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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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4 03:05
케이블을 연결했더니… 年 1500억이 올라왔다
규제 대못 왜 빼야 하는지, 통영 케이블카 타보라
환경단체 반대에도 주민들은 찬성… 통영 GDP의 6.5% 기여, 효자 역할
정부 34년만에 케이블카 허가 방침, 외국에 비해 복잡한 규제도 풀어야
케이블카 설치후 여성·노년층 관광객 늘어
"케이블카 선로 길이를 비교해 보면, 중국은 1560㎞, 일본은 2350㎞, 프랑스는 2900㎞, 스위스는 1750㎞나 됩니다. 그런데 한국은 133㎞에 불과합니다. 이래서야 관광 활성화가 제대로 되겠습니까?"(박병원 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34년째 신규 허가가 나지 않고 있는 국립공원 내 관광용 케이블카 규제 실태가 화제에 올랐다. 국립공원 내 산악 케이블카의 경우 1989년 덕유산 케이블카 허가가 마지막이었다. 덕유산 케이블카가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선수용이었음을 감안하면, 관광용 산악 케이블카로는 내장산 케이블카(1980년) 이후 34년째 허가받은 곳이 단 한 건도 없다.
- ▲ 그래픽=김성규 기자
정부는 이번에 관광·의료 등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을 내놓으며 34년 만에 국립공원 내 산악 관광용 케이블카 허가를 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케이블카가 지역경제에 가져올 막대한 효과를 고려한 조치다.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경남·전북·전남·충북·강원·울산 등 전국 10여곳에 이른다. 그런데 왜 다들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할까.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기존에 접근성이 떨어졌던 관광지에 가지 못했던 노인과 아동,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도 추가로 유치할 수 있다. 케이블카 설치 뒤엔 이런 경제적 계산이 숨어 있는 것이다. '케이블카 경제학'의 위력은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통영 케이블카, 지역 경제 효자 노릇
지난 2008년 통영시는 미륵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했다. 케이블카 설치 지역이 국립공원 내가 아니라서 케이블카 설치 인가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있었다. 이 케이블카는 개장 이후 770만명의 관광객을 태우며 '국민 케이블카'로 불리고 있지만, 사업 추진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2000년대 초반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닥쳐 케이블카 설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통영시는 최신 공법을 적용해 중간 지주(53m)를 한 개만 세우고, 미륵산 정상 도착지의 탐방로를 전부 나무 데크로 설치해 환경 훼손 논란을 잠재웠다. 2002년 주민투표에서 주민 83.4%가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주면서 케이블카 설치 추진이 확정됐다. 이후 2008년 4월 개장한 케이블카는 통영 경제를 밑바닥부터 확 바꿔놨다.
우선 관광객이 케이블카 설치 이전인 2007년 464만명에서 2009년 631만명으로 2년 새 36% 늘었다. 2013년에 통영 케이블카를 탑승한 관광객은 총 137만명으로 통영시 주요 관광지 방문객(635만명)의 22%에 해당한다. 이들 관광객은 1인당 평균 10만2000원씩 음식점과 숙박업소, 전통시장 등에서 쓰고 갔다. 연간 경제적 효과가 1500억원에 이른다. 케이블카가 통영시 지역총생산(GDP·약 2조3000억원)에서 6.5%를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카 설치 이후 여성·아동·가족 단위 관광객이 늘고 재차, 삼차 방문 횟수도 늘었다. 미륵산(461m)은 한려수도를 조망하는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그동안 가파른 등산로 등으로 지역 주민들도 아동이나 노인, 여성 등은 방문 횟수가 떨어졌었다.
하지만 케이블카를 설치한 이후 2011년 통영시 표본 조사에서 전체 방문객의 46%가 여성으로 집계됐다. 전체 방문객의 18%는 20대 이하였고, 50대 이상도 33%나 됐다. 전체의 35%는 가족들과, 20%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다. 케이블카가 관광객들의 접근성을 크게 높여준 것이다.
재차 방문 횟수도 전체의 12%, 세 번 이상 방문 횟수도 6%가 됐다. 이에 따라 미륵산 일대 관광객은 2007년 83만명에서 2009년 196만명으로 113만명가량 급증했다.
케이블카 운영 주체인 통영관광개발공사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통영시에 130억원(연평균 32억5000만원)의 수익을 배당했다. 통영관광개발공사 이상균 사장은 “통영 케이블카가 끊이지 않는 샘물처럼 지역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카 관광 효과 극대화하려면 규제 더 완화해야
외국의 경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데 우리나라처럼 규제가 많지 않고 환경 훼손 논란도 거세지 않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인 호주 열대우림에 세워진 ‘쿠란다(Kuranda) 스카이레일’이 대표적이다. 이 케이블카는 1995년 개장한 이래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총 7.5㎞ 구간 탑승에만 42분이 소요된다. 탑승객들은 중간에 설치된 4개 역 중 아무 데나 내려서 가이드와 함께 열대우림을 탐방할 수 있다.
1912년 개장한 융프라우 산악열차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유럽 최고 고도(해발 3454m)에 건설돼 연간 8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케이블카 규제는 너무 과도하다. 우리나라는 ‘왕복 이용 노선을 구축한다’ ‘주요 봉우리는 피한다’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할 수 없다. 현재의 규제 틀 내에선 사실상 특정 장소에서 ‘고립무원’ 상태로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방식의 케이블카 관광밖에는 할 수 없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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