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코치’ 조수경 박사가 말하는 박인비 “5년간 상담 한번도 안 걸러 이런 선수 생전 처음 봤다”

이정호 기자

입력: 2013년 07월 01일 18:46:00|수정: 2013년 07월 01일 22:21:47

“역사를 눈앞에 둔 박인비는 마치 연습 라운드를 하는 것 같았다.”

미국 스포츠전문 온라인 매체 ‘더 스포츠 익스체인지’는 박인비의 마지막 날 플레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박인비는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LPGA 시즌 개막 후 메이저대회 3연승과 박세리의 한국 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5승·2001, 2002년)을 뛰어넘는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 매체는 “18번홀로 걸어가면서 잠깐 미소를 보였을 뿐”이라며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그의 정신력을 높이 평가했다.

박인비의 별명은 귀여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침묵의 암살자’다. 대회가 열리는 코스 위에서 냉정해 보일 정도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서 붙은 별명이다. 이 역시 많은 노력을 통해 얻은 결과다. 올시즌 박인비의 대성공에는 2008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은 멘탈 트레이닝 효과를 빼놓울 수 없다.

박인비는 “오늘 경기 내내 침착함을 잘 유지했다. 코스에 많은 부담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렇게 해낸 것 같다”며 “매주 멘탈 코치와 상담하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인비의 멘탈 코치는 스포츠심리 전문가 조수경(43) 박사다. 조 박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를 열어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정신력 강화와 심리 조절을 돕고 있다. 박인비와는 지난 2008년 11월 처음 만났다. 당시 US여자오픈 우승 뒤 슬럼프에 빠진 박인비는 조 박사를 찾아 도움을 청했고, 꾸준한 멘탈 트레이닝을 통해 높아진 경기력을 지탱하는 ‘뿌리(멘탈)’를 얻게 됐다.

박인비가 멘탈 코치와 어떤 트레이닝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박인비는 대회 직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코치님이 한 가지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한다. 이번 주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골프 코스에서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곤 한다”고 훈련법을 밝혔다.

조수경 박사는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멘탈 갑’ 박인비의 장점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심리 회복 탄력성이다.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탄성과 비슷한 심리학 용어다. 스트레스로 위축되거나, 들뜰 수 있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조 박사는 “처음 상담을 시작한 2008년과 비교해 괄목하게 성장해 정착 단계로 올라온 부분”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대회에서 우승이나 부진 여부를 떠나 자신의 다음 목표를 향해 포커스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매 라운드, 매 홀, 매 샷마다 적용할 수 있다. 조 박사는 “집중할 때는 집중하고, 이완할 때는 이완하는 능력이다. 박인비는 이를 생활 전반에 적용하면서 대회와 생활을 즐겁게 누릴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또 다른 장점은 낙천적인 성격이다. 박인비를 처음 만난 시점을 떠올린 조 박사는 “선수들이라면 경기가 안 풀리면 누구나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인비는 일에 대한 열정과 응원해주는 가족들의 믿음을 갖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성실함은 조 박사가 반한 매력이다. 그는 “박인비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난 5년간 멘탈 상담을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많은 선수들을 코치해왔지만 이런 선수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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