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역력 키우고 심리적 방역…빌 게이츠도 ‘명상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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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100만 명 시대] 코로나 마음챙김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혹은 ‘자발적 격리’가 유용한 대책으로 활용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발적 격리는 비슷한 의미인데, 명상을 하는 이들에게 그리 낯선 용어가 아니다. 늘 하고 있기 때문이다.명상 연습을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 별도의 장소에 자신을 격리시킨다. 코로나 사태가 범사회적으로 명상 연습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바이러스가 초래하는 질병과 죽음, 그로 인한 공포와 근심은 그 자체가 명상의 중요한 소재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눈앞에 둔 ‘코로나 명상’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침묵·묵언하며 ‘거리 두기’ 실천
명상 연습 범사회적 조건 조성돼

“팬데믹과 친구 되는법 배울 필요”
카밧진 교수, 온라인 명상 전파

100여 개국 사람들 유튜브 통해 명상
 

마음챙김 명상을 전파해온 존 카밧진 박사의 ‘온라인 명상’.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튜브 캡처]

마음챙김 명상을 전파해온 존 카밧진 박사의 ‘온라인 명상’.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튜브 캡처]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존 카밧진 매사추세츠대 의대 명예교수는 4월 들어 연일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전 세계 100여개 국가의 사람들이 시청하면서 그를 따라 마음챙김을 연습한다. “우리는 현재 거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과 스트레스에 직면해 자신을 스스로 격리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는 “팬데믹 상황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명상이니 당연히 감염 위험은 없다. 비록 오프라인 접촉을 피할 수밖에 없는 비상 상황이라 해도 완전히 연락을 끊고 홀로 살아갈 수는 없다. 온라인을 통해서나마 전 인류가 깊이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사실 인류가 연결된 존재가 아니라면 전염병의 전파를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분리되고 분열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인간 사회가 사실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런 연결성을 질병의 확산 통로가 아니라 선한 영향력의 전파 경로가 되게 하려는 것이 명상이기도 하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는 누구인가’를 각자가 마음으로 되새기면서, 국적과 얼굴색은 모두 다를지라도 각자 자신과 상대를 향한 사랑과 친절과 평화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종의 심리적 방역일 수도 있는데, 명상은 인체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뿐더러 회복탄력성과 면역력을 증진하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한 번 시도해 봐도 좋을 듯하다.
 
명상으로 팬데믹을 다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전문가, 과학자, 의료진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적절한 운동과 휴식 취하기 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런 기본을 하지 않고 명상만으로 코로나에 대처할 수는 없다. 다만 손 씻기를 하더라도 마음챙김을 대입해서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손 씻기 명상’이 된다.
 
손을 씻기 전부터 시작해 손을 다 씻고 수건으로 닦는 순간까지의 전 과정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보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내 마음의 눈을 그 동작에 가져가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흥분한 원숭이’에 비유되곤 한다. 마음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손 씻는 잠깐에도 마음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자기 손의 구석구석까지 관심을 가져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손가락 끝까지 비누칠이 잘 되고 있는지도 살펴보자. 명상은 어렵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호흡 명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 마음의 관심을 손 씻기에서 호흡으로 가져가는 것만 바뀔 뿐이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순간순간을 가만히 관찰해보자. 어깨에 힘을 빼고 편안한 자세로 하면 된다. 내 마음의 주의는 또 다른 대상으로 확장될 수 있다. 내 몸의 관찰에서 시작한 명상이 사회와 국가와 세계로 이어진다.
  
“코로나19를 위대한 교정자로 보고 싶어”
 

빌 게이츠(左), 유발 하라리(右)

빌 게이츠(左), 유발 하라리(右)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거대한 재앙으로 보지만, 저는 위대한 교정자로 보고 싶다”고 했다. 최근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우리가 잊고 살아온 중요한 교훈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주어졌다”는 말도 했다.
 


명상하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에서 “우리가 지금 내리는 선택이 앞으로 오랜 시간 우리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전체주의적 감시’가 확산할 것을 우려했다. 코로나 비상사태를 맞아 국가의 개인에 대한 통제가 전체주의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민의 자율권은 축소될 수 있다.
 
국내에도 비교적 알려진 네팔 출신의 밍규르 린포체도 코로나 관련 유튜브 영상을 올려 “명상을 통해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되 무모해지지는 말 것”을 조언했다. 무모한 행동이란 과학자나 의료진의 조언을 따르지 않는 행동을 말한다. 그는 호흡 명상과 함께 ‘자애(compassion) 명상’도 해볼 것을 권했다. 나의 안전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이 사라지길 기원하는 것이다. “모두가 이 병에서 자유롭기를, 우리 모두 이 병에 걸리지 않기를.”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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