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촛불은 국회로 가야 한다

 

[기고] 검찰개혁과 조국 사태 읽기, 그리고 대안
서초동 촛불은 국회로 가야 한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집회에 주최측 추산 200만 명의 대중이 모였다. 검찰과 문재인 정권의 싸움에 국민이 확실하게 가세하였기에, 다리가 세 개인 솥 정(鼎)에서 유래한 대로 이제 세 세력이 정립(鼎立)하게 되었다. 연이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자충수가 되어 조국을 피해자로 전환시켰다. 더 나아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령을 소환했고, 국민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면 나와 내 가족도 언제인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불안과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그동안 검찰이 대통령조차 죽음으로 몰아놓을 정도로 수많은 서민과 노동자, 민주 인사들을 부당하게 탄압하며 권력과 자본의 하수인 역할을 해 왔기에,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진보는 물론 국민의 절대 다수가 동조하고 있으며 '조국논쟁'과 달리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200만 명이나 모인 대중 가운데 '진정한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조국, 민주당, 문재인 정권, 대의민주제를 옹호하는 세력들이 모인 것이고 이에 비판적이고 참여민주제와 경제민주화를 열망하는 이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조국 사태 이후 모임에 가면 언제나 화제는 '조국과 검찰개혁'이었고, 진보적 인사끼리 '조국 옹호'와 '조국 비판'으로 의견이 갈려 얼굴을 붉히고 심한 경우는 한 쪽이 자리를 뜰 정도로 치열하게 논쟁을 한다. 왜 그런가? 

한 마디로, 조국 사태에 여러 모순이 겹쳐 있고 노선과 이념에 따라 주요 모순을 부차적 모순으로 대체하는 모순의 전위(displacement)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암에 걸려 죽어가는 환자에게 이는 묵과한 채 감기만 문제로 삼는 것이 모순의 전위다. 한국 사회의 주요모순은 계급모순이고,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다. 2017년 기준 상위 10% 집단이 전체 소득의 50.7%를 차지하고 있으며(홍민기), 이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대다수가 울타리 밖으로 내몰렸고, 노동자 사이에서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득 차이는 두 배에 이른다. 이런 토대 위에서 울타리 바깥의 사람들과 이들과 연대하는 사회적 진보진영, 특히 서민이나 노동자를 아버지로 둔 이유로 명문대 입학과 취업이 모두 어려운 청년의 입장에서는 조국이든 나경원이든 기득권 동맹의 한 축으로서 권력과 자본을 더 늘리고 세습하기 위하여 다양한 편법을 구사한 '상전들'일 뿐이다. 

촛불 이후에도 이들의 삶에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자본-권력-보수언론-종교권력층-사법부-김앤장과 같은 전문가 집단과 어용지식인'으로 이루어진 기득권 동맹이 전혀 균열되지 않은 채 서로 협력하며 권력을 더욱 강화하고 합법과 비합법적 방법을 총동원하여 자본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도 이 동맹의 한 축을 형성하며 거의 개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친재벌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반노동 정책, 노동 배제에 가담하면서, 이 정권에 대한 좌절과 분노는 노무현 정권 때를 방불케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노선을 같이 하는 자유주의 세력들은 이것을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해석하고 '조국 사수'를 '검찰개혁'과 '문재인 정권 수호'로 동일시한다. 이들은 조국이 범한 문제들은 설혹 사실이라 할지라도 자유한국당의 인사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놓은 검찰에 대한 분노와 그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 여기서 밀리면 검찰개혁은 물론, 문재인 정권이 바로 레임덕에 이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동시에 자리한다. 이 세력의 지도급 인사들은 독재 세력에 맞서서 민주화 투쟁을 한 ‘빛나는 역사’로 인하여 강한 대중적 헤게모니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자한당) 독재 대(對) (민주당의) 민주’의 구도에 갇힌 채 계급모순마저 이로 치환하고 있다.

 

울타리 밖 서민과 노동자, 청년의 눈물과 한숨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그 헤게모니를 이용하여 기득권이 되었고, 학생 때의 이상을 배반한 채 기득권에 유리한 정책들을 주로 구사하였으며, 그로 누리는 권력과 특혜에 익숙해진 탓이다. 

 

이들은 서울대 촛불에 모인 학생들이나 진보적 입장에서 조국을 비판하는 이들을 자한당과 한 패거리로 몰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에만 매몰돼 '포퓰리즘'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김상봉 교수와 같은 사람이 볼 때, 조국을 비판하는 인사들이나 옹호하는 인사들이나 모두 강력한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을 가진 서울대 출신들이 펼치는 말잔치일 뿐이다. 학벌없는 사회를 지향한 인사로서 당연한 발언이지만, 부차적인 모순을 넘어 지엽적인 모순을 지적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조국 정쟁의 블랙홀에서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사회개혁, 일본과 경제전쟁, 경제 위기, 남북평화 체제 구축, 민생 등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이 쌓여 있다. 지금도 노동자들은 여기저기서 수백일째 농성하고 있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설혹 검찰개혁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사회개혁을 더불어 행하지 않으면 암환자에게 감기약 처방만 하고 병이 나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유사해 진다. 문재인 정권은 조국 퇴진을 조건으로 야당의 협조를 받아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법을 국회에서 시급히 통과시켜야 한다. 서초동에 모인 대중들은 검찰청 앞이 아니라 국회로 달려가서 검찰개혁을 압박하여야 한다. 검찰 개혁을 하더라도 공수처나 수사권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국회를 먼저 개혁하지 않는 한, 보수 여당과 보수야당끼리 언제든지 야합이 가능하다.  

촛불의 명령은 이명박근혜 정권을 통해 대의민주제의 폐해를 뼛속깊이 체험하였으니 참여민주제로 전환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우선 현재의 검찰 개혁법부터 통과시킨 후에 모색해야 하지만 시민이 검찰의 기소독점을 제한하는 시민검찰제, 범죄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이유로 형사법원에서 사소(私訴)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프랑스식 사인 소추제, 피해자나 변호사가 검사와 함께 공동 원고로서 소송에 참가하는 독일식 부대공소제를 뒤이어서 요청해야 한다.  

주권자로 인식하여 촛불을 들었던 국민은 이제 시민사회를 조직화하여 공론장에서 기득권 동맹에 균열이 내는 운동을 하여야 한다. 모순을 뒤바꾸면 현실을 올바로 분석할 수 없다. 지식인이라면 주요 모순을 먼저 본 뒤에 부차적 모순을 지적하는 냉철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자유주의 세력은 역설적으로 조국을 포기해야만 검찰개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과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도, 그 이후의 정권재창출도 어려움을 직시해야 한다. 울타리 바깥에 몰린 노동자와 서민, 청년들이 왜 진정으로 그들을 위하는 진보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왜 그들을 백만이고 2백만이고 모이게 하여 진보적 개혁들을 압박하지 못하는가.  

진보진영은 대중 동원력과 지도력, 헤게모니의 부족, 분열 등 조국 사태로 드러난 진보의 한계에 대해 성찰하며 지금 맞이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진정으로 노동자와 서민이 다함께 행복한 사회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곰곰 모색해야 한다. 정의당이 스스로 이 기회를 박차는 선택을 했지만, 민주당과 궤를 같이 하는 자유주의 세력과 그 이상의 진보적 개혁을 원하는 세력이 분명하게 나누어진 지금이야말로 참다운 진보운동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울러 진보진영은 검찰개혁, 재벌개혁, 노동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범진보연대를 결성해 대사회개혁운동을 전개하면서 문재인 정권을 한편에서는 압박하고 한편에서는 견인해야 한다. 그리한다면, 촛불이 항쟁에서 혁명으로 전환할 것이다. 그래서 훗날에 어떤 노선에 있든 조국이 '역행보살'이었다고 회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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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밝힌 거대촛불 "정치검찰, 멈춰라"

[현장] 서초역 사거리 가득 메운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2019.10.05 23:38:02
서초동 밝힌 거대촛불 "정치검찰, 멈춰라"
"조국수호"
"검찰개혁"

서초역을 중심으로 교대역과 예술의 전당, 서울중앙지검, 서리풀터널 방향으로 사방 네거리는 촛불로 가득 메워졌다. 시민들은 '검찰개혁', '조국수호' 등이 적힌 손팻말과 LED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와 개싸움국민운동본부(이하 개국본)는 5일 오후 6시, 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주최 측은 "태극기집회와 숫자 싸움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공식적인 집계 인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개국본 측 관계자는 "300만 정도를 예상했는데 그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초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포대로와 서초대로 네 방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그 방향에 맞춰 집회 참가자들은 서초역 사거리 동서남북 차로를 모두 차지하고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정치검찰의 조직적 이기주의" 

시민연대는 집회를 개최하며 "인사청문회 전 검찰의 정치개입으로 대통령과 입법부의 권한은 물론, 무차별 먼지털이식 압수수색과 의도적인 피의사실공표로 조국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루어졌다"며 "사법적폐청산에 저항하기 위한 정치검찰의 조직적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무대에 오른 전우용 역사학자는 "증거를 조작해 죄 없는 사람을 간첩으로, 유서대필범으로, 살인범으로 만들었던 검찰이 이제는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자녀들의 어린 시절 일기장까지 털고 있다"며 "마약하는 자식보다 표창장 받아오는 자식을 더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헌법 전문에 나오는 '정의'와 '인도'는 100년 전 3.1운동에서 낭독한 독립선언서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헌법가치이자 민족정신인 정의와 인도를, 검찰은 지키고 있느냐"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등 진자 범죄에 대해 언제 제대로 한번 수사한 적이 있나"라며 "정의롭지도 않고 인도적이지도 않은 검찰, 책임지지도 않고 견제받지도 않는 권력을 개혁하자"고 촉구했다. 

서기호 전 판사는 "정치검찰이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의도로 편파수사, 가족인질극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엉터리 수사를 하느라 삼성 바이오 이재용, 패스트트랙을 방해한 자유한국당, 입시비리 나경원 등 진짜 검찰이 해야 하는 수사를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전날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의 증언을 인용해 "이런 검찰은 없어져도 할 말이 없다"며 "검찰개혁의 총대를 메고 있는 조국 장관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측, 다음 주말에도 촛불집회 진행 

이날 집회에는 서울대 민주동문회의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서 낭독, 교수들과 해외 연구자 7732명의 검찰개혁 지지성명, 해외 한인회의 지지발언 등이 이어졌다. 또 '더럽혀진 태극기를 되찾아오자'며 태극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집회를 위해 반포대로 서울성모병원 교차로∼서초역 사거리∼서초3동 사거리 약 2.2㎞ 구간 8개 차로와 서초대로 서리풀터널 앞 사거리∼서초동 유원아파트 앞 약 1.4㎞ 구간 10개 차로를 전면 통제했다. 또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반포대로 누에다리도 통제했다.

촛불 집회 주최 측은 다음 주말에도 집회를 계속 열겠다고 밝혀, 앞으로 서초동 네거리에서의 촛불집회는 계속될 전망이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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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쫌만 더 힘내

'검찰개혁' 피켓 든 가족들 "이게 애국심이다"

[현장] 서초동 집회 참가자 15명 미니 인터뷰... "윤석열도 검찰 못 바꿔"

19.10.05 20:04l최종 업데이트 19.10.05 20:10l

 엄마와 함께 5일 서울시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온 초등학생 오하랑(6학년)양과 오하은(4학년)양. 경기도 김포시에서 온 이들은 "역사가 될 수 있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다(오하은)"며 "참가자들이 똘똘 뭉친 것 같다(오하랑)"고 했다.
 엄마와 함께 5일 서울시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온 초등학생 오하랑(6학년)양과 오하은(4학년)양. 경기도 김포시에서 온 이들은 "역사가 될 수 있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다(오하은)"며 "참가자들이 똘똘 뭉친 것 같다(오하랑)"고 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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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애국심 아닌가요?"

두 딸과 함께 '우리가 조국이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이 쓰인 피켓을 든 이세화(50·경기도 김포시·자영업)씨가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잘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어두워질 것 같다"며 5일 서울시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아이들을 동반했다.

이씨는 "지난주 집회에는 혼자 왔는데, 아이들에게 '한 명이 외치면 힘들지만, 같이 모여서 올바른 것을 주장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사실 불안하고 답답하지만 이번에 물러나면 검찰개혁이 정말 안 될 것 같다"며 "조국 법무부 장관이 하루하루를 이겨낼 수 있도록 우리가 참여하는 게 최선 아닌가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셋째 오하은양은 "엄마가 차 타고 오는 길에 어떤 집회인지 설명해줬다"며 "역사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저도)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살 터울 언니 오하랑양은 "사람이 많아서 (소리가) 잘 안 들리기도 하는데 다들 똘똘 뭉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인근 성모병원 쪽에서 열린 우리공화당 집회 참석자들을 두고 "할아버지들이 왜 (서초역 집회 참가자들을) 욕하면서 지나가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검찰개혁 집회 참가가 애국심"
 
 5일 서울시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아빠 정병호씨와 아들 정지섭군. 인천에서 온 두 사람은 검찰의 조국 장관 관련 수사를 비판하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5일 서울시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아빠 정병호씨와 아들 정지섭군. 인천에서 온 두 사람은 검찰의 조국 장관 관련 수사를 비판하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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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는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았다. 고3 아들 정지섭군과 같이 온 정병호(50·인천광역시·자영업)씨는 "사회가 진영과 이념으로 많이 갈렸는데, 아이들이 거기에 빠지지 않고 상식선에서 생각하게 하고 싶어서 함께 나왔다"며 "제 아들 또래 젊은이들이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검찰개혁이 지금 좌절되면 20년은 후퇴한다"고 했다. 아들 정지섭군은 "시민들이 검찰개혁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의 조국 장관 관련 의혹 수사를 "과잉 같다, 다른 사건에 비해 엄격하고 압수수색도 너무 많이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3대가 함께 5일 서울시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왼쪽은 할머니 강정자씨, 오른쪽은 엄마 조주현씨.
 3대가 함께 5일 서울시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왼쪽은 할머니 강정자씨, 오른쪽은 엄마 조주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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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강정자(77, 경기도 김포시)씨와 엄마 조주현(51, 강원도 원주시)씨, 그리고 23세의 딸은 5일 서울역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함께 서초동으로 왔다. 조씨는 "저도 아이를 조국 장관과 비슷하게 봉사활동 등으로 대학에 보냈다"며 "누구는 불법이고, 누구는 아니라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일반인이 이런 일을 겪으면 얼마나 더 심할지 두렵더라, 검찰은 무서운 집단"이라며 "검찰이 바뀌었으면 한다, 윤석열 총장이 검찰개혁의 좋은 도구로 쓰여야 하는 걸 잘 모르는 듯하다"고 했다. 강씨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으니 (검찰 문제 등도)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남도 태안에서 온 안아무개씨는 5일 서울시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생애 첫 집회라고 했다. 그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사람들이 공감해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태안에서 온 안아무개씨는 5일 서울시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생애 첫 집회라고 했다. 그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사람들이 공감해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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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집회 참석이라는 안아무개(26, 충청남도 태안군)씨는 "참여 자체가 뜻 깊고 역사의 현장이라 왔다"며 "정치는 잘 모르지만,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사람들이 공감해서 나온 것 같다, 저도 동참하고 싶었다"고 했다. 현직 교사인 그는 조국 장관 자녀들의 입시 특혜 의혹을 두고 "조국 개인보다는 제도의 문제"라고 평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일찍 가야 하는데, 다음에는 제대로 한 번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 무자비", "대통령만 바뀌었다"
 
 임세훈씨 등 전라남도 영광군 주민 25명은 5일 대검찰청 인근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회비를 모아 빌린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다. 임씨는 "검찰은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스스로 개혁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을 원한다"고 말했다.
 임세훈씨 등 전라남도 영광군 주민 25명은 5일 대검찰청 인근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회비를 모아 빌린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다. 임씨는 "검찰은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스스로 개혁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을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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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참가자 역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라북도 전주에서 KTX를 타고 올라왔다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70대 두 명은 "검찰개혁하라고 왔다, 검찰이 너무 무자비하게 수사하고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73세 남성은 "임명 뒤 장관 하는 것 보고 지적을 해야지 임명 전부터 왜 난리인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 자식 문제 조사해보면 장관할 사람 하나도 없을 거다, 이런 식으로 하려면 거기부터 전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인들과 함께 온 조승현(35, 회사원)씨는 "검찰이 어떤 사건은 집중하고, 어떤 사건은 안 하는 게 문제"라며 "대통령만 바뀌었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지난주에 못 와서 오늘은 울컥울컥하며 왔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장관 문제로 사회가 태극기와 촛불로 나뉘었다고 보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갈려도 옳은 길이 있다"며 "저쪽(태극기 집회 참가자)들도 비판적 사고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을 견제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치되면, 모든 것을 똑같은 잣대로 볼 수 있을 테니 이런 양극화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서 만난 천현숙씨(왼쪽)와 심윤주씨(오른쪽)는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리본을 준비해왔다. 각각 경상남도 통영시와 양산시에 사는 두 사람은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상경, 5일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트위터에서 만난 천현숙씨(왼쪽)와 심윤주씨(오른쪽)는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리본을 준비해왔다. 각각 경상남도 통영시와 양산시에 사는 두 사람은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상경, 5일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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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피켓이나 깃발 등을 준비해온 참가자들도 다양했다. 심윤주(47·경상남도 양산시·주부)씨는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 짜장면 논란이 불거졌던 것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쓰인 리본을 머리에 맸다. 그는 "(지금 수사 상황을 보면) 검찰개혁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당할 것 같다, 불합리한 수사를 누가 버텨낼 수 있냐"고 말했다. 또 "두 달을 지켜봤는데 이정도로 깨끗한 사람이 없다"며 "조 장관이 여기서 물러나면 검찰개혁은 안 된다"고 했다.

심씨와 함께 검찰을 비판하는 리본을 맨 천현숙(49·경상남도 통영시·주부)씨도 "털어서 안 나오면 (수사) 안 하면 되지 않냐"며 "검찰이 (조국 장관을) 계속 파다가 구석기까지 가겠다"고 비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남성(경상남도 진주시)은 "지난주 집회에도 왔고,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며 '검찰개혁, 국민의 명령'이라고 쓰인 깃발과 태극기가 묶인 깃대를 열심히 흔들었다.

전라남도 영광군 주민 25명은 3만원씩 회비를 모아 버스를 대절해 달려왔다. 임세훈(42, 농업)씨는 "검찰이 국민을 기만하는데 더 이상 물러서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국민이 거리로 나온 건 국민을 위한 검찰, 인권을 보장하는 검찰을 원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스스로 개혁하지 못했다, 윤석열 총장도 못 바꾼다"며 "우리는 조국 장관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5일 오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모습을 상공에서 촬영했다.
▲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5일 오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모습을 상공에서 촬영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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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5일 오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모습을 상공에서 촬영했다.
▲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5일 오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모습을 상공에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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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5일 오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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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시대적 소명 따르라"... 촛불집회버스, 전국서 출발

5일 제8차 검찰개혁 촛불집회 참가 위해 전국 37개 도시에서 촛불버스 운행

19.10.04 20:07l최종 업데이트 19.10.04 20:07l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권우성2019.09.28.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지난 9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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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0시 30분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만남의 광장에서는 전세버스 한 대가 출발한다. 행선지는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이하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동이다.

길이 막히는 걸 감안하면 영광과 서울을 왕복하는 데 10시간이 걸린다. 다시 영광에 돌아가는 시각은 이튿날 새벽 2~3시다. 이 같은 고생스러운 일정에 40여 명이 함께하기로 했다.

버스를 대절한 양문수씨는 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몇몇 분들이 개별적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간다고 해서, 그럼 같이 가자는 생각에 전세버스를 대절했다"라고 말했다.

양씨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던 촛불집회 때 영광에서 촛불을 들었다. 양씨는 "그때만큼 지금도 촛불집회 참여 열기가 뜨겁다"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 하나 억울함이 없어야 하는 게 민주주의인데,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당할 수 있구나 하는 불안감이 컸다"면서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아야 집회가 힘을 받는 것 아니냐. 그래서 서울에 가게 됐다"라고 밝혔다.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지난 9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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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검찰개혁 촛불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촛불 버스가 올라온다.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부터 인구 5만4000명의 영광군과 같은 소도시까지 전국 37개 도시에서 촛불버스가 운행한다. 영·호남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서 촛불 버스가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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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여는 '검찰개혁 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에서 정리한 촛불버스 출발도시 명단이다.

강원도 : 강릉, 삼척, 동해, 춘천, 원주
경상북도 : 안동, 영주, 구미, 포항, 영천
경상남도 : 진주, 김해, 창원, 마산, 통영, 거제
전라북도 : 전주, 익산, 군산, 정읍, 고창
전라남도 : 여수, 순천, 광양, 영광, 목포
충청남도 : 당진, 천안, 서산
충청북도 : 청주, 충주
광역시·특별자치시 :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경상북도 포항에 사는 김용훈(42)씨는 생업을 제쳐놓고 전세버스를 대절하고 참가자를 모으고 있다. 김씨는 "도시락 문제 때문에 버스 2대만 빌렸고 금방 자리가 찼다. 그런데도 참가하고 싶다는 연락이 지금도 계속 오고 있어 정중하게 자리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주말 7차 검찰개혁 촛불집회 때 많은 지역에서 참가했는데 상대적으로 경상도 지역 참가자는 많지 않았다"면서 "우리도 해보자는 생각에 추진했는데 호응이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촛불집회 때도 버스를 타고 한 번 서울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노동조합 사람들과 같이 갔다"면서 "이번에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이유를 두고 "2016년 촛불을 들어 정부를 바꾸었고 민주주의가 성숙해지는 모습을 봤다. 하지만 검찰과 같은 기득권 세력은 바뀌지 않았다. 모욕감이 들었다. 왜 검찰은 시대적 소명을 따르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 촛불집회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이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것"이라며 "버스 대절을 준비하느라 생업에 지장을 받았지만 검찰개혁이 이뤄질 때까지 저도 함께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지난 9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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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지난 9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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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깎는 개혁한다더니 손톱 깎아”…다시 검찰개혁 촛불

등록 :2019-10-05 18:38수정 :2019-10-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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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초역 네거리 일대 시민들 운집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가 5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역 네거리에서 개최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올리며 검찰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가 5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역 네거리에서 개최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올리며 검찰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조국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비공개 소환돼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은 5일, 서울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이 일주일 만에 다시 타올랐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역 네거리에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 앞 반포대로 일대는 서초역을 중심으로 서울성모병원과 교대역, 내방역, 예술의전당 방향 도로가 인파로 빼곡히 들어찼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오후 6시 현재 서울성모병원 방향 누에다리에서부터 예술의전당까지 반포대로 1.6㎞ 구간과 교대역에서 대법원 앞까지 1.2㎞구간이 시민들로 꽉 찼다”고 밝혔다.

광주·전주·대전·춘천 등 지방에서도 참가자들이 버스를 타고 상경해 서초동 일대를 채웠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오후 4시30분 기준) 지방에서 버스 80여대가 올라왔다. 캐나다 캘거리, 미국 뉴욕, 제주도에서 왔다는 시민도 봤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역 인근 지도. 카카오맵 갈무리.
서울 서초역 인근 지도. 카카오맵 갈무리.
주최 쪽은 이날 애초 참가자 수 목표치(300만명)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최 쪽은 “숫자 싸움만 해서는 시민들이 모이는 의미가 퇴색된다”며 “앞으로 주최 쪽 추산 참가자 수는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며 다음 주 중에 전문가들이 분석한 참가자 수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주최 쪽이 경찰에 신고한 인원은 10만명으로 7차 촛불문화제(8천명)에 견줘 10배 이상 많았다. 인파가 늘어날 것을 예상한 주최 쪽은 집회 장소도 지난주 서초역 7번출구·서울중앙지검 정문 근처에서 이날 서초역 네거리로 옮기고 집회 신고 면적도 확대했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네거리에서 개최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수호 검찰개혁’ 등이 적힌 손팻말과 촛불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네거리에서 개최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수호 검찰개혁’ 등이 적힌 손팻말과 촛불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인파는 일찌감치 몰려들었다. 오전 11시께부터 서초역에서 서울중앙지검 방면으로 설치된 무대 앞 도로에 시민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오후 3시께는 서초경찰서 앞 도로까지 인파가 늘었고 오후 3시40분이 되자 서초역에서 서울성모병원 방향 도로 500m가량에 발 디딜 틈 없이 시민들로 가득 찼다. 비슷한 시간 서초역에서 교대역 방향 도로 100m가량과 서초역에서 내방역 방면 도로 100m가량에도 시민들이 자리를 꽉 채웠다.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5시40분께는 서초역 모든 출구 주변과 도로 주변 인도가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5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역 네거리에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드론으로 찍은 현장. 김명진 기자
5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역 네거리에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드론으로 찍은 현장. 김명진 기자
참가자들은 ‘정치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자유한국당)을 수사하라’, ‘조국수호 검찰개혁’, ‘우리가 조국이다’, ‘견제와 균형이다, 검찰을 통제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언론개혁을 이뤄내자는 구호도 나왔다. 주로 40대 이상 중장년층 중심의 참가자들이 많았는데,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표적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를 비판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촛불집회에 나온 참가자도 있었다. 남편, 자녀 2명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신혜영(42)씨는 “검찰은 그동안 자기들이 수사하고 싶은 것만 수사해왔다. 김학의 (성접대 의혹), 세월호 참사, 장자연 등 (검찰이) 어물쩍 넘어온 게 얼마나 많았냐”며 “그런 검찰이 조국 수사에는 검사 수십 명을 투입하는 걸 보면서 검찰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위협이 될 만한 사람은 가차 없이 수사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참가자 조현미(51)씨도 “검찰 개혁은 일반인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라며 “장관이니까 그나마 소리라도 내지, 평범한 시민들은 검찰이 증거 없이 유죄로 몰아가도 소리도 못 내는 그런 것들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주로 서울역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던 우리공화당이 5일은 집회 장소를 서초동으로 옮겼다. 이들은 서울 성모병원과 서울지방조달청 사이 반포대로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스크린이 설치된 곳부터 서초동 누에다리 앞까지 반포대로 400m 구간을 차지한 채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등 구호를 외쳤다. 우리공화당이 띄운 대형 펼침막이 보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매주 토요일 주로 서울역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던 우리공화당이 5일은 집회 장소를 서초동으로 옮겼다. 이들은 서울 성모병원과 서울지방조달청 사이 반포대로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스크린이 설치된 곳부터 서초동 누에다리 앞까지 반포대로 400m 구간을 차지한 채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등 구호를 외쳤다. 우리공화당이 띄운 대형 펼침막이 보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참가자들은 특수부 축소, 공개소환 전면 폐지 등 최근 검찰이 발표한 개혁안에 대해서도 ‘충분치 않다’고 꼬집었다. 경기 성남시에서 온 손아무개(48)씨는 “뼈를 깎는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손톱을 깎았다. (개혁) 시늉만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혼자 온 회사원 이원의(58)씨는 “검찰개혁은 제도의 문제보다도 의식의 문제”라며 “사건 (내용) 흘리지 말고 우리 식구, 내 편이라고 감추지 말아야 하는데 이는 특수부 축소로 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경험이 이번 집회 참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람도 있었다. 경기 안산에서 혼자 집회를 찾은 이순애(57)씨는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이번에 촛불을 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검찰개혁은 이뤄지지 않았고 망신주기 수사는 여전하다.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5일 서울 서초역 일대를 가득 채운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어올리며 검찰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5일 서울 서초역 일대를 가득 채운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어올리며 검찰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한편, 보수단체 자유연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초경찰서 앞 도로에서 ‘조국 장관 반대’ 집회를 열었다. 애초 서초역 6번 출구 앞에서 열기로 했지만 공간이 협소해 집회 장소를 옮겼다. 자유연대 쪽은 “5천명 이상이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자유연대 참가자들은 “조국 구속”, “문재인 간첩”, “멸공” 같은 구호를 외쳤다. 자유연대 집회에 참가한 민아무개(77)씨는 “개천절 광화문 집회에도 나갔다”며 “조국 장관은 교수일 때 스스로 하지 말라고 비판했던 이야기들을 그대로 했다. 허위에 가득 찬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현장에서는 조국 장관을 겨냥해 “빨갱이”이라고 외치는 이들도 나왔다. 이날 촛불집회와 자유연대 집회가 만나는 지점에 경찰 인력이 배치되고 철제 펜스가 설치되면서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연대 집회 참가자가 “문재인 사퇴”, “조국 구속”을 외치면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토착왜구 박멸하자 자한당 해체하자’, ‘검찰개혁 이뤄내자 공수처를 설치하자’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조국 수호”를 외치는 등 곳곳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유진 강재구 김윤주 김혜윤 서혜미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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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성범죄’ 3번째 면죄부 준 검찰, 끝까지 아무것도 안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중천 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중천 씨ⓒ민중의소리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집단성폭행 의혹에 대해 또다시 면죄부를 줬다. 2013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회)가 수사 촉구한 박근혜 청와대 등 수사 외압설 관련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 4월 검찰은 위원회 권고로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시작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다.

끝내 ‘김학의 성범죄’ 눈감은 검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4일 이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 핵심인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은 결국 혐의에서 제외됐다.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수사단장(청주지검장)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수사단장(청주지검장)ⓒ정의철 기자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공모해 다수의 여성에게 집단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수사단은 윤 씨의 범죄 사실을 인정해 강간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윤 씨는 폭행·협박, 성관계 영상 등으로 A 씨를 억압한 후 성폭행하고, 김 전 차관에 대한 성 접대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생활 속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다

그러나 수사단은 김 전 차관과 윤 씨의 공모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김 전 차관이 A 씨를 직접 폭행·협박한 사실이 없는 점, A 씨가 윤 씨의 폭행·협박으로 성 접대를 강요받은 사실을 김 전 차관에게 말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 전 차관에게 강간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전 차관 혐의에서 ‘성폭력’은 ‘성 접대’로 탈바꿈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범죄 사실로 원주별장,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약 6회에 걸쳐 A 씨와 성관계를 함으로써 윤 씨로부터 성 접대 등 향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수차례 성 접대 혐의가 포함됐다.

A 씨 이외에 피해 주장 여성들에 대해 수사단은 B 씨를 무고죄로 불구속기소하고, 추가 피해 사실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권력형 성범죄 종합세트’로 불리던 이 사건 성범죄 의혹이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짐으로써 “검찰도 공범”이라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검찰 스스로 입증한 꼴이 됐다.

‘증거 없다’면 끝? 무능력 자인한 검찰

과거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단은 “증거가 없다”,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진실을 밝힐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자인했다.

이 사건 관련 과거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의 배경으로 지목된 박근혜 청와대의 외압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단은 입증할 단서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사단은 2013년 김 전 차관 혐의를 내사하던 경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비서관(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수사 경찰들이 외압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 점, 당시 수사 경찰 지휘라인 인사는 통상적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청와대가 김 전 차관 내정 발표까지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에 대해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단은 밝혔다. 당시 수사 경찰이 동영상의 내용과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청와대에 ‘동영상을 확보한 사실이 없고 현재 내사나 수사 단계는 아니다’라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수사단 역시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이상하다고 봤다.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경찰청 고위관계자로부터 ‘이런 중요사항은 자신에게 보고됐어야 할 사항인데 보고되지 않았다. 보고받았다면 공직 인사 검증하는 청와대에 보고했어야 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고가 올라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사단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김 전 차관 측이 동영상 원본을 확보해 청와대가 인사를 강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단은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검찰 과거사위 최종 심의 결과를 규탄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검찰 과거사위 최종 심의 결과를 규탄했다.ⓒ한국여성의전화

이 밖에도 위원회는 이 사건 연루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이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고, 한상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윤갑근 전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등을 가담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수사단은 구체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 관계자들이 이들의 수사 개입을 부인한 점, 윤 씨의 휴대전화에 이들의 번호와 통화기록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과거 검찰의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단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수사단은 이 사건 핵심 인물인 김 전 차관 외에도 사회 유력인사들이 윤 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사실이 일부 인정되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돼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했다.

향후 수사단은 규모를 축소해 김 전 차관 등의 잔여 사건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지만, 유의미한 추가 결과물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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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입마개·광견병 주사가 필요하다

 

 

 

 

[기고] 더 늦춰서는 안되는 검찰 개혁
2019.09.30 09:03:05
목줄·입마개·광견병 주사가 필요하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검찰이 불과 4개월 사이, 범죄혐의 내용에 전혀 변동이 없었는데도, 유·무죄를 상반되게 판단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 적이 있다. 1995년 7월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두환·노태우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들의 학살·정권 찬탈과 분탕질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들은 불기소 처분 뒤 겨우 넉달만에 구속되었다. 

똑같은 범죄 혐의에 대해 그들을 불기소처분 했던 검찰이, 똑같은 죄목을 적용해 그들을 감옥에 보냈다. 전두환씨가 구속된 그해 12월3일의 닷새 뒤인 12월8일자 국내 한 일간지에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라는 관여검사 한 사람의 '고백'이 기사로 실렸다. 고백은 지금 곰곰 생각해도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었던 듯싶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나라 현대사에는 특히 권력의 핵심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으르렁대는 '개'들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주인들의 위세를 등에 업고 세상을 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락펴락 마음껏 휘둘러대는 무리들이었다.  

이승만 자유당정권의 '으뜸 개'는 경찰이었다. 당시 경찰의 곽영주란 이름의 경무관이 경무대(지금의 청와대)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전국을 호령하고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이 그의 영향권이었다. 필자가 7~8년 전 한 칼럼에 소개한 적이 있는 그 무렵의 일화 한토막이 있다. 자유당 말기, A씨가 강원도 횡성 경찰서장으로 발령 받았을 때 그의 계급은 무궁화 둘인 경감이었다.(지금 경감은 경찰서장 계급인 총경의 무궁화 4개보다 두 단계 아래 계급이다)

그 계급장을 달고 부임 인사차 관내 군부대 사단을 방문했던 날을 그는 오래오래 잊지 못했다. 대단했다. 사단장이 군악대를 이끌고 정문에 까지 마중을 나왔다. 연병장에 전 사단 병력을 집합시켜놓고 사열행사를 베풀기까지 했다. 각 경찰서마다 사찰과라는 정보보고 기능이 있었고, 때문에 사단장도 경찰 쪽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 경찰은 그 무렵 으뜸 개였지만 훗날처럼 살기등등하지는 않았던듯하다. 

이 특수 권력은 1961년 '박정희 쿠데타'로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 창설된 중앙정보부로 건너간다. 중앙정보부는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무서운 힘을 가진 조직이었다. 야당이 제안한 내무장관 해임 건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하여 지시를 어긴 여당 국회위원들을 정보부에 데려다 무릎 꿇려 놓고 참혹한 고문도 서슴지 않았다.  

공화당 중진이었던 김성곤 의원은 그 때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콧수염이 한올한올씩 뽑히는 고통을 겪었고, 함께 끌려갔던 20명의 의원들도 모두 생똥을 쌀만큼 가혹한 매질을 당했다. 주인인 대통령의 "물어뜯으라"는 명령에 따라, 무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친개처럼 공격해대는 역할도 그 무렵 정보부의 임무였다. 

검찰과 함께 죄 없는 사람 죄인이나 간첩 만드는 것은 그들의 전공과목이었고, 필요에 따라 생사람도 죽였다. 인혁당 사건의 젊은이 8명이 터무니없이 간첩으로 몰려 전격적으로 교수형을 당한 '사법 살인사건'도 주인의 지시에 따른 정보부와 검찰의 합작품이었다. 전두환 보안 사령관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일시적으로 보안사가 으뜸 개 노릇을 했으나, 정보부가 검찰을 부리며 개의 권리를 다시 넘겨받았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은 개의 주인이 없는 특수권력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시대였다. 허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 주인 노릇에는 별 관심이 없으면서도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문제'라는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결국 그게 빌미가 되어 개혁에 저항하던 검찰의 보복으로 '논두렁 시계 사태'를 거쳐 참혹한 최후를 맞이했다. 개가 전 주인을 물어뜯어 목숨을 빼앗은 비극이라 보는 사람들이 많다. 

검찰의 권력욕심은 대단했다. '노무현 비극' 이후 민심과 야당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2011년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원성'이 대상인 중수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이때 검찰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했다. "상륙 작전 중인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할 수는 없다"면서 '저축은행 수사'를 중단하는 '파업'까지 단행했다. "수사로 말하겠다"라는 협박성 으르렁 성명도 나왔다. 일각에서 "그렇지, 국회가 검찰의 사냥터가 아니던가"하는 체념성 탄식이 뒤를 이었고, 이어 '주인'집(청와대)에서 당시 여당의원들에게 백지화 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었다. 

좌우지간 검찰에 불리한 개혁방안은 손도 못 대게 했다.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 행사 문제를 놓고도, 그 요건을 '법무장관령'으로 정하도록 정부의 방안이 확정된 뒤, 국회에서 이를 법무장관령 아닌 '대통령 령'으로 정하도록 바꾼 게 또 탈이었다. 그리 되면 검찰에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합의 위반'이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고, 끝내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던졌다. 후임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뜬금없이 '종북좌파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검찰 건드리지 말라는 협박으로 다들 받아들였다. 중수부는 훗날 폐지되었으나 거대한 힘의 특수부가 대신 등장해 있다.  

▲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집회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 들어서며 국정원이 국내정치에서 손을 떼도록 하면서, 대통령의 개주인 역할도 사실상 없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실상 주인이 되어 있고 그러면서 '조국사태'가 시작되었다.  

흔히들 조국사태를 놓고 조국장관 개인 문제 때문에 빚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밑바닥 본질은 따로 있다. 바로 검찰의 개혁거부요 개혁에 대한 저항이다. 예나 지금이나 검찰이 기득권을 내려놓거나 내놓으려 하지 않는데서 시작된 문제다. 다들 안다. 인사권자가 따로 있는데도,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조국장관이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우려가 너무 컸다는 거다.

조국 일가 문제는 법의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법에 따라 처리하면 그뿐이다. 혹시 문제가 있다하여 그것을 빌미삼아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안 된다.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온 국민의 민주 검찰에 대한 열망이 더 늦춰져서는 안 된다.  특히 검찰이 정치를 하려해서는 안 된다. 검찰은 검찰이어야 한다.  

검찰청법 제4조 2항에는 '검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검사 임명장을 받을 때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 제자리를 찾아가는 게 바로 개혁이다. 

70군데 압수수색 등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수사'도 그렇지만, 11시간 압수수색을 하면서 검찰이 연출한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28세 여성인 조국장관 딸의 중2때 일기장을 내 놓으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딸이 중2때면 대략 2005년 전후가 될 듯싶다. 그 2005년에 중2인 딸이 14년 뒤인 2019년에 저지를 범죄를 예비 음모라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 '증거'를 확보하려한 윤석열 검찰의 섬세하고 예리한 수사 기법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과도한 것은 제어되고 조절되는 게 옳다. 지나친 검찰 권력이 그렇고 '이른바 언론'(언론이 아니다)들의 행태가 그렇고 도를 넘는 트집 까탈과 발목잡기가 그렇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다 개혁돼야 할 대상들이다. 시중에는 어느새 '개가 주인을 물었다'는 신문 칼럼이 수군거림이 되어 나돌고 있다. '권력의 개가 이리로 변했다'는 또 다른 언론인의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검찰을 주시하면서 하는 이야기들이다.  

개가 함부로 사람을 무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반드시 튼튼한 목줄이 필요하다. 입마개도 필요하다. 광견병 예방주사도 꼭 맞혀야한다. 그것은 개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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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했던 촛불인파, 민심은 그렇게 끓고 있었다

[게릴라칼럼] 윤석열의 '검찰 조직 우선주의'가 초래... 터질게 터졌다

19.09.29 20:59l최종 업데이트 19.09.30 09:50l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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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 소명, 소임 이런 말들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말인지 깨우치고 있습니다. 요새는 제가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개혁이고 인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뒤로 되돌릴 수 없는 개혁, 결국은 제도화, 제도화, 제도화라고 봅니다. 죽을힘을 다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디딜 겁니다. 언제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27일 공개된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사IN>은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 하루 전날 이뤄진 인터뷰라고 밝혔다. 조 장관의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생각"이라는 한 마디는 "죽을 힘 다해 검찰개혁 하겠다"는 다짐과 어울려 묘한 공명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28일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 역시 같은 생각 아니었을까. 검찰개혁을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열망, "어디까지일지 모르겠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생각"으로 촛불을 든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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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반 기대 반'이었을 것이다. 과연 주최 측 기대대로 '10만'을 넘길 수 있을지, 그리하여 이날 집회가 전날인 27일 '윤석열 검찰'을 향해 사실상 경고장을 날린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을지, 이러한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에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이 응답할지, 또 언론은 집회 양상을 제대로 보도할지 말이다.

그러한 근심은 집회에 앞서 소셜 미디어에 등장한 '집회 이후 언론 보도 예상'이란 글에도 잘 묻어나고 있었다. 이 게시글에는 다수 언론들이 또 다시 '기계적 균형'을 발휘하지는 않을지, 집회를 좌우진영 논리에 매몰시키지 않을지, 사실 보도를 포기하지 않을지에 대한 근심이 잘 반영돼 있었다. 바로 이렇게.

00일보 : 서초동 촛불 집회 10만 집결, '조국 수호 vs 조국 사퇴'
000통신 : 촛불집회 '조국 찬성 vs 조국 사퇴' 팽팽한 긴장감 속 10만 결집
00일보 : 서초동 10만 결집, 진보와 보수의 대결
00경제 : '검찰 개혁 vs 수사 압력' 진보 대 보수 대결 양상
00경제 : 촛불 집회 10만 이상 집결, 촛불로 분열된 대한민국
00일보 : 범죄혐의가 있는 조국 가족 살리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10만 인파 한국은 어디로가나?
00경제 : 서초동 촛불 10만 집회, 조국 법무부 장관 국민들 분열을 원하는가?
000방송 : 박근혜 이후 최대 인파, 조국 법무부 장관 자격 논란은 진행 중
000방송 : 단독) 촛불 10만 집회에 조국 가족이 있었다는 제보, 수사 받고 있는 당사자가 촛불 집회에 있는 것 자체가 논란
000종편 : 활활타오르는 촛불,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민심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근심은 기우였고, 기대가 감동으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날 오후 6시를 조금 넘겨 도착한 교대와 서초역 인근은 상상도 못한 인파가 넘실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인원에 어리둥절한 이들이 적지 않았으리라. 두 눈으로 확인한 이날 집회는 또 하나의 '역사의 현장'이었다. 시민들이, 국민들이 직접 연출한.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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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타오른 촛불, 왜 우리는 촛불을 들었나

"정치검찰 물러나라!"

이 단일한 구호가 대검찰청 앞부터 교대역으로 가는 법원로 삼거리까지를 가득 메웠다. 오후 7시가 지난 시각까지도 인파가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갈수록 형식이나 공간상 정제돼 갔던 2016년 광화문의 촛불과도 달랐다.

스마트폰을 들고, 손피켓을 든 시민들은 딱히 집회라는 '형식'이 필요치 않는다는 듯, 자신이 서 있는 어디서고 "정치검찰 물러나라!"를 외치고 있었다. 스스로들도 예상치 못한 인원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었다. 거리에서의 대화나 여러 인터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추해 봤다. 시민들이 이렇게 쏟아져 나온 이유를.

첫째, 검찰의 '조국 수사', 부당하다. 과연 특수부를 필두로 검찰 조직이 달려들어 한 달 넘게 수사할 사안인가. 또 그러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피의사실공표'에 가까운 수많은 기사들로 연일 응원 중인 언론보도는 정당한가.

둘째, 내가, 내 가족이 그러한 수사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조 장관 가족을 향한 '먼지털이'식 수사는 검찰개혁의 정당성만큼이나 '검찰권 남용'이 한 개인과 그 가족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온 국민에게 생중계한 꼴이 됐다. '법무부장관 조차 저 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데, 그게 나였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자문한 국민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2016년 광화문 촛불과 같이 이날 집회에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눈에 띈 이유이기도 했다.

셋째, 그렇다면 '검찰 개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선 어떻게 할 것인가. 이날 시민들은 그저 모이고 또 모였다. 그렇게라도 '민의'를 표출해야 정권의 명운을 건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건 아니었을까.

'맞불집회' 운운은 가짜뉴스

그리하여, '맞불집회'를 동등하게 다룬 모든 보도는 '가짜뉴스'로 치부해도 좋을 듯 싶다. 대검찰청 앞에서 직접 확인한 보수성향 시민단체 '조국사퇴문재인퇴진국민행동'의 '조국 구속 문재인 사퇴' 집회는 천 여 명도 되지 않을 듯 싶었다. '100만' 안팎으로 추정되는 '검찰 개혁' 집회 인원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한 줌도 안 되는 인원이었다.

그에 반해, 검찰개혁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7시가 넘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집회 중앙 무대와는 한참이나 떨어진 법원로 삼거리에서까지 "정치검찰 물러가라", "검찰개혁 조국 수호"를 외치는 이들로 넘쳐났다. 

다른 편, 예술의전당 방향으로 '서리풀 축제'측이 만든 구조물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안에서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도 여럿이었지만, 그 방향 조차 집회 참가자와 집회에 참가하고 떠나는 인파들이 양쪽 인도를 가득 메웠다. 한국당의 "집회 인원 부풀리기" 주장이 안타까운 본질 흐리기에 가까워 보이는 이유다.

놀랄 수밖에 없는 인원 앞에 시민들도, 언론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을 터. 이날 집회 현장을 생중계로 전한 JTBC <뉴스룸>은 보도기자 뒤에서 들려오는 "공정보도"란 시민들의 항의성 외침을 고스란히 전파로 내보냈다. 한 달 넘게 '검찰발' 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했던 다수 언론을 향한 시민들의 항의를 상징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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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이 알아야 할 것

'효순이, 미선이 집회', '노무현 대통령 탄핵', 'FTA 반대 집회', '광우병 반대 집회', 그리고 '2016년 국정농단 촛불집회'까지. 2000년 이후 주요 집회를 모두 참가했지만, 이날 검찰개혁 집회에 쏟아진 인파는 실로 역사적이었다.

그 누구도 그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이 인파의 정체야말로 지난 한 달 넘게 이어진 '조국 사태'를 '검찰 사태'로 변화시키는 결정적 국면이자, 검찰과 언론, 보수야당이 합작해 만들어 온 '조국 죽이기'를 지켜봤던, 부글부글 끓었던 '민심'이 대폭발한 현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그 민의의 도도한 물결을 국민들이 직접 재확인시켜준 역사의 한 페이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집회가 끝난 후, 여러 '다른' 목소리들도 들려오는 중이다. 누구는 '반 아베' 집회 참가 후기를 올렸고, 또 누구는 왜 김용균 집회는 눈감았던 이들이 왜 서초동으로 몰려갔는지 한탄하기도 했다. 이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또 어떤 방향으로 옮겨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는 시점인 셈이다. 그리고 다들 이날 집회의 의미를 분석하기에 바빴다.

그 중에선 이날 집회를 '중우정치', '대중정치'라 몰아붙이며 그 의미를 폄훼하기 바빴다. 특히 '진보'나 '좌파'를 자처하는 이들 중 일부도 그러한 비판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선 29일 서울과학기술대 이진경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는 "중우정치가 아니라 중현정치"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한데, 이를 두고 '진보'를 자처하는 분 중에도 파시즘이니 중우(衆愚)정치니 하는 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럴 거라면 우파들처럼 박근혜를 숫자를 앞세워 대중의 힘으로 끌어내린 촛불집회야말로 중우정치고 파시즘 아닌가? 물론 파시즘적 대중도 있지만, 지금은 검찰의 과도한 권력행사를 비판하고, 검찰권력을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대체 이런 것도 파시즘이 될 수 있는가?

자기 의견이 곧 국민의 의견이라는 착각 속에서, 자기 의견과 같으면 변혁운동이고 다르면 파시즘이고 독재라고 하는 주장이야말로 중우정치와 파시즘을 향한 욕망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 생각은 옳고, 대중이 거기 맞추어줘야 한다는 것이니.

내가 보기에 어제의 촛불시위는, 가짜뉴스와 반도덕적 도덕주의를 '위선의 폭로'라는 말로 포장해 대중들을 오도하던 지난 8월 이후의 백만 기사의 중우정치에 대항하여, 이른바 집단지성으로 그 허구를 뒤집으려는 백만 대중의 중현(衆賢)정치다. 파시즘이 아니라 반파시즘이다! 

그리고 29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메시지를 내놨다. 원론적인 수준의 이 메시지는 윤 총장이, '윤석열 검찰'이 서초동을 가득 메운 "정치검찰 물러나라"는 함성의 의미를, 100만 인파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서초동 앞 촛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총장이, '윤석열 검찰'이 민의를 거스를 수는 없다. 계속해서 '검찰 조직 우선주의'를 고집한다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은 더 거세게 타오를 것이다. 2016년 한겨울에까지도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다. 이들에게 10월은 촛불을 들기에 너무나도 따뜻한 '가을날'이 아니겠는가.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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