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3 완패, 32년 만의 중국전 패배 쇼크가 한국축구를 뒤흔들고 있다. 한 수 아래로 봤던 중국의 역습에 대표팀 수비라인은 굴욕을 당하며 힘없이 무너졌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한국 수비의 초라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수비진은 다른 포지션과 달리 중국전 멤버가 결국 월드컵 본선을 책임질 주축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특히 중앙 수비는 유럽파로 대체할 수도 없다. 조용형 곽태휘 이정수 강민수 등 기존 멤버가 그대로 월드컵까지 가야 한다. 본선이 1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별로 없다. 중국전을 통해 나타난 한국 수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급히 모색해야 한다.
▶ 협력수비가 살 길이다
수비수 개인의 능력이 떨어진다면 살 길은 딱 하나다. 조직력과 유기적인 협력수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 수비수들은 지역수비보다 특정 선수를 집중적으로 마크하는 맨투맨 수비에 비교적 강점을 보여 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경기력이 비슷한 아시아권에서나 통하는 얘기다.
한국 수비수들은 빠르게 문전을 파고드는 돌파형 공격수나, 개인기가 좋은 테크니션에 약하다. 조용형 곽태휘 이정수 등은 분명 개인별로 장점을 갖고 있으나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위치 선정에 문제가 있고, 몸놀림이 둔해 상대의 이선침투에 취약하다.
조광래 스포츠조선 해설위원(경남FC 감독)은 "조용형은 영리하고, 곽태휘 이정수는 제공권이나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강점이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를 해보자. 이들이 리오넬 메시같은 선수와 1대1로 붙어 막을 수 있나.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면 답은 하나 밖에 없다. 이중 삼중으로 커버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월드컵에서 개인의 능력은 통하지 않는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단기간에 수비수의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직력을 키우고, 상대 공격수의 공격패턴을 면밀하게 연구해 수비수 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대응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 수비형 미드필더를 둬라
미드필더 지원없는 포백 수비는 허수아비나 마찬가지다. 수비수의 개인기가 떨어지는데 미드필더의 도움이 없다면 보나마나다.
조광래 위원은 취약한 수비라인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전 때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김정우와 구자철 모두 비슷한 스타일이었는데, 한 사람이 해도 될 공격에 둘이 달려들었다. 그런데 정작 역습 상황에서 이들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수비에 강점을 지닌 수비형 미드필더를 중앙 수비수 앞에 배치해 중앙을 두텁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학범 전 성남 감독은 "중국전 패배는 수비에 앞서 미드필더가 붕괴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앙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더 비중을 뒀는데 수비에 더 적극적적으로 가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명이 아니라 두명, 세명을 수비라인 앞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학범 전 감독은 수비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이 필요하다면서도 "허정무 감독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외부사람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 실험은 이제 그만
허정무 감독은 그동안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테스트를 해왔다. 조용형을 중심으로 곽태휘 조용형 강민수를 번갈아가며 기용하며 가능성을 시험했다. 그러나 이제 베스트를 정해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광래 위원은 "자꾸 중앙수비수를 바꾸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시기가 지난 것 같다. 정예멤버를 정해 경험을 쌓게 하고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비 숫자로 모든게 해결되는게 아니다. 김학범 전 감독은 "중국전 때 실점상황을 보면 모두 우리 수비수가 더 많았다. 수적 우세보다 중요한 게 위치 선정"이라고 지적했다.
확실한 개념을 갖고 있는 중앙수비수 2명이 전체적인 수비를 리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문선 교수는 "부분적인 수비 전술도 중요하지만 팀 전체의 수비전술이 시급하다. 상대가 공격할 때 11명 모두 수비수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공격수는 최전방에서, 미드필더는 강한 압박으로 수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허무한 수비, 그리워지는 황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