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이 `멘탈 관리` 받는 대치동

"입시 스트레스 이길 의지력·체력 길러야"…명상·요가학원 보내

  • 이은아,김시균,김수영,안갑성,박윤예,오찬종,황순민,홍성용 기자
  • 입력 : 2015.09.25 04:01:03   수정 : 2015.09.25 09:18:15
◆ 사교육 1번지 대치동 24시 ④ 시들어가는 아이들 ◆

"멘탈관리가 선행돼야 장기 마라톤을 잘 치러낼 수 있어요."

10여 년째 대치동에 살고 있는 안정민 씨(38)는 최근 유치원생 아들을 명상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대치동 주부들 사이에서는 '국영수 공부시키기 전에 멘탈관리부터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초·중·고로 이어지는 12년 이상의 장기 마라톤에서 자녀가 중도에 낙오하지 않도록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미리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안씨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본격 시작되는 입시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한 예방주사인 셈"이라며 "내 아들이 훗날 사춘기가 찾아와도 잘 참고 공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서 '멘탈관리 학원'이 성업 중이다. 성인이나 다닐 법한 '심신안정학원' '명상학원' '요가학원' 등에 5~6세 미취학 아동을 둔 대치맘들의 수강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

매일경제 취재 결과 대치 학원가에 이런 곳만 10곳이 넘었다.

대치동의 한 심신안정학원은 '선진국형 심신발달센터'를 자임하며 미취학 아동의 '멘탈관리'를 지도하고 있다.


'내면을 통제하는 능력과 자신감을 키워 입시 장기전에 대비한다'는 게 이 학원의 목표다. 인근 한 명상학원도 최근 어린이반을 신설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자녀에게 마음을 비우고 오래 집중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젊은 엄마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멘탈관리학원'이 성업 중이라는 건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며 "아이들에게 지나친 사교육으로 스트레스를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 심리적 안정을 위해 관련 학원에 보내는 건 오히려 자녀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별취재팀 = 이은아 차장(팀장) / 김시균 기자 / 김수영 기자 / 안갑성 기자 / 박윤예 기자 / 오찬종 기자 / 황순민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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