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차 마시고 병원·학원비 내고…비트코인 多되네
전세계 결제상점 1년새 40배 늘어…작년말 1곳뿐이던 한국도 39곳으로
글로벌 갑부들 줄투자…시세도 껑충
기사입력 2014.08.01 16:02:03 | 최종수정 2014.08.01 19: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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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하는 비트코인 (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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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있는 카페 제카는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다. 박준형 제카 사장(43)은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한 카페로는 국내 처음일 것"이라며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들까지 비트코인 결제를 하러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월쯤엔 월 100회 이상 비트코인 결제가 이뤄졌다"며 "한동한 뜸하다 요즘 다시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양내과는 비트코인 결제를 할 수 있는 병원이다. 이승원 원장(46)은 "지난해 키프로스 금융사태 이후 비트코인 소식을 접하고 시작하게 됐다"며 "허리 진찰, 관절염 치료를 하고 약 4만~5만원 정도 소액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받았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결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여전히 불안정하고 투기적 요소가 강하다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온라인 서비스는 물론 카페, 학원, 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지난해 말~올해 초 비트코인 결제를 하기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은 개인적 관심이나 마케팅 등을 위해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다. 한때 활발하던 거래는 마운트곡스 파산 등으로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한 이후 다소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이용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더블유학원을 운영하는 김민호 씨(34)는 "학원 아이들이 교재 대금 등 비싸지 않고 간단하게 지불할 수 있는 것들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한다"며 "스마트폰 이용에 거부감이 없는 10대 학생들은 비트코인을 잘 사용한다"고 말했다.

`미래의 화폐`라며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어느 순간 못 믿을 투기 상품으로 몰락한 비트코인에 또다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고 있다. 비트코인을 결제하는 상점 수는 급증하고 있고, 세계적 갑부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1일 비트코인 결제상점 현황을 보여주는 코인맵(coinmap.org)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오프라인 상점은 5090곳에 달한다. 지난해 7월 125곳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비트코인 상점 수는 40배 급증한 셈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말 인천의 한 베이커리가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상점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제주 등 전국 39곳으로 늘어났다.

비트코인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지난 3월 국내 처음으로 비트코인 현금입출금기(ATM)를 선보였던 코인플러그는 올 하반기에 비트코인 ATM을 10여 군데 더 설치할 계획이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이달 말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형 백화점과 카지노 등에 비트코인 ATM을 5~6군데 설치할 예정"이라며 "현금 보유가 제한돼 있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비트코인은 지옥에서 돌아온 오르페우스처럼 극적인 반전 행보를 펼치고 있다. 돈 냄새에 가장 민감한 세계 갑부들의 행보부터 심상치 않다. 최근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 제리 양 야후 창업자, 피터 시엘 페이팔 창업자가 미국 애틀랜타 소재 비트코인 결제업체 비트페이에 총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비트코인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던 애플에서도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비트코인 지갑 앱인 코인포켓을 애플 온라인 장터인 앱스토어에 등록시켰다. 지난해 말 블록체인, 글리프, 코인베이스 등 앱스토어에 자리를 잡았던 가상통화 앱을 삭제했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개릭 힐레만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는 "애플의 태도 변화로 비트코인에 대한 글로벌 공신력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호텔 예약 사이트인 익스피디아(Expedia)가 비트코인으로 호텔 예약 접수를 받기 시작했고 미국 뉴욕 소재 킹스칼리지는 비트코인으로 수업료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 <용어설명>

▷비트코인 : 2009년 생긴 디지털 가상화폐. 발행기관 없이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급격한 시세변동과 탈세ㆍ불법적 거래 등 부정적 인식이 강했지만 세계적으로 거래 상점 수가 꾸준히 늘면서 차세대 금융 시스템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최용성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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