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大學衍義 리더십'] 知人(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에 실패하면 회사가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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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30 03:02
- 리더의 기본 책무
사람을 알아보고 써서 승부의 결과에 책임져야
- 먼저 文質을 파악하라
文은 글이 아니라 '애씀'… 質은 타고난 기본바탕
- 둘째 기준은 不固여부
애쓰는 법을 배운 사람은 고집불통에 빠지지 않아
- ▲ 이한우 문화부장
옛날에는 지인(知人)에 실패하면 왕위에서 내쫓겼고 오늘날에는 선거에서 패하거나 회사가 망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곳에서 지인은 죽고 사는 문제다.
그러면 사람을 안다는 지인(知人) 혹은 사람을 본다는 관인(觀人)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초보적 개념부터 익혀야 한다. 가장 먼저 문질(文質)을 권한다. 지금은 서양의 영향으로 내용과 형식의 이분법이 주로 사용되지만, 그것으로 사람을 볼 수는 없다. 반면 열렬하게 애쓴다는 뜻의 문(文)과 타고난 바탕이란 뜻의 질(質)은 사람을 제대로 아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용어다. '논어'에 등장하는 문(文)은 글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의미에서 애씀으로 풀어야 한다. 조선시대 제왕학의 교재 '대학연의(大學衍義)'에서 저자인 진덕수는 문(文)을 英華之發見(영화지발현), 즉 꽃봉오리 안에 잠재해 있던 것(英)들이 남김없이 꽃피도록(華) 해주는 것(發見)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여기서 공자가 말한 배움(學)이 문제가 된다. 무엇을 배우는가? 적어도 '논어'의 범위에서만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지금 말했던 그 문(文)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즉 애씀(文), 바른 행동(行), 스스로에게 진실됨(忠), 타인에게 신뢰를 줌(信)을 가르쳤던 사람이다. 그중 첫째가 문(文)인데 이를 애씀이 아니라 글로 번역하는 순간 공자는 하루아침에 글 선생으로 전락한다. 더불어 사람을 파악하는 데 핵심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애씀으로서의 문(文)을 알지도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꼴이 된다.
이쯤 하고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논어'의 첫 구절,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不亦說乎(불역열호)에서 學(학)은 과연 무엇을 배운다는 뜻일까? 공자가 가르치려 했던 것이 문행충신(文行忠信) 넷이었으니 이 넷을 다 배운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열렬하게 배워야 하는 것은 문(文), 즉 애씀이다. 애쓴다고 해서 무슨 끙끙거린다는 뜻이 아니다. 사전 의미 그대로 '몸과 마음을 다해 혼신의 힘을 쏟아내는 것',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진정성 있게 사람을 대하고 일을 하는 것이다.
공자는 대체로 바탕(質)은 타고나는 것이 대부분이라 가르침이나 배움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공자가 사람들로 하여금 배우기를 촉구했던 것은 다름 아닌 애씀 혹은 애쓰는 법(文)이었다.
이는 애쓰는 법을 배우려는(學文) 사람과 정반대의 사람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공자는 學則不固(학즉불고), 즉 '배우면 고집불통에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을 배우면? 당연히 '문(文)을 배우면'이다. 반면에 지금 선 자리에서 조금도 자신을 바꾸기 위해 나아가려 하지 않는 자가 고집불통(固)이다. 문질(文質)에 이어 우리는 둘째로 사람을 알아보는 핵심 개념으로 학(學)과 고(固)를 만났다. 문질이 상호 보완적 개념이라면 학고는 정확히 대립적인 개념이다. 일단 이것만으로 자신에 대해 혹은 주변 사람들에 대해 문이 강한지, 질만 좋은지, 서로 잘 조화를 이뤘는지를 살펴보고 이어 저 사람은 기꺼이 문을 배워 나아가려는 사람인지 꼼짝도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인지를 살펴보는 훈련을 해보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을 살피는 다음 개념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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