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포커스] 불황엔 박리다매… 1만원대 '착한 뷔페' 전쟁

입력 : 2015.12.24 05:55

한·중·일식에 양식은 물론 피자·떡볶이까지 뷔페로

레스토랑 빕스·비비고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한식(韓食) 뷔페식당인 '계절밥상' 매장을 올해에만 26곳 열었다. 하지만 요즘 33곳의 매장 대부분은 매일 만석(滿席)이다. CJ 관계자는 "'계절밥상'추가 오픈으로 내년에 1000억원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해 총 매출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안 매출이 정체돼있던 CJ푸드빌이 한식 뷔페 '계절밥상'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견한 것이다.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중저가(中低價) 뷔페가 성업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식·중식·일식 등 한가지 분야를 골라 집중하고 가격을 1만~2만원대로 낮춘 새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피자·떡볶이 뷔페까지 등장

한식 뷔페는 일부 술집·카페가 점심시간 영업을 위해 밥과 반찬 몇가지를 늘어놓고 뷔페식으로 팔면서 출발했다. 그러다 이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메뉴가 고급화되고 종류도 80~100여가지로 다양화됐다. 한식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데다 '집밥'처럼 질리지 않아 인기를 모은다. 이랜드그룹은 한식뷔페 '자연별곡' 매장을 최근 2년 새 48개 열었다. 신세계푸드도 작년 10월 한식뷔페 '올반'을 연 뒤 1년만에 13곳의 매장을 열었다. 최웅조 신세계푸드 부장은 "입장하기 위해 1~2시간 대기하는 손님들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스시 뷔페‘수사’(맨 왼쪽)와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식 뷔페‘계절밥상’(가운데). /김연정 객원기자·이랜드 제공

대기업들 잇따라 진출하며
다양한 메뉴에 합리적 가격

최근에는 일식·중식과 샤브샤브·피자·떡볶이까지 거의 모든 음식 분야의 '뷔페화(化)'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주목된다.

올 8월 외식사업부를 6가지 뷔페 사업으로 재편한 이랜드는 양식(洋食)과 한·중·일식 뷔페는 물론 피자와 샤브샤브 뷔페 식당을 1만~2만원대 가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윤경훈 이랜드 상무는 "2년 전 피자몰 매장 3곳을 10여가지 피자를 샐러드와 함께 무제한 먹을 수 있는 뷔페식으로 바꾸자, 이듬해 매출이 2.5배로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 기업들은 '1시간 반동안 무제한 떡볶이·사리 제공' 같은 떡볶이 뷔페 식당을 열고 있다.

과거 '패밀리 레스토랑'은 문닫아

이 같은 중저가 뷔페 붐은 소비자들의 외식 기호(嗜好)가 까다로워지는 가운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게 복합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싼값에 푸짐하게 먹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박정기 이랜드 팀장은 "뷔페도 비싼 음식을 백화점식으로 깔아놓는 방식으로는 안된다"며 "요즘 고객들은 한식 위주, 일식 위주 등 일정한 주제를 갖고 있는 저렴한 뷔페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갑 얇아진 소비자들 몰려
매출 급증하자 매장도 늘려

최근 흐름은 고가(高價)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외식사업의 대세를 형성했던 2000년대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아웃백스테이크·TGIF·베니건스 등 해외 외식업체들은 3만~5만원대 스테이크와 각종 서양 요리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패밀리레스토랑은 최근에는 인기가 크게 꺾였다. 일부 업체(마르쉐·토니로마스)는 최근 2년 새 아예 한국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화선 CJ푸드빌 부장은 "외국업체들은 국내 소비자의 입맛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가격도 낮추지 못하면서 도태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영업하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빕스(CJ)와 애슐리(이랜드) 정도다. 이 식당들은 뷔페식 '샐러드바'를 갖췄고 샐러드바에 한식을 접목하는 혁신을 시도해 살아남았다.

전미영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 교수는 "최근 가장 큰 소비 흐름은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것"이라며 "불황의 지속으로 실속형 외식을 즐길 수 있는 중저가 뷔페 시장은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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