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파리 현장르포> "넌 언제나 우리 가슴에, 절대 잊지 않을게"(종합)
테러 뒤 첫 휴일 바타클랑 공연장 등 참사현장 추모 인파 넘쳐 "이번에는 무차별 공격으로 누구나 희생자 됐다..끔찍한 일"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선 테러 희생자 추모 조종, 미사 열어연합뉴스 입력 2015.11.16. 04:44 수정 2015.11.16. 05:38
테러 뒤 첫 휴일 바타클랑 공연장 등 참사현장 추모 인파 넘쳐
"이번에는 무차별 공격으로 누구나 희생자 됐다…끔찍한 일"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선 테러 희생자 추모 조종, 미사 열어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너는 언제나 우리 가슴에 남아 있을 거야. 평화롭게 쉬고 언제나 로큰롤처럼 즐겁기를 희망해."
이슬람국가(IS) 테러로 89명이 숨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주변에 15일 정오께(현지시간) 한 20대 프랑스 백인 여성이 하얀 장미꽃을 들고 찾아왔다.
흰 스웨터를 입은 이 여성은 공연장 주변 경찰 바리케이드 앞에 놓여 있는 수많은 장미꽃과 불켜진 초, 메시지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불거지더니 결국 손을 눈가로 가져갔다.
그녀는 준비해 온 장미 꽃다발을 조심스럽게 다른 꽃들 위에 올려놓고는 이 같은 메시지가 적힌 종이를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꽃다발 밑에 두었다. 그리고 강아지와 원숭이 인형도 함께 추모의 제단에 바쳤다.
이 여성은 눈에 괸 눈물을 옷소매로 닦아내면서 50m가량 떨어진 바타클랑 공연장을 슬픈 표정으로 쳐다봤다.
"테러 희생자와 관계가 있느냐"고 여성에게 묻자 "공연을 보러 간 친구가 이곳에서 숨졌다. 너무 고통이 크다"면서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발생한 IS 테러로 129명이 숨진 뒤 처음 맞는 일요일인 15일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바타클랑 앞에는 추모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아침부터 수많은 시민이 가져다 놓은 장미꽃과 초, 메시지로 공연장 주변 경찰 바리케이드는 추모의 물결로 가득 찼다.
수십 m의 바리케이드를 따라 꽃다발이 몇 층으로 수북이 쌓여 있었으며 그 앞에서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이 켜져 있었다. 또 직접 손으로 적어온 추모의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너를 절대 잊지 않을 거야', '파리를 위한 기도', '모두 단결해 이 야만적인 일에 대항하자' 등 희생자를 기억하며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메시지들이 대부분이었다.
휴일을 맞아 바타클랑 공연장 옆에는 추모객이 끊이지 않았다.
자녀 손을 잡고 나온 부부와 연인, 노부부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했다.
유치원생들은 부모의 도움을 받으면서 고사리 손으로 초와 꽃다발을 추모 제단에 바쳤다.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에서 파리 여행을 왔다가 추모 현장을 찾은 클레르 샤르모탕 씨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언론에 대한 공격이었지만 이번에는 파리 시내나 외곽, 부자나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희생자가 됐다"면서 "끔찍한 일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샤르모탕 씨는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해서 (이슬람 신자인) 북아프리카 이주민들을 적대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초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쿠아치 형제는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면서 언론사 샤를리 에브도에 들어가 기자들에 대한 테러를 저질렀다.
경찰은 여전히 천막으로 가려진 바타클랑 공연장 주변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추모 인파로 가득찬 바타클랑 공연장 주변과 달리 이날 오후 파리 시내에 있는 이슬람 사원 그랑드 모스케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색적인 정원과 건물 양식으로 평소 주말에는 프랑스 시민과 관광객들이 수없이 많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이지만 이날 사원 앞에는 일부 주민을 제외하고는 행인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랑드 모스케는 이번 테러 역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밝혀진 이후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이 사원 앞에서 경계를 서는 경찰은 "어제부터 문을 닫았으며 언제까지 문을 닫을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사원에 있는 신학연구소 정문에는 '출입 금지, 모든 수업 취소'라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었다.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을 쓴 인도네시아 관광객 이파 씨는 "이번 테러는 이슬람 종교와는 무관한 사건이다"면서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여행 중인 이파 씨는 "테러 이후 히잡을 쓰고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지 않느냐"고 묻자 "내가 선의로 대하면 그쪽도 선의로 대할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한편 테러 희생자들을 위해 프랑스 정부가 애도 기간으로 설정한 이날 파리 노트르담 성당을 비롯해 프랑스 전국 성당에서는 조종이 울려 퍼졌다.
노트르담성당은 이날 오후 6시 약 10분간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종을 치고서 희생자 추모 미사를 열었다.
이 미사에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과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 알랭 쥐페 전 외무장관, 안 이달고 파리시장 등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sungjin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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