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집권적인 애플, 수평적 소통 공간인 페이스북… 사옥은 그 조직 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내

  • 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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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2.07 03:04

    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숲 속에 내려앉은 우주선"이라며 사람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애플의 신사옥이 지어지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오늘날 혁신의 상징 기업 애플이 앞으로 그 혁신의 지속에 실패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아마도 그 이유를 바로 그 신사옥 때문이라 말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공간이 대단히 강력한 중앙집권적, 일원적 시스템으로 잡스가 지휘하던 시절 애플의 조직 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공간은 또한 창의적 업무 공간의 핵심어인 '우연한 만남'의 유발과는 거리가 멀다. 픽사 사옥 시절에 성공했던 잡스의 '중앙 홀'은 애플의 홍보와 달리 이곳 신사옥에서는 찾아지지 않는다(잡스가 픽사 사장 시절 지었던 픽사 사옥은 남녀 화장실 4개, 회의실 8개, 카페, 식당이 모두 거대한 중앙 로비에 몰려 있다. 직원들이 의도하지 않게 만나야 창의성이 배가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오히려 다른 곳에 지어지고 있는 페이스 북 신사옥이 그 특성에 가깝다. 그곳에서는 개별 공간들의 경계가 모호하다. 쉽게 읽히는 전체 질서도 없다. 내부와 외부, 지상과 옥상도 그저 물 흐르듯 연결되고 있다. 요한 하위징어가 지적하는 것처럼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가 서식 가능한 다원적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문화를 이끄는 인간형들이 서로 부딪히며 예기치 않은 창의를 일으킬 듯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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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조직 구조의 특징이 반영된 사옥
    신사옥을 통해 애플이 보여주는 사회가 내부 간, 내·외부 간에 에너지의 교환이 미미한 '닫힌 계(界)'를 닮았다면 페이스 북이 만들려 하는 사회는 그러한 에너지가 쉽게 들고 나는 '열린 계'의 모습을 닮으려 하고 있다. 에너지의 교환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은 바로 창의의 발현, 즉 '창발(創發)'의 중요한 조건의 하나다. 임계점에 가까운 혼돈, 멈추지 않는 피드백이 그 나머지 조건들이다.

    그와 같은 공간은 바로 도시를 닮은 공간이다. 그것도 잘 정돈된 신도시가 아니라 골목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래된 도시 말이다. 모퉁이의 찻집을 돌면 불쑥 새로운 풍경이 이어지고, 열린 현관을 통해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게 되는 도시는 그 안에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또 거듭 만들어가는 호모 루덴스의 공간이다. 기업의 업무 공간이 대량생산 시대의 규율 잡힌 공간이 아니라 조금은 혼란스러운 옛 도시를 닮으려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옛 픽사가 바로 그랬듯 오래된 공장을 개조하거나 여러 동의 건물로 타운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

    한국인의 본성은 호모 루덴스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한다. 그 넘치는 에너지를 한껏 발산시키고 창의를 듬뿍 발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우리의 본성에 가까운 업무 공간에 대해 한층 더 연구하고 또 만들어갈 때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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