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몸’ 축구선수의 비애
#장면2 7월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현대 미드필더 김형범(26)이 오른쪽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지난해 11월 발목 부상 뒤 232일 만에 복귀한 김형범은 이날 경기 시작 10분 만에 무릎 인대를 다쳐 시즌을 접었다.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상대 팀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최근 무릎 수술을 받은 그는 “몸도 아프지만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다는 사실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몸도 아프지만 마음도 아파요”
70%이상이 발목-무릎 집중… 주전경쟁 중압감 심해
좌우로 몸 흔들며 드리블하는 호나우두형 부상 많아
○ 부상, 피할 수 없는 숙명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사는 축구 선수들에게 부상은 숙명이다. 축구인들은 “축구 선수의 부상은 완치되지 않는다. 단지 호전될 뿐”이란 말을 한다. 전 대표팀 트레이닝 닥터 나웅칠 박사의 석사 논문 ‘축구 선수의 운동 부상에 대한 임상적 양상과 부상관리 행태’(1994년)에 따르면 조사 당시 국내 프로축구 선수 161명 가운데 159명이 발목, 무릎 등 신체 부위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는 다른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부상 위험이 더 크다. 송준섭 대표팀 주치의는 “넓은 그라운드에서 90분 동안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데다 선수들끼리 예상치 못한 충돌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BS 신연호 해설위원은 “축구는 방향 전환, 속도 변화 등이 특히 심한 운동”이라며 “달리면서 공을 차는 등 몸에 무리를 주는 이중적인 동작이 많은 것도 부상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축구 선수들의 부상은 70% 이상이 발목과 무릎에 집중된다. 그러나 넓적다리, 허리, 머리 등 신체 어느 부위도 안전지대는 없다.
○ ‘유리몸’ 선수들…이유도 가지가지
축구 선수 중에는 특히 부상에 취약한 ‘유리몸’들이 있다. 잦은 부상에 영향을 끼치는 한 요인은 플레이 스타일. 좌우로 심하게 흔들며 드리블하는 브라질의 호나우두는 부상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관절의 유연성, 근육의 질 등이 선천적으로 부실해 부상 위험에 노출된 선수들도 있다.
심리적인 부분도 부상에 한몫한다. 대한축구협회 김동기 기술분석위원은 “부상을 한번 당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동작을 꺼리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몸의 균형이 무너져 다른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부실한 초기 대응은 잦은 부상을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다. 부상을 달고 뛰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몇 배 높아진다는 게 김현철 대표팀 주치의의 설명이다.
○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요
부상당한 선수들의 고통은 얼마나 심할까. 얼마 전 무릎 부상으로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은 한 프로축구 선수는 “경기장에 쓰러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질 만큼 아팠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송준섭 주치의는 “보통 비명소리로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부상 정도를 파악한다”며 “특히 3대 고통으로 불리는 인대, 뼈, 관절 부위 부상을 당하면 며칠 동안은 아파서 잠도 못 잔다”고 전했다.
마음의 고통은 몸의 고통보다 더 크다. K리그 경남 FC의 조광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부상당한 선수들의 90% 이상이 주전 경쟁 등에서 오는 중압감으로 심리적 공황 상태를 겪게 됩니다. 감독으로선 마음의 안정을 주고 싶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죠.”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호나우두-오언, 최전방 공격수
“그는 신의 재능을 얻었지만, 인간의 몸을 받았다.”
20대 초반에 세계 축구판을 새로 짰다. 프로와 대표팀을 가리지 않고 그가 뛰는 팀은 어김없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월드컵 통산 최다 골(15골), 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 최다 수상(3회), A매치 62골, 유럽리그 212골.
그러나 그의 무릎은 그가 자랑하는 엄청난 순간 스피드와 화려한 방향 전환을 견뎌내지 못했다. 부상과 재기를 거듭하던 그는 현재 고국인 브라질리그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축구의 신’ 호나우두(33·코린치안스) 얘기다.
유명 축구선수 가운데는 호나우두처럼 부상을 자주 당해 팬들을 안타깝게 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 해설위원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현역 유리몸(부상을 많이 당하는 선수) 베스트 11’을 선정했다.
호나우두와 짝을 이룰 최전방 공격수는 마이클 오언(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9세 때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원더보이’ 돌풍을 일으킨 오언은 2002년 종아리 부상 이후 6년 동안 20번이 넘는 부상을 당했다.
측면 미드필더엔 아르연 로번(25·바이에른 뮌헨)과 해리 키웰(31·갈라타사라이)이 포진한다. 로번은 지난 시즌에만 9번 부상당했다. 키웰은 2003년 리버풀에 입단한 뒤 부상으로 5년간 12골을 넣는 데 그쳤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토마시 로시츠키(29·아스널)와 오언 하그리브스(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빼놓을 수 없다. 로시츠키는 우아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로 ‘그라운드의 모차르트’란 별명을 얻었지만 넓적다리, 사타구니, 햄스트링, 무릎인대 등을 다쳐 ‘움직이는 종합병동’으로 더 유명하다. 하그리브스 역시 고질인 무릎 부상으로 그라운드에서 만나기 힘든 선수다.
수비 라인엔 애슐리 콜(29·첼시)과 시시뉴(29·AS로마)가 측면에, 알레산드로 네스타(33·AC밀란)와 레들리 킹(29·토트넘 홋스퍼)이 중앙에 위치한다. 콜과 시시뉴는 무릎, 발목이 안 좋다. 이탈리아의 네스타는 지난 시즌 허리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킹은 1999년 1군 무대에 데뷔한 이래 풀타임을 소화한 시즌이 2번에 불과하다. 골키퍼로는 지다(36·AC밀란)가 꼽힌다. 브라질 대표로 활약했던 그는 넓적다리, 오른쪽 어깨 등을 다쳐 소속 팀을 애태우고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Sports/more10/3/all/20090930/8815686/1#csidx2b31cdee74557b5bebc28b07d3bf2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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