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니어 마켓'을 공략하라
입력 : 2009.06.19 15:45
55세 이상 '어르신' 고객들 경기 하강에도 "소비 자신"
대개 부동산 보유율 높아 실제 소비력에 타격 없어
은퇴 자금 주식에 묻은 美 베이비 부머들과 대조적
여행·레저 등 삶의 質 추구 사회에 대한 관심도 적극적
은퇴의 개념에서부터 소비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
국내외 소비재 기업들 중장년층 타깃 제품 만들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시장에는 아직 온기(溫氣)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위 사례의 60대 부부와 같은 '어르신' 고객으로 구성된 이른바 '시니어 마켓(Senior Market)'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맥킨지&컴퍼니는 최근 조사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
맥킨지&컴퍼니가 최근 국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최근 6개월간 씀씀이를 줄였다는 사람이 66%에 달했다. 지난 1분기 국내 소비 지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 가까이 줄었음을 감안하면 놀랄 일만도 아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재미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전체 인구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과 달리 55세 이상 응답자 중에는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사람이 유난히 많고, 실제로도 소비력이 거의 타격을 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경기를 낙관하는 사람의 비율이 전 연령층을 합칠 경우 23%에 불과했는데, 55~65세 인구 중엔 44%나 됐다. 같은 내용으로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전 연령층의 낙관 응답이 25%이고, 55세 이상에서는 24%로 오히려 적게 나타난 것과 대조적이다.
- ▲ 그래픽=박상훈 기자 ps@chosun.com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소비재 기업들은 이런 시니어 마켓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시니어 마켓은 55~64세를 포함한 세대로 광복 이후, 또는 한국전쟁을 전후로 태어났다. 정확한 구분이 없어서 50세 이상을 통칭하기도 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55세를 기점으로 퇴직하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가계 빚은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 나이부터 '돈과 시간의 부자'가 되는 것이다. 어떤 집은 자녀들이 분가(分家)하고 손주도 있을 것이다. 과거 한국의 55세 이상 연령층은 생계를 유지하고 자녀를 부양하는 데 오랫동안 온 힘을 쏟은 뒤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마케터들에게도 별 주목을 못 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시니어 마켓은 다르다.
최신 수치는 아니지만 2006년을 기준으로 보면 가구주 연령이 55~64세인 가구의 총 자산은 946조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가진 자산의 5분의 1을 가지고 있다. 가구주가 55~64세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15%를 넘는 수치다.
이런 가구들은 자녀 교육과 대출 상환이 끝나가기 때문에 실질 소비력이 더욱 막강하다. 가구주 연령이 50세 이상인 가구의 소비 지출은 전체 인구 소비 지출의 44%를 차지한다. 리서치업체인 TNS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화장품 소비를 견인한 것은 50~55세 인구였다. 전체 인구가 화장품 소비를 11% 늘리는 동안 이 연령층은 25%나 늘렸다. 최근 몇 년 사이 중년 이상을 염두에 둔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출시된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03년까지만 해도 화장품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체 기업 광고 예산은 95%가 젊은 층을 위해 쓰였다. 최근에 타깃 연령이 다양해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광고가 젊은 층을 편애(偏愛)하기는 마찬가지다. 돈을 쓰는 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인데도 광고는 손자, 손녀들을 위해서만 제작되는 셈이다.
이 시대의 '젊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생각은 어떨까? 과거처럼 손주들이 조르면 현금인출기처럼 돈을 내 주는 데만 만족하고 있을까? 스스로 적극적으로 소비를 주도하고 싶은 의지가 없을까? 일단 한국의 시니어 마켓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 시니어 마켓은 삶의 질(質)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체 인구 중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그룹이다. 2007년 통계청 조사에서 50대 이상 중 17.5%가 지난 1년 사이 해외여행을 했다고 답했다. 레저 시장에서 50세 이상 인구의 소비 비중은 2002년 5%에서 2020년이면 15%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50·60대의 40%가 주 2~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자전거나 등산, 조깅 같은 전통적인 운동을 즐기고, 마라톤과 자전거 경주에도 젊은 층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10~30대의 경우 매주 2~3번 운동을 한다는 사람이 3분의 1 이하다.
시니어들은 또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정보에서 뒤처지는 것을 거부한다. 이들은 '은퇴'라는 개념을 사회생활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유지한다. 50세 이상 중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지난해 기준으로 49%에 달하며, 전체 인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베이비 부머들이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 정년을 맞기 시작했는데, 그 중 62%가 완전한 은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시니어 마켓에서 성공하는 기업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첫째, 타깃 소비자를 직접적으로 공략하고, 강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건강이나 외모에 대해 그들의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를 분명하게 한다.
둘째, 시니어 소비자들과 직접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모델이나 대변인을 내세운다. 예컨대 젊은 모델을 쓰지 않는다. 유니레버가 도브의 광고에서 나이가 꽤 든 모델의 누드를 내보내면서 "아름다움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문구를 쓴 것이나,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하던 켈로그가 '시니어를 위한 영리한 출발(Smart Start for Seniors)'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항산화(抗酸化) 시리얼이 면역 시스템을 강화시킨다고 홍보한 것이 예이다. 유니레버는 2004년에 이 같은 시도로 전체 시장이 정체되어 있는 동안 도브 매출을 4.5% 키웠다. 켈로그도 시리얼 시장이 성장을 멈춘 동안 홀로 매출을 45%나 늘렸다.
우리나라에서는 900만명이 향후 10년 내에 정년을 맞이한다. 은퇴의 개념도 다르고 시니어 소비자들의 성격도 달라져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아직 연구가 부족하긴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중에도 시니어 마켓을 공략해 성공한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LG전자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2007년 출시한 와인폰이 지금까지 2년간 누적으로 180만대나 팔린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LG 전자의 휴대전화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꼽는 판매 기록이다. LG전자는 안성기씨를 모델로 내세우고 광고에서 중장년층이 사용하기 좋은 큰 화면과 입력 자판, 일정, 알람 등 자주 쓰는 기능 위주의 단축키를 강조했다. 또 중장년을 겨냥한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가 지난해 국내 화장품 중 처음으로 단일 품목 매출액 5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나, 기아의 대형 세단 오피러스가 디자인에 대한 젊은 층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에는 중후함으로 어필해 2007년형이 2만2000여대 팔린 것도 비근한 예이다. 한국 닌텐도가 두뇌 트레이닝 게임기인 DS와 실내 운동 보조기구인 위핏을 내놓으면서 중장년 모델을 등장시킨 것도 비슷한 성공을 꿈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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