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 재계팀장의 심층분석] "기름값, 정부 행태가 묘하다"

선우정 재계팀장 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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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 재계팀장

휘발유값의 절반이 세금… 교통세로 12조원 거둬
국회의원 지역구 도로건설 등 토목공사에 10조원 사용
세금인하 없이 정유사만 공격

"주유소 행태가 묘하다"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유회사에 대한 정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유사의 이익을 줄여 기름값을 누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기름값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세금 인하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주머니는 틀어쥐고 남의 주머니를 뒤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행태는 정당한가? 민생을 희생하면서 거둬들이는 세금엔 거품과 낭비가 없을까.

유류세의 기본은 교통·에너지·환경세(이하 교통세)다. 이 세금의 26%와 15% 비율로 주행세와 교육세가 추가된다. 모두 특정 사업에 사용되는 목적세다. 교통세는 현재 L(리터)당 529원. 정부는 올해 12조3668억원을 교통세로 거둘 예정이다. 이 세금의 80%가 '교통시설 특별회계(교특회계)'라는 주머니로 들어간다. 절반이 도로, 나머지 절반이 철도·공항·항만에 투입된다. 고(高)유가 환경에서 국민은 유류세를 통해 10조원가량을 토목사업에 지급하는 것이다.

◆빈 도로 만들려고 고유가 유지하나?

경기도 안성에서 시작된 왕복 4차선 고속도로는 막힘이 없었다. 지난 17일 안성에서 음성까지 31.3㎞. 요금소 직원은 "이 도로는 주말에도 정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을 잇는 왕복 4차선 국도(17·38번). 고속도로보다 9.8㎞ 길었지만 역시 정체가 없었다. 한산한 4차선의 무료 도로 주변에 한산한 4차선의 유료 도로를 증설한 것이다.

이 고속도로는 2008년 11월 6109억원을 들여 완공됐다. 하루 이용 차량은 정부 예측치의 41%. 익산장수 고속도로(사업비 1조3077억원), 현풍∼김천 고속도로(1조471억원)와 함께 대표적 '텅 빈 혈세(血稅) 도로'로 꼽힌다. 도로가 끝난 지점에선 45.6㎞ 연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추가 사업비 8440억원. 이 도로는 앞으로 국토의 허리를 횡단해 강원도 삼척까지 이어진다. 산술적으로 이들 도로를 만들지 않았다면 유류세를 10% 인하해도 국가 재정엔 지장이 없다.

18일 민간 자본으로 건설된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달렸다. 국제적으로 "정체가 없는 공항도로"라는 평가를 받는 왕복 8차선 도로다. 일본 나리타공항 고속도로는 6차선이다. 역시 수도 접경까지 막힘이 거의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에만 이 도로에 세금 947억원을 투입했다. 누적 투입액은 7218억원. 과잉 투자에 대한 손실을 정부가 세금으로 물어주는 것이다. 정부가 5개 민자(民資) 고속도로의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집어넣은 세금은 2009년 말 현재 1조2000억원. 유류세가 기반인 교특회계에서 빠져나간다.

'국회의원 지역구'로 흘러가는 유류세

정부는 당초 2011년 예산안에서 도로 예산을 7조1886억원으로 책정했다. 2010년 8조38억원에서 8000억원 정도 줄였다. 2009년 유류세 감세를 철회하고 경기 진작을 위해 9조4731억원까지 늘려놓은 도로 예산을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시킨 것이다. 신규 도로 예산은 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 심사를 거치면서 2601억원이 늘었다. 교특회계에서 빠져나간 증액 사업에는 울산포항, 진주마산 고속도로(100억원), 상주영덕 고속도로(300억원)가 포함됐다. 신규 도로엔 세금을 안 쓰겠다던 공언과 달리 신규 8개 고속도로와 국도 예산이 살아났다. 도로만이 아니다. 포항∼삼척 철도에 700억원, 울산∼포항 복선 전철에 520억원이 새로 투입됐다. 이들을 "형님 예산"이라며 싸잡아 비판한 민주당 역시 목포신항 건설 예산을 25억원 늘렸다. 모두 교특회계에서 뽑아낸 돈이다. L당 2000원에 육박하는 고유가 환경에서 정부는 유류세를 동원해 국회의원들의 꿀단지를 채워준 것이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서 교통세 폐지론이 계속 제기돼 왔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2010년 교통세의 일반세 전환을 추진했지만 밥그릇을 챙기려는 정치권의 압력으로 좌절됐다.

도로사정 지방은 과잉, 도시는 오히려 열악해져

정부는 작년 도로 예산을 감액하면서 "탄소 배출, 환경 훼손문제가 지적되는 도로에 대해선 신규 사업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도로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렸을 때는 '한국의 도로 수준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비 67%에 불과하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상황에 따라 철학이 달라지는 것이다.

한국의 도로 사정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좋은가, 나쁜가는 견해가 갈린다. 나라마다 도로의 기준이 다르고 산업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의 경우 왕복 1∼2차선의 구도(舊道)가 많아 이런 비교를 정책의 근거로 삼는 것은 난센스다. 예를 들어 정치적 이해관계와 경기 진작 목적으로 도로가 증설돼 '도로 망국론'까지 제기되는 일본조차 간선고속도로 대부분은 왕복 2차선이다.

국토연구원 정일호 도로정책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고속도로 사정은 이미 OECD의 중상위권까지 올라왔다"며 "지방은 과잉이고 오히려 도시의 도로 사정이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도로 건설은 국토 균형 발전이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수익성으로만 결정할 수는 없다. 고유가가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유류 소비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활을 압박하면서까지 세금을 고액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설] 北 ICBM 쏘는데 우리 미사일 300㎞에 묶어둘 건가

한국미국이 최근 한국의 탄도미사일을 사거리(射距離) 300㎞ 이내, 탄두(彈頭) 중량 500㎏ 이하로 제한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정부는 우리 탄도미사일이 사거리 1000㎞ 이상, 탄두 중량 1t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남해안에서도 북한 전 지역을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안(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군비(軍備) 문제는 우선 지리적 인접성(隣接性)과 안보적 대치 관계에 있는 상대국과의 균형 유지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 200여기(基)와 사거리 3000㎞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을 실전 배치해 놓고 있고, 2009년에는 사거리 60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포동 2호의 발사 실험을 실시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북한이 5년 안에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탄도미사일만 사거리 300㎞에 묶어두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 북의 미사일에 맞설 최소한의 대응수단도 갖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미국은 한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보유 문제를 미사일 확산을 막는 세계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지만, 우리 입장에선 먼저 북한 그리고 동북아의 군사 상황이 어떻게 돼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 40기 이상을 갖고 있고, 일본은 지구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 우주로켓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어 언제든 중·장거리 미사일을 만들 수 있다. 이 마당에 한국의 미사일 능력만을 사거리 30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미사일 안보의 관점에선 대한민국을 벌거벗은 상태로 놓아두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한국의 미사일은 주변국 공격용이 아니라 우리를 지켜내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어 수단이다. 한국이 사거리 1000㎞ 탄도미사일을 보유하면 중국과 일본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과장일 뿐이다.

미국은 2014년 말 전시(戰時) 작전권을 한국군에 넘기도록 돼 있다. 여기에 맞춘 한국군 전력(戰力) 강화 내용에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도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북의 미사일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억지력(抑止力)은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미사일 사거리 조정 문제의 기준이 돼야 한다

일루미나티 심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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