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혼란이다. 우리가 두 다리로 일어선 이래, 이런 문은 대여섯 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을 때, 그때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이다. -톰 스토퍼드의 연극 <아카디아> 중 주인공 발렌타인의 대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은 상당히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라는 책제목에는 물음표가 달릴지 모르겠다. 위대한 기업이 최종목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달수도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가 그 동안 노력을 기울여온 대부분의 분야들이 사실상 종말을 예고해 왔다. 글자 그대로의 ‘종말’은 아니라고 해도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개념화가 시급해졌다. 비즈니스 세게도 절대 예외가 아닌데,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등에 관해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개념의 시대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 독창적이고, 감각적이며,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세워진 경제와 사회’라고 정의했지만, 작가는 개념의 시대가 아닌 초월성의 시대라고 약간 다르게 정의했다.
이 책은 이해당사자들은 상호의존 구조에서 작동하는 복잡한 네트워크 중 한 부분이기 때문에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잘 될 때 각각의 이해당사자들도 번영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경영서에는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런 이론을 설명한것도 없을뿐더러, 수치와 숫자로 회사의 가치를 매기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은 어이없는 말이 된다. 하지만 책에서는 회사에게 이해당사자 집단 모두를 아우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재구성하고 실제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라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막연히 울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랑받는 기업인 이케아, 코스트코, 파타고니아, IDEO, 커머스뱅크, 웨그먼스, 홀푸드 등과 같은 사랑받는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랑받는 기업들은 각 이해당사자들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될 수 있고, 다른 이해당사자들에 의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에 심혈을 기울인다. 즉 이해당사자 관계 관리SRM가, 오로지 판매촉진만을 위해 고객 데이터만 관리하는 고객 관계 관리CRM보다 주주들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한 이해당사자에 대해서 프리먼은 ‘기업이 목표를 성취하는 데 있어 영향을 받거나 받을 수 있는 어떤 집단 혹은 개인’이라고 정의했다.
다니엘 핑크가 <새로운 미래가온다> 말한 좌뇌(이성)의 시대에서 우뇌(감성)의 시대로 오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정신적 보상의 되고 싶어하는 일을 찾고, 자기가 하는 일을 소명 또는 더 높은 요구에 답해 주는 무언가로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직원, 손님 예외없이 기업에 그런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좋은 물건 이상의 정서적인 가치 나눠줄려고 노력한다.
이런 감성이 현대문명에 중요한 것일까? USC대학의 뇌와 창의력 연구소의 다마시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그것을 인지하든 못하든, 감성은 일반적으로 최종 결정권을 가진다고 한다. 감성은 특정한 해동을 하도록 잡아끄는 본능적인 자극-의식적인 정신과는 상관없는 경우가 많은-이라고 한다. 이성보다 감성이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사랑받는 기업으로 나아가야함은 틀림없는 목표가 되어야 하지않겠는가.
사랑받는 기업들은 어떻게 관료주의적, 통제중심적 방식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사랑받는 기업들은 복잡적응 시스템을 지배하는 자연법칙을 찾아냄으로써 과거의 방식을 넘어설 수 있었다. 복잡적응 시스템이란 여러 가지 실체들이 진화의 필요와 환경적 변화에 대응하면서 게속 만들어지고 또 새롭게 만들어지는 자가 구성 네트워크를 뜻한다.
이렇게 사랑받는 기업들을 보면 복지에 많은 돈을 쏟다보면 이익과는 거리가 멀 것 같지만, 높은 급여와 복지로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낮아진다. 역설적이지만 직원 모집과 교육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 생산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들은 브랜드 자산과 고객 자산을 강조하듯, 앞으로는 종업원 자산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비록 아직 대차 대조표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도 종업원들은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로 공장을 옮길 때 뉴발란스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일정 유지했다. 뉴발란스의 미국인 근로자가 시간당 15달러의 임금을 받는 동안 중국 공장에서는 같은 신발을 만드는 데에 시간당 30센트면 된다. 이런 숫자만 보고 경영하면 회사는 불행해지고 주식값은 떨어진다. 전체를 봐야한다. 시간당 15달러를 받는 직원과 30센트를 받는 직원들은 전혀 다른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런 발상이 사랑받는 기업의 발상이 아닐까?
사랑받는 기업들의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는 한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이 기업들은 직원이든, 고객이든, 혹은 다른 이해당사자이든, 모든 사람들을 숫자나 이용의 대상이 아닌 인격을 가진 개인으로 다루고 있다고 믿는다.
스타벅스, 파타고니아 그리고 컨테이너 스토어와 같은 일부 사랑받는 기업들은 가격이 높지만, 고객들에게 그들이 다시 돌아올 만큼 독특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이 쉽게 다른 곳에서 더 싼 가격을 찾을 수 있다고 해도, 그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제품을 높은 가격에라도 지불하고 구입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기업들의 제품과 쇼핑 경험을 매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업들이 있다. 삼성전자, 국민은행, 아모레퍼시픽 등등. 하지만 과연 이런 기업들이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인지는 아직까지 정답을 내릴 수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제품과 서비스가 좋아서이지, 고객감동과 고객사랑을 몸소 체험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에 당당히 떨칠 많은 기업을 배출해 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가는 것이 남은길의 목표일 것이다.
리더들에게 경영능력이 있고 또 사랑받는 기업의 특징인 초월성이라는 비전을 갖고 종업원, 고객, 공급업체, 주주 그리고 지역사회에 봉사하고자 노력한다면 그 회사에는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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