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 史記에서 배우는 중국 고사독서後/ 책과세상

2013/06/0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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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작가
김영수
출판
생각연구소
발매
2013.04.30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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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얼마 前,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레바논 원정경기에서 어이없이 비겨 축구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전략, 전술, 투지가 실종된 경기라는 혹평이 쏟아져 나오고, 월드컵 본선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몰려 있어, 축구팀의 수장인 최감독의 역량이 도마위에서 난도질을 당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강희 감독은 예선전 중도에 조광래감독을 대신해서 올라왔고, 입버릇처럼 자신은 예선용이라면서, 예선이 끝나면 클럽팀으로 복귀할 의사를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 경기 결과가 안 좋다 보니, 그의 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복귀한다는 말은 자칫 무책임이라는 의미로 전달 되기도 한다. 사기 <항우 본기>에 나오는 이야기로 항우가 진나라와의 전투에서 장하라는 강을 건넌 다음 돌아갈 배를 태우고,가마솥을 깨뜨려서 전진만 있을 뿐,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의와 관련된 고사 '파부침주(破釜沈舟)'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감독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한 말은 '비움'의 의미였을지 모르지만, 결과가 안 좋은 상황에서는 '결기'와 '투쟁력'의 부재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史記)는 중국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 받고 있는 책으로, 직언으로 왕의 심기를 건드려 궁형(宮刑)을 당하고 목숨만 부지했던 사마천이 눈물을 삼키며 기술한 책이다. 漢 무제 때 기술된 책이니 한나라 이후의 중국 역사는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양이 방대하고, 금과옥조와 같은 고사는 현재 시점에도 유용하다. 하ㆍ은ㆍ주 시대부터 춘추전국시대, 진의 통일, 한나라, 삼국시대, 남북조, 당 북송, 남송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역사는 변화 무쌍하고, 장구하다. 아울러 영토를 넓히기 위한 통치자들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끊이지 않아 세계사를 전쟁사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는 것처럼 중국의 역사도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은 사기에 나오는 고사들을 소개하고 저자 개인의 생각을 접목하여

풀어놓은 책이다. 고사성어와 관련된 역사적 배경들은 중국 고전을 자주 만난 독자라면 쉽게 접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고국주 군주의 두 아들 백이와 숙제가 충절 때문에 수양산에서 고사리로 연명하다 굶어 죽은 고사에서부터, 제나라 재상 관중과 포숙의 우애를 담은 관포지교, 한나라 개국공신 한신의 몰락과 관련된 토사구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사는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사기>는 엄혹했던 시대적 상황, 아주 미미하더라도 인권이 존재를 기대하는 것이 욕심일 정도로 일반 기층 민중들의 삶이 철저하게 파괴되었던 시대에 있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코 한 시대에 머무를 수 없는 역사의 기록들이기에 깊은 사유가 필요해 보인다. <사기>에서, 우리는 수 많은 중국의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권력의 탐욕, 냉혹한 인간의 모습, 권모술수

等 인간내면의 추악함과 마주하게 되며, 엄혹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숭고한 삶을 지키려는 대중의 저항과, 현자들의 대응방식과도 조우하게 된다.

이 책을 만나기 前, 다양한 중국 고전을 깊이있게 읽고 사유했더라면 책의 이야기를 훨씬 더 풍부하고 맛있게 느낄 수 있었겠지만 여전히 지식의 한계가 주는 장벽으로 책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그럼에도 과거와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는 것은 여전히 즐겁고 보람된 일이다.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 김영수 / P543 / '13.6.1 by East-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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