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금낭비 스톱] 직원 25명에 웬 126억원짜리 읍사무소

[중앙일보] 입력 2011.09.28 00:18 / 수정 2011.09.28 08:58

읍·면사무소 건물까지 호화 청사 바람

공사비 92억원을 들여 외관을 유리로 꾸민 아산시 탕정면 사무소(왼쪽). 오른쪽은 총 공사비 126억원을 들여 건설 중인 아산시 배방읍 사무소 공사현장. [아산=프리랜서 김성태]

27일 오전 충남 아산시 탕정면사무소. 왕복 6차로 도로 옆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3층의 청사는 도심의 대규모 공연시설이나 외관을 중시한 회사 건물처럼 보였다. 건물 외벽은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건물 앞에서 한 시간 남짓 서 있었지만 이곳을 찾는 민원인은 10여 명이 되지 않았다. 탕정면사무소 앞 트라팰리스에 사는 주민 임주인(44)씨는 “간단한 민원업무가 대부분인 면사무소가 저렇게 커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면사무소를 볼 때마다 내가 낸 세금이 헛되이 쓰였다는 생각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탕정면에서 남쪽으로 3㎞가량 떨어진 아산시 배방읍의 배방공수지구. 대형크레인과 굴착기 소리가 시끄러웠다. 2m 높이의 출입문으로는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인근 아파트에서 공사 현장을 내다보니 청사 규모가 상당히 컸다. 대형 기업의 본사를 짓는 현장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기는 배방읍 사무소 신축 공사 현장이다. 두 곳 모두 아산시가 시민 세금으로 공사비를 댔다.

 지방의 읍·면사무소에도 호화청사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9월 준공한 탕정면 청사에는 사업비 92억원이 들어갔다. 연면적 3337㎡인 청사는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공연장까지 들어섰다. 탕정면사무소 직원은 16명, 인구는 1만8355명이다. 준공 당시 아산시는 “관공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세련된 디자인으로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사비가 92억원 들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호화청사라는 비난 때문이었다. 실제 문백면사무소 건설비는 올 들어 신축된 다른 지역의 면사무소 공사비보다 2.5배나 됐다. 올 6월에 완공된 충북 진천군 문백면사무소의 공사비는 38억원이었다.

 배방읍 신청사의 건설비는 더 들어간다. 25명이 근무할 건물의 공사비로 126억원이 책정됐다. 연 면적 8200㎡, 건축 면적 3625㎡,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읍사무소와 보건지소, 119 안전센터가 들어선다. 올 5월 착공해 내년 5월 준공 예정이다. 3.3㎡당 건축비는 600만원이다. 아파트의 표준 건축비가 3.3㎡당 530만~54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60만~70만원이나 많다. 보통 아파트 건축비가 사무실 건축비보다 높은 게 정상인데 배방읍 신청사는 아파트 건축비보다 더 들어간다. 그만큼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짓는다는 얘기다.

 아산시 이강헌 공공시설팀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배방읍 인구가 급격히 늘어 5만 명을 넘어서면서 노후한 옛 청사로는 민원을 해결할 수 없어 신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비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는 고효율 전기 장비와 지열시스템 등을 설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배방읍사무소 외에도 총 사업비 546억원을 들여 8개 청사를 새로 지을 예정이다. 시청과 시의회는 2014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증축하기로 했다. 건물이 낡고 비좁다는 이유에서다. 아산시의 채무는 1000억원에 달하며 재정자립도는 46.7%로 전국평균 52%보다 5.3포인트 낮다.

 다음 달 14일 준공하는 충북 음성군 금왕읍 신청사에도 13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갔다. 신청사에는 읍사무소와 보건지소·주민자치센터 등이 들어선다. 금왕읍사무소 직원은 27명, 주민은 2만3000여 명이다. 음성군의 2011년 예산은 3281억원, 재정자립도는 32.8%에 불과하다.

 천안·아산경실련 정병인 사무국장은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자치단체가 읍·면사무소 신축에 무리하게 예산을 투입하면 살림살이가 파탄 나고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며 “시민들이 앞장서 세금 낭비를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국민 70% 원하는 감기약 수퍼 판매 복지위원 “안 돼”

[중앙일보] 입력 2011.09.28 03:00 / 수정 2011.09.28 08:00

중앙일보, 소속 의원 24명 전수 조사

감기약 수퍼 판매(약국 외 판매) 허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법안을 담당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4명 중 찬성하는 의원이 두 명에 불과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원하는데도(올 1월 한국소비자원 조사) 전국 6만 명에 이르는 약사가 반발하자 국회의원이 입법화에 제동을 걸려 하는 것이다.

 본지는 26~27일 약사법 개정안과 관련, 복지위 소속 국회의원 24명의 입장을 조사했다. 찬성한 사람은 한나라당 박상은·손숙미 의원이다. 9명은 반대, 13명은 유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감기약 수퍼 판매를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지만 한나라당은 따르지 않을 태세다. 원희목·윤석용 의원이 약 오·남용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였고, 나경원·이재오 의원 등 10명은 유보했다. 야당은 반대가 압도적(7명 반대, 3명 유보)이다. 이날 복지부 국정감사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조재국 분과위원장은 “수퍼 판매약 수량과 구매자 연령을 제한하고 판매원을 교육하면 약 사고가 늘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며 의원들을 비판했다. 찬성 입장을 밝힌 손 의원은 “지금도 소비자가 얼마든지 약국에서 원하는 만큼의 약을 살 수 있는데 수퍼에서 판다고 오·남용이 심해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천사 배달원' 빈소 조문객 발길 이어져

[연합] 입력 2011.09.28 16:42

시민들 '인사하면 덜 미안할 것 같아서…'

일생을 고아로 외롭게 살았지만 그의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쓸쓸하지 않았다.

'천사 배달원' 고(故) 김우수 씨의 빈소가 차려진 영등포구 대림동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에는 28일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는 시민과 각계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티없이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 앞에는 생전 그가 희망을 줬던 어린이들의 편지도 가지런히 놓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자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먼 나라 에티오피아의 어린이가 파란색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글부터 '곧 고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중학교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섭섭하다'는 국내 후원 어린이의 소식까지 차곡차곡 챙겨둔 편지 뭉치에서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중국집 배달원이었던 고인이 70만원의 월급을 쪼개 어린이들을 돕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은 낯모르는 그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한 중년 남성은 조문 뒤 빈소 구석에 앉아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그는 '돈을 허튼 데 쓰고 살았다'며 고인에게 미안해했다.

트위터를 보고 왔다는 박현철(47)씨는 "모르는 사이지만 소식을 듣고 너무 미안했다. 나도 사업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고인보다 잘 살았던 시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인사를 하면 덜 미안할 것 같아 찾아왔다"며 영정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홍모(43.여)씨는 "예전에 김우수씨가 나온 TV프로그램을 보고 크게 감동 받았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먹먹했다"며 "그래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도와주겠다는 장례업체도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가 일하던 강남구 일원동의 중국집 주인 이금단(45.여)씨는 이날 오전 그가 지내던 고시원에서 옷가지와 신발 등 유품을 챙겨 빈소를 찾았다.

7년 동안 그와 함께 일했다는 이씨는 "아저씨 목소리가 워낙 커서…자꾸 귓가에서 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멍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그는 "사고 상대 차량 운전자는 아저씨가 신호 위반을 했다고 한다. 가게 맏형으로 항상 동생들에게 '신호 위반하지 말고 헬멧은 꼭 써야한다'고 말하던 아저씨가 그럴 리 없는데…"라며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지만 사고 현장에 CCTV도 없다고 해 너무 답답하다. 이대로 떠나보낼 수는 없다"며 계속 울먹였다.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재단 후원회장인 배우 최불암씨,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등도 빈소를 찾았다.

네티즌의 추모 물결도 계속 됐다. 어린이재단 홈페이지에 마련된 사이버 조문 공간에는 '천사 중국집 배달원 아저씨의 뜻을 이어 기부를 시작하겠다'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 김우수씨 빈소는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29일 오후 1시이며 장지는 벽제승화원이다. (연합뉴스)

서울시 금고 '텅텅'...서울시 잔고 3조원에서 4000억원으로

파이낸셜뉴스 | 입력 2011.09.27 13:48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전라




서울시 금고가 비워가고 있다.
3조원을 넘겼던 서울시 계좌 잔액이 2년 만에 4000억원 정도만 남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금이자 수입도 18분의 1정도로 줄었다.
이에 따라 90%가 넘던 서울시 재정자립도가 지난해 85.5%로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윤석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계좌 잔액은 2008년 3조1831억원으로 3조원 이상 유지됐지만, 2009년 7139억원, 2010년 3945억원으로 급감했다.
통장 잔고가 즐어드니 서울시의 공금이자 수입도 2008년 1550억원에서 2010년 86억원으로 줄었다.

결국 서울시 금고가 2년만에 부실, 가만히 앉아서 이자수입 1464억원을 날린 셈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90%가 넘는 전국 유일의 단체였으나 지방세 세수가 감소하고 이자수입 등 세외수입도 감소하면서 재정자립도가 2006년 94.3%에서 2010년 85.5%로 떨어졌다"며 "한강르네상스, 서울디자인수도 등 시장시책 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것이 재정의 급격한 부실을 초래한 원인이므로 시급히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기자

안철수 현상(現象)을 한발 늦게 논한다

[남재희 칼럼]<25> 현상에 의존하기엔 국민의 명운이 너무 막중하다

기사입력 2011-09-23 오후 1: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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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씨가 서울시장 후보와 대통령 후보를 놓고서의 인기여론조사에서 갑작스레 놀라울 정도로 두각을 나타낸 데 대해 많은 언론이 안철수 '신드롬'이라고 표현한다. 우선 그 표현부터 바로잡아야겠다. 사전에 보면 신드롬은 증후군(症候群)으로 우선 나와 있다. 어깨, 팔이 아픈 것도 신드롬이라고 하고, 정신분열증도 신드롬이라고 사전이 설명한다. 한마디로 병이나 장애를 말하는 것으로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는 용어이다. 화산이 폭발하였을 때, 쓰나미가 일어났을 때처럼 그냥 중립적인 뜻을 가진 '현상(現象)'이라고 표현하는 게 알맞을 것 같다. 안철수 현상이다.

전에 노무현 씨가 급부상하여 대통령직에까지 이른 것도 노무현 현상이고, 오바마가 초선의 흑인 상원의원으로 미국 대통령이 된 것도 오바마 현상이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의원이 서울 시장 후보로 급부상한 것도 나경원 신드롬이 아니라 나경원 현상이라고 해야 맞다. 미국 기자들은 'Flower Power(여성 특유의 힘)'란 표현을 아울러 쓸지도 모르겠다. 이미 오래되었지만 박근혜 현상도 있었다. 인기의 '세습'이란 측면도 있고 하여 '컬트(Cult)'로 보는 측도 있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뉴시스

여하간 안철수 현상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박근혜 씨 독주를 일거에 흔들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다. 의사에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의 사업가가 되었고 사심 없이 사회를 위해 봉사를 하였다 등등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삼성 동물원'에 갇힌 격이라는 그의 재미있는 표현을 듣고서이다. 조화로운 생태계가 파괴되고 무자비한 약육강식의 세상이 되었다는 비판이다.

안철수 현상이 일어나고 나서 무수히 많은 해석들이 뒤따랐다. 청춘콘서트 이야기가 주목을 끌었다. 젊은 세대와의 활발한 쌍방향 통행의 재미있는 대화를 통해 의기투합 되었다는 설명이다. 거기에 트위터, 스마트폰 등 SNS가 가세하여 확산되었단다. 소통수단이 바뀌면 본질이 바뀔 수도 있겠다. 정규전과 게릴라전에서 게릴라전이 정규전을 능가했다. 기존의 정치, 기존의 정당, 그리고 기존의 거대 언론이 한방을 먹은 셈이다. MB노믹스 운운하는 MB도 남의 이야기 하듯 시치미 떼고 말하고 있지만 그도 당한 것은 당한 것이다.

모두 경화되어 생동감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위키리크스가 폭로하는 것을 보니 미국 측과 우리나라의 기득·특권층이 놀아나는 꼴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들을 포함하는 특권세력들이 정치를 국민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했으며 서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 점차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왔다.

정당을 보면, 한나라당은 영남 중심으로 부유층의 정당처럼 되었다. 민주당은 호남 중심으로 서민층을 위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진보정당들은 노동자에 바탕을 두려 하지만 힘이 매우 약하다. 그리고 진보정당 말고는 그들 정당들이 모두 원내 정당화되었다. 지난날 공화당이 사무조직 중심으로 밑바닥 조직을 다졌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정당의 하부조직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정치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나쁘다고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까 기존 정당들도 점점 상징(아이콘)을 중심으로 존재하게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정당 밖에서 커버린 상징(아이콘)인, 예를 들어 안철수, 박원순, 조국 등에 순식간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서로 상징성을 갖고 경쟁하기로 하면 피장파장이라는 자세다. (물론 정당의 하부 조직이 약화되었다지만 아직도 토호세력 등 인맥이 살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여기서 정당 문제와 관련하여 좋은 방향으로서의 분화라고 보이는 것은 그동안 굳건했던 지방색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이다. 충청지방에서 충남과 충북은 서로 다른 정당을 택할 정도로 현저한 분화를 보였다. 호남에서 전남과 전북차이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도 오래되었다. 그리고 드디어는 지방색의 본산 영남에서 분화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TK와 PK의 영남에서 PK가 이탈해나가기 시작한 것은 좀 되었다. 김두관 지사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것 말고도 한나라당의 아성이 흔들려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이 다시 진출하였다. 요즘 언론은 안철수, 박원순, 문재인, 조국 등이 모두 PK로 TK와는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한 진보진영에서는 울산-부산-창원의 축을 연결하는 기지 구축을 모색한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분화는 우리 정치의 앞날을 위해서 여하간 좋은 일이다. 이러한 지방색의 분화나, 그에 따른 얼마간의 지역감정의 희석도 새로운 아이콘의 등장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안철수 현상 등 새로운 상징 또는 아이콘의 등장과 그들이 주는 충격은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다. 아마 틀림없이 기존 정당들이 크게 분발하여 새로운 시대에 맞게 모습을 바꾸어 갈 것이다. 그러한 플러스 측면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문제는 안철수 현상과 같은 현상들의 마이너스 측면이다. 그 점을 굳이 말해두고 싶다. 우선 선거 정치를 거치지 않은 사람들의 정치 지도자로서의 등장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다. 민주정치에 있어서 선거는 정체(政體)의 구성 말고도 그밖에 나름대로의 효용이 있다. 물론 부패라는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지만, 선거 정치를 통해 서로 어울려 부닥치고 갈등하며, 또 타협하고 할 때, 마치 강물이나 바닷가의 돌이 둥글듯이, 정치인들이 민주적으로 원숙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국회(의회)란 무대에서의 정책토론의 광장경험하면서 어떻든 대국적인, 전국적인 경륜도 형성해나갈 수도 있다. 그런 선거정치를 적당기간 거치지 않고 정치지도자가 될 때 비민주적, 또는 독선적인 인물이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또한 기우라고 할지도 모를 걱정도 미리 해야겠다. 꼭 안철수 현상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전부터 생각해오던 것인데, 정당과 관계없이, 또는 급조 정당을 통해, 갑자기 지도자가 탄생하는 것은 매우 염려스럽다는 것이다. 파시즘이 꼭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식으로 등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로 아류라 할 것들이 우리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슬금슬쩍 등장할 수도 있다. 미니 히틀러, 미니 무솔리니들 말이다. 웬 뚱딴지같은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움직임이 미미하게나마 지금 보이고 있어, 그런 현상이 혹시라도 현실로 다가올까 봐 걱정스럽다. 그럴 경우 보수 쪽보다는 진보 쪽이 타격을 입으리라고 본다.

대책은 어떤 것인가. 인터넷 매체의 정말 급속한 발달로 앞날의 정치 형태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런 있을 수 있는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미리부터 갖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정당,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 사람들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여전히 중요하고도 꼭 해야 할 일이다.

"조직 없이는 민주정치를 생각할 수 없다. 조직만이 대중에 일관성을 갖게 할 것이다."

20세기 초, 사회학자 로버트 미셀즈가 한 말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정당 등 조직은, 최근 어느 신문 사설에서 썼듯이, "정책 개발과 실천을 담보하는 틀"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서 '일관성(consistency)'이나 '담보하는 틀'이 중요하다. 무슨 무슨 현상은 대개 그런 일관성이나 틀에 있어서 허점이 있는 게 아닌가. 무슨 무슨 현상에 의존하기엔 국민의 명운이 너무나도 막중하다. (여기서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차이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지방정치에서는 정당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

온라인도 중요하지만 재래적인 오프라인의 차원도 계속 힘써야 한다.

눈이 휙휙 돌아가는 정보화시대에 무슨 잠꼬대 같은 이야기냐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보화는 기계가 하지만 정치는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기원전 5백년 전쯤의 공자가 아직도 생명력을 갖는 게 아닌가.

(이 글은 「고양평화누리」에서 발표할 원고의 일부입니다.)

/남재희 언론인 전 노동부 장관 메일보내기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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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운명이막중한줄알면서안철수현상이말하는의미는잊어버리고대안도없이조직이중요하다는그대는누구요?조직은때가되면생긴다는사실은초딩도아는사실인데설마기존정치권이말하는정치세력을말하려한다면그만두시오!그들이지금까지한거을보면알지않소6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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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rkmiley}

    그리고 프레시안 리플란 거지같아! xxxxx 이런xx xxxx들아 예전으로 돌리든지 제대로 만들든지 제대로 해라 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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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rkmiley}

      안철수 지지가 아니라 니네가 싫은거야 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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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life is ★PASSION★

      "조직 없이는 민주정치를 생각할 수 없다. 조직만이 대중에 일관성을 갖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직이 썩어서 위의 말이 해당 안된다!!!!! 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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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life is ★PASSION★

      "선거정치를 적당기간 거치지 않고 정치지도자가 될 때 비민주적, 또는 독선적인 인물이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선거정치 거쳐간 놈중에서 부패 안한 인간 좀 찾아봐~
      아무도 없다~
      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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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unghun Park

      하는 부분이 많은 한 대학생입니다. 부디 토론과 상생, 화합을 통한 정치로 대한민국이 정치 선진국대열에 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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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unghun Park

        분들, 국민을 기만하고 미디어 매체를 이용하여 진실을 가리는, 뒷돈을 받는것이 당연하게 정치의 일부분이 되버린 그래서 사회 전반에 걸쳐 문화가 되어버린 정치가 과연 투표에 의해 원숙해진 분들이 해야할 일일까요? 미국 재외국민으로써 그리고 정치학도로써 한국에 돌아와 실망 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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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unghun Park

          민주적으로 "원숙"한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만들어가는 사회, 과연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고에 기반한 "민주"적인 정치라고 할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소위 "기득권'층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치가 과연 더 좋은 사회로 이끌어 가는지도 의문입니다. 대한민국 속된말로 "윗대가리" 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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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h8479

            인터넷 시대에 의해서 정치현상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본문에 다루고 있음에도 어째서 안철수씨나 박원순씨에 대한 지지는 새로운 정치문화로 이해하지 않고 조직에 근거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반짝심리로 이해하는지 의문입니다. 6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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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h8479

              둘째, 사람사이의 연대를 이뤄내기 위해선 조직에 근거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안철수씨나 박원순씨가 정당정치를 겪지 않은 사람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시민단체, 청춘콘서트 등을 이용해 끊임없이 소통을 강조한 인물입니다. 연대에 필요한것이 진정으로 조직뿐이겠습니까? 6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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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h8479

              저자의 글은 부당한 비판에 가깝습니다. 첫째, 타협과 토론을 거치는 정치과정을 거치지 않은 지도자가 독선에 빠지기 쉽다고 했습니다. 안철수씨가 그 예에 해당합니까? 이명박 대통령도 당에 입당하여 선거를 거치며 타협과 토론을 거친(?) 정치인에 해당합니다. 6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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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rd21

              노무현 현상도, 안철수 현상도 너무 부박한 대중정서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는 짓이지만, 2002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다른 이가 뽑혀서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아마 지금도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을겁니다. 지금 안철수 현상도 그에 못지않게 위험한거죠 6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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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로스

              국민의 운명이 막중한줄알면서 안철수현상이 말하는 의미는 잊어버리고 대안도 없이 조직이 중요하다는 그대는 누구요? 조직은 때가 되면 생긴다는 사실은 초딩도 아는 사실인데 설마 기존정치권이 말하는 정치세력을 말하려한다면 그만두시오! 그들이 지금까지한거을 보면 알지않소 6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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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폴로18’ 계기 다시 불거진 달 음모론… 과학계 5대 의혹 해명

            “137도 고온서 필름 멀쩡?… 동틀 무렵 촬영”

            동아일보 | 입력 2011.09.16 03:19 | 수정 2011.09.16 09:33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대전

            안철수 거울에 비친 대한민국 정치] ‘욕망정치’ 가고 ‘감동정치’ 온다
            2011-09-09 오후 1:26:04 게재

            '낡은 리더십'과 '새로운 리더십' 교차
            안철수 뒤에 숨겨진 민심의 경고 읽어야

            "나도 정치를 시작하면서 기득권 다 버리고 머슴처럼 정치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어느덧 기성정치인이 되어 버렸다. 오늘, 안철수를 통해 나를 되돌아본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

            "그(안철수)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미련 없이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정치인으로서 욕망과 대의 사이에 어떤 선택과 결단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저 개인의 성찰도 깊어지는 시간도 되었다."(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

            '안철수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짧지만 강한 충격이다. 특히 정치권은 후폭풍이 거세다. 기존정당은 존재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한나라당은 자중지란의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기득권에 안주하고, 대세론에 침묵하다 안풍(안철수 바람)이라는 초특급 '태풍'을 만났기 때문이다.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 한다.

            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MB정서에 기댄 채 감동 없는 통합논의만 거듭하다 싸늘해진 민심을 확인했다.

            ◆욕망과 버림의 미학 = 주민투표 무산과 서울시장의 사퇴 후 여야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구태의 전형이었다.

            멀쩡한 지역구를 하루아침에 옮기고, 총선을 앞두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도전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여기에 각 정파의 이해관계까지 얽히고 설켰다. 감동은 없고, 욕망이 넘쳐났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안철수 교수다. 출마를 고민하는 말 한 마디로 경쟁 후보들의 두 세 배가 넘는 지지도를 얻었다. 우후죽순처럼 보이던 후보군 중 상당수는 이때 갑자기 사라졌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 큰 충격은 후보 단일화 과정이다. 50%의 지지율(안철수)이 5%(박원순)에게 양보했다. 기성정치에선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기성정치권의 욕망과 안철수 교수의 버림의 미학이 선명하게 교차한 순간이다. 더구나 안 교수는 버리면서 더 큰 성취를 맛보았다.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율은 수직상승했고, 안 교수는 단번에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난공불락으로 일컬어지던 박근혜 대세론도 꺾고 단숨에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되면서 '강남좌파의 정치쇼'라고 비난하던 한나라당은 심하게 체면을 구겼다.

            민주당도 겉으론 반색하지만 '제1야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 교수의 등장과 퇴장이 기존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들어놓은 셈이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충돌 = '안철수 신드롬'에서 등장한 키워드는 기존 정치권과는 선명한 대조를 보였다.

            '감성' '위로' '소통' '공감' 등이 안철수 신드롬을 표현하는 키워드다. 안 교수 스스로도 단일화 발표 과정에서 일부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미래 세대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하며 격려를 전하고 싶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위로와 격려는 감성의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반해 기성 정치권에는 여전히 낡은 가치와 표현이 난무한다. 보수와 진보, 좌우의 이념충돌,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 줄 세우기 등이 횡행하고 있다.

            보수는 합리적 가치보다는 수구적 행태를 보이기 일쑤다. 진보를 표방하는 야권은 진보논쟁과 통합을 둘러싼 기싸움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런 모습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새로운 감성과 감동을 주는 안철수에 열광한 이유다.

            참여정부 시절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씨는 한 인터넷 기고문에서 "안철수 현상이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시원찮은 정당'에 대한 경고와 '막가는 보수'와 '진보하지 않는 진보'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안 교수도 "제게 보여준 기대는 우리 사회의 리더십에 대한 변화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무대가 아닌 객석을 봐야 = 이제 정치권 관심은 안철수 쇼크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쏠려 있다.

            당장 안 교수의 지원을 받은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를 낼지 궁금해 하고 있다. 또 안 교수가 내년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직접 대선주자로 나설 가능성은 없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철수 바람을 일으킨 '민심의 분노'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은 "무대를 주목할 것이 아니라 관객석을 봐야 한다"며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강남좌파의 쇼라고 매도하는 한 한나라당은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유권자들은 '안철수 쇼크'로 인해 스스로 변화에 대한 갈망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신 율 교수(명지대 정치외교)는 "많은 사람들이 일단 새로운 것을 맛보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낡은 정치는 극명하게 대비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은 "안철수 개인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안 교수를 지지하는 민심, 안 교수로 상징되는 새로운 변화, 이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나중 문제다. 그가 몰고 온 바람에 대한 평가와 해석도 분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안 교수는 기존 정치권(인)을 비추는 거울역할을 톡톡히 했다. 숨겨진 속내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정치권은 드러난 치부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자성과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의 이 같은 자성이 변화와 혁신의 과정을 거치면서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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