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ICBM 쏘는데 우리 미사일 300㎞에 묶어둘 건가

한국미국이 최근 한국의 탄도미사일을 사거리(射距離) 300㎞ 이내, 탄두(彈頭) 중량 500㎏ 이하로 제한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정부는 우리 탄도미사일이 사거리 1000㎞ 이상, 탄두 중량 1t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남해안에서도 북한 전 지역을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안(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군비(軍備) 문제는 우선 지리적 인접성(隣接性)과 안보적 대치 관계에 있는 상대국과의 균형 유지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 200여기(基)와 사거리 3000㎞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을 실전 배치해 놓고 있고, 2009년에는 사거리 60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포동 2호의 발사 실험을 실시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북한이 5년 안에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탄도미사일만 사거리 300㎞에 묶어두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 북의 미사일에 맞설 최소한의 대응수단도 갖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미국은 한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보유 문제를 미사일 확산을 막는 세계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지만, 우리 입장에선 먼저 북한 그리고 동북아의 군사 상황이 어떻게 돼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 40기 이상을 갖고 있고, 일본은 지구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 우주로켓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어 언제든 중·장거리 미사일을 만들 수 있다. 이 마당에 한국의 미사일 능력만을 사거리 30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미사일 안보의 관점에선 대한민국을 벌거벗은 상태로 놓아두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한국의 미사일은 주변국 공격용이 아니라 우리를 지켜내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어 수단이다. 한국이 사거리 1000㎞ 탄도미사일을 보유하면 중국과 일본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과장일 뿐이다.

미국은 2014년 말 전시(戰時) 작전권을 한국군에 넘기도록 돼 있다. 여기에 맞춘 한국군 전력(戰力) 강화 내용에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도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북의 미사일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억지력(抑止力)은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미사일 사거리 조정 문제의 기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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