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2015.02.08 (14:15)
- 수정2015.02.08 (14:16)
인터넷뉴스
-
홍콩의 최고 갑부이며 아시아에서 알리바바 마윈(马云, Jack Ma) 회장과 최고 갑부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기업가는 단연 홍콩의 청쿵(長江) 그룹 리카싱(李嘉誠/Li Ka Shing) 회장이다. 올해 87세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리카싱 회장은 세계 억만장자 순위 17위로, 재산이 320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 최고 갑부의 반열에 올라있는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의 재산이 137억 달러로, 77위에 올라있는 것을 보면 리카싱 회장 재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리카싱 회장은 90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주 정정하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 덕분으로 보인다. 리 회장은 알람을 정확히 오전 5시 59분에 맞춰놓고 반드시 일어난다고 한다. 전날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예외없이 일어난다. 하루 일과를 아침 6시 뉴스를 들으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골프를 1시간 반 정도 친다고 한다. 건강을 다지면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하루 나머지 일과 시간은 사업 일에 매여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보낸다.
리카싱 회장은 지난달 9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그룹 사업구조 개편안을 전격 발표했다. 리 회장은 부동산 투자회사 청쿵실업과 항만,통신 등을 주력으로 하는 허치슨 왐포아를 합병한 뒤 이를 다시 부동산과 비(非)부동산 기업으로 분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청쿵 실업이나 허치슨 왐포아 모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동산은 CK부동산(長地)이 맡고 비(非)부동산은 CKH홀딩스(長和)가 운영하는 2개의 지주사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규 지주사 본사를 카리브 해에 있는 영국령 캐이맨 제도(Cayman Islands)로 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캐이맨 제도는 알려진 바와 같이 버진 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s)나 버뮤다(Bermuda)와 함께 세계 3대 조세 회피처다. 세금을 아껴보겠다는 얘기인데 리카싱 회장은 지주사 본사 해외 이전을 놓고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리 회장은 자신의 자금을 홍콩에서 빼내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홍콩증시에 상장한 75%의 기업은 본사를 해외에 두고 있다며 그 중에는 민영기업이나 국영기업이나 할 것 없이 이런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트집 잡을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1971년 홍콩 증시에 첫 상장할 때부터 지금까지 주주의 이익을 우선 순위로 놓아왔다며 올해도 주주들에게 보너스를 더 많이 주는 걸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카싱 회장이 그룹 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뒤 리 회장의 청쿵실업(長江實業)과 허치슨왐포아(和記黄埔) 등의 주가가 연일 뛰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의 사자세가 몰린 것이다.
하지만 리 회장의 사업 구조 개편안은 더 큰 역풍을 맞고 있다. 리 회장의 발표 뒤 중화권 언론은 모두 리 회장의 ‘홍콩 엑소더스(탈출)’에 주목하고 있다. 리 회장이 홍콩 철수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언론은 없다. 오히려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언론은 지난 2년간 ‘차이나 엑소더스’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고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국 내 리 회장의 투자액은 바닷속 물방울 하나에 불과하다며 리 회장이 더는 중국인의 이상적인 본보기가 아니라고 배신감을 드러냈다.
타이완 자유시보는 리 회장이 그룹 본사를 영국령으로 옮기려고 하는 것은 중국과 홍콩의 사법제도를 신임하지 않는다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또 리 회장이 1997년 홍콩의 주권 반환 전 본사를 영국으로 옮긴 HSBC 보다 더 큰 충격을 주며 중국의 일국양제 원칙에 불신임 표를 던진 것이라며 중국과 홍콩의 미래가 비관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홍콩은 ‘리카싱의 도시’라고 말할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높다. 홍콩에는 이런 말이 있다. 홍콩 사람은 리카싱이 세운 집에 살고 그가 발전한 전기를 쓰고 그가 생산한 물을 마시고 그의 통신업체를 통해 전화하고 인터넷을 사용한다. 또 그가 운영하는 수퍼마켓에서 채소를 산다. 그래서 나온 말이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쓰면 5센트는 리카싱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리카싱 회장이 지난 2년간 중국과 홍콩의 자산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셀 차이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2013년 7월 수퍼마켓 체인 ‘바이자’를 매각하고 상하이 오리엔탈 파이낸셜센터, 베이징 잉커센터를 잇따라 처분했다. 이렇게 2013년 이후 판 부동산 규모만 250억 위안, 우리 돈 4조원에 달한다. 반면 유럽에서 돈 될 만한 회사를 인수하는 작업은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본사 이전 발표 뒤 보름도 안돼 리카싱 회장은 곧바로 영국 굴지의 철도, 통신회사 인수작업에 착수한다. 영국 3대 열차 임대업체인 '에버숄트 레일그룹' 인수 가격은 1조 7천억 원, 3월까지 인수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또 청쿵그룹 산하 허치슨 왐포아는 영국 2위 통신사인 'O2' 인수를 위한 지분 협상을 개시했다. 영국 내 4대 이동 통신사인 '쓰리'를 보유한 허치슨 왐포아가 'O2'를 인수하면 영국 내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로 부상하게 된다. 영국 유력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아시아 최대갑부가 곧 대영제국 전체를 사들일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 뿐이 아니다. 네덜란드 의약품 스토어 체인 ‘Dirx’와 스웨덴 전력망 인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리카싱 회장은 왜 중국,홍콩의 자산은 팔고 유럽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을까? 그 배경이 궁금하지만 리카싱 회장이 속내를 밝히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다만 홍콩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우선 경제적인 이유를 꼽는다.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경기 하강 압력이 더해지자 서둘러 정리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미 8%대의 고성장을 목표로 한 '바오바'(保八)를 포기한지 오래다. 중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4%로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저성장이라는 뉴노멀(New normal), 이른바 '신창타이’(新常態)에 접어들었다. 올해 중국 정부가 성장률 마지노선을 7%로 정했지만 '바오치'(保七)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5월부터 중국 주택가격이 8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리카싱 회장이 이런 흐름을 예상하고 보유 부동산을 서둘러 매각했다는 것이다.
제프리 찬 홍콩 증권업협회 회장은 인터뷰에서 홍콩 부동산 경기가 제일 좋을 때 자신의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것으로 상인으로서 그는 가격이 제일 높다고 생각할때 매각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주주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해석도 있다. 그룹 개편을 통해 저평가된 지주사의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시윙칭 홍콩 부동산 개발회사 명예회장은 현재 홍콩 증시에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기업의 가치는 하락한다고 말한다. 부동산 보유 회사 자산은 적어도 30% 저평가되고 심지어 40-50%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부동산과 분리해 상장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청쿵실업(長江實業)과 허치슨왐포아(和記黄埔) 모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서 리카싱 회장이 두 회사를 합병한 뒤 부동산 부문과 비(非)부동산 부문으로 재편해 기업 공개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비(非)부동산 지주사 같은 경우 주가가 오르면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 현지에서 더 주목하는 사업이전의 비밀은 따로 있다. 리카싱 회장으로서도 말할 수 없고 밝히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바로 베이징 지도부와의 불편한 관계다. 홍콩 언론들은 바로 이점을 주목하고 있다. 리카싱 회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관계 악화가 ‘탈 홍콩’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리카싱 회장과 시진핑 주석의 악연은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치러진 201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콩 방송 평론가로 유명한 라우란청 박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선거가 한창 무르익어갈 무렵, 시진핑 당시 부주석은 홍콩 인근 선전(深圳)에서 리카싱 회장과 만났다고 한다. 시진핑 부주석은 홍콩,마카오 업무를 관장했기 때문에 당연히 당 중앙의 입장을 전달하고 그의 책임하에 선거를 치러야하는 그때였다. 그 만남에서 시진핑 부주석은 리카싱 회장에게 렁춘잉(梁振英) 후보 지지를 당부했지만 리카싱 회장은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이는 시진핑 부주석에게 있어 항명적 행동으로 비춰졌고 관계가 틀어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리카싱 회장은 친기업 후보인 헨리탕(唐英年) 후보를 강력히 지지했다.
이런 불편한 관계는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때도 계속됐다. 리카싱 회장이 렁춘잉 행정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베이징 지도부와의 불화가 커졌다. 특히 지난해 9월 시 주석과 홍콩 경제인과의 면담자리는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제롬엔 홍콩과기대 교수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과 면담 자리에서 홍콩 경제인들이 일부 홍콩인들의 기대를 얘기할 때 민주화와 관련된 요구를 너무 많이 해서 당 중앙이 불쾌해 했다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중국인이 사업할 때 “가난하면 부자와 겨루지 않고 부자는 관료와 다투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사업을 하는 사람은 결코 국가 지도자와 다투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진핑 지도부의 강력한 반부패 정책으로 홍콩의 경영 여건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은 시간은 가고 있고 한나라 두 체제, 즉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이 2047년이면 종료된다는 것이다. 현재 외교와 국방만 중국이 행사하고 있을 뿐 홍콩은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일국양제 원칙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32년 후면 홍콩은 명실상부하게 중국의 영토로 편입된다. 이때부터는 일국양제가 아니고 일국일제(一國一制)다. 바로 중국식 사회주의가 홍콩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토지 소유권이 모두 국가 소유로 귀속된다. 이때부터는 국가로부터 사용권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홍콩에서 많은 자산을 그것도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재벌과 기업가들은 상상하기도 싫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리카싱 회장 역시 코앞으로 다가온 홍콩 본토 귀속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을 것이다. 기업들이 줄지어 떠났던 1997년 홍콩 반환 당시를 떠올리며 해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본사 해외 이전과 중국내 부동산 잇단 매각, 유럽 기업 사냥이 허투루만 보이지 않는다.
☞바로가기 [특파원 현장보고] ‘부동산 재벌’ 리카싱, 홍콩 떠나나?
'유비슈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암웨이, 앞으론 전자상거래의 시대 (0) | 2015.02.23 |
---|---|
직장상사 스트레스, 못된 직장상사와 관계 어떻게 풀까? (0) | 2015.02.22 |
'좋은 제품'보다 '좋아 보이는 제품'이 우선 (0) | 2015.02.16 |
당신의 직장이 괜찮은지 알수있는 신호 5가지 (0) | 2015.02.08 |
상사 말보다 의중 읽어야…그게 실력 (0) | 2015.02.08 |
Global Business | 떠오르는 중국 9대 도시 ① (0) | 2015.02.02 |
다단계판매원 1000만 시대 열자 (0) | 2015.02.02 |
處世의 十戒命 (0) | 2015.01.29 |
미생에서 완생으로~ 신입사원 직장생활 서바이벌 팁!! - EBS <직장학개론> (0) | 2015.01.18 |
소셜마케팅 성공하려면 구체적 목표 세워라 (0) | 2015.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