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확 달라진 미국 자동차 영업 풍속도

By Christina Rogers

Jason Henry for The Wall Street Journal
18년 경력의 자동차 영업 베테랑인 스탠 월로프스키(59)도 온라인 전담 직원이다. 그는 하루종일 매장 웹사이트나 ‘Cars.com’과 같은 자동차 쇼핑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고객들의 질의에 응답한다.

과거에 자동차 영원사원 하면 하루종일 발품을 파는 모습이 연상됐다. 이제 자동차 영업사원도 다른 직장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낸다. 그들도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 앉아 컴퓨터 스크린을 바라본다.

인터넷은 15년 사이에 자동차 영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이런 변화로 인해 자동차 영업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도 180도 달라졌다. 예전에 영업사원들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악수의 대가였다면, 이제는 고객에게 잘 맞는 차종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로 점차 바뀌고 있다.

요즘 고객들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인터넷에서 최신 가격 정보를 비교하고, 대리점에 나가기 전에 이미 어떤 차를 살지 결정을 내리고 간다. 영업사원이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뜻이다.

오하이오주 엘리리아 소재 ‘스피처 오토 그룹’ 부사장인 앨리슨 스피처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전체 과정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요즘 고객들은 차종 먼저 고른 다음, 대리점에 나온다”고 말했다.

자동차 영업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는 미아 모리스(30)는 수수료를 받고 일하지 않는다. 그녀는 가격 흥정에는 관심이 없으며, 제품을 전시한 업장보다는 온라인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녀는 명함에 자신을 ‘상품 전문가’라고 소개해놨다. 이렇듯 ‘겸손한’ 소개는 그녀가 닛산 맨해튼 대리점에서 실제로 하는 일을 잘 반영한다. 그녀는 상품을 강매하기보다는 상세하게 안내한다.

“모든 정보가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고객이 자신에게 잘 맞는 차를 고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내 일이다.”

WSJ
미국 자동차 영업사원들이 신차를 팔아 남기는 평균 마진

트루카닷컴(TrueCar.com)과 에드먼즈닷컴(Edmunds.com)과 같은 자동차 가격 정보 웹사이트가 생기기 전에 딜러들은 가격을 협상할 때 ‘갑’의 위치에 있었고 차를 팔아서 쏠쏠한 마진을 남겼다.

요즘은 자동차 결산단가와 타 대리점 제시가, 제조사 할인가까지 상세한 정보로 무장한 고객들이 대리점에 전화로 문의를 하거나 직접 방문한다. 게다가 매장에서 자동차를 살펴보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시시각각 업데이트한다. 소비자들은 대리점과 영업사원에 대한 온라인 평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수료를 포기하고 원가에 가깝게 신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이 많아졌다. 대리점들은 컴퓨터 앞에 더 많은 직원들을 상주시키게 됐다. 오프라인에서 값비싼 차종을 사도록 고객에게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더 많은 양을 더 빨리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관련 시장조사・마케팅업체인 ‘오토트레이더 그룹’에 따르면 자동차 소비자들이 차종을 살펴보는 시간은 대리점을 직접 방문하는 것을 포함해 오프라인에서는 고작 평균 3시간30분에 불과한 반면에 온라인에서는 평균 11시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만 해도 오프라인에 투자하는 시간은 6시간 이상이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데에는 경제상황도 한몫 했다. 2012년 1,531달러였던 신차 1대 매출 총이익은 지난해에 1,283달러로 감소했다고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는 추산했다.

2002년에 4만5,940달러였던 영업사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6만3,800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인상된 물가를 고려하면 실제 연봉 인상률은 미미하다고 델타트렌즈의 테드 크레이빌 사장은 지적했다. 델타트렌즈는 자동차 영업직 인력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는 회사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고자 ‘스피처 오토 그룹’은 3년 전에 판매 수수료라는 개념을 아예 없앴다. 이제는 영업사원들은 판매하는 차 한 대당 균일한 수수료를 받으며, 영업 목표치를 달성하면 한 달에 두 차례 성과급을 챙긴다.

스피처 오토 그룹은 광고한 가격에 맞춰 자동차를 판매하고 가격 흥정은 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오하이오주 쿠야호가폴스 소재 ‘알 스피처 포드’에서 자동차 세일즈를 하는 제프 데이즈(30)는 “고객들은 부담감이 없는 정찰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사원으로서 내가 받게 될 수수료도 미리 알고 있는 데다가 고객과 가격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되다 보니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오토네이션과 같은 대형 대리점 체인들은 자동차 한 대를 팔고 남는 마진이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에서 영업사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줄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오토네이션은 미국에 가장 많은 대리점을 갖춘 체인망이다. 마이크 머룬 오토네이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본급에 판매량 대비 수수료를 합산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Jason Henry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있는 도요타 서니베일 대리점에서는 영업팀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컴퓨터 앞에 상주하고 있다.

미아 모리스가 근무하는 닛산 맨해튼 대리점은 입구에 ‘수수료 받고 일하는 영업사원은 이제 옛말, 책임자 나오라며 옥신각신하던 시절 이제 안녕’이라는 광고문구를 붙여놓았다.

매장을 소유하고 있는 존 야코노 ‘브램 오토 그룹’ 공동 사장은 심플한 애플 직영 스토어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며 “쓸데없이 복잡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야코노 사장은 “마차나 다름 없던 구식 자동차가 이제는 무인 자동차에 근접한 첨단 기술을 탑재하게 된 마당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방식은 구태를 못 벗어났다”고 꼬집었다.

판매 전략을 바꾸고 나서 매출은 증가했다. 판매에 걸리는 시간도 1시간 미만으로 줄었다. 야코노 사장은 다른 대리점 20곳에도 동일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시도가 정착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야코노 사장이 수수료 제도를 없애자 영업사원 4분의3 이상이 퇴사했다. 매장에서는 새로운 인력을 대거 충원해야 했던 터라 자동차 업계 경력이 없는 직원들도 채용했다. 미아 모리스는 원래 고급 식품을 영업하는 일을 했었다.

다른 매장들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문의를 해결할, 온라인 전담 직원들을 늘렸다.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있는 도요타 서니베일 대리점에서는 영업팀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컴퓨터 앞에 상주하고 있다. ‘프라이스 심스 오토 그룹’ 최고운영책임자인 애덤스 심스는 “하루종일 온라인 고객 응대만 하는 영업직원들이 따로 있다”고 전했다.

18년 경력의 자동차 영업 베테랑인 스탠 월로프스키(59)도 온라인 전담 직원이다. 그는 하루종일 매장 웹사이트나 ‘Cars.com’과 같은 자동차 쇼핑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고객들의 질의에 응답한다.

그는 가끔 고객들과 채팅도 한다. 업장에서 고객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대리점에 직접 방문해서 차를 구매하던 시절은 갔다. 이제 온라인 쇼핑이 대세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기사의 영어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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