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국회 농성 200일 “진상조사위 즉각 출범시켜라”
지난 2월 자유한국당 5·18 폄훼 논란 계기로 농성 돌입
“5·18 가해자 부정축재 환수법 및 진상조사위 출범 촉구”
  •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 승인 2019.08.29 17:21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망언 논란 이후 시작된 5·18 관련단체들의 국회 앞 농성이 200일을 맞았다. 그러나 변한 것은 겨울, 봄, 여름을 지나 맞이하게 된 세 번째 계절 뿐,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사과와 5·18 관련법 제·개정을 추진하자는 국회 안팎의 요구가 무색할 만큼 후속조치는 없었다. 5·18농성단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또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용만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이사는 “겨울에는 거의 얼어죽을 뻔했다. 지난 여름 37도 무더위가 올라올 때 텐트에서 잔 사람들은 아스팔트 복사열 때문에 밤새 저열 화상을 입을 뻔 했다. 추위, 더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아침 국회 앞 1인시위를 통해 의지를 표현해왔다”며 “오늘 벌써 22번째 출정가를 부르며 5·18 가해자와 왜곡한 자들을 처벌하라고, 국회·법원·경찰 앞을 다니며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농성단은 1910년 오늘이 일제가 대한제국 통치권을 강탈하기 위해 한·일병합조약을 강제 체결·공포한 경술국치일이라는 점들 들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묵념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5·18농성단의 요구는 △5·18 가해자 전두환 신군부가 39년간 누린 범죄수익에 국정조사권 발동 △빈곤과 질병에 신음하는 5·18 피해자들 실태 전수조사 △5·18 가해자 부정축재 환수특별법 제정해 전두환 신군부 범죄수익 몰수 △5·18역사왜곡처벌법 입법과 5·18진상조사위 출범 조속히 실행 등이다. 

▲ 29일 국회 앞 농성 200일차를 맞아 기자회견을 연 5·18역사왜곡처벌농성단이 서울 여의도 국회를 향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9일 국회 앞 농성 200일차를 맞아 기자회견을 연 5·18역사왜곡처벌농성단이 서울 여의도 국회를 향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5·18농성단은 “역사의 정의는 가해자가 사법적으로 단죄되고 경제적으로 범죄수익을 박탈당할 때 비로소 성취된다”며 “지난 2월 여야 의원 166명 공동발의로 5·18역사왜곡처벌법이 발의된 이후 7개월 동안 국회는 당리당략의 충돌에 따른 공전을 반복해왔고 앞으로의 통과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국회의 직무유기요,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세비의 절도행위다. 국회는 역사적 사명과 민의를 받들어 합의대로 5·18역사왜곡처벌법을 조속히 통과시키라. 지연되고 있는 5·18진상조사위를 즉각 출범시켜 진실을 밝히고 왜곡된 정의를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전두환 신군부는 정권찬탈을 위해 광주시민을 대량학살해 헌정을 전복하고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참모총장 등 핵심요직을 누렸다 집권기간 전두환은 밝혀진 것만 해도 9500억원의 정치자금을 강제로 거뒀다. 30여년간 아파트 값이 무려 47배가 올랐으니 지금은 천문학적 거액이 됐다”고 밝힌 뒤 “전두환 신군부의 군사독재 기간 5·18 피해자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일자리 얻기도 어려웠다. 2006년 조사 당시 당사자 41.2%, 유족 76.9%가 월 100만원 이하의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소득으로 생활했고, 지금까지 60명 이상이 생활고로 자살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한편 5·18 당시 무력진압을 주도했던 전직 대통령 노태우씨 아들 노재헌씨가 지난 23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은 일과 관련 “(노씨가) 와병 중에도 사죄의 참배를 시킨 부분에 대해 비록 늦었지만 용기 없이 하기 어려운 일이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태우 당신의 진실 증언은 신군부 제1호 참회자이자 진실의 촉매자로서 역사적 의미와 광주시민들과의 화해를 선물로 받을 최고의 기회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의 마지막에 최후의 용기를 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농성단은 “1996~1997년 사법단죄를 통해 겨우 14명만이 헌정질서 문란 내란목적 살인으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그 유죄의 근거도 그들이 이미 1980년 당시부터 조작, 왜곡, 은폐한 기록이었다. 최근 몇 년간 국회공청회를 포함해 지만원 등 5·18 왜곡·폄훼·망언은 아직도 전국적, 전문적, 조직적으로 확대재생산돼 시민 정신의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 전두환 등 가해자들은 아직도 집단사살 발포명령과 헬기사격, 사체소각 등을 부인하며 재판 중”이라며 “우리 5·18농성단은 5·18 명예와 역사정의 회복은 39년 전 진실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 29일 국회 앞 농성 200일차를 맞아 기자회견을 연 5·18역사왜곡처벌농성단이 국회를 향한 공개요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9일 국회 앞 농성 200일차를 맞아 기자회견을 연 5·18역사왜곡처벌농성단이 국회를 향한 공개요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직 의원 중 대안정치연대 소속 유성엽 대표와 천정배 의원이 참여했다. 유성엽 대표는 “아직 국회는 윤리위원회마저 구성되지 않은 채 이 상황에 이르렀다. 진상규명을 위한 5·18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합의되지 않고 조사위조차 구성되지 않은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촉구를 해왔으나 아무런 진척시키지 못한 점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다시 한번 뛰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은 “여러분께서 굳이 나서지 않고도 일이 풀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에 대해 광주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깊이 사과드린다. 20대 국회 출범 3년이 지났다.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 출범도 2년 지났다. 그러나 5·18 진상규명과 정신을 기리는 문제는 조금도 진전이 없다. 한국당 의원 3명을 비롯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이 광주항쟁을 폄하하고 모욕함에도 어떤 제재도 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 5·18이 40주년 될 때까지 이 모든 문제 해결이 광주정신에 합당하게 이뤄지도록 온 힘 기울여서 함께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5·18농성단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향한 공개요구서를 국회 민원실에 접수했다. 농성단은 요구 사항들을 국회가 이행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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