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가진자, 21세기를 지배한다

김윤곤 (디지틀조선일보 정보통신팀장)

"당신 손끝에 정보를"

지난 94년 컴덱스에서 빌 게이츠가 미래 정보화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말했을때 전세계 네티즌들은 반신반의했다. 일부 믿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그런 세상이 오겠지' 라는 정도로 그의 예언을 단지 추상적인 미래 예측으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빌 게이츠 자신도 '손 끝 정보화사회' 는 적어도 2천년이 넘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엔 아직 정보 인프라도 구축되어 있지 않았고 컨텐츠 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안방에 앉아서 지구촌 곳곳의 모든 정보를 리얼타임으로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화사회를 맞고 있다. 우리가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정보검색 뿐만이 아니다. 비즈니스도 할 수 있고 원격강의를 통해 평생교육도 받을 수 있고, 세계 각국의 문화를 탐구하면서 신나는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들과 이메일을 통해 사귈 수도 있고 백화점에 가지 않고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은행일을 집에 앉아서 처리할 수 있고 주식과 부동산투자 등 재테크도 손끝 하나만 움직이면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로 온 세상이 디지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세상이다.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는 인터넷신문, 웹진과 같은 디지털 정보매체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일방향성 정보전달 방식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TV와 라디오 등 매스미디어도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미래 정보화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이제 분명한 사실은 "디지털 세상에서의 정보 전달방식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이용자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에서 결정될 수 밖에 없다.

정보전달 기술의 발달사

근세 이후 인류의 발달은 정보전달 기술의 발자취와 함께 하고 있다. 근세 이전에는 정보의 전달은 '대화' 라는 일대일 통신수단 말고는 손으로 쓴 문서나 게시판등에 의존했다. 급한 일은 파발을 띄워 편지를 보냈고 전쟁과 같은 비상사태를 알리기 위해선 봉수대를 만들었다. 이와 같은 원시적인 정보전달 체계 하에서 통치자는 정보를 독점하고 모든 정보를 국가의 관리하에 두었으며 이것을 통치수단으로 삼았다. 그러던 중 15세기 구텐베르그의 인쇄기술 발명은 그 동안 소수 지배자층에만 국한되어 있었던 정보를 널리 유통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인쇄술이 보급되면서 정보의 독점은 급속히 무너졌고, 저렴한 비용으로 과거의 지적 자산이나 주위 사정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19세기 들면서 정보전달 기술은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835년에 미국의 모스(S.Morse)가 전신을 발명하여 처음으로 전기통신이 가능했고, 1876년에 미국의 벨(A.G.Bell)이 전화를 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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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정보전달 기술은 더욱 발전하여 1920년 라디오가 선보이고 1936년에는 TV가 등장했다. 1951년에는 컬러TV가 등장했고 그 이후 계속해서 통신위성, 광통신, 팩스, 컴퓨터 등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컴퓨터의 등장은 미래의 정보전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미디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컴퓨터와 통신의 환상적인 결합으로 탄생한 인터넷은 미래의 정보전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갈 핵폭탄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인류 최대의 발명, 인터넷

인터넷은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해 오면서 인터넷만큼 단기간에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버린 미디어는 없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엔터키 한 번만 치면 지구촌 곳곳을 누빌 수 있는 것이 인터넷이다. 자동차가 달리고 비행기와 우주왕복선이 하늘을 날고 있지만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는 시간적, 물리적인 한계가 많았다. 더욱이 지식의 결정체인 정보를 유통시키는 정보 전달자로서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출발부터 근본적으로 달랐다. 정보의 유통과 자유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정보 개방주의'가 인터넷의 모태신앙이었다. 이러한 정신을 기반으로 인터넷이 구축하는 세계에선 정보독재자가 존재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된다. 정보의 생산자이자 주인은 오로지 네티즌일 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때 인터넷은 정보의 대중화에 앞장선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그 인터넷이 창조해내는 사이버 세계에선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의 구별도 없다. 이 곳에는 0 1이라는 디지털 신호로 바뀐 정보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 세계에선 오로지 정보를 가진자와 못 가진자가 있을 뿐이다. 앞으로 미래 정보화사회의 주역은 정보를 얼마나 유용하게 다를 줄 아느냐가 기준이 될 뿐이다.

정보유통의 혁명, 인터넷

정보생산자의 입장에서 봐도 인터넷은 가히 혁명적이다. 지금까지 개인이나 일반인들은 정보를 생산해도 유통시킬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정보유통 범위도 국지적이고 비용도 만만찮게 들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르다. 거대한 기업이나 정부기관, 연구소는 물론 개인도 정보생산자가 될 수 있다.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되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서 인터넷에 올려놓기만 하면 전세계 어느 누구라도 그 정보를 리얼타임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펜티엄 PC 1대만 있으면 정보생산-정보유통-정보소비자가 동시에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유통 비용은 과거의 어떤 정보 전달 기술보다도 편리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인터넷은 정보흐름의 대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정보화 - 데이터웨어하우징

기업에도 정보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친절하고 상냥하게 손님만 맞으면 고객이 감동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소비자들은 과학적인 고객관리를 통한 '나 홀로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데이터웨어하우징(Dataware Housing)이 과학적인 고객서비스를 위한 첨단 경영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1천대 기업 중 95%가 데이터웨어하우징을 구축했거나 구축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데이터웨어하우징이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데이터간에 숨어있는 상관관계를 찾아 기업의 경영활동과 고객서비스에 활용토록 하는 새로운 데이터 활용기술을 말한다.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수십만종에 이르는 상품과 고객의 구매패턴을 데이터웨어하우징을 이용해 그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상품진열을 새롭게 하는 등 판매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고객만족도를 높였다. 또 아메리카 에어라인은 탑승객들의 성별, 직업, 연령, 탑승 시간 등을 마일리지와 비교 분석하여 특정고객을 위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항공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웨어하우징을 경영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얏트호텔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투숙할때 고객이 부탁하지 않아도 미리 알아서 고객들의 기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관지가 나빠서 가습기를 요구했던 고객은 다음 번 투숙 때는 체크인 전에 미리 가습기를 객실에 갖다 놓는다든지, 소리에 민감한 고객에겐 미리 엘리베이터에서 먼 곳의 방을 배정한다든지 하여 고객서비스를 극대화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여성회원들의 골프장 이용패턴을 분석하여 여자골프대회를 개최하고, ARS 현금서비스 이용확대를 위한 티켓 DM 발송에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활용하는 등 고객정보를 활용한 과학적인 경영으로 상당한 성과를 보고 있다. 쌍방울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3천개의 거래처에 6천품종에 이르는 상품을 공급하면서 이들 거래처와 상품과의 상관관계를 분석, 효과적인 고객서비스를 위한 기초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자동차, 신세기통신, 삼성전자, 제일제당 등이 데이터웨어하우징을 기업경영과 고객서비스에 도입했거나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인터넷신문-방송

정보의 파급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 신문과 방송이다. 이들 미디어에도 인터넷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1천여개의 신문과 방송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포리스터 리서치사에 의하면 2001년까지 기존신문독자의 14%가 인터넷 신문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95년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선보이기 시작한 인터넷신문은 최근에는 중앙일간지는 물론 지방신문까지 가세해 인쇄매체인 신문의 한계를 극복하는 환상적인 미디어로 등장하고 있다. 방송사도 인터넷의 태풍을 비켜날 수 없다. KBS, MBC, SBS 방송3사는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멀티미디어 인터넷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에 1차적으로 접목에 성공한 인터넷은 최근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디지털 사회의 힘은 '정보'에서 나온다

미래학자들은 '정보를 가진 자가 21세기를 지배한다'고 예언한다. 이미 기존 아날로그 세계의 모든 사물과 정보는 디지털의 비트 세계로 변화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말한 것처럼 손끝에서 정보를(Information At Your Fingerstips)' 이라는 미래사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보는 힘이고 그것에 따라 재산과 권력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사람이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더 많은 정보는 더 많은 힘의 원천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펼쳐질 디지털 정보화사회에서는 당신의 집주소가 전자우편 주소로 대치되고 사이버 공간에 마련된 당신의 집이 얼마나 바쁜가에 따라 당신이 앞으로의 디지털 세상에 얼마나 유익한 사람으로 살아남는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기업과 국가도 마찬가지다. 더 유익한 정보를 많이 확보하여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이 21세기 미래사회의 진정한 승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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