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밴 앤델 암웨이 회장



[CEO] 밴 앤델 암웨이 회장

"인터넷 등으로 판매 방식 다양화"
불법 피라미드와 네트워크 마케팅은 달라
한국서 파는 제품 절반은 국내업체가 공급


미국 미시간주의 작은 도시 에이다에는 암웨이 본사와 생산.물류시설이 156ha에 이르는 복합단지에 펼쳐져 있다. 암웨이가 전 세계에 판매하는 450여종의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본산이다. 암웨이의 밴 앤델 회장을 지난달 21일 현지에서 인터뷰했다.

-북미 외 지역에서 80%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이 북미보다 아시아 등 해외에서 더 성공적인 이유는.

"소기업.소상인들이 열심히 판매해 이익을 남기는 암웨이의 '상인정신'이 아시아의 가치와 잘 맞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중진국에서는 미국에서 1960년대에 성공한 사업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업하기가 좋았다. 가족이나 친구의 개념이 깊이 남아 있는 전통사회와 네트워크 마케팅이 잘 맞는 측면도 있다."

-그동안 일부 국가에서 정부 당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는데.

"불법 피라미드 마케팅과 네트워크 마케팅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탓이라고 본다. 두 마케팅의 가장 큰 차이는 소비자가 품질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환불받을 수 있는지와 판매인들이 재고 부담을 떠안는지에 있다. 합법적인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라면 품질에 자신이 있을 것이고, 환불과 재고부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것이다. 일부 국가의 경우 피라미드 마케팅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어 불법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합법적인 네트워크 마케팅이 피해를 보았다. 제대로 된 네트워크 마케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 법령과 소비자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에선 네트워크 판매방식을 고집하고 있지 않다고 들었다.

"중국 정부는 불법 피라미드 업체들이 난립하며 문제를 일으키자 1998년 모든 종류의 직접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직접판매 전면 금지 후 글로벌 네트워크 판매업체 중 10곳에만 간접판매 방식으로만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그것도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고, 판매시설을 운영할 경우에 한해서다.

암웨이도 중국에 공장과 함께 120개의 대리점이 있다. 중국인들은 이들 대리점에 가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판매방식이 우리 회사의 가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오는 9월 직접판매를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돼 12월 발효되기 때문에 이를 주시하며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나.

"북미.일본.중국.한국이 암웨이에서는 세계 4대 시장이다. 한국 매출액을 따로 공개할 순 없지만 암웨이 입장에서는 무척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에서는 라면이나 김치 등 한국적 특성을 지닌 제품을 한국 업체들한테서 공급받고 있다. 현재 한국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50%는 한국 업체들이 공급한 것이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제품을 저렴하게 거래하는 인터넷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변화하고 있다. 주된 판매방식은 직접판매지만 1999년 북미지역에서 온라인 전용 브랜드 '퀵스타'를 출시해 현재 북미지역에선 인터넷으로만 제품을 판매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전체 암웨이 제품의 70%는 인터넷으로 판매되고 있다. 기술을 이용해 효율성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건강식품.정수기.세제류 등 설명이 필요한 제품들은 아직 인간적인 친밀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 공개를 하지 않고 가족경영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7~8년 전 중국 공장 건설비용 조달을 위해 암웨이 일본 법인은 일본 증시에, 암웨이 아시아.태평양 법인은 뉴욕 증시에 상장한 적이 있다. 하지만 미국 본사와 의사결정이 겹치고 투자도 중복되는 문제점이 발생해 3년 전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형태로 등록을 철회했다. 짧게는 한 분기, 길게는 1년 사업계획에 연연하는 공개 기업과 달리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앞으로도 기업공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 현재 현금 보유액이 충분해 굳이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

-세제나 화장품 같은 저가의 소비재를 생산하면서 전체 제품의 60%를 아직 미국 내에서 만드는 까닭은.

"사실 자동화 덕분에 우리 제품의 가격 중 인건비 비중은 2% 정도로 지극히 낮다. 이 정도 인건비면 개발도상국에서 만드나, 미국에서 만드나 가격경쟁력이 비슷하다. 원가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은 오히려 원료 구입비다."

-두 가족이 45년간 공동 경영체제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

"이 정도 크기의 글로벌 기업을 두 가족 공동 경영체제로 이끌어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창업자인 아버지 세대 두 사람이 50년간 우애를 유지하는 것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봐 왔기 때문에 덕 디보스 사장이나 나에겐 공동경영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디보스 사장은 조직 내부관리, 나는 정부관계나 국제업무에 좀더 치중하지만 기본적인 모든 결정은 같이하는 것으로 돼 있다. 당연히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논쟁이 벌어질 때도 있지만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게 여러 모로 좋지 않겠는가.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신속하게 결정하는가와 일단 내린 결정에 이견 없이 따르는가다."

미시간주 에이다=최지영 기자

*** 밴 앤델 회장은

밴 앤델(47) 회장은 암웨이 공동 창업자인 제이 밴 앤델의 장남이다.

앤델 회장은 미시간 힐즈데일 칼리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오하이오주 옥스퍼드의 마이애미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1995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회장 취임 전 미주총괄 부사장과 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99년 암웨이를 3개의 회사로 쪼개고 지주회사를 만드는 조직개편을 진두지휘한 주인공이다. 주력기업인 암웨이는 물론 지주회사인 알티코의 최고경영자(CEO)도 겸하고 있다.

앤델 회장은 2001~2002년 미 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미 상의 최고운영위원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집무실 여기저기에 자신이 소장한 애마 20마리의 그림을 걸어놓고 있을 정도로 말을 사랑한다. 기자의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그림속 말들의 특징을 파악해 기자에게 일일이 이름을 알려줄 정도다.

소문난 폴로광(狂)이기도 하다. 폴로 경기가 열리는 매년 3월엔 일주일에 두번만 에이다에서 집무하고, 나머지 5일은 폴로 경기가 열리는 플로리다에서 직접 선수로 뛰며 보낸다.

전미 폴로챔피언십 대회에서 두번 결승에 진출했을 정도로 뛰어난 폴로 실력을 자랑한다.

*** 암웨이는 어떤 회사

암웨이(Amway)는 1959년 미국 미시간주의 에이다(Ada)라는 도시에서 친구인 제이 밴 앤델과 리치 디보스가 공동 설립했다.

세제를 파는 조그만 회사였다. 지금은 전 세계 80여개 나라에서 주로 소비재를 네트워크 마케팅 방식으로 연간 49억달러어치(2003년 기준)를 팔고 있다.

암웨이는 99년 회사를 3개로 분할한다. 주력인 암웨이와 북미지역 온라인 판매를 담당하는 '퀵스타(Quixtar)', 그리고 제품의 제조.공급과 물류를 맡아하는 '액세스 (Access) 비즈니스 그룹' 등이다. 또 이 3개 회사를 총괄하는 '알티코(Alticor)' 라는 지주회사도 만들었다.

북미지역에선 암웨이란 브랜드가 옛날 이미지를 풍긴다고 판단해 온라인 전용 퀵스타 브랜드를 출시한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선 암웨이가 많이 알려져 여전히 암웨이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알티코의 전체 직원 수는 1만2000명인데 이 중 암웨이에만 6000명이 근무한다. 해외 암웨이 사업은 62년 캐나다에 처음 진출하면서 시작됐다.

에이다 본사의 생산시설 이외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멕시코.브라질에 유기농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에서는 비타민과 건강보조식품의 원료를 공급한다.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도 생산시설이 있다. 네트워크 판매를 담당하는 판매자들을 암웨이에선 독립자영사업자(IBO)라고 부르는데 전 세계적으로 350여만명에 달한다.

두 창업자의 2세인 스티브 밴 앤델과 덕 디보스가 알티코 그룹의 회장과 사장을 맡아 현재까지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룹 이사회에도 두 가족이 4명씩 참여하고 있으며, 3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1930년대 미국 건강식품 회사인 뉴트리라이트의 창업자인 칼 렌보그가 처음 고안해낸 판매방식이다. 직접판매 방식은 크게 방문판매와 다단계 판매로 나뉜다. 뉴트리라이트는 독자 브랜드였다가 1972년 암웨이에 인수됐다.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한 직접판매 방식의 하나다. 고정된 대리점이나 점포 없이 소비자가 판매원이 돼 주위 사람들에게 제품을 권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한국에서는 1995년 제정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상 네트워크 마케팅이 다단계 판매업으로 분류돼 있다.

흔히 불법 피라미드와 다단계 판매업을 혼동하기 쉽다. 피라미드는 제품의 유통 없이 한 회원이 다른 개인들을 자신의 하위 회원으로 등록만 시켜도 수당이 지급되고 매출이 발생한다.

반면 합법적인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는 제품이 판매될 경우에만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 피라미드 업체는 제품의 교환과 환불이 어렵다. 단기간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과대광고하기도 한다.

뉴스킨(화장품).선라이더(생활용품).허벌라이프(건강식품)등이 전 세계에서 네트워크 마케팅 방법으로 제품을 파는 글로벌 회사다

<2004년 6월 2일 / 중앙일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