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트렌드]무너진 패스축구, 더 빨리-많이 뛰어야 이긴다
김가을 입력 2018.07.02. 16:44 수정 2018.07.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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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의 물줄기가 바뀌고 있다.
앞선 두 차례 월드컵을 호령했던 스페인과 독일이 무너졌다. 스페인은 남아공에서, 독일은 브라질에서 각각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축구 강국이다. 두 팀은 '패스 플레이'를 앞세워 세계 축구계를 이끌었다. '티키타카(tiqui-taca)'로 대표되는 스페인 축구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스페인과 독일은 그 믿었던 패스 플레이에 발등을 찍혔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독일의 조별리그 탈락은 1938년 이후 80년 만이다. 스페인은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16강에서 짐을 쌌다. 이들의 기본 플레이스타일은 4년, 8년 전과 변함없었다. 스페인(2294회)과 독일(2013회)은 조별리그에서 32개국 중 가장 많은 패스를 하며 경기를 풀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안정환 해설위원의 말처럼 '티키타카의 종말이 스페인의 탈락으로 인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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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뛰어야 이긴다
스페인이 무너진 경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은 1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러시아와의 러시아월드컵 16강에서 연장혈투 끝에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승부차기 끝에 3대4로 패했다.
눈에 띄는 것은 패스 횟수와 활동량이다. 스페인은 무려 1137회 패스를 시도, 91%의 성공률을 선보였다. 월드컵 역사상 한 경기에서 1000회 이상 패스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러시아는 284회 시도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승리는 146㎞를 뛴 러시아가 챙겼다. 스페인은 137㎞를 달렸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48경기 중 승패가 갈린 경기는 39차례. 이 가운데 패스 횟수에서는 밀렸지만, 활동량으로 상대를 제압한 경우는 10차례다. 더욱 눈 여겨 볼 점은 '이변'으로 꼽힌 경기 대부분이 활동량으로 승리를 챙긴 케이스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는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5골을 몰아넣으며 승리했다. 당초 접전이 예상됐지만,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승을 거뒀다. 당시 러시아는 118㎞를 달리며 사우디아라비아(105㎞)를 압도했다. 러시아는 2차전에서도 115㎞를 뛰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모하메드 살라가 버틴 이집트(110㎞)를 꺾었다. 반면 우루과이와의 3차전에서는 단 98㎞를 뛰는데 그쳤다. 우루과이(101㎞)가 3대0 승리를 챙겼다.
일본 역시 콜롬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활동량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일본은 상대가 한 명 퇴장 당한 '수적우위'를 바탕으로 101㎞를 달렸다. 반면 콜롬비아는 93㎞를 달렸고, 결국 일본이 2대1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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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빨리진 템포, 달려야 산다
패싱 축구 팀, 상대팀의 전략은 딱 하나였다. 일단 버티고, 기회가 나면 무조건 치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스피드'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이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1788회 패스했다. 프랑스도 1556회 시도하며 만만치 않은 패스 축구를 했지만,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는 철저히 '막고 찌르기' 전략을 택했다. 객관적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 이날 경기에서 프랑스는 351회 패스했고, 아르헨티나는 547회 시도했다. 점유율에서 아르헨티나가 59%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프랑스가 4대3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킬리앙 음바페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있었다. 음바페는 엄청나게 빠른 발을 활용해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13분에는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후반에는 2골을 몰아 넣었다. 아르헨티나 수비진은 음바페를 막기 위해 3~4명이 달라붙었지만, 음바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과 독일의 최종전에서 터진 손흥민의 골도 비슷하다. 손흥민은 상대가 지친 틈을 타 50m 이상을 폭발적으로 치고 나갔다. 예상을 뛰어넘는 스피드에 독일 수비진은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했고, 손흥민은 빈 골대를 향해 쐐기골을 흘려넣었다.
물론 축구를 한가지 측면만 가지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패스 없는 축구 없고, 단순히 많이-빨리 뛴다고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 하나는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확인했듯 현대 축구의 흐름은 더 많이, 빨리 뛰는 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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