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化하는 모든 것의 운명은 결국… 공짜
95%에겐 공짜로 주되,5%에게 알짜를 팔아라… 비싸게
'공짜 버전'이 넘보지 못할 가치를 창출하라, 그걸 팔아라

우리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인터넷 세상을보면서 '카오스(Chaos)'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인터넷 세상의 가장 권위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사무실 역시 정리된 세상에 보다 익숙한 기자의 눈엔 카오스로 비쳤다.

그가 편집장으로 있는 IT 잡지 '와이어드(Wired)'의 사무실은 자동차 정비공장들과 주유소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많은 낡은 빌딩들 사이에 있었다. 그런 빌딩 중 하나의 3층 한 귀퉁이를 빌려 쓰는 와이어드의 사무실은 천장에 전기배선들이 그대로 노출돼 마치 창고 같았다. 복도엔 와이어드 과월호의 톡톡 튀는 표지 디자인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안쪽에선 40명의 직원들이 웃고 떠들며 부산하게 일하고 있었다.

약속시간 10분이 넘어서 나타난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고 외쳤다. 벗어진 머리에 청바지 그리고 하늘색 셔츠 차림. 우리는 먼저 직원용 카페테리아에 들러 커피를 한잔씩 뽑아 든 뒤 미로(迷路) 같은 편집국 안을 이리저리 헤치고 그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의 방은 두 면의 유리창으로 밖이 훤히 내려다보였지만 방음이 거의 안됐다. 거리와 실내의 소음이 뒤섞여 시끄러웠다. 다행히 그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컸지만, 소음 속에서 그의 빠른 영어를 캐치하는 일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했다. 그의 책상 뒤 칠판은 갈겨쓴 글씨들과 그래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베스트셀러 〈롱 테일 경제학〉으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은 이 사람의 후속타는 '공짜 경제'이다. 그는 최근 국내 출간된 책 〈프리(Free)〉를 통해 모든 것이 공짜로 되어가는 '공짜경제(Freeconomics=Free+Economics)'시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디지털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마치 중력(重力)처럼 값이 공짜에 가까워지는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인터넷 공간에 널려 있는 그 많은 공짜 콘텐츠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남는 방법은? 그는 "공짜 경제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간주하고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들을 마련하라"고 강조한다. 그가 21세기의 비즈니스 모델로 치켜세우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프리미엄(Freemium=Free+Premium)' 모델이다. 95%의 범용 서비스는 공짜로 제공하되 나머지 5%의 차별화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소수에게 비싸게 팔아서 수지를 맞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성공 사례로 한국 업체를 거론한 것은 뜻밖이었다. 프리미엄 모델을 가장 똑똑하게 구사하는 기업이 어디냐고 묻자 그는 서슴없이 "넥슨(Nexon)"이라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와 '카트라이더'로 어린이들 사이엔 신화적인 게임회사 말이다. 그는 "넥슨은 구글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회사"라고도 했다.

왜 넥슨일까?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공짜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게임 곳곳에 유저들로 하여금 돈을 지불하게 하는 온갖 장치들이 있다. 심리학을 응용해서 말이다. 예를 들어 메이플스토리를 하다가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고(이른바 '경험치'가 깎이지 않고) 예전 상태로 부활하는 '호신부적'이란 것을 구입할 수도 있다."

한국 기자 앞이라서 립 서비스를 한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책에도 한국이 언급되고, 와이어드 잡지도 요즘 한국에 관심이 높다. LA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와이어드 최근호를 펼쳐 들었더니 한국의 '미네르바 사건'이 5쪽에 걸쳐 심층 보도돼 있었다. 또 이 잡지가 자체 선정하는 올해의 IT 제품 중 '올해의 컴퓨터(모델명 NC20)'와 '올해의 TV(UN46B7000)' 부문을 나란히 삼성전자가 수상했다.

그는 "게임을 최초로 온라인화한 것도 한국이고, 프리미엄 모델을 생각해낸 것도 한국"이라며 "요즘 많은 사람들이 '유료화(conversion)의 심리학'을 배우려고들 하는데, 한국의 게임산업에서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하의 새 책 〈프리〉의 내용을 요약한다면?

"마케팅 수단으로서 공짜의 역사 그리고 공짜의 미래를 다뤘다. 20세기의 공짜와 21세기의 공짜의 의미와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바뀌었나도 다뤘다."

―20세기와 21세기의 공짜는 어떻게 다른가?

"'교차보조금(예컨대 수퍼마켓에서 어떤 물건을 사면 다른 물건을 공짜로 끼워주는 것)'이나 '3자간 시장(시청자는 TV 방송을 공짜로 보지만 기업이 광고를 사서 비용을 대는 것)' 같은 것이 20세기 모델이다. 하지만 이것은 제한적인데다 기본적으로 광고에 의존하는 것이어서 이것만으로 인터넷 경제를 뒷받침하기는 어렵다. 21세기의 공짜 비즈니스 모델은 '프리미엄(Freemium)'이다. 보다 지속 가능한 모델이다."

―프리미엄 모델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디지털화할 수 있는 제품의 한계 생산 비용은 제로(0)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값은 마음대로 매길 수 있다. 제로에서부터 무한대까지 말이다. 이런 시대에 가장 현명한 방법은, 공짜로 해서 효과적인 일―예를 들어 제품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일―에는 공짜 버전(version)을 제공하되, 그 중 일부를 유료화해서 소수의 사용자로 하여금 돈을 지불하게 하는 것이다. 일종의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 전략이다.”

‘프리미엄(Freemium)’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 크리스 앤더슨이 직접 종이에 그린 그림. 흔한 일용재와 대중상품, 일반적인 것, 범용품 같은 것은 치열한 경쟁으로 값이 공짜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흔하지 않은 것, 예를 들어 고급 양품점의 옷이나 틈새 상품, 특별한 것, 맞춤형 제품은 이용자는 적지만, 매우 비싸게 팔린다. 공짜경제 시대에 살아남는 해법이다. 오른쪽 위의 그림은 공짜경제의 중력 때문에 하나의 산업이 망하고 새로운 산업이 생성되는 ‘창조적 파괴’에 대해 설명하며 그린 그림이다.
―예를 든다면?

“와이어드 잡지의 경우 인터넷으로는 콘텐츠를 공짜로 제공한다. 이렇게 공짜로 보는 사람이 1400만명이다. 정기 구독을 하면 연 12달러이니 월 1달러인데, 구독자가 80만명이다. 가판대에서는 한 권에 5달러에 파는데 9만명이 이렇게 사본다. 그런데 나아가서 20달러 버전, 99달러 버전, 1000달러 버전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와이어드 클럽’이란 것을 만들어서 누가 편집장인 나랑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비싼 돈을 내게 만들 수도 있다.”

■공짜의 심리학

―공짜경제 시대에 돈을 버는 법, 뭔가 공통의 공식 같은 게(rule of thumb) 없을까?

“불행히도 없다. 제품에 따라 모두 다르다.”

―요즘 한쪽에서는 당신이 말한 대로 공짜 상품과 서비스가 널려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수백만원짜리 핸드백과 자전거가 불티나게 팔린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그는 종이에 그래프 하나를 그렸다. C1면의 그림 참조) 그리다 보니 롱테일과 비슷해졌는데, 우연은 아니다. 왼쪽, 즉 공짜 부분에 있는 것은 일용재(commodity)와 대중(mass), 일반적인 것(general), 범용품(one size fits all)이다. 반면 오른쪽은 희귀한 것(scarcity)과 부티크(boutique), 틈새(niche), 특별한 것(specific), 맞춤형(tailored) 같은 것들이다.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그는 어떤 예를 들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CNN 같은 것은 내게 특별하지 않다. 그게 없으면 BBC, NBC로 가면 된다. 하지만 나는 ‘메이크(MAKE·과학잡지)’라는 잡지는 돈을 주고 사본다.”

그는 책에서 프리미엄 모델의 사례 중 하나로 강연을 들었다. 예를 들어 저명인사 초청 콘퍼런스로 유명한 학술 기관 ‘테드(TED)’의 강연은 인터넷 동영상으로 공짜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실제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장당 6000달러를 지불한다. 물론 온라인 콘텐츠를 보는 것과 직접 강연에 참석하는 것이 같을 순 없겠지만, 프리미엄(premium)의 대가가 너무 크다는 느낌도 든다.

이에 대해 묻자 앤더슨 편집장은 “강연에 참석하는 것은 단순히 강연장에 앉아 있는 것 이상의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단 밖에서 일어나는 일도 중요하다. 유명인과 복도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때로는 식사를 같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쨌든 시장이 그만큼 가치를 지불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시장이 기꺼이 값을 치른다면, 정의상 그것은 성공적인 가격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공짜의 심리학’ 부분이었다. Weekly BIZ 독자를 위해 그에게 요약정리를 부탁했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1월 3일자 위클리비즈 인터뷰)가 이런 실험을 했다. 15센트짜리 초콜릿과 1센트짜리 초콜릿을 각각 피실험자들에게 팔았다. 그러다가 값을 각각 1센트씩 낮췄다. 그래서 하나는 14센트가 되고, 하나는 공짜가 됐다. 값의 차이는 여전히 14센트로 같았는데도, 하나가 공짜가 되자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게 공짜의 힘이다. 우리는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여러 가지를 고민한다. 뭔가 손해를 보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공짜가 되면 손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공짜의 진정한 힘은 ‘심리적 거래 비용(mental transaction cost)’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공짜가 아니지만, 앞으로 공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엇으로 보나?

“의료 관련 산업일 것이다. 보다 많은 정보와 보다 나은 소프트웨어가 일을 쉽게 만들 것이고, 이로 인해 공짜로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신 값비싼 의사들의 시간은 보다 특화된 일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세무 회계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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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산업의 미래

―공짜경제 시대에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 중에 미디어산업이 있다. 나 같은 기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나도 미디어산업에 종사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위협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한다. 프리미엄(Freemium)이 올바른 해답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라. 매우 대중적인 콘텐츠는 공짜로 주고 광고로 돈을 번다. 반면 보다 특화되고 특수한 콘텐츠는 직접 요금을 부과한다. 조선일보처럼 1등 신문이라면 이런 프리미엄 모델이 매우 잘 먹힐 수 있다. 어떤 것을 공짜로 주고, 어떤 것을 그렇게 하지 않을지가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그것이 나아갈 길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는 “당신 같은 기자의 입장에서는 공짜경제가 더더욱 위협이 아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글로벌 청중(global audience)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영어를 쓰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만일 영어를 쓴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당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갖고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당신은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청중을 모을 수 있다. 그리고 엄청난 명성이라는 자본(reputational capital)과 엄청난 관심의 자본(attention capital)을 얻을 수 있다. 저널리스트로서 당신의 도전은 어떻게 그것을 돈으로 바꾸느냐는 것이다. 당신은 이제 유명인사다. 공짜가 당신을 유명인사로 만들어준 것이다. 당신들이야말로 한국의 비즈니스모델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기적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글로벌 청중에게 다가가라.”

이역만리에서 뜻하지 않게도 기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 그리고 기자 자신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받으니 좀 묘한 느낌도 들었다.

―루퍼트 머독(Murdoch) 뉴스코프 회장이 구글과 같은 사이트를 ‘신문사 뉴스를 도둑질해 돈을 버는 기생충’이라고 하면서 모든 온라인 뉴스를 유료화하겠다고 했다. 그가 성공할까?

“그가 말한 의미는 모든 콘텐츠에 요금을 매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콘텐츠가 저마다 요금 모델이 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어떤 것은 무료로, 어떤 것은 유료로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편집자 주). 결국 그들이 말하려는 것은 프리미엄(Freemium)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80%는 공짜로 제공하고, 20%는 유료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공짜 버전을 모두 없애자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머독은 구글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사실 머독이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끊을 수 있다. 모든 웹사이트엔 ‘로봇 배제 표준 파일(robots.txt)’이란 게 있다. 구글에 뉴스 제공을 차단하려면 신문사 사이트의 ‘robots.txt’ 파일에 ‘google.com’이라고 치면 된다. 그걸로 끝이다. 머독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단 10글자만 쳐넣으면 된다. 머독이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라.”

―글쎄, 왜 그럴까?

“그가 (사실은) 구글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엄청난 트래픽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robots.txt’에 ‘google.com’을 넣는 순간 트래픽의 절반이 하루아침에 날아갈 것이다.”

(앤더슨의 예상과 달리 이 인터뷰 며칠 후 머독은 로봇 배제 표준 파일을 작동시킴으로써 구글의 검색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단, 시행 시점은 내년 6월로 미루었다.)

■공짜 버전이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하라

―많은 기업인들이 공짜경제 시대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팁을 준다면?

“어제 버라이존(Verizon·미국의 통신회사)과 모토로라가 새 휴대폰 ‘드로이드(Droid)’를 발표했다. 이 전화기엔 GPS 칩이 들어 있어 이용자가 길을 걸어가면 방향 안내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구글이 위치 정보를 공짜로 제공한다. 지금껏 가민(Garmin) 같은 회사들이 자동차 같은 데다 GPS 장치를 달아주고 돈을 벌었는데, 하루아침에 이게 공짜가 되어버린 것이다. 1000억달러 산업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다.

무언가 디지털화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공짜 버전이 나오곤 만다. 결국 당신의 숙제는 어떻게 공짜와 경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짜 버전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제공하라. 아이튠즈(iTunes·애플의 온라인 음악 판매 사이트)가 제공한 것은 편리함이었다(여전히 인터넷에서 공짜로 음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지만, 아이튠스를 이용하면 편리하기 때문에 한 곡에 99센트를 주고 이용한다는 의미·편집자 주). 제품을 파는 시대에서 서비스를 파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공짜 버전이 기존 산업을 그토록 쉽게 파괴할 수 있다니 무섭다. 불법적인 측면은 없는가?

“불법? 당신은 경쟁에 반대하는가? 이제 정보는 일용재가 됐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이것은 이제 게임의 룰이 됐다. 기술은 독점을 존중하지 않는다. 스카이프가 나와서 장거리 전화가 이제 공짜가 됐다. 이게 좋은가, 나쁜가? 미국에선 기업보다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공짜경제의 부작용은 없는가?

“공짜는 어떤 산업에서 이익을 빼앗아가지만,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기도 한다. 신문산업을 보라. 크레이그리스트(미국의 인터넷 안내광고 사이트)가 나오면서 신문의 안내광고 시장을 거의 제로로 만들었다.”

―창조적 파괴인가?

“그렇다.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당신은 ‘불법 복제와 같은 해적 행위(piracy)는 지적재산권 소유자가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니라 수입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절도와 다르다’고 했다. 해적 행위에 대해 관대한 듯하다.

“나는 해적 행위가 옳은 일이라고 하지 않았다. 내 말은 그것을 멈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신의 이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유튜브나 트위터 같은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튜브는 구글이 인수했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다. 구글은 ‘유튜브가 금년 내에 이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트위터의 경우는 종업원이 40명밖에 안 된다. 조금 큰 식당 정도이다. 돈을 벌기로 작정하면 쉽게 돈을 벌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의 비즈니스모델을 왜곡시키지 않기 위해 그러지 않고 있을 뿐이다.”

―금융위기는 인터넷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거의 제로이다. 인터넷 보급률, 트래픽, 시간당 유저 수 등을 보면 경기 침체의 영향을 볼 수 없다. 휴대전화와 디지털TV도 그렇다. 인터넷은 이제 겨우 시작이고, 어린아이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산업의 성숙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이르다.”

■다음에 낼 책은 ‘제조업의 민주화’에 대한 것

―다음번에 낼 책은 어떤 내용인가?

“새로운 산업 혁명을 다루려고 한다. 지난 10년은 새로운 사회적 모델의 실험장이었다. 온라인 세상에서 말이다. 앞으로의 10년은 거기서 배운 것을 실제 세계에 적용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인터넷은 물론, 제조업에서도 롱테일 이론에서 말한 것들이 일어난다. 지금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출판하고 방송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처럼, 앞으로 제조업에서도 누구나 물건을 만들고 팔 수 있게 된다. 지난 3~4년간 중국 사업가들은 웹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그래서 이제 소량 주문 생산을 소화해 낸다.”

그는 “예를 들어…”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서 조그만 박스 하나를 들고 왔다. 뭔가 제품이 들어 있는 포장이었다.

“내가 만드는 로봇 풍선이다. 원격 자동 조종되는 무인 비행 물체인데, 매우 정교한 전자기술로 만든다. 하지만 나는 공장도, 직원도 없다. 컴퓨터로 디자인해서 중국 공장에 주문하면 4~5일 이내에 받을 수 있다. 200개라면 소량 주문인데도 그들은 기꺼이 만들어준다. ‘제조업의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아웃소싱의 개념 같다.

“부분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요점은 그것이 개인 차원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분야에까지 아웃소싱이 확산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와이어드의 편집 방향에 대해 물었다. “와이어드는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관한 잡지다. 기술은 막강한 무기이고, 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해 세상을 바꾼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려고 하는 스토리이다. 나는 산호세보다 서울에 관심이 많다.”

그는 연간 40만㎞ 이상을 여행한다고 했다. 서울과 부산을 500번 가까이 왕복하는 거리다. 지난 열흘 동안에도 코펜하겐과 헬싱키를 포함해 세계 10개 도시 이상을 여행했다. 왜? 그는 “과학 소설가인 윌리엄 깁슨(Gibson)이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고 한 것처럼,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앞으로 엄청나게 커질 무엇인가를 발명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중요해질 것들의 씨앗을 보고, 듣고, 인식하는 것 이것이 내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사무실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약속한 1시간이 지나자 그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기자가 짐도 싸기 전에.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의 실제 사례들

· 30일 무료, 그 이후 유료 전환: 세일즈포스
· 컴퓨터 간의 통화는 무료, 컴퓨터와 전화 간의 통화는 유료: 스카이프
· 데모용 소프트웨어는 무료, 완전판은 유료: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
· 웹 콘텐츠는 무료, 인쇄 콘텐츠는 유료: 잡지와 서적 등 많은 상품
· 서적의 일부 콘텐츠는 무료, 서적은 유료 판매: 구글의 북서치를 이용하는 출판업체들
· 사진 공유 서비스는 무료, 저장 공간이 더 필요시 유료 판매: 플리커
· 일반적인 경영 정보는 무료, 맞춤 경영 정보는 유료: 맥킨지와 맥킨지저널
· 가상 관광을 무료 제공하고, 가상 토지를 유료 판매: 세컨드 라이프

자료: 프리(Free)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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