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스토리] 열혈장사꾼 '매왕' 실제모델 박상면 영업이사
2009-08-27 15:14



◇'열혈 장사꾼' 매왕의 실제 모델인 기아자동차 박상면 이사. 그는 "내 경험이 다른 분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래 그림은 만화속 매왕 캐릭터.
 "박인권 화백 덕분에 유명인사가 됐지요.(웃음) 연재가 끝나니까 허전해요. 뭐 하나가 없어진 기분입니다."

 기아자동차 영등포지점 박상면 영업이사(56).

 스포츠조선에 지난달까지 절찬 연재됐던 박인권 화백의 장편극화 '열혈 장사꾼'에 등장하는 매왕(賣王)의 실제 모델이다. 만화 속에서 항상 두루마리 차림으로 나타나 주인공 하류에게 상도(商道)를 전수했던 신비의 인물은 실제론 친절한 미소가 각인된 '영업의 달인'이었다.

 '열혈 장사꾼'의 자료수집 단계에서 박 화백은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2007년 봄, 박 이사를 만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1985년부터 1993년까지 9년 연속 판매왕이라는 화려한 이력, 작품에도 수차례 에피소드가 인용됐지만 살아온 삶 자체가 드라마였고, '열혈 장사꾼'의 화두였던 '차가 아니라 마음을 팔아라' 역시 그의 좌우명이었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젊은 시절 산전수전 다 겪었다. 포장마차, 돼지농장, 분식집 등 총 18가지 직업을 전전했다. 그러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모 대기업 임원실을 무작정 쳐들어가 '저를 좀 써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저 사람 끌어내"라는 '잡상인 취급'. 그때 그는 그 임원에게 "이러지 마라, 내 발로 나가겠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다 신문에서 기아자동차 사원 공고를 봤다. 원서를 놓고 기다리는데 감감 무소식. 급한 마음에 한번 더 용기를 냈다. '열혈 장사꾼'에도 묘사됐지만, 당시 김선홍 회장실을 무작정 쳐들어가 "한번 믿고 써주시면 반드시 뭔가를 보여드리겠다"고 호기롭게 외쳤다. 김회장은 순간 당황했지만 그의 기백을 높이 샀다.

 입사후 1년4개월만인 1985년 그는 첫 판매왕에 올랐고, 자신을 박대했던 대기업 임원을 찾아가 과거사를 회상시켰다. 그 임원은 깜짝 놀라며 회사차를 모두 기아차로 바꿨다고 한다.

 만화가 연재되면서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고, 강의 요청도 쇄도했다. 한 모임에서 만난 재일교포 교수는 인터넷으로 '열혈 장사꾼'을 열심히 봤다며 사인해달라고 해 그를 당황시켰고, 대전의 물리치료협회에선 버스 2대에 회원들을 싣고 올라와 그의 강의를 들었다. "솔직히 인생을 잘못 산 것 같지는 않아 흐뭇했다"며 헛헛하게 웃었다.

 그는 어떻게 매왕이 됐을까?

 "절대 차를 팔겠다고 내색하면 안돼요. 심지어는 이번에 사지 말고 다음에 사라고까지 합니다."

 대신 손님이 꺼내는 화제에 적절하게 호응한다. 이러기 위해 매일 아침 신문 3개를 꼼꼼히 읽는 것은 기본.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차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시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철저한 애프터서비스. 한번 차를 산 고객에 대해선 경조사를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 차 관리, 인생상담까지 '밀착마크'한다. 일과표에 빼곡히 할 일을 적어놓고 날마다 고객감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약 4100대를 팔았다. "전성기 때는 한달에 30여대 꼴로 팔았는데 사실 직접 판 것은 5,6대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다 기존 고객들이 '새끼를 쳐준' 거지요."

 한번은 한 고객이 강원도에 왔는데 급히 돈 50만원만 보내달라고 하더란다. 그는 망설임없이 "빨리 계좌번호 부르시라"고 했고, 나중에 그 고객 덕에 23대를 더 팔았다. 오죽했으면 아내가 "당신한테 걸리면 헤어날 수가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실 영업에는 공식이 없어요. 있다면 진심을 담아야 한다, 정도지요."

 '열혈장사꾼'은 오는 10월 KBS2TV를 통해 22부작 미니시리즈로 방영될 예정이다.

 < 김형중 기자 h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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