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슈퍼가 이끄는 쇼핑혁명… 호응 뜨겁다



[동아일보]

#1 “10분 남았습니다. 싱싱한 갈치가 지금부터 딱 10분간 타임세일 합니다.” 타임세일 공고를 본 주부 최모 씨(31·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마음이 바빠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갈치를 저렴하게 살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씨는 얼른 갈치 한 마리를 집어 장바구니에 담은 뒤 내친김에 큼지막한 수박 한 통도 골랐다. 그런데 잠깐, 최 씨의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지 않다. 최 씨는 부지런히 마우스로 컴퓨터 화면 속 고등어와 수박 사진을 끌어와서 역시 화면 아래 있는 장바구니 그림 안에 담을 뿐이다. 그는 오프라인 마트가 아닌 인터넷을 활용한 ‘e슈퍼’로 장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2 서울 신세계 이마트 성수점에서는 온라인으로 고객의 주문을 접수한 구매대행직원(피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문명세서를 출력한 식품 담당 김정택 피커는 매장으로 나가 주문받은 대로 우유, 소시지, 마요네즈 등을 차례로 대형카트에 옮겨 담았다. 각 식품의 바코드를 휴대용 스캐너로 읽자 누가 주문한 물건인지가 스캐너 화면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했다. 적정 보관온도별로 냉동 및 냉장고와 상온으로 별도 보관돼 있던 물건은 배송차량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포장담당 직원(패커)이 고객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종이상자로 빠르게 옮겨 담기 시작했다. 주문을 받아서 배달요원이 고객의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울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세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장바구니 없는 쇼핑’ 매출 껑충

최근 대형마트가 마우스 클릭만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모든 상품을 고객의 집까지 당일 배송하는 ‘e슈퍼’를 의욕적으로 강화하고 나서면서 장바구니 없는 쇼핑 시대가 열리고 있다.

e슈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은 뜨겁다. 2000년 개관한 ‘사이버이마트’를 대폭 손질해 5일 재개관한 e슈퍼 ‘이마트몰’은 재개관 보름 만에 매출이 전년 대비 51.7%나 뛰었다. 보름 동안 이마트몰에 신규 가입한 고객만 8만여 명. 이 수치는 매일 5000여 명씩 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선 구매대행 및 배송인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몰려 배송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다. 안철민 이마트 e고객관리팀장은 “현재 수도권에서 하고 있는 1일 10회 배송을 올해 말까지는 비수도권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e슈퍼 ‘홈플러스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홈플러스도 지난해 인터넷쇼핑몰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117%였다. 인터넷쇼핑몰 매출은 2007년 210억 원, 2008년 460억 원에서 지난해는 1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개점 초기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피커도 현재 47개 매장에 300여 명이 배치돼 있고 올해 안에 420여 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차 없어

대형마트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e슈퍼는 기존에 보관 및 배송상의 문제 등으로 본격적으로 취급하지 못했던 신선식품을 대폭 늘리고 배송체계를 혁신하면서 기존의 온라인쇼핑과는 체질부터 달라졌다. 구매 가능한 신선식품 종류가 오프라인 매장과 사실상 차이가 없을뿐더러 육류나 생선의 경우 원하는 부위는 물론이고 손질법에 따라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주문 시스템이 정교해졌다. 최근 e슈퍼를 처음 이용했다는 정수빈 씨(33·여·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물건에 딸려 있는 증정품은 물론이고 쿠폰까지 세심하게 배달해 줘 직접 마트에 다녀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고객이 오프라인에서 장을 볼 때와 e슈퍼를 이용할 때 상품의 가격 차는 없다. 구매금액과 배송시간대별로 1000∼4000원의 구매대행료를 내야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각종 할인행사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체계화된 배송 시스템은 e슈퍼 성장의 중요 동력이다. 고객 주문 접수와 동시에 컴퓨터 프로그램이 배송기사에게 최적의 배송경로를 계산해 할당해 준다.

e슈퍼는 고객층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홈플러스 인터넷쇼핑몰은 2002년 시작 당시 6%였던 남성 고객 비율이 2010년 현재 17%로 늘었다. e슈퍼는 젊은 여성 고객 확보에도 효과적인 무기다. 이마트몰 고객의 40% 가까이가 26∼35세 여성으로 26∼30세가 20%, 31∼35세 여성이 19%에 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e슈퍼가 오프라인 고객을 단지 온라인으로 이동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하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온-오프라인 통합, 제휴 가속화

고객을 빼앗겨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존 홈쇼핑 업체들은 e슈퍼에 비해 취약한 신선식품 부분 강화에 나섰다. CJ오쇼핑은 지난달 농협 하나로클럽을 자사의 인터넷 쇼핑몰에 몰인몰(Mall in Mall) 형태로 입점시켰다. 농협하나로클럽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해 온라인 신선식품 구매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옥션 같은 인터넷쇼핑몰들도 수도권 일대에 신문 보급망을 활용해 광고 전단을 배포하는 등 오프라인 마케팅까지 불사하며 대형마트와의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중앙대 이정희 교수(산업경제학)는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느 한쪽만 치중하는 유통업체는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중고가(中高價) 제품 위주인 백화점은 제한적인 타격만 입겠지만 식품과 잡화 등을 주로 취급하는 동네슈퍼나 TV홈쇼핑의 온라인쇼핑몰 등은 e슈퍼의 성장으로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이미하 인턴기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