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침술이 의학계와 일반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붐을 일으켰고 이것이 세계적 붐을 자극하였다. 이러한 추세에 때를 같이 해서 다른 의학들이 속속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낯선 의학들은 동양에도 많이 있었고 서양에도 많이 있었다.
이 크고 작은 의학들의 혼잡을 정리하기 위해 서양의학자들은 “서양의학 외의 모든 전통의술과 민간요법을 통틀어” 대체의학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구미 각국에서는 우리의 전통의학인 한의학도 대체의학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의학이 대체의학에 들어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제도가 이원화되어 있으므로 한의학도 제도권 안의 공식의학에 속하기 때문이다.
동·서 의학을 비교해 보면, 동양의학에도 있고 서양의학에도 있는 개념이나 이론이라 하더라도 어떤 부분은 동양의학에서 더 강조하는가 하면 또 어떤 부분은 서양의학에서 더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동·서 의학 사이의 차이점이라고 간주하여 열거해 보면 이렇다.
지식체계의 바탕이 동양의학은 철학적이고 서양의학은 과학적이다. 동양의학은 주관적인 면이, 서양의학에선 객관적인 면이 강조되어 있다. 동양의학은 총체적인 이해, 서양의학은 분석적인 관찰이 강조되어 있다. 치료 면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동양의학은 방어적이고 서양의학은 공격적이다.
동양의학은 경험적이고 서양의학은 실험적인 면을 강조한다. 동양의학은 적당성을 강조하고 서양의학은 정확성을 강조한다. 동양의학은 역할(기능) 위주이고 서양의학은 해부학 위주이다. 동양의학은 건강 중심이고 서양의학은 병 중심이다. 성질에 있어서 동양의학은 성(性)을 강조하고 서양의학은 질(質)을 강조한다.
이상에서 열거한 차이점 하나하나마다 그 일부가 서로 중첩되어 있어 공통점이 되기도 하며 동·서 의학 접목의 접합점이자 상호 보완점이 되기도 한다.
대체의학의 현황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대체의학 범주에 포함시키는 요법은 200가지가 넘으나 그래도 비교적 더 잘 알려진 것은 약 50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들 중에 어떤 것은 서양의학에 더 가까운가 하면 어떤 것은 동양의학에 더 가깝다.
서양의학에 밀접한 대체의학의 예로는 정골의학, 족부의학, 척추교정의학, 중금속 제거 요법, 해독요법, 최면요법, 심신의학, 에너지의학, 영양요법, 분자정형의학, 엔자임 요법, 환경의학, 산소요법, 자장요법, 응용운동학, 보디워크 요법, 롤핑 요법, 꿈 치료법, 오락치료, 신경치료, 재건요법, 세포치료법, 두개천골자극요법, 홍채진단법, 자발요법, 라이히안 요법, 신경언어학적 프로그램 요법, 도인상상요법, 생체되먹이요법, 무도요법, 생물학적 치과치료법 등을 들 수 있다.
동양의학에 밀접한 대체의학은 아유르베다 인도의학, 자연의학, 명상요법, 요가, 기공치료, 생약요법, 꽃요법, 향기요법, 소리요법, 원예요법, 반사요법, 봉침요법, 접촉요법, 심령치료법 등이 있다.
동·서 의학 접목형의 대체의학에는 동종요법, 식이요법, 절식요법, 장요법, 광선요법, 수치료, 고열요법, 양자의학, 요료법 등이 있다.
▲ 대체의학의 한 분야인 한방 추나요법. 오른쪽은 서구에서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주목받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한 뉴요커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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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립보건원에도 대체의학실 설립
사람의 상태는 건강, 불건강, 병 등의 3단계로 나뉘어지는데 생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면 첫째 단계인 건강이고, 조화와 균형이 깨지면 둘째 단계인 불건강(또는 미병)이고, 세포나 조직에 기질적 변화가 생기면 세 번째 단계인 병이라 하는 셈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제2단계인 불건강의 상태에 주로 머물러 있다.
이렇듯 건강과 불건강으로 구분하면서 건강에 초점을 맞춘 동양의학과, 병과 무병으로 구분하면서 병에 초점을 맞춘 서양의학의 양극 사이에 ‘건강하지는 않으면서 병이 아닌 회색지대 불건강’이 문제아로 등장하게 된다. 이 불건강을 다스려 보겠다고 회색 지대 광야에 쌍권총을 차고 등장한 풍운아가 대체의학이다.
대체의학의 등장으로 온세계 의학계가 술렁이고 쑥덕거린다.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도,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창문으로 내다보면서 돌아가는 상항을 살펴보는 구경꾼도 많다. 최근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참 건강’의 정의에 ‘영적’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가뜩이나 넓은 불건강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말았다.
전세계적으로 대체의학에 관심을 높이는 의학자의 수도 늘어가고 대체의학적 치료를 찾아다니는 환자군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에 있다. 대체의학은 의학자들에겐 연구의 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고, 정통적 의학에 한계를 느낀 환자들에겐 ‘확실한 실패보다는 불확실한 희망에 의존해 보려는 마음’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다.
의료인과 일반인들의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은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의학 창출에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해 줄 것이다.
미국에서는 80개에 달하는 의과대학에서 대체의학을 어떤 형태로든 교과과정으로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1992년에는 국립보건원 산하에 대체의학실(OAM)을 설립하였고 후에 보완대체의학센터(NCCAM)로 승격시켜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편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이 염려하고 경고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체의학이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한계점을 뛰어넘는 초해결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대체의학이 만병통치의 요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셋째, 환자에게 정통의학을 경시하는 마음을 조장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최첨단 치료법에도 효험이 없던 질병을 대체의학 요법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라고 하는 주변 사람 말만 믿다가 양호한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기회마저 놓쳐 버리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넷째, 대체의학이 비윤리적 상술에 악용될 수 있다.
다섯째, 수혜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적정한 자격과 경험을 갖지 못한 치료사(요법사)에 의한 시술이 소비자(환자)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분의 대체의학이 그 치료 결과를 지나치게 과장함으로써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점과, 전문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들이 대체의학을 표방하고 무책임한 비과학적ㆍ비의학적 시술을 행하고 있다는 점, 사회 분위기가 그것을 옹호하거나 눈감아 주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