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들의 반란...이것이 조광래 매직이다
2009-10-26 14:23
조광래 'K-리그의 조갈량'
무명 선수들 가능성 발굴…특급선수로 조련
경남 최근 9경기 8승1패…리그 판도 쥐락펴락

 딱 한 게임씩 남겨놓고 있는 2009년 K-리그 정규시즌, 이 가을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경남이 K-리그 판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8월 초 한때 바닥을 헤매던 팀이 5위까지 치고올라왔다. 최근 9경기에서 8승1패를 기록한 경남의 급상승세는 시즌 막판 6강 플레이오프 경쟁구도를 뒤흔들어놓았고, 경남은 이제 전북과 서울 선두싸움의 키를 쥐고 있다. 11월1일 1위 전북과 경남의 마지막 라운드 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 순위가 요동치게 됐다. 경남 급상승세 뒤에는 조광래 감독의 생각하는 축구, 개념있는 축구, 뚝심있는 축구가 자리하고 있다.

 요즘 경남 경기를 보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우선 골키퍼 김병지와 골잡이 김동찬 등을 제외하면 아는 선수가 별로 없다. 그런데 이 무명의 선수들이 쉼틈없이 상대를 압박하고, 기막힌 패스플레이로 역동적으로 경기를 전개해 상대를 무력화한다.

 25일 성남전(4대1 승)에 선발 출전한 경남 선수들 중 외국인 선수 인디오, 베테랑 김병지, 김병지 등 3~4명을 빼고 대다수가 연봉 3000만~5000만원인 3년차 이하 선수들이다. 이들의 연봉을 다 합해도 웬만한 성남 선수 2명 연봉이 안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좋은 선수가 없으면 있는 자원으로 만들면 되고, 몸값이 비싼 선수가 반드시 좋은 선수가 아니다. 최고의 조련사 조광래 감독은 연금술사처럼 가능성 있는 선수를 찾아내 팀에 필요한 선수,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로 키워냈다. K-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성장한 김동찬은 지난해 퇴출 대상자였으나 조 감독 취임후 구제됐다. 경남이 무명의 젊은 선수들을 역량있는 선수로 키워낸다 해서 '경남도립유치원', '조광래 축구교실'이라는 말이 생겼다.

 조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정교하고, 빠르며, 짧은 패스플레이, 그리고 미드필드의 강한 압박이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패스 능력을 키우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원터치, 투터치 등 수없이 많은 상황을 만들어 집중 훈련시켰다"고 했다. 훈련 중 공간을 찾아 움직이지 않고 정지된 동작에서 패스를 받는 선수는 조 감독의 불호령과 함께 팔굽혀펴기 5번을 해야 한다.

 조 감독은 "공은 패스를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에게 가야 한다. 선수들에게 포지션별 역할이 무엇인지, 왜 압박이 필요하지 개념을 갖고 뛰라는 주문을 한다"고 했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경남은 무승부가 속출한 가운데,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때 6강 플레이오프 포기 얘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조광래의 아이들은 8월 중순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조 감독은 "8월 초 2주간 남해캠프 기간에 전력을 재점검하고 집중도 높은 훈련을 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그는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최전방간의 간격을 좁게 하고, 공-수 중심이 이동하더라도 정사각형 형태를 유지한 채 유기적으로 움직이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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