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부산의 '생각하는 훈련 전도사' 이케다

일본 구마모토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 부산 아이파크의 일본인 피지컬 코치 이케다 세이고(48)가 14일 구마모토 훈련장인 KK윙 스타디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력 훈련도 생각하는 게 우선입니다. 몸보다 먼저 머리가 피곤해져야 합니다"

일본 남부 구마모토에서 한창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 부산 아이파크에는 황선홍 신임 감독 외에 새로 데려온 두 명의 외국인 코칭 스태프가 있다.

일본인 피지컬 코치 이케다 세이고(48)와 브라질 출신의 골키퍼 코치 제제(31).

14일 훈련이 끝난 뒤 두 코치와 국내 프로축구 선수들의 훈련 방법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

이케다 코치는 일본프로축구 J-리그 제프 이치하라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 16년 넘게 체력 훈련을 책임져왔다. J-리그 기술위원을 7년째 맡고 있는 그는 피지컬 트레이닝에 관한 한 일본에서 첫 손에 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두 나라 선수들을 비교하면 한국이 체력 면에선 훨씬 낫다"고 전제를 깔았다.

그런데 지난 세 달간 부산 선수들을 훈련시켜본 결과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고 했다.

일례로 세 명씩 짝을 지워 공을 몰고 10분 간 일정한 거리를 반복해서 달리는 체력 훈련을 시켜본다고 치자. 아무런 룰도 없이 자유롭게 패스를 하면서 가라는 지시를 해놓아도 한국 선수들은 판에 박힌 특정한 패턴 외에는 다른 방식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어떻게 저런 식으로 볼을 차지'라고 놀랄 만큼 기발한 드리블과 패스 방법을 동원한다는 게 다르단다.

이케다는 "한국에선 체력 훈련이면 말 그대로 스태미너만 기르면 된다고 본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결과가 정해져있다"고 했다.

맘대로 해보라고 해도 한국 선수들은 어디선가 배운 것만 반복한다는 말인 셈이다.

일본은 프로축구 출범이 한국보다 늦었지만 중.고교 시절부터 체력 훈련에 '생각'을 병행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처음부터 몸에 익힌다는 게 차이라고 한다.

이케다 코치는 "만약 한국 선수들이 제대로 생각을 하면서 체력훈련을 했다면 지금 두 나라 축구 수준의 차이는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벌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훈련 방식이 '창의적'으로 진행됐다면 일본 축구보다는 한참 앞섰을 것이란 얘기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의 기본 체력과 집중도를 높게 샀다.

그가 부산과 손을 잡은 건 한국 축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일본에서도 러브콜이 많아 4월이면 J-리그 최고 인기구단 우라와 레즈로 돌아가게 돼 있다.

이케다 코치는 "한국 선수들은 이기겠다는 멘탈이 더 강하다. 단지 생각하는 습관이 없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옆에 앉은 '삼바 선생님' 제제 코치도 이케다의 말에 동의했다.

브라질 쿠리티바 등 프로팀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대전 시티즌에도 몸담았던 제제 코치는 "골키퍼는 50%가 컨디션이라면 나머지 50%는 머리에 달려있다"고 했다.

공격수만 좋을 것 같은 브라질에서 왜 세계적인 골키퍼가 꽤 나오느냐고 하자 "브라질 선수들은 스타일 파악이 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공격 패턴을 쓴다. 그걸 따라잡기 위해 골키퍼가 머리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수문장이 나온다"고 했다.

다시 이케다 코치가 마무리를 한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해외파 축구 스타 중한 명인 나카무라 순스케(셀틱)가 왜 그렇게 뜰 수 있었는지 아느냐고 했다.

"나카무라는 훈련이 끝나면 꼭 한 시간씩 따로 훈련을 했다. 요코하마 시절부터지켜봐왔다"고 한다. 생각하는 훈련도 피나는 노력과 결합돼야 진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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