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빅브라더, 생체인식기술
Newsweek 한국판 2014/05/23 11:56
지난 10년 사이 얼굴인식은 상업적으로 급성장하는 사업이 되었다. 정부에서 출발한 이 기술은 일상생활 속으로 전파되어 신원을 안전하게 확인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홍보되고 있다. 얼굴인식은 유익하고 편리한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 공항에서는 국제 보안검색대로 걸어가 카메라를 들여다본 뒤 여권을 꺼낼 필요없이 입국한다. 사람들의 얼굴 이미지가 자료 파일에 있어 카메라가 자동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얼굴인식을 이용해 이용자의 사진에 태그할 친구를 추천한다.
이처럼 편리한 기술에는 어두운 측면도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얼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다. 미국 내 모든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려는 목표다. 얼굴인식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은 ‘누구나 도시의 어디에 얼굴을 들이밀든 추적당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법은 개개인의 웹캠을 수집하고 스캔해 얼굴 데이터를 대조하는 이러한 행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얼굴인식 시스템은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알고리즘은 얼굴 이미지를 토대로 그것을 일련의 특징과 비율 패턴으로 분해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두 눈 중심의 간격 등으로 개개인 특유의 생물학적 특성을 정량화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하는데, 이 같은 과정을 우리는 생체 인식이라고 부른다.
이 각각의 데이터 항목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페이스 프린트(신원 확인용 디지털 얼굴 이미지)’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다. “눈과 코. 두 귀 사이의 충분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해 개인의 연령대, 성별, 혈통 등의 인구통계상 프로필을 구축할 수 있다.” 얼굴인식 기업 코그니테크의 케빈 해스 킨스 사업개발 부장이 말했다.
그러나 아직 기술에는 한계가 있다. 일반인들은 얼굴인식 기술이 널리 보급되어 언제 어디를 가든 자신의 신원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쓸 만한 페이스프린트를 만들어 내려면 얼굴 이미지의 조명과 각도를 철저히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굴인식이 어떻게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를 알면 그것이 얼마나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짐작하는 것 역시 쉽다. 가령 군 기지에서는 제한구역 출입자를 통제하는데 이 기술을 사용한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현지 억류자들의 이미지를 알카에다 지명수배자 리스트와 대조하는 데 사용되었다. 얼굴인식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그 기술이 아이폰처럼 자연스럽게 첨단기술 세계에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있으려면 갈수록 커지는 오남용 위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생체인식 기술은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동시에 잡는 기술이다. SIBA의 창설자 제니스 케파드는 기술의 불법 정보수집 잠재성보다는 보호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상반된 듯한 요인들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얼굴인식에 대처하기 고민스러워진다. 신원을 파악함으로서 사람들이 있지 말아야 할 곳에 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만, 생체인식이 보편화되면 보안 그물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 그물망 안에는 프라이버시가 거의 없으며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얼굴인식 시스템의 오류는 극단적인 개인정보 도용을 유발할 수 있다.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전속 변호사인 재니스 린치는 2012년 시점에서 NGI 얼굴인식 데이터베이스에 최소 1400만 점 이상의 사진이 있었다고 전한다. 더욱이 NGI 데이터베이스는 범죄수사용 생체인식과 공무원 채용 목적으로 수집되는 생체인식 데이터를 구분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되려고 올린 자신의 이미지가 어느 순간부터 범죄자를 조회할 때마다 검색된다.”며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고 그녀는 말했다.
EFF는 연방소송을 통해 편집된 NGI문서를 입수했으며 곧 공개할 예정이다. 그 문서에서 FBI는 2015년까지 4600만 점의 범죄자 얼굴 사진과 430만 점의 민간인 얼굴 사진이 NGI에 등록된다고 추산한다. 얼굴 인식 시스템을 구축하는 공급사는 모포트러스트(Morpho Trust)다. 하루 최대 5만 5000점, 시간당 2300점의 직접적인 사진 등록을 받을 뿐 아니라 하루 3만 4000점, 시간당 1400점의 사진을 검색하도록 설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통계는 구축 중인 얼굴인식 인프라 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시사한다.
1년 뒤에는 20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의 데이터가 그 시스템에 저장될 수 있다. “미국인들을 상대로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은밀한 대량 캡쳐에 대비책을 강구하기가 쉽지 않다.” 린치가 EFF의 소장에서 말했다. 어떤 카메라로도 페이스프린트를 찍을 수 있는 세상에서 자신의 신상정보가 누구 손에 들어갈지 알기는 불가능하다. 통제권을 주장하려면 자신의 얼굴에 대한 권리가 있는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범죄와 무관한 생체인식 정보들은 이미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FBI 등의 사법기관이 범죄수사에서 그런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 정부는 배경조사든 운전면허증 발급용이든 공무 집행 차원에서 국민의 사진을 촬영한다.
그때마다 NGI가 국민의 얼굴을 분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민간부문에서도 얼굴인식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 기준이 모호하다. 기업들이 얼굴 이미지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 또는 사용하기 전에 ‘긍정적이고 확실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2012년 연방거래위원회 보고서는 권고한다. 페이스북에서는 페이스프린트 수집이 기본으로 설정돼 있지만 이용자가 원치 않을 경우 그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 있다.
얼굴인식 기술이 정착되기 전에 엄격한 법을 수립하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고 기업가들은 주장한다. 우리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문제는 얼굴인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기술 자체보다는 생체인식 데이터의 수집방식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생체인식 정보수집의 응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표준 관례를 일찍 정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기업의 생체인식 데이터 남용을 막기 위한 법이 있어야 한다. 광장을 통해 사람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기능을 우리가 원하는지 않는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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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인 생체인식 정보수집이 시행되면 어떤 세상이 될까?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된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면 사회에서 익명성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모든 사람이 항상 수동적으로 추적을 받게 된다.
앞으로는 언제 컴퓨터를사용하는지, 매일 어떤 건물에 드나드는지, 어디에서 쇼핑을 하는지, 차를 몰고 어디로 가는지 정부가 알 수 있다. 빅브라더 피해망상의 궁극적인 실현이다. 시위 군중에 섞여 있던 직장인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혀 다음 날 영문도 모르고 해고당할 수 있다. 페이스프린트 알고리즘이 오류를 일으켜 엉뚱한 사람을 범죄자로 지목할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가 자기 이미지의 유령을 피해 다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생체인식 정보수집이 무한정 확산될 수 있을 경우 남은 선택지는 스스로 지키는 방법뿐이다. 미술가 재크 블라스는 바로 그런 세상에 대비해 일련의 감자 모양 마스크를 만들었다. 이름도 안성맞춤으로 ‘얼굴 무기화 세트(Facial Weaponization Suite)’다. 이 형광색 마스크는 착용자의 얼굴을 가리는 동시에 우리의 얼굴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되는지를 나머지 사람들이 더 잘 인식하도록 한다.
“이는 군경이 많은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 개발 중인 기술이다.” 블라스가 생체인식에 관해 말했다. 카메라가 어떤 사람의 신원·배경·소재지를 말해 수 있다면 그 알고리즘이 정부 당국과 똑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인종적 또는 성적 편견에 대해 기계적인 변명을 늘어놓지 않도록 어떻게 막겠는가? “가시성은 일종의 덫”이라고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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