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 살수록 고향 인심 느껴지는 제주”
①10년째 제주에 둥지 튼 한지공예가 명관옥씨
2011년 10월 12일 (수) 09:10:36
-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 또는 운명적 이끌림으로 제주에 둥지를 튼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만나 그들이 바라보는 제주와 제주인, 그리고 제주에서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 ▲ 10여년 전 여행 차 제주를 찾았다가 제주에 둥지를 튼 한지공예 전시관 '예지원' 원장 명관옥씨.
- 10여 년 전 여행 차 제주를 찾았다가 제주 매력에 빠져 제주에 둥지를 튼 이가 있다. 한지공예가 명관옥씨가 바로 그다.
명씨가 제주인으로 뿌리를 내린 곳은 섶섬과 제지기 오름 등 빼어난 자연절경을 자랑하는 보목마을로, 그녀는 이 곳에 지난 2003년 한지공예 전시관 ‘예지원’을 열었다.
예지원을 찾아 문을 열자 은은하면서도 세련된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의 한지 공예품들이 눈길을 끈다.
중학교 때부터 고전 무용을 배우며 국악인으로서 삶의 마디를 채워오던 명씨는 서른 살 무렵부터 방향을 틀고 공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 예지원을 찾아 문을 열자 은은하면서도 세련된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의 한지 공예품들이 눈길을 끈다.
- 11남매 중 막내라는 명씨는 부친의 손재주를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한다. “아버지께서는 밤늦게까지 등잔불 아래서 짚신도 엮고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걸 만드셨다”며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라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지점토 공예, 목공예 등을 섭렵해오다 한지공예에만 전념한 것은 20여 년 전부터. 예지원 곳곳에 자리 잡은 작품들은 명씨가 ‘천년의 종이’ 한지와 사랑에 빠진 증거품들이다.
우리의 전통 한지를 일컬어 ‘견오백 지천년(絹五百 紙千年)’이라 한다. 이는 비단은 오백년 가지만 한지는 천년 간다는 말로 한지의 우수성을 한마디로 나타내는 말이다. 닥나무 껍질로 만드는 한지는 질감이 좋고 빛깔이 고울 뿐 아니라 질기고 보온성도 뛰어나다. - “이 같은 한지로 그림액자, 함지박, 항아리, 보석함과 같은 소품은 물론 서랍장, 옷장 등 가구까지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명씨는 “처음 제주에 자리 잡을 때만 해도 빼어난 자연환경을 벗 삼아 창작활동에만 전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변에 알음알음 명씨의 한지공예가 입소문이 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지공예 강좌를 열게 되면서 예지원은 이웃과의 친목을 도모하고 한지공예의 멋을 공유하는 사랑방이 됐다.
명씨가 진행하는 한지공예 강좌에는 학생에서 주부까지 다양한 계층, 연령층의 사람들이 참여해왔다. 특히 주부들의 경우 새마을부녀회를 비롯해 생활개선회원, 농가주부모임, 학교자모회원과 동 단위 자생단체 회원들이 수강하여 지역사회의 문화환경 개선에 한몫을 하고 있다. - ▲ 한지공예에 열중하고 있는 서귀북초등학교 자모들.
- 기자가 찾은 날도 서귀북초등학교 자모 몇 명이 섬세한 손길로 작품을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나누며 간간이 시원스런 웃음을 터뜨리던 명씨는 “이 동네에서만 10년째 살다보니 이렇게 ‘대장질’하며 산다. 하지만 처음엔 동네 분들이 다소 색안경을 끼고 저를 바라보기도 해서 이사까지 생각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동장님이 그래도 참고 살다보면 동네 분들의 진정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만류했는데 그것을 깨닫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동네 분들이 마당 잔디를 깎아주기도 하고, 앞바다에서 낚아온 생선 한 마리라도 나눠주려고 한다”며 정감 있는 이웃들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명씨의 고향은 매운 맛이 일품인 청양고추로 유명한 충청남도 청양. 명씨는 송산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송산동과 고향 청양과 자매결연에도 앞장섰다.
명씨는 “살면 살수록 고향의 인심과 너무나 닮은 이 곳 주민들이 이제는 제 피붙이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이든 지역이든 첫 인상이 중요할 때가 있다”며 “제주를 찾은 사람들이 마음 다치고 떠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또한 한지공예가로서 제주에서 살아가기에는 제반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애로사항도 토로했다. 한지공예에 대한 저변이 그리 넓지 않고, 명씨 역시 봉사활동 위주로 하다 보니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어려운 형편이다. - ▲ 명관옥씨는 한지공예품만 아니라 천연비누 등 화장품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알음알음 이곳을 한번 방문했던 사람들은 제품의 우수성에 반해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고 한다.
- 천연 화장품 제작은 물론 강좌에도 나서고 있는 명씨는 “제주의 초목들은 다 약초”라면서 “특히 제주에만 자생하는 황칠나무는 화장품 소재로 탁월할 뿐 아니라 한지공예 마감재 역할을 하고, 한지 원료인 닥나무 역시 미백, 각질 제거, 아토피·여드름 등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활용해 화장품이나 비누 개발, 한지공예에 접목시키고 싶은 게 명씨의 바람이다.
남들에게 일중독증이라는 염려의 말을 들을 정도로 한지공예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명씨는 작품을 만들면서 밤을 새우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드러내서 요란하게 ‘예지원’을 알리거나 작품 등을 홍보하지 않지만, 우연히 한번 방문을 했던 손님들은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은 명씨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에 반해 본국에 돌아가서 입소문을 열심히 내주신다고.
앞으로는 섶섬, 뒤로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예지원에서 마을주민과 정을 나누고 한지공예에 전념하는 명씨에게 제주는 작품 활동에 영감을 주는 곳이며, 제주사람들은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벗이다.
“고향에 간들 누가 이 만큼 해주겠냐”는 명씨는 “제주는 축복받은 사람만이 살 수 있는 곳”이라며 “나 역시 제주와의 인연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지에 사랑을 쏟듯 제주와 제주인에게 큰 애정을 품고 있는 명씨의 말다웠다.
※ 한지공예 전시관 '예지원' 732-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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