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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름 2㎜ ‘빨대 묶음' 지나니 폐수가 청정수로… 롯데케미칼의 水처리 마법

지름 2㎜의 분리막, 미세 기공으로 이물질 여과
올해 수주 23만7820t 예상… 전년比 430% 성장

이윤정 기자

입력 2021.06.06 12:00

 

 

 

 

 

대구 달성군 물산업클러스터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수처리 분리막 공장./롯데케미칼

지난 2일 찾은 롯데케미칼 (280,500원 ▼ 1,500 -0.53%) 대구공장에선 지름이 약 50㎝인 원통형 실패 여러 개에서 지름이 약 2㎜에 불과한 하얗고 얇은 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빨대처럼 가운데가 뚫려있는, 특수 제작된 실이었다. 이 실은 60도의 뜨거운 폴리비닐리덴(PVDF) 용액을 만나 겉면이 코팅됐고, 이후 45도의 따뜻한 물이 담긴 3m 깊이의 수조를 통과하며 빠르게 응고됐다. 두 차례의 세정 작업까지 거치니 2~3m짜리 길고 얇은 빨대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이 빨대는 롯데케미칼이 만드는 수처리 분리막(멤브레인)으로, 물 속의 오염물질을 여과해 양질의 물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가느다란 관의 중앙이 비어있는 형태인 ‘중공사형’ 분리막은 롯데케미칼이 자체 개발했다. 강도가 높으면서 무게가 가볍고, 여과된 물은 저항을 적게 받으며 이동할 수 있어 운전 압력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수질 기준 강화에 따른 대응과 물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정수, 하·폐수 및 재이용 처리에 주로 적용되는 수처리 핵심 기술로 꼽힌다. 반도체, 화학 등 제품 생산 과정에서 물을 많이 쓰는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다.

가느다란 관의 중앙이 비어있는 형태인 ‘중공사형’ 분리막. 롯데케미칼이 자체 개발했다. 지름이 2㎜에 불과하다. /이윤정 기자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1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수처리 분리막 기술을 선정하고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2015년에는 삼성SDI (621,000원 ▲ 1,000 0.16%)의 수처리 기술을 인수해 사업에 본격 진출했고, 2018년 5월엔 대구 달성군 물산업클러스터에 연면적 5785㎡ 규모의 수처리 공장을 준공했다. 물산업클러스터는 대구시가 혁신 산업단지로 조성한 국내 유일의 물산업단지로, 롯데케미칼은 이곳에 입주한 1호 대기업이다. 연간 55만㎡의 생산 능력을 보유해 국내 최대 규모의 수처리 분리막 공장으로 꼽힌다.

중공사형 분리막 표면에는 수십~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무수히 많은 구멍(기공)이 분포하고 있다. 이 기공의 크기에 따라 여과 역량이 갈리는데, 롯데케미칼 분리막의 기공 크기는 0.03㎛로,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에 해당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0.03㎛ 기공으로는 물에 떠다니는 이물질부터 병원성 미생물 등 박테리아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며 “다수의 균일한 기공을 만드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분리막 표면을 코팅해 기공을 만드는 핵심 소재인 PVDF는 롯데케미칼이 30년 이상 축적한 폴리머 소재 고분자 가공기술 노하우를 활용, 높은 내화학성과 내오염성을 보유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수 장치를 이용해 분리막 가운데 통로를 진공 상태로 만들면, 수많은 기공들을 통해 이물질은 걸러지고 정수된 물은 통로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다만 하나의 분리막으로는 다량의 물질을 걸러내기 어려운 만큼, 정수량을 높이기 위해 롯데케미칼은 분리막 다발을 대량으로 모아 ‘모듈’을 제작하고, 이 모듈을 또 여러 개 모아 맞춤 제작한 카세트에 넣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노출 면적이 24㎡ 규모인 모듈 1개엔 분리막이 약 1800가닥 들어가는데, 이 모듈 하나면 하루에 12t의 하수를 여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반도체, 화학 등 물을 많이 사용하는 공장을 지을 때 설계 단계부터 참여, 각 기업 생산량에 맞춰 필요한 카세트의 양을 책정해 납품한다.

롯데케미칼이 제작한 분리막 카세트. 보통 2~3m 크기로 제작되는데, 각 기업에서 필요한 정수량에 맞춰 크기와 개수는 조정될 수 있다./이윤정 기자

롯데케미칼 대구 공장도 산업용수를 여과할 때 자사 분리막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배출 기준은 300㎎/ℓ이지만, 롯데케미칼이 배출하는 물의 COD는 6~7㎎/ℓ에 불과했다. COD가 낮을수록 수질이 좋다는 뜻이다.

올해로 11년째에 접어든 롯데케미칼의 수처리 기술 사업은 지난해부터 성과를 내고 있다.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2018년 롯데케미칼은 하루 3만3375t을 정수할 수 있는 정도의 분리막을 생산해냈다. 2019년엔 2만5546t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23%가량 줄었지만, 지난해엔 4만5150t으로 77% 늘었다. 올해 예상 실적은 23만7820t으로 427%가량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24만t이면 81만명이 하루에 사용한 물을 걸러낼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정다운

롯데케미칼은 향후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현재 대구 공장에선 라인 1개만 돌아가고 있지만, 2개의 라인을 추가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다. 영국 물 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는 8341억달러(약 924조원)에 달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대표는 “국내는 물론 세계 유수의 수처리 전문기업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해외 시장 확대에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산업 많이 본 뉴스

“신체건강이 곧 정신건강…자전거로 갱년기 극복”[양종구의 100세 건강]

양종구 기자 입력 2021-06-05 14:02수정 2021-06-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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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무작정 산악자전거(MTB)를 샀다. 그해 초부터 불거진 크고 작은 일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황현실 씨(52)는 자전거 타며 갱년기를 슬기롭게 보낸 뒤 자전거 마니아이자 전도사로 거듭났다.

황현실 씨가 서울 한강뚝섬공원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결혼하기 전에는 다양한 운동을 했는데 아이 낳은 뒤 일하고 살림하느라 바빠서 잊고 살았죠. 출산 후유증으로 허리 디스크가 생겨 통증 억제 수단으로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기본적인 건강만 챙기는 수준이었어요.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 등으로 너무 힘들어 돌파구를 찾았죠. 처녀 때처럼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자전거 붐이 한창 일고 있었어요. 평생 자전거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해 MTB를 샀습니다.”

도로 사이클은 바퀴가 가늘어 위험하다는 생각에 MTB를 구입했다. 자전거 교실을 찾아 배울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무작정 혼자 자전거에 올랐다. 브레이크와 기어도 구분하지 못해 숱하게 넘어지면서 타는 법을 익혔다. MTB를 1년 정도 탄 뒤 도로 사이클로 바꿨다. 사이클이 날렵하고 자세도 잘 나온다. 최근 젊은층들이 사이클로 몰리는데 사이클 타는 멋진 모습의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고 싶은 욕구 때문인 측면도 있다. 사실 황 씨도 처음부터 사이클 타고 싶었지만 안전을 위해서 MTB를 택했던 것이다.

황현실 씨가 서울 한강뚝섬공원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솔직히 처음부터 사이클을 타고 싶었어요. MTB는 나이 좀 들거나 어린 아이들이 주로 타죠. 사이클을 타야 속된 말로 ‘간지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MTB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사이클을 타고 싶어 바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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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신세계였다. 페달만 밟으면 가고 싶은 곳을 다 갈 수 있었다. 50km, 100km 거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는 볼 수 없는 풍광도 감상할 수 있다.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할까요. 오롯이 내 두발로 페달만 밟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가다 냇가가 나오면 들고 건너서 가도 되고, 가다 힘들면 쉬고, 여기저기 유명한 맛 집도 찾아다니고…. 너무 좋았어요.”

황현실 씨가 서울 한강뚝섬공원에서 사이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이클을 타다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사이클을 들고 이동한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사실 허리가 좋지 않아 자전거 타는 것을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허벅지와 복근 등배근육 등 코어 근육을 많이 써 오히려 허리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됐다.

“2017년 8월 저혈압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운동을 시작했지만 스트레스가 가중되다보니 기절을 했죠. 방문 고리에 부딪혀 왼쪽 눈 근처에 큰 상처가 나 유혈이 낭자했었죠. 당시 피가 흐리지 않았다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 때부터 건강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2018년부터 등산도 즐겼다. 불교 신자라 평소 사찰에 가기 위해 산행도 많이 했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등산에도 빠지게 됐다. 자전거 동무들이 산악회 회원들이라 자주 산을 찾게 된 것이다. 산악회 정기 등산보다는 맘 맞는 회원들과의 산행을 즐겼다.

황현실 씨가 산행 중 포즈를 취했다. 그는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전엔 산행도 자주 했다. 황현실 씨 제공.


“서울 근처에 산이 많잖아요. 그냥 시간 되면 북악산에 올라 인왕산 찍고 오거나, 북한산 일부 구간을 걸어요. 짧고 굵게 산행하는 것을 좋아해요. 하루 종일 타고 막걸리 마시는 분위기는 싫어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면서는 산행보다는 사이클에 집중하고 있다. 교육업을 하고 있는 황 씨는 주 3~4회 사이클을 탄다. 주중엔 서울 한강으로 나가 50~60km를 달린다. 주말엔 경기 양평 등 수도권 명소를 찾아 100km 이상 질주한다. 페달을 힘차게 밟아 거친 숨소리와 함께 이마에 땀이 맺히는 만큼 쌓인 정신적 스트레스는 날아갔다.

황현실 씨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날렸고 갱년기도 슬기롭게 넘기고 있다. 황현실 씨 제공.


올 3월부터는 자전거 교육 및 콘텐츠 사업을 하는 케이벨로(kvelo. www.kvelo.co.kr)를 찾아 제대로 자전거를 공부하고 있다. 황 씨는 “사이클을 제대로 타려면 클릿슈즈를 신어야 한다. 페달과 슈즈를 연결해주는 클릿을 넣고 빼는 것은 혼자 배우기 힘들어서 케이벨로를 찾았다. 클릿슈즈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를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봤는데 케이벨로가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당초 클릿슈즈 사용법만 배우려했는데 자전거 안전의 기본까지 배우며 또 다른 즐거움을 얻었다. 그는 “솔직히 독학으로 자전거를 배우다보니 상황에 따라 불안한 측면이 있었는데 안전수칙을 배우고 나니 심적으로 안정이 됐고 안 보이던 풍경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전거교실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에도 있고 구청별로 개설한 곳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몰라 이용률이 높진 않다. 케이벨로는 수준별 자전거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황현실 씨가 북악산 북악팔각정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북학산은 업힐라이딩 명소다. 황현실 씨 제공.


황 씨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안전하다고 알려진 자전거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고 했다. 헬멧 등 기본 장비를 갖추지 않는 것은 물론 한손에 휴대폰을 들고 따릉이를 타거나, 연인끼리 두 줄로 타다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와 충동사고가 난다. 어르신들은 막걸리 한잔 하고 비틀거리다 넘어지기도 한다. 그는 “운전면허 취득 때 교육시키듯 자전거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 씨는 갱년기를 앞둔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권유했다. 그는 “특히 전업주부들의 경우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집안 일만 몰두하다 애들이 성장해 품 밖으로 나가면 허무해지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이 때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운동을 취미로 가지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살다 폐경기와 갱년기가 맞물리는 시점에 건강도 챙기며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자전거라는 얘기다. 그는 “자전거를 사야하고 배워야 하는 등 약간의 진입 장벽은 있다. 하지만 취미로 어떤 것을 시작해도 초반엔 투자가 필요하다. 자전거는 한번 투자하면 추가 비용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트레스 받을 때 자전거 타고 신나게 달리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에너지가 솟는다”고 말했다.

황현실 씨가 사이클을 타며 활짝 웃고 있다. 그는 “내가 선택한 최고의 운동이자 취미가 자전거”라고 말했다. 황현실 씨 제공.


운동생리학적으로 운동을 하면 뇌신경 성장 인자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성돼 뇌가 각종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 신체 건강이 곧 정신 건강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또 100세 시대에 사이클 같은 운동이 취미가 된다면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황 씨는 결혼하기 전에는 ‘운동 본능’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복싱과 유도 등 격투기도 했고 테니스와 스쿼시, 탁구, 축구, 농구, 배구도 했다. 결혼하면서 생업과 살림 때문에 중단했던 것이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험했죠. 운동은 심신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그 선택을 자전거로 했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다시 운동 본능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8년, 2019년 유방암환자 후원 핑크런 마라톤대회 10km에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올해 열리면 다시 출전할 계획이다.

자전거는 평생 탈 생각이다.

“이제 제 인생을 살 겁니다. 그동안 일과 살림에 치여 제 자신에 대해 투자하지 않았는데 이젠 저를 위해 투자할 겁니다. 이젠 제 인생을 즐길 겁니다. 건강한 취미, 자전거가 있어 행복합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회춘 비결은 ‘피’…노화는 치료가능한 질병일까[서영아의 100세 카페]

서영아 입력 2021-06-06 09:00수정 2021-06-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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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맞서는 장수 약물 찾는 의료과학계
젊은 피가 늙은 신체, 뇌까지 되살리는 효과에도 주목
스타트업 속속 설립, 연구자들에 투자 머니 쇄도
노화는 질병이란 관점 전환이 계기, 美 노화연구소도 거액 출연
생명체가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세계 노화 과학계에서는 노화를 멈추거나 되돌리기 위한 연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배경에는 노화를 질병으로 바라본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다.

○‘노화는 질병’ 발상 전환으로 연구 박차


노화를 질병으로 보는 관점이 가져다주는 큰 변화는 ‘질병이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노화 과정을 수정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가령 심장병이나 암, 알츠하이머, 관절염 등이 발병하는 가장 큰 원인은 노화지만 노화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치료 방법은 한정된다. 심장병 치료에서 노화는 제외하고 비만 치료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노력만 기울이게 된다. 알츠하이머도 가장 근본적인 노화를 배제하고 뇌 속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에 집중해 치료법이 논의되지만 근본 원인이 그대로이니 제대로 치료될 리 없었다.

이처럼 인식이 변하면서 노화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에 거액의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4월 7일호)가 전했다. 미국국립노화연구소(NIA)는 최근 세포 노화에 관한 기초 연구에 대규모 자금을 출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화과학 관련 스타트업 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장수 약물 연구가 하나 둘 성과를 내놓고 있다. 대부분은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지만 이미 반(半)합법적인 ‘그레이마켓’에 유통되는 것도 있다.

노화를 질병이라 보게 되면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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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자금이 노화 연구에 흘러든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지난 150년 간 2배로 늘어났지만 세월이 인간 몸에 입히는 손상을 멈추는 방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면역계 활동이 약해져 만성 염증이 일어나고 갖가지 질병이나 고장이 생긴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를 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오래 산다고 해도 장시간 낮잠이나 자며 지내는 일이 많아질 뿐이다. 그리고 줄기세포가 활발하지 않게 되면 근육이 줄고 뼈가 약해진다.

노화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조작할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 첫 계기는 회충을 이용한 일련의 실험이다. 과학자 대부분이 노화 프로세스는 극히 복잡해 몇 가지 유전자에 손을 대거나 약을 먹는 것만으로 조절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1993년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교 생물학자 신시아 캐년(Cynthia Kenyon)이 회충의 DNA 정보를 한 글자 바꾸는 것만으로 수명을 3주일에서 6주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에서 캐년이 행한 것은 사람들이 장수를 위해 실천하는 칼로리 제한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었다.

칼로리 제한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교의 노화학자 로이 월포드의 연구를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 월포드는 쥐 실험에서 칼로리 섭취량을 대폭 제한해 수명을 2배로 늘렸고, 인간도 칼로리 제한을 하자고 주장한 베스트셀러를 1980년대에 여러 권 냈다. 본인 스스로도 2004년 80세로 사망할 때까지 30년간 하루 섭취 칼로리를 1600칼로리로 엄격히 제한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칼로리 제한법은 모든 학자가 인정하는 검증된 노화방지법이다.

스탠퍼드대 실험실에서는 쥐의 혈액을 활용한 각종 실험을 통해 회춘의 단서를 찾아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동아일보 DB



○늙은 쥐와 젊은 쥐의 결합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젊은 피’다.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신경과학자 토니 와이스코레이(Tony Wyss-Coray) 교수와 제자 사울 빌레이더 등 연구진은 젊은 쥐의 피를 늙은 쥐에게 투여하는 실험을 통해 회춘의 단서를 찾아왔다. 늙은 쥐와 젊은 쥐의 몸을 자른 뒤 봉합해 순환계를 잇는 ‘패러바이오시스(parabiosis·’병체(竝體) 결합)라 불리는 방법을 통해 같은 순환계를 공유하게 된 두 마리의 상처 수복력을 조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쥐는 머리가 두개에 다리도 두 쌍, 몸 폭도 보통의 2배인 모습을 하고 있다. 젊은 쥐와 결합한 늙은 쥐가 근육에 입은 상처는 다른 노령 쥐보다 훨씬 빨리 나았다. 한편 늙은 쥐와 결합한 젊은 쥐의 상처는 동 세대 친구들과 비교해 훨씬 늦게 나았다.

알츠하이머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연구진이 이번에는 늙은 쥐의 뇌를 끄집어내 조사하니 새 뉴런이 평소의 3배나 늘어나 있었다. 반대로 늙은 쥐와 결합한 젊은 쥐의 뇌에서 만들어진 뉴런 수는 보통 젊은 쥐보다 훨씬 적었다. 그리고 노령 쥐가 활동적이 된 한편 젊은 쥐의 행동은 중년처럼 돼 버렸다.

인간을 상대로 병체결합을 시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구진은 혈장 링거로 효과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늙은 쥐의 혈장을 주입한 젊은 쥐의 과제 해결 성적은 젊은 쥐의 혈장을 주입한 집단에 비해 훨씬 나빴다. 하지만 다시 젊은 쥐의 혈장을 주입하자 성적이 회복됐다. 젊은 쥐 혈액 성분에 늙은 쥐의 뇌를 수복(修復)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이 검증된 셈이다. 연구 결과는 2014년 논문으로 발표돼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그 뒤 연구진에게는 이메일이 쏟아져오기 시작했다. 예컨대 인간 아이의 혈액을 어떤 연령 대라도 실험에 필요한 만큼 구해줄 수 있다거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나 가족으로부터 치료에 관한 문의가 쇄도했다.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의 신기한 각성

그 중에는 와이스코레이의 인생을 바꾼 문의도 있었다. 2012년에 89세로 사망한 홍콩의 부호 첸딘화(陳廷骅)의 유족으로부터 온 e메일이었다. 첸은 만년에 중증 알츠하이머에 시달렸다. 그런데 손자 빈센트에 따르면 다른 질병 치료 때문에 혈장 링거 치료를 몇 번 했는데 그 때마다 몇 시간 정도는 놀라울 정도로 머리가 명료해져 가족과 대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젊은 피와 늙은 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혈액에 대한 연구는 인간 생명과 노화에 대한 많은 비밀을 밝혀주고 있다. 사진은 혈액에서 추출한 혈장. 적혈구를 뺐기 때문에 누런색이다. 메이요클리닉 제공.



마침 캘리포니아대 버클리교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했던 빈센트는 와이즈코레이에게 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알카헤스트’라는 스타트업이 창업됐다. 알카헤스트는 올 초 스페인의 혈장 제제 메이커 글리폴스에 합병됐는데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거둬들인 대학생들의 혈액을 활용해 노화 연구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최근 6년간 치료약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혈중 단백질을 8000종 이상 발견했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나이에 관련된 질병 치료약 후보 6가지에 대한 임상2상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이밖에도 빌레이더는 쥐의 인지 기능 저하를 재촉하는 염증유발성 단백질을 특정했고, 와이스코레이는 늙은 쥐를 사용한 실험에서 나이가 들수록 축적되는 일부 단백질 움직임을 막으면 인지 기능이 대폭 개선된다는 사실을 실증했다. 빌레이더는 최근 젊은 쥐의 학습 능력과 기억력 향상을 재촉하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컬럼비아대에서는 우울을 예방하고 기력을 높이는 강력한 작용이 있지만 50세 이후 급감하는 것으로 보이는 호르몬을 찾아냈다.

이들 약물이 임상시험을 통과한다는 보증은 없지만 이런 종류 신약 제1호가 인가받는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젊은이들의 피에서 혈장을 추출해 원하는 사람에게 수혈하는 클리닉이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다는 암브로시아 홈페이지



○회춘을 위한 수혈 클리닉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도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의 심리를 노린 얄팍한 상혼(商魂)들도 한몫했다.

스탠퍼드대 의대 시절 쥐 실험에 참여했던 제시 카마진(Jesse Karmazin)은 2016년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에 ‘암브로시아(Ambrosia)’라는 이름의 클리닉을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16~25세 기증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혈장을 한번에 8000달러에 35세 이상 희망자에게 주입하는 시술을 시작했다. 젊은 피를 수혈 받은 사람들은 집중력과 기억력이 뛰어나게 좋아지고 질 좋은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18년 12월 이 치료를 받았다고 공개했던 유일한 인물이 65세 나이에 사망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사인은 심부전이었다. 그로부터 2개월 뒤 미국식품의약품국(FDA)은 ‘적절한 기관의 심사위원회와 규칙 당국의 감독 하에 실시되는 임상시험 이외’‘로 고령자가 이 같은 치료를 받는 것을 엄하게 경계하는 권고를 내놓았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카마진은 2019년 8월 클리닉을 폐쇄한다고 말했다고 하지만 11월에는 간판만 바꿔 시술을 재개했다고 한다. 또 보건 당국이 경고를 하는 사태가 됐다.

○빠르면 몇 년 내 시장에?


현재 노화 프로세스 그 자체를 표적으로 한 의약품으로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없다. 승인을 받으려면 특정 질환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일부 노화학자들은 널리 알려진 당뇨병약 메트포르민을 안티에이징 약의 표본으로 지목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약으로 대사와 에너지 소비 페이스에 영향을 준다. 이미 60년간 당뇨병 환자에 투여돼 안전성이 입증돼왔다. 현재는 메트포르민에 심장병이나 암, 인지증 등 노화와 관련된 만성 질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대규모 시험이 준비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주춤했지만 조만간 65~79세 환자 3000명을 대상으로 5000만 달러 예산을 들여 6년에 걸친 추적 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이밖에도 유전적 변이체 mTOR나 AMP키나아제 등 노화 프로세스를 조작하는 제2, 제3의 방법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나이와 함께 축적되는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타입의 안티에이징 약도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갔다. 가장 유명한 기업은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인데 2억2000만 달러 넘는 자금을 조달해 2018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들이 개발한 무릎 관절염 치료약은 2상 시험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같은 메커니즘으로 노화에 따른 쇠약을 치료하는 약이 개발돼 7월 임상 1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불로장수 이전에 막대한 윤리적 문제 고려해야


언젠가 과학이 불로장수를 가능하게 하더라도 막대한 윤리적 문제가 남는다. 부자 노인만 젊은 피를 살 수 있다거나 값비싼 장수 약물 탓에 빈부 격차가 수명 격차로 연결되는 경우 등도 문제다. 일부 과학자들은 수혈 등으로 노화한 신체를 회춘시키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젊은 피 수혈로 노화된 줄기세포를 깨울 경우 줄기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암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면 새삼 선진국에서 노화 연구는 정부기관은 물론 의료과학계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미국에는 국립노화연구소가 있고 일본에는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가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연구가 이뤄진다. 스탠퍼드 MIT(매사추세츠공대) 하버드 등 명문대들이 여기에 매달리고 다양한 차원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 같은 기초 연구에 인적 물적 투자가 있어야 할 텐데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도 확인했듯이 새로운 약물 개발이라는 혁신은 차곡차곡 쌓인 업력과 경험의 기반 위에서 이뤄질 수 있다.

건강 없이 수명만 연장된다면 인생에서 고통 받는 시기만 늘어나게 된다. 수명연장 프로젝트 전에 건강 연장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다. 서영아 기자



“건강 없는 수명연장은 죄악”

’노화의 종말‘에 소개된 에피소드 하나. 저자 싱클레어 박사가 일반 남녀노소 청중 100명 앞에서 강연을 했다.

“여러분은 얼마나 오래 살고 싶은가요?” 손을 들어보라 했더니 3분의 1은 80세까지 살면 행복하겠다고 했고, 3분의 1은 120세, 4분의 1은 150세까지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설문 조사 뒤 청중에게 ’얼마나 오래 살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 ’영원히 살고 싶다‘라고 의견을 바꾸는 사람이 급증했다고 한다.

싱클레어 박사는 “우리 대다수는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인간성‘을 상실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라며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을 놔두고 생명만 연장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죄악이라고도 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갚은 연령대 사람이라면 삶을 연장하는 치료제 요법을 거부하거나 개입을 끊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화 과학이 가져올 미래가 새로운 행복과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 디스토피아를 만들어내는 헬 게이트가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모든 것은 인간이 하기 나름이 아닐까.


서영아 기자 sy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
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유재석을 감탄하게 만든 86세 할아버지의 플랭크🏋️‍♂️ 꾸준함에 자극받게 되는 김영달 자기님의 데일리 루틴✨

300조 시장 '메타버스', 이통3사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

메타버스 시장, 2025년 기준 매출 약 300조원 예상
SKT, 글로벌 협업으로 콘텐츠 확보 나서
LGU+, 글로벌 연합체 XR얼라이언스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
KT, ICT 기업들과 '메타버스 원팀' 결성

IT

 

김동준 기자

입력 2021-06-03 15:58 | 수정 2021-06-03 15:58

메타버스 시장이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가상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된 데다가, 5G 기반 킬러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3일 독일의 비즈니스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올해 307억달러(한화 약 34조 1077억원) 규모에서 2024년 약 2969억달러(한화 약 329조 8559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역시 메타버스 시장이 현재 460억달러(한화 약 51조 1060억원) 규모로 오는 2025년까지 2800억달러(한화 약 311조 800억원)까지 성장한다고 예측했다.

 

통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4~5년 이내에 6배 수준의 성장을 통해 3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본 이통3사는 본격적인 투자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기존 ‘MR(혼합현실) 서비스 CO’의 명칭을 ‘메타버스 CO’로 변경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등 이통3사 중 가장 메타버스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기업분할 시나리오 공개 이후 “존속 회사를 인공지능(AI)·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이미 점프 AR과 점프 버추얼 밋업을 통해 각각 3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순천향대 입학식을 치러 눈길을 끌었으며, 지난달 개최된 ‘월드 IT쇼 2021’에서 메타버스 기반의 각종 신기술을 선보이는 등 국내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페이스북의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의 국내 공식 유통사를 담당하고 카카오VX와 메타버스 기반의 골프중계를 기획하며, 외부와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5G 콘텐츠 연합체인 XR 얼라이언스 의장사를 맡아 메타버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의 버라이즌, 프랑스의 오렌지텔레콤을 비롯한 각국의 대표 이통사들과 AR 기업 트리거 등 11개 회원사가 가입한 상태다.

 

XR 얼라이언스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VR 콘텐츠 ‘Space Explorers: The ISS Experience’의 에피소드를 두 차례 공개했으며, 꾸준한 콘텐츠 확보로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KT는 지난 2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메타버스 원팀’을 결성하면서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메타버스 원팀에는 KT를 비롯해 VR·AR·MR 관련 사업체인 ▲딜루션 ▲모온컴퍼니 ▲버넥트 ▲스마일게이트스토브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위지윅스튜디오 등을 비롯한 9개 기업과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가 참여한다.

 

업계에서는 메타버스 원팀의 참가사들이 각각 VR, AR, MR 분야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선보였던 만큼, 메타버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고퀄리티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메타버스는 유저 연령층, 가입자 수 증가 추이, 선순환 생태계 조성 등 차세대 플랫폼으로서의 조건을 갖췄다”면서 “향후 콘텐츠 고도화와 수익화 모델이 갖춰지면 선순환 생태계가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준 기자 kimdj@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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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미래 메타버스] ⑥ 이통 3사 '기회의 땅 메타버스로 간다'

송혜리 기자 입력 2021.06.06 06:00    


전담조직 신설부터 국내외 유망한 업체와 '동맹'

영화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가 어느새 현실로 바짝 다가왔다. 인터넷 세상이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업무, 모임, 취미활동, 쇼핑, 공연 감상 등 다양한 현실 활동이 구현되고 있어서다. 인터넷을 넘어선 '인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메타버스 시장은 이제 소통을 넘어 소비와 생산이 선순환하는 '경제 활동'의 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일찌감치 치열한 경쟁에 나선 만큼, 아이뉴스24는 '메타버스'의 현 상황과 전망을 7차례에 걸쳐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그래픽=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전통적 '네트워크 사업자'에서 시대를 담는 '플랫폼·콘텐츠 사업자'로 체질 개선에 나선 이동통신 3사는 '메타버스'를 '기회의 땅'으로 주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언택트 시대가 열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 '메타버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통신을 기반으로 콘텐츠 수급 능력까지 갖춘 통신사가 '메타버스' 구현 적임자로 부상하고 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AR·VR 시장 동향' [사진=SA]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단어 '유니버스(universe)' 합성어다. VR·AR·혼합현실(MR) 등 가상융합기술(XR)로 구현한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25년 메타버스 경제 시장규모가 현재 6배 이상인 270억 달러(약 31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 SKT 전담조직 구성…메타버스 중심 사업 강화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메타버스 전담조직을 신설하거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관련 업체들과 동맹을 맺었다.

SK텔레콤은 기존 혼합현실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MR서비스CO' 조직 명칭을 '메타버스 CO'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메타버스 산업 선도에 나섰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조직명 변경에 대해 "MA 세대를 중심으로 게임·소셜·엔터테인먼트 등 개인의 일상과 밀접한 영역들이 메타버스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이 보유한 AR·VR 등 혼합현실 기술을 비롯해 5G, AI 등 다양한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장 선점에 나서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연초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메타버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 순천향대와 협력해 국내 최초 메타버스 입학식 선보인 데 이어, 자사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도 메타버스 방식으로 진행했다. 최근에는 K팝 스타들과 협업해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메타버스 중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T '버추얼 밋업' 서비스 화면 [사진=SKT]

이러한 SK텔레콤 메타버스 행보 중심에는 SK텔레콤 '버추얼 밋업' 서비스가 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 공간에 최대 120명까지 동시 접속해 콘퍼런스, 회의, 공연 등 다양한 모임을 하는 소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버추얼 밋업' 서비스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기존 점프VR 앱 명칭을 '점프 버추얼 밋업'으로 변경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추진 중이다.

버추얼 밋업은 실제 모임 같은 현장감을 제공하기 위해 가상 콘퍼런스 공간에 대형 스크린, 무대, 객석 등을 3차원으로 상세히 구현했다. 또 입체적인 비대면 회의를 원하는 이용자라면 누구나 버추얼 밋업 모임을 주관하고 지인을 초대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VR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사용자가 느는 추세"라며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소셜 기능을 가미한 '버추얼 밋업' 서비스가 더 주목을 받을 것이고, 미래 콘텐츠 발전을 이끌어 갈 것으로 생각해 메타버스 중심 사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SKT 메타버스 입학식 화면 [사진=SKT]

◆ KT 메타버스 생태계 육성…'원팀' 출범

KT는 국내 '메타버스' 연합군을 모았다. KT만의 기술과 상상력으로는 방대한 메타버스 세계를 끌어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국내 9개 가상현실 관련 업체와 동맹을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메타버스 원팀'은 KT를 비롯해 VR과 AR, MR 관련 사업을 하는 딜루션, 모온컴퍼니, 버넥트, 스마일게이트스토브,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아바엔터테인먼트, 위지윅스튜디오, 조이그램, 코아소프트 등 9개 기업과 국내 VR·AR 기업 연합체인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가 참여한다.

이들 참여 기업과 기관은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대한민국의 메타버스 기술을 발전시키고 서비스를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메타버스 원팀' 참여 기업을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다.

특히,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은 지난 3월 제5대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으로 선임돼 "대·중·소 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KT 측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메타버스가 앞으로 핵심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메타버스 원팀 참여 기업들과 메타버스 생태계 확대와 기술 발전, 서비스 발굴 등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LGU+ '리얼 글래스' 사용 화면 [사진=LG유플러스]

◆ LGU+ 단말부터 콘텐츠까지 전방위…원격회의 시스템 '스페이셜'출시 예고

LG유플러스는 소비자용 AR글래스 상용화부터 글로벌 'XR얼라이언스' 활동을 통한 AR·VR 콘텐츠 수급까지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전방위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소비자용 5세대 통신(5G) 증강현실(AR)글래스 'U+리얼글래스'를 출시했다.

U+리얼글래스는 안경을 쓰듯 기기를 착용하면, 렌즈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보여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렌즈가 투명해 서비스 이용 중에도 앞을 볼 수 있고 이용자를 둘러싼 360도 공간에 콘텐츠 화면 배치·크기 조정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아울러 회사는 지난해 "AR·VR과 같은 콘텐츠 제작·수급과 유무선 융복합 기술개발에 5년간 2조6천억원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런 목표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 출범한 세계 첫 5G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 의장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XR 얼라이언스'는 퀄컴 테크놀러지, 벨 캐나다, KDDI, 차이나텔레콤, 펠릭스 앤 폴 스튜디오, 아틀라스 파이브, 버라이즌, 오렌지, 청화텔레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AR 앱을 개발한 AR 기업 '트리거'가 합류했다.

인프라를 제공하는 통신사와 콘텐츠 제작사가 함께 참여해 콘텐츠 제작부터 제공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XR얼라이언스' 특징으로 지난해 첫 프로젝트 콘텐츠 '스페이스 익스플로러스 : 더 ISS 익스피리언스'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튜디오에서 U+VR의 신규 콘텐츠를 감상하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오는 15일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VR 온라인 전시관을 선보인다.

온라인 전시관은 아티스트의 사진이나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가상현실 공간 서비스다. 총 6개의 테마관에서는 엑소 앨범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앨범 촬영 현장, 미공개 콘텐츠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또 올 하반기에는 미국의 AR·VR 협업 플랫폼 개발 기업 '스페이셜'과 협업을 통한 원격회의 시스템 '스페이셜'도 출시한다. 스페이셜은 각자 다른 공간에 위치한 사람들이 가상의 회의실에 모여 협업을 할 수 있는 AR글래스 앱 서비스다.

최대 10명까지 접속할 수 있으며, 각 개인은 자신을 대표하는 아바타로 다른 이들에게 보인다. 회의에서는 단순 대화나 손짓을 통한 설명뿐만 아니라, 파일로 된 자료나 동영상을 띄워 함께 볼 수도 있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

이광재 “삼성돈 6억받은 사실 있다” 이재용 사면은?

양극화 해소 기자회견서 “돈 받은 건 잘못, 사면과 달라…사면 얘기 손해지만 소신껏 주장” 삼성에 돈받고 하는 이재용 사면 주장 진정성 있나, 옆에 있던 조정훈 “기여도에 따라 법의 지배에 벗어나선 안돼”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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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노골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주장해오고 있는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이 2002년 삼성 구조본으로부터 6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도 그 때 돈 받은 것과 이재용 사면 필요성 주장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3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양극화 해소·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대전환 미래비전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초당적 정책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의 간이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들과 백브리핑에서 ‘양극화 문제가 경제정의와도 관련된 과제라는 점에서 이 의원이 최근 이재용 부회장 사면 주장을 여러차례 했는데, 본인이 2002년 삼성구조본으로 대선자금 6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검찰 수사에서 시인했다는 보도가 있다’, ‘실제 자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에 “네. 사실이 있었고, 저는 그때 분명하게 사과 드렸고, 그것에 대해 잘못한 일이다, 과거에 대선자금과 관련해 죄송한 일이라고 본다”고 사과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얘기한 것은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하면 더 불리한 일이다. 그러나 (사면 필요성을) 얘기했던 것은 우리가 이제 좀 과거와의 단절을 하고, 삼성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통해서 기술전쟁에서 확실한 노력을 하는게 필요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 정치인들이 삼성반도체와 (삼성)바이오를 몇 번을 방문했느냐. 우리가 삼성의 근본적인 사회적 책임과 과거와의 단절을 분명한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국민적 동의가 있으면 국가에 기여할 역할이 있으면 저는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사면과 관련해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잘 안다’고 발언한 부분과 관련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말씀하신 걸로 일단락 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마치 문 대통령이 이재용을 사면하는 것으로 결심한 것과 같은 취지의 설명이었다.

옆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했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 의원의 주장과 거의 정반대 의견을 내놨다. 조 의원은 “저는 사면권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면권은 헌법에 적혀있는 초헌법적 권리인데, 대통령만 누릴 수 있는 초헌법적 권리로, 이제 사면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조 의원은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고, 어느 누구도 사회적 기여도 따라 법률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며 “따라서 국민적 동의와 여러 가지 고려하는 것이 사면권의 핵심이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이런 논쟁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광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3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간이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그러자 이 의원은 “조정훈 의원을 제가 정치 같이하자고 권유했는데, 월드뱅크에도 있었고, 뭔가 우리 사회가 국제적 표준화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제안”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 의원과 삼성의 그런 (금품) 수수관계 때문에 이 의원의 사면 주장이 진정성이나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는 비판에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에 “양면의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것이 정치권의 관행이고, 잘넘어가는 거죠. 일반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저로 봐서는 손해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제가 하는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여시재 활동을 통해 세계가 변해나가는 기술전쟁의 속도나 변하는 속도에 비해 우리가 굉장히 느린 속도로 정치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저는 바이든 대통령이 첨단 부분에서 제안을 해왔는데, 스가와 바이든 정상회담에선 첨단 기술제품과 관련 협약이 없다. 이런 부분과 관련해 과거 85년 플라자 합의 때 미국이 일본을 압박할 때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기술전쟁에서 공세적일 필요가 있겠다고 해서 일부러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로 봐서는 타격이 있다”며 “정치라는 게 좋은 말만 해서 되는 게 아니고 필요한 말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정훈 의원이 갖고 있는 이런 생각은 국제사회에서 갖고 있는 미래지향적 의미에서 좋다”고 했다.

‘MBN과 인터뷰에서 왜 본인이 삼성장학생이라는 비판을 들을 것이라고 본인 스스로 얘기한 것이냐’고 묻자 이광재 의원은 “이런 얘기를 하면 틀림없이 옛날 얘기를 꺼내서 그랬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냐라고 할 것이라는 점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결국 저는 손해를 감수하고 하는 거죠. 저도 바보는 아니잖아요. 저는 무엇이 필요한지 소신껏 얘기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고, 그러나 전제로는 과거와의 단절을 분명히 하고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 있어야 동의가 높겠죠”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사면에 대한) 국민적 동의 높다고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과거와 단절하려면 죄의 댓가를 분명히 치러야 한다는 반론도 있고, (이재용을 사면하라는 말을 안하는 것보다)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이 더 경제정의를 해친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반문에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고,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그것이 공존해나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의 방에도 소신껏 했다고 격려전화도 많이 오고, ‘문제가 있다 이거는’이라고 비판하는 분들 전화도 많이 온다”며 “살아있는 민주주의는 타협을 해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는 “우리가 51대 49, 선과 악의 정치 보다 어떻게 그 당시에 살아가는 국민들의 마음의 합의수준을 이뤄나갈까. 미래지향적으로 우리가 어떤 제도와 시스템을 가져나갈까에 있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오른쪽)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고 '양극화 해소·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대전환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형확정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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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기자다른기사 보기

[新 미래 메타버스] ① 성큼 다가온 "레디 플레이어 원"…기회의 땅 될까

장유미 기자 입력 2021.06.01 06:00 | 수정2021.06.01 06:40    


현실·가상 넘나드는 새로운 시대…각 기업·정부, 미래선점 디지털 전쟁 치열

영화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가 어느새 현실로 바짝 다가왔다. 인터넷 세상이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업무, 모임, 취미활동, 쇼핑, 공연 감상 등 다양한 현실 활동이 구현되고 있어서다. 인터넷을 넘어선 '인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메타버스 시장은 이제 소통을 넘어 소비와 생산이 선순환하는 '경제 활동'의 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일찌감치 치열한 경쟁에 나선 만큼, 아이뉴스24는 '메타버스'의 현 상황과 전망을 7차례에 걸쳐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주인공 웨이드가 VR 헤드셋을 쓴 채 가상현실(VR) 게임인 '오아시스'에 접속한 모습. [사진=네이버 캡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황폐화된 거리. 컨테이너 박스가 켜켜이 올려진 빈민가 풍경. 식량 파동으로 황폐하게 변해버린 2045년 지구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오직 가상현실(VR) 게임인 '오아시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의 주인공 웨이드는 VR 헤드셋 안에 펼쳐진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만나고, 게임을 하고, 돈을 벌고, 휴가를 가고, 쇼핑을 한다. 여기에 햅틱 수트를 입고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걸을 때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어느새 모호해져 버린다. 웨이드가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표현한 것만 봐도 충분히 공감되는 대목이다.

실현되지 않을 것 같았던 영화 속 '오아시스'는 어느샌가 우리 삶으로 녹아들고 있다. 현실판 '오아시스'를 연상케하는 플랫폼 '로블록스(Roblox)'가 그 예다.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로블록스에선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고 직접 게임을 만들어 놀 수 있다. 게임 속 화폐인 '로벅스'로 아이템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돈으로도 환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미국에선 이미 유튜브와 틱톡을 제치고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 됐다. 16세 미만 청소년 중 55%가 로블록스를 쓸 정도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조치로 하루 평균 접속자 수는 2019년 1천900만 명에서 2020년 3천700만 명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일일 플레이 시간도 1년 새 20% 늘었으며 게임 아이템 매출도 40% 올랐다. 덕분에 로블록스의 몸값도 지난해 40억 달러에서 1년 사이에 295억 달러로 7배 넘게 뛰었다.

 

'로블록스'는 미국에서 유튜브와 틱톡을 제치고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 됐다. [사진=로블록스 홈페이지]

'로블록스'의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최근 '메타버스'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쳐 만든 단어로, 기존에 현실 세계와 단절됐던 가상 세계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이다. 지난 1992년 출간된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나왔던 단어로, 최근 들어 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1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련 가상현실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455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1조5천429억 달러로 고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역시 오는 2035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315조 원으로 전망할 정도로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놀라울 정도로 큰 산업 성장성 때문"이라며 "XR(AR·VR·MR을 아우르는 가상융합기술) 시장 규모가 3년 후 6~10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정도의 성장률이라면 텐배거(10배 수익) 종목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자사 'GTC(GPU 기술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인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며 "미래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아주 비슷할 뿐 아니라 SF소설 '스노 크래시'처럼 인간 아바타와 AI(인공지능)가 그 안에서 함께 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메타버스 시장에 앞 다퉈 진입하고 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이 같은 분위기 탓에 페이스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앞 다퉈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자회사 네이버제트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 중인 네이버를 비롯해 통신·게임·유통·광고 등 국내 다양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가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세계에서 해외 지사 직원들과 신차 품평회를 열어 의견을 공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 로레알코리아는 가상현실 채용관 '디지털 캠퍼스'를 통해 직원 채용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최근 걸그룹 에스파의 신곡 '넥스트 레벨'을 공개하며 실제 멤버 4명과 아바타가 함께 공연하는 영상을 선보여 높은 관심을 받았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인 직방은 지난 2월 오프라인 사무실을 닫고 메타버스 플랫폼인 '개더타운'으로 회사를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아직까지 현실을 묘사한 수준으로, 실재감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실재감이 완벽하게 구현될 경우 가상세계와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신중하게 다가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 후보 시절 닌텐도 '동물의 숲'에서 선거 유세에 나섰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CNN 캡처]

코로나로 많은 사람과 만나기 어렵게 된 정치인들 역시 메타버스로 눈을 돌렸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찌감치 가상현실을 잘 활용해 주목 받았다. 대통령 후보 시절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속에 선거 사무소를 차려놓고 자기를 닮은 아바타의 모습으로 선거 유세를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어린이날 때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 속에서 가상의 청와대를 만들고 어린이들을 초대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와 관련해 최근 좋은 콘텐츠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본격적인 각성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커머스를 비롯한 일상 영역도 메타버스가 대안인 것을 기업들도 이미 알고 있는 만큼 이를 플랫폼화 하려는 움직임들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메타버스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자는 취지로 최근 기업들과 손잡았다. 지난 18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XR 수요·공급기업과 이동통신사, 방송·미디어사 등 관련 산업 기업들과 유관기관이 참석하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현대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J ENM 등 20여 개사가 참여하는 메타버스 동맹은 VR·AR 등 XR 디바이스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뒤를 잇는 차세대 플랫폼 혁명으로 하나의 큰 기업이 독점하는 공간이 아닌 여러 기업과 주체가 공존하며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며 "민간 주도의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이 의미가 크며 협력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초기 단계로, 향후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핵심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변곡점에서 각국 정부와 다양한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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