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황성혜의 글로벌 비즈니스 사전] 글로벌 회사는 성과 중심이라 上司에 生殺여탈권… 서로 이름 불러도 업무에선 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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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30 03:02
상사와 부하 관계
- ▲ 황성혜 한국화이자제약 전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터의 행복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는 상사다. '제아무리 훌륭한 상사도 휴가 가 있는 상사만 못하다'는 우스갯소리를 전하면, 미국이나 유럽 동료도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상사는 계절과 같아서 봄이 오면 오는 대로, 가을이 오면 오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도 있다.
글로벌 회사에선 '상사 매니지먼트(boss management)'라는 단어가 상용어처럼 쓰인다. '상사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라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상사의 마음을 잘 읽어내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자신이 하는 일을 적극 지원하게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회사에선 상사와 부하가 서로 다른 대륙에 살면서 1년에 고작 두세 번 만나는 경우도 있고, 다른 국적에 다른 언어를 쓰며 다른 문화에서 온 경우가 허다하다. 철저한 능력 위주 사회이다 보니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반드시 나이나 업무 경험이 많아야 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노마드족'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이어주는 연결 끈은 이메일이고, 휴대폰이며, 비디오 콘퍼런스다.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조직 구조 안에서 상사의 개념도 폭이 넓어진다. 직접 보고 라인(solid line)에 있는 상사뿐 아니라 업무를 보고하고 승인받아야 하는 간접 보고 라인(dotted line)에 있는 상사도 있다. 이런 복잡한 보고 라인을 쉽게 설명하려고 가족 간 촌수에 빗대기도 한다. 한 동료 임원은 "이번 뉴욕 출장에선 우리 할머니랑 삼촌들 앞에서 발표를 세 개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사의 상사는 내게 조부모뻘이 되고, 그 조부모의 부하 직원인데 나의 직속 상사가 아니라면 내겐 삼촌이나 고모쯤 된다.
흔히들 서구 문화 중심의 글로벌 회사에선 상사와 부하 간 관계가 격식 없이 편하고 자유로울 것으로 여긴다. 오히려 반대다. 성과 중심의 글로벌 회사에선 상사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막대하고, 업무 외 영역이면 모를까 업무 영역에 해당하는 한 위계질서가 강하고 엄격한 편이다.
뉴욕에서 몇 년째 근무하는 한 글로벌 회사 직원은 "청바지 입고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위계질서가 헐거운 거냐"며 "보스가 생살여탈권을 갖고 있고, 상하 관계도 아시아 문화권 이상으로 엄격하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 서로 접하는 시간이 제한돼 있다 보니, 평가 시스템도 계속 발달한다. 주변 사람들 평가나 인식도 참고 대상이다. 상사도 예외가 아니다. 상사와 부하 직원 서로 '360도 리더십 다면 평가'를 통해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른다. 한 글로벌 회사의 임원은 "직급이 위로 올라갈수록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업무 능력은 기본이고 논리와 매너, 태도까지 총체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을 찾은 빅 보스를 위한 의전이 눈물겨울 만도 하다. 어느 회사는 회사 전용기를 타고 온 본사 회장 동선을 체크하기 위해 사내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시간을 초시계로 재며 준비했다. 또 다른 회사에선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본사 고위 임원을 위해 작은 아이스박스를 자동차에 싣고 다니며 제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전 문제에 글로벌 회사는 다른 맥락으로 접근한다. 동양 문화에선 사진 촬영이나 테이프 커팅 행사 때 '누가 가운데에 서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면, 글로벌 회사에선 어떤 자리에서나 보스가 준비된 포인트로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하며, 티 안 나지만 은근히 돋보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미덕으로 통한다.
조직의 성공은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얼마나 친밀하고 탄탄한 관계로 협력하는지에 달렸다. 투명하고, 건강하며, 긍정적인 상사와 부하 관계는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조직의 성공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글로벌 회사에선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상사와 부하지간 상봉이 이뤄지고, 서로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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