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성범죄’ 3번째 면죄부 준 검찰, 끝까지 아무것도 안 했다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집단성폭행 의혹에 대해 또다시 면죄부를 줬다. 2013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회)가 수사 촉구한 박근혜 청와대 등 수사 외압설 관련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 4월 검찰은 위원회 권고로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시작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다.
끝내 ‘김학의 성범죄’ 눈감은 검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4일 이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 핵심인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은 결국 혐의에서 제외됐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공모해 다수의 여성에게 집단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수사단은 윤 씨의 범죄 사실을 인정해 강간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윤 씨는 폭행·협박, 성관계 영상 등으로 A 씨를 억압한 후 성폭행하고, 김 전 차관에 대한 성 접대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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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사단은 김 전 차관과 윤 씨의 공모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김 전 차관이 A 씨를 직접 폭행·협박한 사실이 없는 점, A 씨가 윤 씨의 폭행·협박으로 성 접대를 강요받은 사실을 김 전 차관에게 말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 전 차관에게 강간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전 차관 혐의에서 ‘성폭력’은 ‘성 접대’로 탈바꿈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범죄 사실로 원주별장,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약 6회에 걸쳐 A 씨와 성관계를 함으로써 윤 씨로부터 성 접대 등 향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수차례 성 접대 혐의가 포함됐다.
A 씨 이외에 피해 주장 여성들에 대해 수사단은 B 씨를 무고죄로 불구속기소하고, 추가 피해 사실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권력형 성범죄 종합세트’로 불리던 이 사건 성범죄 의혹이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짐으로써 “검찰도 공범”이라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검찰 스스로 입증한 꼴이 됐다.
‘증거 없다’면 끝? 무능력 자인한 검찰
과거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단은 “증거가 없다”,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진실을 밝힐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자인했다.
이 사건 관련 과거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의 배경으로 지목된 박근혜 청와대의 외압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단은 입증할 단서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사단은 2013년 김 전 차관 혐의를 내사하던 경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비서관(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수사 경찰들이 외압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 점, 당시 수사 경찰 지휘라인 인사는 통상적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박근혜 청와대가 김 전 차관 내정 발표까지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에 대해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단은 밝혔다. 당시 수사 경찰이 동영상의 내용과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청와대에 ‘동영상을 확보한 사실이 없고 현재 내사나 수사 단계는 아니다’라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수사단 역시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이상하다고 봤다.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경찰청 고위관계자로부터 ‘이런 중요사항은 자신에게 보고됐어야 할 사항인데 보고되지 않았다. 보고받았다면 공직 인사 검증하는 청와대에 보고했어야 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고가 올라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사단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김 전 차관 측이 동영상 원본을 확보해 청와대가 인사를 강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단은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위원회는 이 사건 연루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이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고, 한상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윤갑근 전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등을 가담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수사단은 구체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 관계자들이 이들의 수사 개입을 부인한 점, 윤 씨의 휴대전화에 이들의 번호와 통화기록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과거 검찰의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단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수사단은 이 사건 핵심 인물인 김 전 차관 외에도 사회 유력인사들이 윤 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사실이 일부 인정되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돼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했다.
향후 수사단은 규모를 축소해 김 전 차관 등의 잔여 사건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지만, 유의미한 추가 결과물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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