에서 일하느라 온몸이 쑤신다.
열심히 일했더니 엄마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랬다.
딸기우유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만들어주셨다.
"역시 맛있어"
설탕을 넣지 않아도 맛있었다.
요즘들어 왜 그렇게 딸기우유가 먹고 싶었던지.
오늘은 직접 만들어 먹기로하고 마트로 가던 길이었다.
횡단보도 신호 대기 중 대학생으로 보이는 예쁜 여학생 둘이 4.3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빨갱이 하나 잡으려고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인 게 말도 안되지"
이런 얘기였다.
'빨갱이 잡으려고 죄없는 도민들을 학살한 게 아니다' 라고 참견하고 싶었지만 용기 없는 노총각이라 패스.
빨갱이 색출 논리는 온전히 가해자 입장일뿐.
이명박 박근혜 시절이 시작되면서 젊은애들은 정치,사회문제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틀린 생각이었다.
시대가 바뀐다는 걸 느낀다. 바람직하다. 미래가 밝다.
마트에서 사온 빨간 딸기를 믹서기에 넣었다.
믹서기에 갈려지는 빨간 딸기를 보니 70년전 제주에는 얼마나 많은 빨간 피가 흙 위에 뿌려졌을지 또 생각해본다.
벚꽃 처럼 예쁜 분홍색으로 잘 갈린 딸기.
올해도 벚꽃은 상상으로 구경했다.
딸기우유 한 잔할 노처녀 빨리 구해야 할텐데..흠흠.
아무튼 잘 알려지지 않는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설민석 강의에도 없는 이야기들 몇가지.
4.3 사건은 자세히 알면 알 수록 더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노처녀는 자세히 볼 수록 예쁘지만.
우선 빨갱이 논리는 완벽히 가해자 논리다.
범죄에도 비슷한 논리가 많다.
'술 먹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아니냐!'
뭐 이런 것 말이다. 음주범죄 후에!
그럼 빨갱이가 대체 뭐지?
그저 자신들이 권력을 차지함에 방해가되면 빨갱이로 몰아 죽이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세월호 촛볼 시위를 빨갱이 집단이라 칭하는 세력처럼 말이다.
한반도에 전쟁대신 평화를 원하는 마음을 빨갱이라 칭하는 집단처럼 말이다.
이런 집단이 4.3사건 가해자의 후예들이란 점도 기억해야할 현실이다.
아이들을 물론 임산부, 노인까지 닥치는대로 죽였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되는 신생아에서 뱃 속의 태아까지.
갓 태어난 신생아가 빨갱이일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보나?
4.3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서북청년단은 유독 임산부와 아이를 더욱 잔인하게 죽였다.
위 사진은 젊은 남자 3명이 총살되기 직전 모습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저 남자들은 군인이라는 점이다.
군인이 군인을 죽여? 군인 중에도 빨갱이가 있었다는 건가?
당시 9연대 장병 100여 명이 군사 재판도 받지 못한 채 처형되었다.
왜?
제주도 출신이었기 때문에.
처형된 군인들 대부분의 고향이 제주도였다.
출신만 보고 같은 빨갱이로 몰아서 죽여버린 것이다.
군인을 보내 제주도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여야하는데 제주도 출신 군인들은 믿을 수가 없으니 미리 누명씌워 죽여버린 것이다.
위 사진 속에서 처형되는 남자들이 9연대 장병인지는 모르겠다.
짧은 머리 젊은 나이 등을 볼 때 맞는 거 같다.
이렇게 빨갱이 색출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낙인 찍는 수단이었을 뿐.
반대세력을 깔끔히 제거하기 위한 살인 자체가 목적이었다.
히틀러도 이런 저열한 수단은 쓰지 않았다.
중세 유럽 종교전쟁, 마녀사냥 때도 이런 얘긴 없는 거 같다.
더 놀라운 사실은 언론인도 총살되었다는 점이다.
제주도 유일의 지역 언론사였던 '제주신보' 사장과 전무 등 책임자들이 다수 체포되었다.
그 중에서 편집국장은 총살되었다고한다.
제주도에 주재 기자를 두고 있던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지사장도 총살되었다.
누구든 자신들에게 충성하지 않으면 빨갱이로 몰아 죽였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죽였을 뿐, 인가다움은 없었다.
"그 사람이 아일 맡아가지고 애기를 돌에 내부쳐서 죽여버렸어.
그러니깐 그 꼴을 보면서 이젠 나와가지고 어멍이(엄마가) 꼭 달라붙은 것 같애.
그러니깐 어멍을 개머리판으로 부숴버린 것 닮아. 이 해골 박세기가 바싹 부숴져버렸어.
거 내 추측인데. 애기는 순경이 내부쳐서 죽인 것 맞아.
돌에. 세상에 애기를 돌에 내부쳐서 죽였던 거라, 글쎄, 일곱 달 된 애기라. 참 애기도 잘 났데.
지금 살았시민 육십일 거여. 그 애기를 돌로 내부쳐서 죽여버렸어."
또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이란 책에서 서북청년단의 만행을 자기혐오, 그리고 극단적 여성혐오 범죄라고 규정했다.
"미군정의 내부 기밀 보고서에서 이 집단은 흔히 남한 전역에서 테러를 자행한 파시스트 청년단으로 묘사되었다. 단원들은 주로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 출신이었고, '청년'은 10대부터 중년까지 고르게 분포한 악한들이었다.
(중략)
예를 들면 하귀리 마을에서는 남편이 반란자로 추정되는 스물한 살 된 임신부 문씨는 집에서 우익 청년단에게 끌려가 창으로 열세 번 찔려 유산했다.
그리고 아이가 반쯤 나온 상태의 그녀를 죽도록 내버려두었다.
다른 여인들은 흔히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윤간한 뒤 질 안에 수류탄을 집어 넣어 폭발시켰다.
이 병리 현상은 아마도 이전에 일본에 복종했고 이제는 다른 외세(미국-글쓴이)를 위해 활동하는 자들의 자기혐오, 그리고 가부장적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여성 혐오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 '한국전쟁의 기원' 저자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님의 인터뷰다.
강추한다.
일부 기독교에서 민간인학살을 주도했던 역사를 쉽게 설명해주신다.
서북청년단에 대한 내용도.
그럼 현재는 어떨까?
우선 20년 전 이야기다.
4.3사건을 다룬 다큐를 만들었을 뿐인데 구속 당했다.
1997년 인권영화제에서 4.3 사건을 다룬 '레드 헌트'를 상영했던 영화제 집행위원장 서준식씨가 구속됐다.
감독인 조성봉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다행히 영장이 기각돼 간신히 구속을 면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되기까지 4.3은 금기였다.
모두가 잊고 있었다.
이 끔찍한 일을.
경찰은 닥치는대로 발포했다.
15세 학생과 젖먹이를 안고 있던 어린 엄마에서 나이든 농부 등이 사망했다.
일제 순사들이 경찰이 되었으니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이고 민중은 더욱 분노했다.
민주 경찰을 위해 총기무장과 고문을 폐지할 것
발포책임자와 발포 경관을 처벌할 것
경찰 수뇌부는 사임할 것
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정상생활을 보장할 것
3.1절 행사 사건에 대한 애국 인사들을 체포, 고문하지 말 것
일제 순사 시절의 악행을 그만둘 것
도민 95%가 위 내용을 조건으로 총파업을 시작했다.
그저 살기위한 항쟁이고 민주적인 제주도를 만들기위한 저항이었을 뿐이다.
미군정 제주 사령관 브라운 대령 "원인에는 흥미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 뿐"
'어떻게 시작되었든 상관 없이 내 임무는 진압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무고한 도민들을 체포 고문, 총살하기 시작했다.
요즘 태어난 게 행운이라는 생각은 아주 무책임하다.
몇년 전 가족행사 때 4.3을 겪은 친척 어르신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본 적이 있다.
학살이 어땠는지 우리 동네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없었는지.
대답은 충격이었다.
그냥 폭도들이 죽었을 뿐이라는 것.
4.3은 폭동이라는 자유한국당 세력과 같은 생각이었다.
또한 당시는 워낙 무법천지라 마음에 안 드는 사람있으면 경찰에게 '쟤 빨갱이' 한 마디면 그냥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따라서 4.3을 입에 올릴 수 없는 과거를 살아온 어르신 입장에선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빨갱이로 몰려 죽을 수도 있었던 시대를 살아오셨으니.
4.3을 입에 올리게된 것도 노무현 정부 부터다.
얼마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인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아직도 4.3은 끝나지 않았다.
또 언제 유사한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특히 강정마을 해군기지 갈등도 4.3과 매우 비슷하다.
군사시설 건설에 반대하면 빨갱이로 몰아 경찰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당하고 구속됐다.
근데 왜 강정에 해군기지를 짓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려면 가까운 변산반도 쪽이나 울산 쪽이 좋을텐데?
경찰의 도민 폭행은 무죄
도민은 구속과 벌금
4.3 당시 제주도민을 진압하기 위해 파견된 9연대에서 제주도 출신 군인들을 총살한 것처럼
강정마을 갈등 당시 강정마을 주민을 진압하기 위해 육지 군인이 파견됐다.
역사를 잊었기에 외지 군경에 의한 폭력은 이렇게 또 벌어지고 말았다.
여기서 일본이 왜 제주도를 군사요새화했는지 살펴보면.
제주도의 위치는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일본이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등을 공략하기에 제주도는 최고의 군사요충지였다.
지금도 제주도는 그 위치 그대로다.
일본도 그랬듯이 미국에게도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최고의 요충지일 것이다.
아직 우리 군은 육군 중심의 앉은뱅이 한반도 전용 군대다.
따라서 왜 해군기지가 최남단 강정마을에 지어야 하는지 더 자세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해군기지라는 설이 있다.
천안함이 미국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이야기도 왜 자꾸 나오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 가정하면 미국의 군사작전에 의해 언제라도 한반도가 다시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특히 제주도.
일본군의 중심전력은 대부분 제주도에 있었다.
송악산 진지동굴, 모슬포 격납고 등 어렸을 때부터 뛰어놀던 곳이라 잘 안다.
공군기지로 활용됐던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송악산 진지동굴.
또 다시 제주도가 군사요새가 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
자주국방을 바탕으로 강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과의 대치가 끝나야 하고.
4.3 70주년 추념식에 등장한 원희룡 도지사.
얼굴에 칠해진 분은 아이돌 출신 이효리보다 훨씬 두꺼웠다.
제주 출신이 핸디캡이라는 원희룡
어쩌면 화장보다 얼굴이 더 두꺼울지도 모르겠다.
반면 엑세사리 하나 없이 민낯에 가까운 가벼운 화장으로 등장한 이효리.
서울시민이 되버린 제주 출신보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서울 출신이 더 낫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정치인 중에선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말고는 아무도 4.3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투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초중고 시절에는 4.3이 어떤 일이었는지 왜 발생했는지 제대로 가르쳐주는 선생이 없었다.
대부분 제주도 출신임에도 말이다.
정부에서 교육청에서 교육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원인도 있다.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시절 도덕 선생님이 도덕 시간에 몰래몰래 4.3을 가르쳐주기도 했었다.
마치 자신이 겪은 일처럼 열정적으로 눈물까지 흘리며 가르쳐주셨었다.
지금은 교육청 장학사?가 되셨다고 들었다.
예쁘고 친절해서 인기가 많은 여선생님이셨는데.
노처녀로 좀 계시다가 최근 몇년 전에서야 결혼하셨다고..
아무튼 학창시절 4.3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이렇게 나이들어 이것저것 찾아가며 혼자 배웠다.
이제야 슬슬 제주 교육계에서도 4.3을 가르치려는 움직임이 있는 거 같다.
아직도 제주엔 봄이 오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아직도 죽음을 생각하는 의미의 '추념식', 단순히 '사건'으로 치부되는 '4.3'이 민주항쟁으로 인정받고 제대로 보상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역사의 반복을 막으려면 까마득한 길이다.
또한 제주도에 이승만의 후예들을 추종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젊은세대가 짊어져야할 숙제가 많다.
마지막으로 4.3의 완전한 해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4.3의 완전한 예방이다.
다시는 절대 평화의 섬에 아픔이 없어야한다.
추천하는 4.3 동영상
제주 4.3 70주년 설민석의 역사특강
결론
4.3의 원인은 미국이다
4.3사건 대학살의 주범은 미국과 이승만 정부, 서북청년단, 군인과 경찰이다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주국방 완성하자
무관심도 공범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바탕으로 서북청년단이 부활했다
4.3과 같은 역사를 완벽히 예방하자
투표 잘하자
이전 4.3 관련 글
출처: https://oflove.tistory.com/341 [돌코롬헌 세상 만들기]
'역사관 > 4.3, 5.18 ,911, 천안암, 세월호, 촛불혁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호 레이더 영상 공개... 급변침 이유는 잠수함 또는 스텔스 군함? (2014.6.26) (0) | 2020.05.04 |
---|---|
4월 16일 출동한 미군은 왜 세월호 근처에도 오지 못했나 (0) | 2020.05.04 |
[시사기획 창] 침묵의 세월 (0) | 2020.04.27 |
[서프라이즈] 911테러를 정확히 예언했던 게임 카드! 그 정체는? (0) | 2020.04.08 |
천안함 10년 2심재판서 밝혀진 의혹 8가지 (0) | 2020.04.08 |
12년간 단 한 번도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제주 지사 (0) | 2020.04.08 |
제주4.3 당시 50명 이상 '집단학살' 26곳서 자행 확인 (0) | 2020.04.08 |
[설민석의 역사특강] 당신이 몰랐던 제주 이야기 #제주4.3사건원희룡 (0) | 2020.04.08 |
[과학의 눈으로 본 천안함의 진실] 4부. 천안함 반파 순간 드러난 잠수함 그리고 미국 (0) | 2020.04.08 |
4·3 항쟁이 일어난 진짜 이유 (0) | 2020.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