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회의원과 미국·영국의 국회의원들
의원 수·세비 줄이는 영국·미국 정치인들… 연금 만들고 세비 늘린 한국 정치인들
글 : 윤정호 미 예일대 박사과정
⊙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제2 의원회관 신축 강행하는 대한민국 국회
⊙ 한국 국회의원들, 미국과 영국 의회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애써 외면
2009년 1월 출범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위기를 정부의 권한과 크기를 키우는 호기로 삼으려 한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 제도 개혁을 통해 복지 혜택을 확충하고 고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고자 한다. 경제위기의 주범인 금융과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환경 분야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려 한다. 이러한 행보는 야당인 공화당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오바마의 정책이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재정적자를 늘려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데이비드 캐머런의 영국 보수당 정권은 위기를 작은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고자 한다. 지난해 5월 정권을 잡은 캐머런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노동당 정부가 남긴 1조 파운드에 육박하는 국가 채무를 해소해야 한다며 강력한 긴축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예산 삭감은 물론 대대적인 인력 감축 및 기구 축소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 신임 당수를 비롯한 노동당 의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정 긴축이 실업난을 가중시키고 경제난 극복을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람 이매뉴얼(Rahm Emmanuel) 시카고 시장은 국가적 위기는 대규모 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
이러한 사이에는 한 가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영국에서는 정치인들이 ‘국민과 함께’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대다수 국민과 아픔을 함께하자는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껏 자신들이 누려왔던 특혜와 특권을 솔선수범해서 줄이려 한다. 단 한 푼이라도 혈세를 아끼기 위해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정부 예산과 정치 비용을 삭감하는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더위도 잊고 있다.
세비 자진 삭감에 나선 美 의원들
미국에서는 여야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국민들의 고통을 나눠 지려 하고 있다. 우선, 오바마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공무원들은 여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게다가 전국공무원연합(American Federation of Government Employees)과 전국 재무부공무원 노조(National Treasury Employees Union) 등 관련 단체들은 이 조치에 대해 격렬히 반발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의지는 단호했다. 민생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가는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많은 대기업은 호황을 누렸지만 9%가 넘는 실업률과 2%에 못 미치는 성장률, 그리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 때문에 국민들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공무원들과 공기업 직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오바마의 결정에 한 몫을 했다.
경제난 이후 “내가 낸 세금으로 공무원들만 해고 걱정 없이 호의호식한다”는 시각을 갖게 된 미국인들. 상무부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이 2000년대 들어 공무원들의 수입이 민간 부문 피고용자들보다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뒤 부정 여론은 더 악화됐다. 이에 따라 오바마는 2010년 8월 정무직 공무원들에 대한 상여금을 동결시켰다. 일반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임금 인상폭을 1.4%로 제한했다. 세 달 뒤에는 아예 현역 군인을 제외한 대통령 이하 모든 공무원의 임금을 2년 동안 동결하도록 했다.
둘째, 의원들은 의회 예산과 경비를 절약하려 안간힘이다. 지난해 중간 선거에서 의회 예산 삭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화당. 새해가 밝자마자 다수당 권한이양팀(House Majority Transition Team)의 수장인 그레그 월든(Greg Walden) 의원 명의로 공약을 실천에 옮겼다. 의회 예산 삭감안을 발의한 것이다. 하원 세출위원회 예산은 2010년 회계연도 기준 9%를 삭감하고 하원 지도부 예산을 포함한 나머지 의회 예산은 일괄적으로 5%를 줄이도록 했다. 이를 통해 3500만 달러의 혈세를 아끼고자 한다.
팀 그리핀(Tim Griffin), 크리스 깁슨(Chris Gibson), 그리고 조 월시(Joe Walsh) 등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수십 명의 의원은 의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이들은 일과가 끝난 뒤 의원 사무실 내 소파나 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한다. 목욕은 레이번 의원회관(Rayburn House Office Building) 지하의 의원 체련실에 딸린 샤워장에서 하고 식사는 구내식당이나 자판기를 이용한다. 단 1달러라도 세비를 아끼려는 것이다. 주택난으로 고통받는 지역구민과 고통을 나누겠다는 의지다.
셋째, 의원 특권을 사양하고 스스로 세비를 깎았다. 다수의 의원은 의원 의료보험에도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거액의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의보제도는 대표적인 의원 특권이다. 의원들은 10개의 보험 상품 중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용 의료 시설은 물론 워싱턴 D.C의 정부 의료시설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빌 존슨(Bill Johnson), 스티브 케이겐(Steve Kagen), 그리고 폴 고사르(Paul Gosar) 의원 등은 의보 가입을 거부한다. “많은 국민이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도 못 받고 있는데 나 혼자만 특권을 누릴 수 없다”는 게 골자다.
동시에 세비를 줄이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 1월 개브리엘 기퍼즈(Gabrielle Giffords) 의원은 5% 세비 삭감안을 발의했다. 3월에는 앤 커크패트릭(Ann Kirkpatrick) 의원이 29명의 의원과 함께 5% 삭감안을 제출했다. 같은 달 제이미 버틀러(Jamie Beutler) 의원은 한 발 더 나갔다.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상·하원 의원들의 봉급 10% 삭감안을 내놓았다. 공직자들이라면 응당 국민과 고통을 나눠야 한다는 이유였다. 의회정치 전문지인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6월 29일 현재 같은 취지의 법안은 20개에 이른다. 이들 법안 중 하나라도 의결될 경우 미 의회는 1933년 이후 처음으로 세비를 자진 삭감하게 된다.
의원 수를 줄인 영국
‘제2의 그리스 신세’를 피하기 위해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강력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가운데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연립정부가 2010년 5월 13일 각료들의 임금을 5% 삭감하고 향후 5년간 동결하는 내용을 포함한 재정감축안을 발표했다. |
아울러 공무원의 관용차 사용을 대폭 줄이도록 했다. 지난해 5월 물러난 노동당 정권은 80여 대의 장관 전용차를 포함해서 171대의 관용차를 운용했다. 이를 위해 연간 830만 파운드의 예산을 투입했다. 캐머런은 이러한 관행에 철퇴를 가했다. 관용차를 3분의 1로 줄이고 전용차 이용 대상을 수상과 국방부, 외무부, 그리고 내무부 장관으로 제한했다. 다른 고위공무원들은 가급적 지하철과 버스, 철도 등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차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카풀(Car Pool)을 이용하도록 했다.
둘째, 의회 예산과 의원 특혜를 줄였다. 2009년 5억 파운드에 달했던 의회 예산을 10% 삭감하도록 명령했다. 이를 위해 의원들의 의정홍보비용을 폐지했다. 의원 1인당 1만 파운드를 제공, 지역구민들에게 의정 활동을 알릴 수 있도록 했지만 비용을 오용하는 사례가 잦다는 이유였다. 의회 구내식당과 바에서 판매하는 식음료에 대한 보조금도 철폐했다. 시중가의 절반만 내고 식사와 음료를 즐겼던 호시절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캐머런은 보조금 철폐를 통해 연간 550만 파운드를 절약하고자 한다.
연금과 주택구입 보조금 개혁도 추진 중이다. 2009년 설립된 의회윤리감사기구(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가 주도하는 연금개혁의 골자는 특혜시비 근절이다. 의원 부담금을 인상하고 연금 수령 액수를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낮추려고 한다. 의원들만 특별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의원들이 부동산 투기에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모기지(Mortgage) 제도를 고쳤다. 지원 금액을 줄이는 한편 등원하는 데 90분이 안 걸리는 곳에 사는 의원들에게는 지원금 제공을 중단했다. 숙소가 필요할 경우 의원 사무실이나 숙박 업소를 이용하게 했다.
셋째, 의원 수를 줄였다. 캐머런은 마이클 하워드(Michael Howard) 보수당 전 당수의 뒤를 좇아 의원 수 감축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손쉽게 재선이 가능한 안전 의석을 확보한 채 법안 상정도 하지 않으며 특권만 누리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와 관련, 미 예일대의 로버트 달(Robert Dahl)은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On Political Equality)에서 미국의 경우 의원 1인당 국민 수가 67만3000명인 데 비해 영국은 9만1000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캐머런은 자유민주당 당수이자 부수상인 닉 클렉(Nick Clegg)과 함께 의회선거제도 및 선거구법안(The Voting System and Constituencies Bill)을 발의했다. 의원 수를 조정하는 한편 투표 제도 변경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고 선거구를 재획정해서 일부 지역이 과대대표(Overrepresentation) 되는 현상을 줄이고자 한 법안은 11월 하원을 통과했다. 3개월 뒤에는 여야 의원들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상원도 개혁안에 손을 들어줬다. 상원 통과 이틀 뒤에는 왕실재가(Royal Ascent)를 받았다. 이로써 650명이었던 하원의원 수는 600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연간 1200만 파운드의 혈세를 절약하게 된 것이다.
역주행 중인 우리나라
2009년 4월, 의원회관 리모델링과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의 제2 의원회관 신축공사 기공식이 열렸다. 사진은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제2 의원회관 기공식에서 첫삽을 뜨는 모습. |
부실 공기업 직원들에 대한 상여금 잔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채가 212조원에 달한 공기업 22곳이 지난해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돈은 1조746억원이다. 직원 1인당 평균 1450만원에 달하는 액수다. 2009년의 성과급 총액인 7338억원보다 46.5% 늘어난 수치다. 작년 말 부채가 125조원이었던 LH는 1인당 평균 191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같은 해 1조78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공사도 직원 1인 평균 1960만원의 보너스를 제공했다. 무분별한 성과급 지급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노력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둘째, 국회의원들의 씀씀이는 헤프기만 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2009년 4월, 의원들은 의원회관 리모델링과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의 제2 의원회관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11년 7월 현재 공사비는 2424억원. 당초 1804억원이었던 비용은 지하주차장을 증설하는 바람에 껑충 뛰었다. 지난해 5월에는 국회 본관 옆에 257평 규모의 한옥을 신축했다. 같은 달 18일에서 20일까지 3일간 열린 G20 국회의장회의 행사를 위한 접견실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를 위해 들어간 세금은 41억2800만원이었다.
국회 예산은 증가 일변도다. 2010년 11월 국회는 2011년도 예산으로 5564억원을 요구했다. 기획재정부는 421억여 원을 삭감했지만 국회심의과정에서 다시 32억원을 늘렸다. 전년도 대비 15.5%나 늘어난 수치다. 의원 정책홍보 유인물 비용은 1인당 800만원이 늘어 2000만원이 됐다. “외교가 아니라 외유”라는 비판을 받아온 의원외교 예산도 20.5%나 폭증한 93억원을 편성했다. 공무수행 출장비 역시 2억7000만원 늘었는가 하면 일부 의원들이 개인 홍보비나 개인 자금으로 유용한다는 의혹을 받아온 정책개발비는 91억원이 편성됐다.
셋째, 연금을 신설하고 세비를 올렸다. 지난해 2월 국회는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지원금을 1억9600만원 인상하는 한편 헌정회지원법을 개정했다. 전직 의원 중 65세 이상, 1년 이상 의원 생활을 한 사람에게 매월 13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실상 의원 연금이 신설된 것이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전과 유무, 그리고 다른 연금 수급 여부와 관계없이 전원에게 지급되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여론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단 하루 만에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에서도 찬반 토론을 생략한 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의결했다. 표결에는 단 2명의 의원만이 반대했을 뿐이었다.
세비도 5.1% 올렸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파동과 전국청원경찰친목회의 입법로비 수사 등으로 극한 대립을 거듭하다가 2010년에도 법정 예산안 통과 시한을 못 지킨 여야 의원들. 하지만 그들은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 도발을 했던 11월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었다. 수당과 입법활동비를 포함한 세비를 1억1300만원에서 1억187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미국의 고통분담 리더십의 숨은 조력자들 미국의 고통분담 리더십에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많은 시민단체가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이들로 하여금 자기반성과 솔선수범에 나서도록 해왔다. 2003년 노먼 아이선(Norman Eisen) 등이 창설한 책임과 윤리 시민모임(Citizens for Responsibility and Ethics)은 주로 공화당 의원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클린턴 행정부 관료들을 고소해서 유명세를 탔던 사법감시회(Judicial Watch)는 리버럴 성향의 정치인들과 법조인들의 권한 남용과 비윤리적 행위를 모니터한다. 정부낭비반대 시민모임(Citizens against Government Waste)은 “보다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정부 운영 실현”의 모토를 내걸고 정부 기관들의 예산 낭비와 실정을 살핀다. “GAP”라는 약자로 더 잘 알려진 정부책임성 프로젝트(Government Accountability Project)는 1977년 설립된 뒤 지금까지 기업과 정부 기관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 관행들을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해 왔다. 정부 계약 과정의 비리를 찾아내는 정부감시프로젝트(Project On Government Oversight)와 로비스트와 로비단체들을 추적하는 책임정치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는 활동 못지않게 장기간 구축해 온 꼼꼼한 데이터 베이스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시민단체들은 언론 플레이의 달인들이다. 치밀한 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로 뒷받침된 주의·주장을 언론에 제공해서 비판 여론을 환기시킨다. 정치인들로 하여금 여론이 두려워서라도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낭비 요소를 줄여서 국민의 지지를 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
벤치마킹 좋아하는 한국 정치인들, 왜 미·영 의원을 따라하지 않을까
물론 미국과 영국의 고통분담 리더십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일부 진보 단체들은 의원들의 의회 기거를 예산 절감과는 거리가 먼 정치 쇼라고 몰아붙인다. 전기료와 수도세를 내지 않는 무전취식(無錢取食)이라고도 폄하한다. 캐머런의 의원 수 감축도 도마에 올랐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피터 프레스턴(Peter Preston)과 전 외무부 장관 잭 스트로(Jack Straw) 등은 개혁이 적자를 줄이는 데는 큰 기여를 못 한 채 민주주의만 후퇴시킬 것이라고 꼬집는다.
곧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공화당. 당시에도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혈세 낭비를 막고 청렴 정치를 추구할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톰 딜레이(Tom DeLay) 원내총무 등 많은 수가 결국 부정부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존 메이저(John Major)의 보수당 정권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 1993년 “근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s)”는 구호를 내걸고 도덕재무장 운동을 추구했건만 메이저 본인을 비롯,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 조너선 에이켄스(Jonathan Aitkens) 등 보수당 의원들은 스캔들에 휘말렸다.
보다 근본적이고 강도 높은 개혁을 방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영국의 개혁 조치들 중 눈에 띄는 것은 불법 로비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개혁 과정에서 월스트리트의 밀실 로비에 휘둘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지 불법 도청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캐머런은 언론과 불미스러운 유착 관계를 가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도청에 개입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월드지의 편집장 앤디 컬슨(Andy Coulson)을 언론담당 보좌관으로 중용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국과 영국에서 진행 중인 자정(自淨)과 자숙(自肅), 고통분담의 시도들이 부럽기만 하다. 미국과 영국 정치 사례를 드는 것을 즐겨 하고 두 나라 정치인들을 벤치마킹하기 좋아하는 여야 정치인들. 하지만 현재진행 중인 ‘국민과 함께’ 프로그램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서민과 중산층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할 뿐”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게 될 선심성 정책들을 쏟아내는 선량들. 그러나 자기희생과 무한헌신의 정치력을 보여달라는 들끓는 여론에 대해서는 귀를 열 줄 모른다.
대한민국 민주화 25주년을 맞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모두 있다. 대한민국 유권자는 자신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적어도 나누려는 지도자를 찾고 있다. 관용차를 3분의 1로 줄인 캐머런 영국 총리,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 봉급 10% 삭감을 주도하는 미 제이미 버틀러 의원과 같은 사람이 출마하면 찍어줄 텐데.⊙
영국의 고통분담 리더십에는 보수·진보가 없다 영국 보수당의 관용차 개혁은 보수와 진보의 합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9월 캐머런은 개혁의 영감을 3월 출간된 크리스 멀린(Chris Mullin) 노동당 의원의 수기(手記) 《풋힐스에서 본 영국 정치》(A View from the Foothills: The Diaries of Chris Mullin)에서 얻었다고 고백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노동당 내에서도 급진파로 꼽히는 멀린. 그는 토니 블레어 전 수상에 의해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된 뒤 장관 전용차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어처구니 없는 사실을 발견한다. 장관 전용차의 주당 이용비는 기사에게 지급되는 시간 외 수당과 연료비, 주차비 등을 제외하고서도 864파운드에 이르렀다. 더 황당했던 것은 차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한 주에 최소 704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 이런 규정 때문에 멀린은 3000파운드의 벌금을 내야 했다. 4주 동안 전용차를 타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멀린의 경험담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제도를 근본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캐머런으로 하여금 관용차를 운영하는 정부차량관리국(Government Car and Dispatch Agency)의 예산 280만 파운드를 삭감하도록 했다. 또 공무원들이 기차 이동 시 1등 객실을 이용 못 하게 하는 등 교통경비를 대폭 줄이도록 했다. 수상 관저에서 의회까지 걸어서 등원하며 모범을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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