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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빠른 자금 회전으로 20년 만에 매출 1천억위안 회사로 성장

중국의 부동산 재벌 뤼디그룹의 급성장은 중국식 자본주의에서 기업 성공의 전형적인 모델처럼 보인다. 정부의 의도를 재빨리 포착하고 과감한 추진력으로 사업을 밀어붙인다. 장위량 뤼디그룹 회장은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정경유착이 아니라 동반협력 관계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이 계속 가능할까?

▲ 뤼디그룹의 장위량 회장이 지난해 4월 중국 보아오포럼의 한 프로그램인 ‘격변의 시기를 맞는 부동산’이란 주제의 TV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신화

왕샤오칭 王曉慶 <신세기주간> 기자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뤼디그룹(綠地集團)의 장위량 회장(57)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홍정상인’(紅頂商人·청나라 말기 관과 밀착해 사업이 번창한 호설암의 별칭 -편집자)이라고 부른다.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뤼디그룹을 경계하는 외부 평가에 대해 그는 “정부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고 시장에서 필요한 일을 한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장위량 회장은 지난 8월27일 뤼디그룹 홍콩지주회사의 상장 소식을 알렸다. 지난 20여년 동안 뤼디그룹을 이끌어온 장 회장과 뤼디그룹이 처음으로 공개 자본시장 무대에 선 것이다. 뤼디그룹은 우회상장 방식으로 홍콩 자본시장에 입성했다.

홍콩의 한 투자자는 장위량 회장이 공무원 같다고 말했다. 그가 알고 있는 헝다그룹(恒大集團)의 쉬자인 회장이나 룽촹중궈(融創中國) 쑨훙빈 회장과는 스타일이 달라 말이나 행동이 영락없는 공무원이라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시작한 뤼디그룹은 부동산, 에너지, 금융을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위량 회장은 정부와 시장 사이를 넘나들며 국유자본이 통제하던 뤼디그룹을 자본시장으로 옮겨놓았다.

그는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정경유착이나 비리의 온상이 아니라 정부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매출액이 100억위안에 머물고 있을 때부터 장 회장은 세계 상위 500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2012년 마침내 그 소원이 이루어지자 이번에는 세계 상위 200대 기업이란 목표를 내걸었다.

장위량 회장이 이끄는 뤼디그룹은 정부의 수요에 따라 탄생한 기업이다. 1992년 상하이시는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했고 1인당 녹지 면적이 전국 최하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다. 상하이시는 ‘동양의 파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시장화된 기업을 통해 정부의 녹화사업을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상하이시 농업위원회와 건설위원회가 2천만위안(약 35억원)을 출자해 상하이시녹지총공사를 설립했다. 설립보고서에는 회사의 주요 목표가 도시녹화사업 추진이며 손익을 스스로 책임진다고 돼 있다.

상하이 녹지사업 담당 공기업으로 출발

“정부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은 정부가 제시한 방향을 따라 성장한다는 의미다. 지역마다 성장 전략이 있기 마련인데 이 전략을 따라가면 반드시 기회가 생긴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행정기관으로 거대한 기계 같아서 이 기계가 원하는 일을 하면 성공한다. 이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당시 장위량 회장은 상하이시 농업위원회 주택판공실 부주임이었다.

 공무원 출신인 그가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총경리를 맡았다. 훗날 인터뷰에서 장 회장은 처음에는 생각이 단순해서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고 싶었고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거나 편의를 봐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녹지공사’는 상하이의 녹지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명이었지만 재원을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집 짓는 일부터 시작했다. 장 회장은 상하이시 지방정부와 농촌위원회와 일했던 경력을 활용해 상하이시 근교 3곳에 집을 지었다. 지방정부는 건축부지를 제공하고 녹지공사가 건축을 맡았으며, 완공된 주택을 상하이 도심에 거주하던 철거 지역 이주민에게 분양했다. 3개 단지를 완공한 뒤 녹지공사는 2천만위안을 벌었다.

철거 지역 이주민 아파트를 건설해 짭짤한 재미를 본 녹지공사는 본격적으로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고, 1990년대 초 상하이시가 추진하는 대규모 신도시 건설사업에 참여했다. 당시 장 회장은 규모와 속도를 추구하기 위해 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당시 신축 아파트의 건설 원가가 제곱미터당 1800위안이었는데 우리는 1900위안에 분양해서 간신히 입에 풀칠만 했다.”

이러한 사업 스타일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상하이에서 뤼디그룹과 협력한 경험이 있는 한 부동산 기업 부사장은 “뤼디그룹은 사업 스타일이 독특해서 빛과 같은 속도로 정책을 결정한다”고 전했다. 같은 시기에 토지를 매입해도 다른 기업이 터파기를 비롯한 토목공사를 진행할 때 뤼디그룹은 아파트를 완공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파트 품질은 보장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속도를 앞당기면 품질이 따라가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철거 지역 이주민들은 아파트 품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고 정부가 원하는 것은 속도와 수량이었다.

뤼디공사는 대량의 철거이주민 정착용 아파트 건설에 매진했고 이어서 보장성 주택 공사를 수주했다. 이렇게 부동산 개발 인력과 경험을 축적하면서 개발 주기가 짧고 분양 가격이 저렴하며 분양률이 높은 사업 스타일을 구축했다. 녹지공사는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기 전까지는 도시 외곽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 건설 사업을 담당하는 시공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녹지공사는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 난징시 쯔펑타워 건설에 뛰어들었다. 2003년 난징시 정부는 중심부에 택지를 조성하고 상하이 진마오빌딩처럼 랜드마크가 돼줄 건축물을 구상했다. 상하이에 있던 장 회장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가서 볼 필요도 없이 우리가 합시다”라며 그 자리에서 마음을 정했다.

초고층 건물을 건설한 경험도 없고 자금이 풍부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장위량 회장이 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지방정부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쯔펑타워는 난징시의 랜드마크 조성 사업으로 정책적 목표가 강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돕기 위해 난징시 국유자산그룹은 토지 대금을 지분으로 전환해 프로젝트 회사에 투자했다. 중국농업은행과 장쑤은행은 채권단을 구성해 뤼디그룹에 10억위안을 대출해줬다. 훗날 뤼디그룹 관계자는 장위량 회장과 난징 국유자산그룹 책임자가 술자리에서 ‘삼배주’를 마시고 사업 협력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 뤼디그룹이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 건설 중인 높이 636ｍ 초고층 빌딩의 조감도(왼쪽). 청나라 말기 거상인 ‘홍정상인’ 호설암의 초상화. 뉴시스 신화/위키피디아

공사가 끝나자 장위량 회장은 쯔펑타워의 사무실과 상가를 신속하게 매각해 자금을 회수했고,

 해당 프로젝트 회사는 계속 호텔과 일부 사업을 보유했다. 쯔펑타워 건설 과정을 통해 장 회장은 지방정부가 도시화 과정에서 가시적인 실적을 쌓기 원하는 수요를 간파했다. 당시 경제 수준이 높은 도시마다 랜드마크 건설 수요가 있었다.

뤼디그룹은 쯔펑타워 건설 방식을 우한·정저우·난창 등에서 그대로 활용했다. 초고층 빌딩은 건설에 따른 경제적 이익 외에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기여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줬다.

물론 뤼디그룹과 지방정부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많다. 홍콩의 한 애널리스트는 긍정과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전했다.

보장성 주택 건설 비중이 너무 높아 이익률이 저하되고 정치적 사건에 연루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개발 업체 부사장은 뤼디그룹이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때마다 현지 정부를 도와 이미지 개선 사업을 수주하는데 이런 사업은 이익이 거의 없거나 손해를 볼 때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위량 회장은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는 ‘촉’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원자바오 전 국무원 총리가 상하이로 시찰을 왔고 기업인들과 좌담을 했다.

그는 원자바오 전 총리와의 대화에서 경기부양에 대한 중앙정부의 결심을 읽었고, 대량으로 토지를 매입해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경기부양에 동참했다. 2008년 상하이에서 4곳의 토지를 매입하는 데 그쳤던 뤼디그룹은 2009년 21곳의 토지를 매입했다. 그 뒤 부동산 투자 열기가 고조되자 큰 수익을 남겼다. 뤼디그룹은 연평균 50% 이상 성장했다.

현재 뤼디그룹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상하이시국유자산위원회는 두가지 사항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의 상장과 해외사업 진출이다. 정부는 기업의 해외 진출로 국제 위상을 높이기 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인 해외 이민자가 급증해 현지에서 집을 마련해야 하는 수요가 생겨났다. 따라서 뤼디그룹은 국내의 정치적 의도와 해외시장 수요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수행하고, 동시에 기업 이익도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뤼디그룹은 해외사업을 확장해 한국·오스트레일리아·스페인·독일·타이에서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7월 말 뤼디그룹은 1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도심복합시설을 인수했다.

 이는 지금까지 진행한 중국 부동산 기업의 대미 투자사업 가운데 최고 금액이다. 뤼디그룹은 올해 해외사업에만 100억위안을 신규로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인 투자자와 이민자, 유학생과 관광객이 해외사업의 목표 고객이다.

홍콩 자본시장에서 우회상장한 것은 뤼디그룹의 국제화와 자본화를 위한 중요한 결정이었다. 30억홍콩달러를 투자해 성가오즈디(盛高置地)의 지분 60%를 매입했다.

 지난 8월 상장 소식을 전하는 자리에서 뤼디그룹은 중국 내 사업 중 일부를 상장회사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로 국내의 주택 및 주상복합 개발 사업이다. 이렇게 해서 2014년까지 100억위안, 2018년까지 500억위안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2004년 뤼디그룹의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0억위안을 돌파했을 때 장위량 회장은 세계 상위 500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회사 임원들 대부분은 그를 두고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뤼디그룹은 2012년 목표를 달성했다. 이어서 2013년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상위 500대 기업 명단에서 359위를 차지했고 중국의 상위 500대 기업에서는 73위로 도약해 부동산 관련 그룹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해외 진출 통해 세계 200대 기업 목표

뤼디그룹의 매출액도 놀라운 성장을 실현했다. 2012년 매출 2450억위안(약 43조원), 영업이익 240억위안, 총자산 2350억위안을 초과했고, 2013년 상반기에는 매출 1425억위안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했다. 또 부동산 선분양 대금 653억위안, 선분양 면적 714만m²를 기록해 업계 2위에 올랐다.

물론 뤼디그룹이 발표한 실적의 진실성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지만 장위량 회장은 더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2015년까지 매출 5천억위안, 영업이익 350억위안을 달성하고 세계 200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장위량 회장은 기업이 성장하려면 전국화·자본화·국제화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뤼디그룹의 전국화는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국제화에 진입한 동시에 자본화를 추진하고 있다. 뤼디그룹은 개발한 상업용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고 매각하며, 주택사업은 최대한 개발주기를 앞당기는 전략을 구사한다.

 현금흐름이 뒷받침해준 덕분이다. 뤼디그룹의 현금흐름 문제는 줄곧 외부의 지적사항이었고 회사 내부에서조차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장위량 회장은 차입경영을 통해 단기간에 회사 규모를 키운 것이 뤼디그룹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난 위험을 지적하는 시각에 맞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금 1천억위안이 있더라도 이 현금을 2년에 한번 회전시키면 1년 동안 현금흐름은 500억위안이다. 그런데 500억위안으로 1년에 4번 회전시키면 현금흐름은 2천억위안이 된다. 어느 쪽이 자금이 부족하겠나? 나는 유동성과 경영효율에 치중해 사람들이 파악하지 못한 현금흐름 문제를 해결했다.”

장위량 회장은 줄곧 사원들의 적극성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다. 1996년 회사 지분 구조를 바꿔 국유기업 내부에 우리사주조합을 만들었고 현재 900여명이 가입했다. 우리사주조합은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급여체계를 현장 노동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했다.

지난 7월9일 장위량 회장은 직원들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존경하는 동료 여러분! 최근 미국 <포천>이 발표한 세계 상위 500대 기업에 뤼디그룹은 359위에 올라 지난해보다 124단계 상승했습니다. 여러분의 노고와 기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상하이 뤼디그룹 사업부의 한 직원은 이 문자를 자신의 웨이보에 올렸다.

 대학 졸업 뒤 뤼디그룹 영업부에서 근무하는 이 직원은 입사 4년 만에 상하이에서 자신의 집과 차를 장만했다.

ⓒ 新世紀週刊 2013년 34호(제568호) 錄地紅頂張玉良
번역 유인영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