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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10 03:04
[사람을 조직을 운명을 바꾸는 '가치관 경영']
- 발 마사지 숍 두 곳의 차이
한쪽 직원은 자괴감에 "남의 발이나 만지는 팔자"
한쪽 직원은 자신감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사람"
이 큰 차이를 만드는 건 가치관이라는 작은 마법
가치관이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는 없었다
지금 당신의 조직엔 가치관이 있는가
- ▲ 전성철 회장은 가치관 경영을 통해 조직을 통합과 자율로 뭉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지호 객원기자
세월호는 왜 침몰했을까. 선원들은 승객들을 버려두고 왜 자기들만 탈출했을까.
그들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즉 가치관이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업에 가치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다음 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why)' '우리 회사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며 어떻게 사업할 것인가(how)' '우리 회사는 10~20년 후 어떻게 될 것인가(what)'가 그것이다. 이 세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업에서는 각각 사명(使命·mission)과 핵심 가치(core value), 꿈(비전·vision)이라고 부른다.
사명의 예를 보자. 중국 상하이에는 비슷한 구역에 발마사지 집이 2개 있었다. 업종이나 장식, 특색은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한 곳은 문전성시, 한 곳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왜 그럴까? 문전성시인 발마사지 집 사장은 직원들에게 종종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
만일 "저는 발마사지하는 사람 아닙니까?"라는 답이 돌아오면 사장은 말했다. "아닙니다. 당신은 그저 발을 주무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친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에너지를 불어넣는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일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달라졌다. 반면 옆 마사지 가게는 직원들이 자신을 '남의 발이나 주물러야 하는 신세'라고 한탄과 푸념만 했다.
비슷한 이유로 메리어트호텔의 사명은 "집을 떠난 여행자들에게 친한 친구 집에 머무는 것처럼 편안하게 한다"이고, 월마트는 '가난한 사람들도 부자처럼 마음껏 물건을 살 수 있게 도와준다', 교보생명은 '사람들이 미래에 닥칠 역경에서 좌절하지 않게 도와준다'이다. 이처럼 사명은 단순히 '싼 물건을 판다' '보험 상품을 세일즈한다'가 아니라 좀 더 숭고한 철학을 나타낸다. 이번엔 핵심 가치의 예를 보자. 소니는 '불가능에 도전한다. 새 세계를 개척한다', 삼성전자는 '인재 제일, 합리 추구, 사업 보국'을 핵심으로 정했다. 이게 모든 사업상 주요 결정의 기준이다.
그다음은 미래에 대한 꿈이다. 소니는 "일본 소비재의 이미지를 바꾸는 최고 회사",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사람의 책상 위에 개인 컴퓨터를 놓는다"를 비전으로 정하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게 성장의 원동력이자 세계 최고를 달성하는 밑바탕이었다.
萬相이 不如心相
최근 매년 30~40%씩 성장하는 국내 기업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은 말한다. "단순히 타이어를 판다?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잡일과 허드렛일을 한다는 자괴감만 쌓일 뿐이죠. 우리는 직원들에게 '자동차에서 생명을 지키는 건 타이어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반복적으로 심어줬어요. 단순한 판매원이 아닌 생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말이죠. 그러니 직원들이 당당해지고 누가 와도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잡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한다는 프라이드, 그게 타이어뱅크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봅니다."
우동의 본질은 뭘까? 국물? 건더기? 다시마? 우동의 본질은 면이다. 면이 없으면 우동이라 할 수 없다. 기업의 본질은 뭘까? 기업의 구성 요소는 건물, 자본, 기술, 특허권 등 다양하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사람'이다. '법인(法人)'이란 단어에 사람 '인(人)'자를 쓰는 이유다. 그렇다면 사람의 본질은 무엇일까? 생각이다. 생각이란 곧 가치관이다, 결국 기업은 가치관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에서는 돈보다 가치가 더 중요하다. 반대로 추락하는 기업은 돈(재무적 이익)이 가치를 압도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저자 짐 콜린스는 "모든 위대한 기업의 핵심 요소는 가치관"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만상(萬相)이 불여심상(不如心相)이란 말이 있다. 보이지 않는 생각, 마음의 모습이 사람 운명을 지배하듯 보이지 않는 가치관이 기업의 운명을 지배한다는 비유다.
세월호 얘기를 다시 하자면 그 선장과 먼저 도망친 선원들에겐 가치관이 없었다. 여객선과 선원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하게 데려다 주고, 그들에게 기쁨과 편안함을 주는 걸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에 있었던 가치 체계는 어떻게든, 부실 운영을 하든, 결함투성이의 선박을 몰든, 선객의 생명이 희생되든 오로지 이익을 남기고 자기들의 생명만 보전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 같다.
같은 운송 기관인데도 싱가포르의 지하철공사인 SMRT사는 세월호와 좋은 대비가 된다. 10여년 전 그들은 사명을 '사람들을 이동시켜주면서 삶의 질을 높인다(Moving People, Enhancing Lives)'로 정의하고, 이를 단순한 구호에 머물지 않고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매진했다. 그 결과 SMRT는 불과 몇 년 만에 안전도 99%, 정확도 98%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지하철로 자리매김했다.
기업과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직원의 가치관부터 확립해야 한다. 핵심 가치를 제대로 정립한 뒤 이를 직원들이 체화해 경영 전반에 일관성을 확립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가치관 경영이다. 이는 결국 조직 문화라는 형태로 외부에 발현된다.
- ▲ 일러스트=정인성기자
가치관 경영은 직원을 '계약적 존재'에서 '이념적 존재'로 변화시킨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약에 따라 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돈보다 의미와 보람을 찾아 자기 실현적 존재로 능동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직원 하나하나가 객차가 아니라 기관차가 되는 것이다.
가치관을 강조하면 직원 스스로 하는 일이 정말 무엇인지 깨칠 수 있고, 날마다 결정의 순간에 가치관이 뇌리에 박히면서 회사의 가치에 맞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영속적 미래 청사진 역시 가치관을 공유할 때 나오는 것이다. 단지 이런저런 숫자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가슴이 설레는 무언가가 마음과 정신에 와 닿아야 가치관 경영이 자리 잡는다.
가치관을 공유하면 업무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완화될 뿐 아니라 업무 효율성은 물론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진다.
팀워크와 단결력도 강화된다. 동료가 아니라 동지가 되는 셈이다.
IT 업체 대원CTS 정영학 전략 담당 부사장은 "가치관을 강조하고 벽에 걸어 놓으니 2년 후 직원들 태도가 하늘과 땅 차이로 변했다"면서 "처음에는 교훈처럼 느꼈지만, 이제는 자부심으로 자리 잡고 직원들 스스로 '이런 게 의미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창립 30주년에 1조원 기업이 되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인류에게 유용한 제품의 가치를 재창출해 기업과 사업의 성공을 돕는다'는 핵심 가치를 설정했다.
소니가 몰락하게 된 시발점은 가치관이 '혁신적 제품을 창출한다'에서 '당장 돈이 되고 대중적이고 비혁신적인 제품에 안주한다'로 변하게 되면서부터다. IBM 역시 관습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압도하면서부터 기업이 쇠락하기 시작했고, 초심으로 돌아가면서 기업이 살아났다.
하버드대 J P 코터 교수 연구에 따르면 가치관 경영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수익이 4배 빠르게 성장하고, 고용 창출 규모는 7배 높고, 주가가 12배 더 빨리 올랐으며, 이윤은 7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관은 사람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창조 경영을 실천한다. 가치관에 맞는 회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곱 가지가 필요하다.
①리더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회사상(像)을 바탕으로 가치관을 만들어야 한다. ②가치관에 논리적 타당성이 있어야 하고, 직원들이 진심으로 수용해야 한다. ③가치관이 정해지면 이를 적어도 700번 이상 강조해야 한다. ④항상 가치관에 기반해서 칭찬하고 질책해야 한다. ⑤모든 주요 결정 전에 가치관에 합치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⑥가치관에 맞는 전략과 제도, 관습을 만들어야 한다. ⑦인재 관리 임원이 회사 운영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가치관 경영이야말로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현대인들을 통합과 자율 속에 뭉치게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요소일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사고는 항상 현장에서 일어난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느냐가 사고의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징벌과 제도적 보완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정부나 기업이나 가치관에 관심을 돌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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