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중국내 일부 2선도시들이 1선도시들을 대신해 중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청두, 충칭, 텐진, 항저우, 우한, 난징, 선양, 다롄, 시안 등 9개 도시는 발전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지역개발의 최근 추세나 향후 계획이 중국 정부의 구조개혁 방향과 맞물리고 있어 2선도시들 중에서도 향후 5∼10년간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성장의 지역적 중심축이 2선도시들로 이동
미국, 유럽, 일본의 재(在) 중국 상공회의소가 회원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해 지난해 초 발표한 연구 보고서들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우선 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선도시’들이 아니라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2선도시들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난해 4월 유니레버가 발표한 <도시 평가 보고서>에서는 청두(成都)가 선전을 대체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심 도시(Key City)’로 선정됐다.
젊은 인재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이 1선 도시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뒤 국유기업에 취직해 그 지역에 눌러앉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미련 없이 1선도시를 떠나 대부분 2선도시에 속하는 고향 인근의 지역거점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외국기업들과 중국의 젊은 인재들은 중국 경제의 풍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경제주체들로, 경제활동의 무대를 선택할 때 각 지역의 현재 발전수준보다는 향후 발전 잠재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이들의 행태는 향후 상당기간 중국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지역적 중심축이 점차 1선도시들에서 2선도시들로 이동할 것임을 짐작케 한다.
향후 도시 발전을 좌우할 7가지 ‘전면개혁’ 과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주도하는 제5세대 지도부의 전면개혁은 2013년 11월 열렸던 제18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그 청사진이 제시됐다. 이어 지난해 5월 시진핑 주석이 공론화하여 짧은 시간 안에 중국 내 여론의 동의로 굳어진 ‘신창타이(新常態: 중국경제의 새로운 상태를 나타내는 말)’ 담론을 통해 재확인되면서 개혁 추진의 과정과 결과가 현실경제의 맥락 속에서 한층 더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지금까지 제시된 전면개혁의 과제들 가운데 지역 발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소비 주도 경제성장 ▲서비스산업 비중 제고 ▲민영경제 활성화 ▲혁신 주도형 경제성장 ▲지역간 균형발전 ▲높은 수준의 개방 ▲생태문명 건설 등 7가지를 들 수 있다.
중국에 있어 도시 발전의 제2라운드를 대표하는 2선도시들 가운데, 최근의 발전양상이나 지방정부의 정책방향을 살펴볼 때, 이러한 7가지 전면개혁 과제 추진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청두, 충칭, 텐진, 항저우, 우한, 난징, 선양, 다롄, 시안 등 9개 도시라 할 수 있다.
①소비 주도 경제성장 : 선양과 다롄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소비 볼륨 키우기에, 2011년 이후에는 소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구조적인 조건 마련에 정책 초점을 맞춰왔다. 약 4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정책의 성과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 전후 각 3년간의 소비품 소매판매 총액의 연평균 증가율을 도시 별로 비교해 보면, 선양(沈陽)과 다롄(大連) 지역이 최근 들어 소비 활력이 강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 도시들의 소비시장 성장이 큰 폭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선양과 다롄은 소비시장 성장률이 도리어 높아졌다.
특히 선양은 최근 3년간 소비시장 성장률이 15.5%로 15개 2선도시 평균(15.4%) 이상이고, 성장률의 연간 변동 폭이 작은데다, 향후 소비시장 성장에 유리한 다양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향후 중국의 소비 활력을 대표하는 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양 사람들은 전형적인 중국 동북지방 사람들로 체면을 중시하고 씀씀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선양은 2선도시 중 가장 높은 소비성향(2013년 76.5%)을 보이고 있어, 주민소득 증가가 소비시장 성장으로 이어지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2010년에 주변 7개 도시들과 함께 전통 제조업의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한 개혁시험구로 지정되어 향후 동북지역의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2선도시 중 선양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소비성향(2013년 74.5%)을 보이고 있는 다롄은 중국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국제의류박람회를 1988년부터 개최하는 등 중국 소비시장의 국제화를 선도하는 지역이다. 지역거점 기능은 약 400㎞ 떨어져 있는 선양에 못 미치지만, 발해만의 대표적인 국제항으로서 외자에 의한 산업화가 일찍이 성과를 거둔 데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온화한 해양성 기후 덕에 여행업, 호텔업 등 탄탄한 서비스업 발전 기반을 갖추고 있어 향후 소비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②서비스산업 비중 제고 : 지난과 난징
중국의 서비스산업 비중은 2013년 46.1%로 처음으로 제조업 비중을 추월했다. 1선도시의 서비스업 비중은 2007년 58.2%에서 2013년 65.1%로, 15개 2선도시는 같은 기간에 46%에서 48.6%로 각각 증가했다.
2선도시들 중 서비스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지난(濟南)으로 55.3%이며, 그 다음이 난징(南京)으로 54.4%이다. 그런데 지난은 소매업, 요식숙박업, 교통운수 등 전통적인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고, 금융, 정보서비스, 연구개발, 부동산 등 중국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현대 서비스업’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편(2013년 전체 서비스업 대비49.8%)이다. 반면, 난징은 현대 서비스업 비중이 65%에 이르며, 특히 소프트웨어, 정보서비스, 금융업 등이 중국 최고의 발전 수준에 도달해 있다. 중국 경제의 향후 발전방향을 고려할 때, 난징시가 서비스업의 발전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난징시 정부는 일찍이 2005년부터 서비스업을 적극 육성해온 결과 현재 금융, 컨벤션, 소프트웨어, 문화산업 등 4개 서비스 부문을 지역경제의 지주산업으로 발전시켰다. 난징의 금융업은 2013년 846.2억 위안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는데, 이는 장쑤(江蘇)성 금융업 GDP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컨벤션 산업에서 난징은 2013년 2510건의 회의 및 전시회를 유치하여 연간 450억 위안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1선도시들을 제외하고는 전국 최대 규모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선 2013년 2309억 위안(전국의 7.5%)의 부가가치를 생산했는데, 규모 면에서 베이징, 상하이, 선전 다음이다. 한편 문화산업도 난징시 경제의 5.4%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중앙정부는 2013년 4월 난징 시를 중심으로 우시(无錫), 창저우(常州), 쑤저우(蘇州), 전장(鎭江) 등 도시들을 포괄하는 ‘장쑤 남부지역 현대화 건설 시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화’를 키워드로 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역 발전 계획으로는 첫 번째 사례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금융, 교육, 문화,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 난징의 비교우위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③민영경제 활성화 : 항저우와 텐진
국유기업 개혁과 민영경제 활성화는 올해 중국의 중요한 개혁과제 중 하나이다. 그 기본 취지는 경제 자원을 경영 효율성이 낮은 국유기업으로부터 효율성이 높은 민영기업들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민영기업은 국유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대신 생산 효율이 높고, 고용창출 능력이 크며 혁신 능력이 강하기 때문에 민영기업이 강한 지역일수록 소비와 투자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전국공상업연합회가 매년 발표하는 <중국 500대 민영기업> 리스트를 보면, 규모가 큰 민영기업이 가장 많이 집중해 있는 도시는 저장(浙江)성의 항저우(杭州)다. 항저우에 뒤이어 텐진(天津). 난징, 충칭(重慶) 등지가 민영기업의 활력이 강하게 살아있는 곳들이다.
항저우는 원저우(溫州), 닝보( 波) 등지와 더불어 ‘동방의 유태인’, ‘대륙의 늑대들’이라 불릴 정도로 국제화 감각이 뛰어나고 협력과 양보에 능한 ‘저상(浙商: 저장성 상인)’의 전통이 강한 곳이다. 항저우시 정부는 2012년 초에 ‘저상의 창업 및 혁신 지원을 통한 항저우 발전 규획’을 내놓아 여행, 문화, 금융서비스, IT 소프트웨어, 첨단 장비 등 10개 산업에 대한 저상들의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한 해 동안 저상들의 항저우 지역 내 투자금액이 418억 위안으로 전체 외지인 투자금액의 49.5%를 차지했다. 항저우시는 저상들에 대한 투자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저상들을 위한 투자 관련 서비스센터를 2015년까지 25곳에 조성하는 등 지역 발전에 저상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항저우 민영기업의 발전은 항저우 토박이 마윈(馬云)이 1999년 창업하여 작년에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한 알리바바의 역할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알리바바 덕분에 항저우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고향’이 됐다. 중국에서 인터넷 쇼핑 몰이 가장 많은 곳은 저장성이며, 저장성 인터넷 쇼핑몰의 절반 이상이 항저우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 항저우시는 2013년 12월 알리바바그룹과 공동으로 스마트 물류, 글로벌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전략적 협력에 합의했다. 알리바바 외에도 항저우에는 중국 음식료 업계를 대표하는 와하하(娃哈哈)와 볼보를 인수한 지리(吉利)자동차그룹 등의 본사가 있다.
자료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