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독서부대 10만 양병… 나라가 바뀝니다”

양종구기자

입력 2015-07-25 03:00:00 수정 2015-07-25 07: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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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

‘책 읽는 우수가족 10만 세대 선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 그는 “독서에도 열정과 끈기, 목표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0만 명이 매월 같은 날 책 한 권을 정해 일제히 구매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대형 서점이 아닌 동네 서점에서 산다면. 요즘 월간 3000권에서 4000권 팔리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다고 하니 출판사나 저자, 동네 서점 모두 큰 혜택을 입는 ‘일석삼조’가 되지 않을까.

‘책 읽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독서문화 확산과 출판산업 발전을 위해 ‘책 읽는 우수가족 10만 세대 선정(이하 10만 세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인물이 있다. 2005년부터 (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이하 독서진흥회)를 이끌고 있는 김을호 회장(50)은 “독서의 달인 9월 11일부터 10만 세대 책 사주기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말했다.

10만 세대는 김 회장이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다. 먼저 책 읽는 가정 확대를 시도한다. 가정 내에 책 500권 이상을 보유하거나 가정 내 보유 도서와 도서관 및 관내 문고 대출권수를 합쳐 500권이 넘는 가정을 독서진흥회가 ‘책 읽는 우수 가정’으로 선정해 다양한 혜택을 준다. 독서진흥회는 우수 가정에 인증 스티커와 위촉장을 수여하고 신간도서 북콘서트 우선 참석권 등을 제공한다. 큰 혜택은 아니지만 책 읽는 가족에게는 더없이 큰 영광이다. 이 가정들이 책을 읽기 위해선 도서를 구입해야 한다. 김 회장이 최근 침체된 출판계를 위해 한 가정당 매월 책 1권 사주기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는 이유다. 김 회장은 “나와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들에게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는데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작은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10만 세대까지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책 사주기 프로젝트는 전문가들과 협의해 구입할 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대형 출판사 책은 일단 배제한다. 중소 및 독립, 1인 출판사가 대상이다. 좋은 책을 만들고 있는데 주목받지 못하는 출판사와 작가를 키우기 위해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라지는 동네 서점 활성화를 위한 목적도 있다.

“지금 출판사, 저자, 동네 서점 등 출판계가 아주 어렵다.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 시대다. 심지어 책을 읽는 사람보다 책을 쓰고 만드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출판계의 위기는 국민을 위해서도 잘 극복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얻는 많은 영양분은 살다 보면 어느 순간 힘이 되어 자기에게 돌아온다.”

김 회장은 “조선시대 때 율곡 이이가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외세의 침입에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임진왜란이 일어나 큰 곤욕을 치렀다. ‘10만 세대’는 대한민국 독서문화 창조를 위한 ‘10만 양병설’로 보면 된다. 10만 세대가 모두 독서를 한다면 대한민국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현 가능성은 어떨까. 현재 김 회장과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가 3000명이 넘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임인 네이버 밴드 ‘김을호의 독서예찬’ 회원이 900여 명이고 다음 카페 ‘김을호의 독서예찬’ 회원도 2000여 명이다. 김 회장이 3주간 무료로 제공하는 ‘학부모 독서 교육 전문가과정’을 수료한 사람만 3000명이 넘는다. 9월 처음 시작할 때 최소 한 번에 3000∼4000권의 책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특정 책을 일약 ‘베스트셀러’로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이다. 최근 요리계의 대세 백종원 씨가 지난해 낸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가 10만 권 넘게 팔렸다고 한다. 출판사나 저자가 10만 권을 넘게 팔면 큰돈을 벌게 된다. 김 회장의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돼 10만 세대를 달성한다면 출판계의 엄청난 ‘권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나 학부모들이나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다. 독서문화 확대와 침체된 출판계에 활력을 주는 것이다. 모든 과정은 외부 전문가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주위에서 걱정하는 영향력 남용 등에 대해선 늘 조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전국구 ‘독서 강연’ 강사로 유명하다. 서울은 물론이고 제주와 울산, 경남 함양 등 오라는 곳이면 언제든 달려간다. 연간 300∼500회의 강연을 한다. 김 회장은 “많게는 연간 3만여 학부모들 앞에 선다”고 말했다. 유료 무료 강연을 따지지 않는다. 독서문화를 확장할 수 있다면 어떤 연단이든 다 선다. 자녀에 대한 공부법과 독서법이 주내용이다 보니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다. 서울에서 잘나가던 사설 입시학원 강사 출신이라 학부모들을 웃고 울리는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가 독서 강연에서 강조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독서에도 열정과 끈기,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 결핍돼 있거나 어렵게 살며 책을 읽어야겠다는 간절함 같은 게 있어야 열정이 나온다. 열정이 없다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책도 대충 읽으면 소용이 없다. 끈기가 필요하다. 난 책 한 권을 30번 이상 읽는다. 한 번 읽고 ‘그 책 읽었다’라고 하면 안 된다. 집요하게 꼭꼭 씹어 30번은 읽어야 그 책을 완전히 소화했다고 할 수 있다. 책도 목표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 이이 선생이 후학 교육을 위해 마련한 정신수양서 ‘격몽요결’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생을 바르고 지혜롭게 살기 위해 독서가 필요한 것이다.”

김 회장은 1990년대 사설 입시학원에서 잘나가던 강사 출신이다. 서울 노량진 정진학원 강북캠퍼스(월곡동)를 맡아 운영하던 시기였다. 당초 영어 강사였지만 사회탐구 과목이 시원치 않아 영어에서 번 돈을 사회탐구에 쓰는 상황이었다.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사회탐구 11개 과목을 공부해 혼자 다 가르쳤다. 그런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강의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빅히트를 쳤다. 이때부터 ‘사탐 명강사’로 명성이 났고 한 강의에 수백 명이 몰릴 정도였다.

독서진흥회를 만난 것은 2005년 초. 평소 독서를 즐기고 학생들에게도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지인을 통해 이 단체의 운영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그해 5월 이사로 합류했고 9월 회장이 됐다.

독서진흥회는 1991년 서정주 시인과 정진숙 을유문화사 회장, 이응백 서울대 교수 등이 주축이 돼 ‘책 읽는 나라 만들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이듬해 창립한 단체다. 초기엔 국고 지원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 끊겼고 회장과 임원들이 갹출하거나 후원을 받아 운영하다 보니 살림이 어려웠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맡았다. 고생 많이 했다. 지금까지 까먹은 돈도 많다. 학원 할 때 번 돈도 다 썼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래서 놓을 수 없었다. 지금도 근근이 버티고 있다.”

사실 김 회장이 독서진흥회를 만난 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당시 잘되는 입시학원을 바탕으로 사업까지 했는데 한순간 잘못돼 2008년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집도 날리고 월세로 사는 신세가 됐다. 그때 책이 마음을 다잡아줬다.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고 뭐든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책이었다”고 말한다. 지금도 독서문화 확대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유다.

“현대사회가 지식기반사회에 접어들면서 지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또 치열한 경쟁사회의 결과로 삶의 의미 성찰 등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모든 과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독서다. 책은 하나의 보물상자다.”

독서진흥회를 맡은 뒤 다양한 일을 추진했다. 군부대 독서 지원, 대통령상 전국고전읽기 백일장대회, 청소년 독서감상문 발표대회, 책권하는사회운동본부 창립, 안중근 의사 사형 언도일 독서캠페인….

올 4월부터 ‘위문도서 한 가족 자매결연 사업’을 시작했다. 한 가족이 장병 1명에게 책 2권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과거 ‘위문편지’와 비슷하다. 학부모는 조만간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마음으로 책에 위로의 글을 적고 학생들은 군인 아저씨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월부터는 육군3사관학교에 독서 강연을 다니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는 거의 다 군대에 가야 한다. 학생과 부모 모두 언젠가는 군 입대를 고민해야 한다. 논산 육군훈련소에 연간 10만 명이 입소한다고 한다. 군대가 힘든 곳이 아니라 즐겁게 지내는 곳이 되기 위해 독서가 중요하다. 올해부터 훈련병들에게도 독서 강의를 하기로 했다.”

이런 김 회장의 헌신적인 독서문화 확대에 힘을 보태는 곳도 많다. 미래엔(대표 김영진)은 연간 1만2000권의 책을 지원한다. 한국마사회 강북지사(지사장 김영립)는 지역 공원에 리틀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사업을 지원한다. 리틀라이브러리는 지역 공원 등에 조그만 도서관을 만드는 것으로 최근 시작했다. 김 회장은 “공원을 찾아서도 책을 읽게 하기 위한 사업이다. 한 공원에 50개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라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자신의 이야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명나라 서예가 동기창이 서화에서 향기가 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권했다는 말이다. 책 만 권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 리를 여행하며 실천해야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만 실천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을호 회장이 만든 독서 감상문 쓰는 양식. 생각 하나, 이유 3개, 그리고 결론을 적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책 읽고 든 생각 1개, 이유 3개, 결론 1개 쓰면 훌륭한 독후감”▼

김을호 회장의 ‘서평 공식’


‘따따하닐쌈일(W.W.H.1.3.1).’

김을호 (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이 책 감상문을 잘 쓰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만든 서평의 형식이다. 인터넷 주소 첫 부분 www를 ‘따따따’라고 한 데서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
W(Why)와 W(What)를 따따로 했고 H(How)는 발음하는 대로 하를 썼다. 1.3.1은 강조하기 위해 닐쌈일로 했다.

따따하는 책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가 왜 책을 썼는지(Why)와 어떤 내용(What)을 담고 있는지를 쓴다. 그리고 책을 읽고 독자가 어떻게(How) 실천할 수 있을지를 쓴다. 길지 않아도 된다. 간략하게 쓰면 된다.

닐쌈일은 책을 읽고 느낀 독자의 생각을 정리한다. 먼저 책을 읽고 든 생각을 하나 쓰고 그 이유를 3가지 적는다. 마지막으로 자기 생각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김 회장은 “따따하닐쌈일에 대한 반응이 좋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서평을 쓰지 못하던 학부모들이 따따하닐쌈일은 쉽게 정리한다. 일단 이런 식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정리를 잘해야 읽은 책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 블로그

[책의 향기]“고혈압, 제약회사가 만든 허구의 병… 나이 들면 자연히 올라가… 그냥 둬요”

손택균기자

입력 2015-07-25 03:00:00 수정 2015-07-2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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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병이 아니다/마쓰모토 미쓰마사 지음/서승철 옮김/
216쪽·1만2000원·에디터


지난해 6월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제품명 디오반) 임상시험 자료를 조작한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전직 직원을 체포했다. 피의자는 그럴듯한 직책으로 교토부립의대 임상 연구팀에 섞여든 뒤 약 효능을 드러내기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조작했다. 의대 교수는 이 자료를 토대로 2009년 ‘디오반이 다른 고혈압 치료약보다 뇌졸중과 협심증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논문 부정 논란이 불거진 2013년 말 사임했다.

디오반은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판매되는 ‘블록버스터’ 혈압강하제다. 2012년 일본 내 판매액만 1조800억 원에 이른다. 72세 의사인 저자는 두 가지 사실을 강조한다. 디오반을 복용하는 환자가 저렴한 약을 먹는 환자보다 20배 이상 높은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 그리고 까닭을 밝힌 연구 발표 없이도 고혈압 판별 기준치가 8년 새 180mmHg에서 130mmHg로 50mmHg나 낮춰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머리말을 이렇게 시작했다.

“고혈압은 전혀 걱정할 게 못 된다. 그냥 둬라.”

약간 신경 쓰이는 정도의 혈압이 큰 병을 일으킬 위험은 제로에 가까우며, 수축기 혈압이 200을 넘는 심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70대 이상 고령자의 혈압은 나이 들어 딱딱해진 혈관에 피를 돌게 하기 위해 자연히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제약회사, 어용학자, 행정기관이 한통속이 돼 ‘고혈압 위험론’을 퍼뜨렸다. 아픈 증상이 없는데도 병에 걸린 것이라며 약을 먹게 한다. 고혈압증은 제약회사가 만든 허구의 병이다. 스포츠센터에 놓인 혈압측정기에 재미삼아서라도 팔을 넣지 마라.”

너무 단정적인 제언만 이어진다 싶어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지은이는 감기 환자에게 절대 약을 주지 않는다. “약을 많이 처방해 그중 하나라도 작용할 것을 기대하는 의사가 너무 많다. 감기에는 휴식이 최선이다.”

이웃나라 일일 뿐일까. “항생제는 감기 환자에게 백해무익하다. 혈압에 신경 쓰는 행위 자체가 혈압을 높이는 스트레스”라고 조언하는 의사를 만나본 기억이 있는가.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 블로그

무식한 대한민국… "진지 빨지 말고 책 치워라"

[新대한민국 리포트]<2> 책 안 읽는 사회

편집자주|[新대한민국 리포트]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바로 알고, 문제점도 파내고, 새로운 대안도 제시하고,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소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치킨의 시대'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 ‘무식한 대한민국’.
무식한 대한민국… "진지 빨지 말고 책 치워라"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 영국·프랑스 등 나이 들수록 책 더 읽는데, 우린 정반대
- 대학교수 "학생들, 책 소화 못해… 독후감 1~2장도 쩔쩔"
-"한국의 지식농사 깊이 얕아져, 의심하고 묻는 능력 저하"


대한민국이 얼마나 무식해지고 있는지,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의 탄식부터 들어보자.

"중학교 올라가는 순간 더 이상 입시와 무관한 책은 읽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책 읽으면 손해라고 생각하죠. 그러니 대학 들어가서는 좀 어려운 책은 읽지를 못합니다. 읽어도 취업서입니다. 뭐,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무식해진 거죠. 교양의 암흑기랄까요. 이런 현상이 어떤 종류의 인간을 만들어 낼 거냐 하면 생각하지 않는 인간, 태도가 없는 인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뻔한 거예요. 표피적인 사회, 질문과 호기심이 사라진 사회... 무식한 대한민국이죠."

진화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장 교수는 "책 안 읽는 시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암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책 안 읽는 시대'라고 말했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책을 못 잡게 하는 시대' 그래서 '무식을 권장하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문학코너를 기웃거리던 대학생조차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면서 취업코너로 돌아서고 있으니 말이다. 책 안 읽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짚어본다.

◇ 공부에 도움이 안되면 안읽는다

'중학생을 위한 국어어휘력 만점 공부법'. 지금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읽고 있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YES24 청소년 베스트셀러 1위이다. 중학교 국어교과에 나오는 어휘들을 '믿기지 않겠지만, 저절로'외울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공부고수 3인의 비법을 담았다는 '이것이 진짜 공부다', 인문학 고전을 요약한 '고전은 나의 힘 세트', 디베이트에 사용되는 꼼수를 담았다는 '10대를 위한 유쾌한 토론교과서'도 10위권에 포진해 있다. 한마디로 국어단어와 고전요약 외우고, 토론꼼수와 공부기술 익히는 것이 청소년들의 책읽기 목표인 셈이다.

선진국 청소년들은 어떤 책을 가장 많이 읽는지, 미국과 영국의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을 찾아보았다. 양쪽 모두 1위가 'The Fault in Our Stars(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말기암 환자인 두 청소년이 '우리는 이 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라며 삶과 죽음에 대해 던지는 고민을 다룬 존 그린의 장편소설이다. 또 감정과 기억이 통제된 디스토피아 사회를 다룬 로이스 로리의 소설 'The Giver(기억전달자)'도 많이 읽히고 있다. 한국 청소년들이 공부의 기술을 읽고 있을 때 미국과 영국 청소년들은 삶과 죽음, 그리고 사회를 읽고 있는 것이다.

무식한 대한민국… "진지 빨지 말고 책 치워라"
취재에 들어가기 전만해도 '한국 청소년들은 (책을) 읽고 싶어도 (입시 때문에) 못 읽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 단계를 넘어섰다. 책 읽는 것은 더 이상 '쿨하지'않은, 이상한 행동이 돼버렸다. 서울 한 고등학교 도서관 사서로 있는 이모(36)씨는 "책 읽는 학생들이 오히려 배척당한다. '찌질이'가 된다. 찌질한 것은 절대 안 하려는 요즘 애들이 책을 읽겠나? 절대 안 읽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학소녀, 문학소년?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이다. 지금은 찌질한 이야기다."

서초구 한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군도 "한 친구가 쉬는 시간에 '해리포터'를 읽다가 압수당했다. 선생님이 머리를 툭툭 때리며 '수학 문제나 하나 더 풀라'며 가져갔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문제집이 아닌 책을 읽고 있으면 다들 한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 읽기가 한심해졌고, 책 읽는 학생이 오히려 배제되는 것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 중고교 교실의 풍경이다.

◇취업에 도움이 안되면 안읽는다

대학 강의실 풍경은 더 심각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양대 사회학과 한 교수는 "학생들이 (독해력이 달려서) 아예 못 읽더라"고 개탄했다. "입학면접 할 때는 '독서를 많이 했다'고 강조하는데, 실상 까보면 거기서 거기다. 리포트도 아니고 1~2장 독후감 쓰는 것도 힘들어 한다. 대학원생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인문계열 대학원은 무조건 책으로 시작해서 책으로 끝나는데, 책을 도저히 소화하지를 못한다. 답답하다. 도무지 훈련이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책 읽으면 상금을 주는 행사까지 개최해야 할 정도이다. 한양대는 10권을 선정해 본문에 대한 문제를 많이 맞히는 학생에게 최고 200만원 상금을 지급하는 '독서골든벨'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성균관대, 중앙대 등도 유사한 행사를 진행 중인데, 교수들은 "오죽하면 중고생 '도전골든벨'을 흉내 내겠나"라는 반응이다.

무식한 대한민국… "진지 빨지 말고 책 치워라"
지난해 11월 한양대가 개최한 '독서골든벨' 행사 모습. 책 10권을 읽고 단답식 문제를 많이 맞히는 학생들에게 여행상품권, 노트북, 카메라, 아이패드 등을 부상으로 제공했다. /사진=한양대 제공
청소년들이 공부에 도움이 안 되면 안 읽는 것처럼, 대학생들도 취업에 도움이 안 되면 안 읽는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김모(25)씨는 "대학생들에게 책은 사치이다. 취업준비만 해도 빡빡하다. 읽어도 인문학 상식을 모아둔 문제집이다. 소설을 집어 들다가도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하면서 돌아선다"고 말했다. 오찬호 서강대 연구교수는 "취업이 워낙 힘드니까 책 읽기도 '취업에 유리한지 아닌지'로만 접근한다. '이게 뭐 필요해?''그래서 어쩌라고?'이런 식이다. 이런 잣대를 들이대면 읽을 책이 없다. 책에 대한 촉수, 생각에 대한 촉수가 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학에서도 책 읽고 토론하는 것이 더 이상 '쿨하지'않은, 이상한 모습이 돼버린 것. 서강대 경영학과 이모(23)씨는 "책을 읽고 이야기라도 하려면 '너 왜 이렇게 진지빠니'라는 반응이다. '재미없는 사람'으로 찍히고 만다. 책 이야기 자체를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생각에 대한 촉수는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

◇책을 못 잡게 하는 나라, 잡게 하는 나라

흥미로운 것은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의 독서의 라이프사이클은 한국과는 정반대라는 것. 한국이 유아나 초등 때 바짝 읽다가 연령이 높아질수록 안 읽는다면, 이들 나라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읽는다. 한 출판 관계자는 "한국 부모들은 어릴 때 독서를 많이 시켜야 상위 1%에 진입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옆집 아이와 경쟁적으로 책을 사주고 읽힌다. 의도가 순수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독서가 그냥 습관이다"고 말했다.

무식한 대한민국… "진지 빨지 말고 책 치워라"
온라인 도서 사이트에서 판매중인 '자녀 독서 교육' 관련 도서들. 독서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강조한 도서가 대부분이다. /사진=인터넷 교보문고 캡처
영국의 조사기관 DJS리서치에 따르면, '매일 책을 읽는다'는 비율이 여자는 18%(18~29세)→31%(30~44세)→32%(45~59세)→48%(60세 이상)로 높아졌다. 60세 이상 여성 가운데 절반이 매일 책을 잡는다는 것. 남자도 14%→22%→27%→31%로 나이가 들수록 많이 읽는다. 프랑스 국민들은 휴가시즌이 되면 TV시청도 줄이고 책을 읽는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들은 1년에 평균 11권(만화제외)을 읽는데, 여름휴가 동안에만 3권을 읽는다. 휴가기간에는 TV시청이나 인터넷서핑을 평소보다 1시간씩 줄이고, 독서에는 25분씩 늘어난 2시간14분을 매일 할애한다. 휴가라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읽기를 위해 휴가를 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스마트폰이 한국만 대세가 아닐 텐데, 독서행태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들 나라에서는 책을 읽지 않으면 대학에 들어갈 수도, 졸업할 수도 없는 교육구조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현재 영국 더럼대학교에 재학중인 김헬렌(22)씨는 "독서의 깊이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 학교에서는 발췌문을 읽었는데, 미국에서는 1년에 5~6권은 완독해야 수업을 따라간다. 영국은 미국보다 더 많이 읽어야 하는데, 친구들이 남는 시간만 있으면 책을 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웬만한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 작품은 다 알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 등 외국대학으로 유학을 간 한국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것도 바로 책 읽기와 쓰기 때문이다. 최근 미 예일대를 졸업한 유학생 이모(25·여)씨는 "영어는 둘째 치고 일단 사고하는 방식부터 송두리째 바꾸는 연습을 해야 했다. 비판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 책을 읽고 말과 글로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에서 이런 훈련을 받지 못해서 대학 다니는 내내 힘들었다"고 말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웬 책이냐고?

책 읽기는 농사를 짓는 것과 같다. 미래의 결실을 위해 깊숙이 씨를 뿌리고 묵묵히 가꾸는 것. 하지만 연세대 경제학과 홍훈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 지식의 농사는 깊이는 얕아지고 토양은 천박해지고 있다. 실용지식도 결국 기초지식에 근거하는 것인데, 책 읽기가 고갈되면 실용적인 지식조차 존립이 위태롭다"며 "질문하고 의심하는 기능이 저하하면서, 창의적인 혁신능력도 저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혁신의 중심 실리콘밸리만 해도 그 밑천은 독서와 관련이 깊다. 지급결제 시스템 '페이팔'에서 시작해 전기차(테슬라), 우주로켓(스페이스X)까지 진출한 엘론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로켓까지 배웠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책벌레였다. 나를 잡으러 올 때까지 서점에서 책을 읽었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읽었다.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지면서 백과사전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로켓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그가 지금껏 읽은 책은 1만여권에 달한다고 한다. 로켓과학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먹고 살기도 힘든데 웬 책이냐고? 맞다. 구조적으로 책을 손에 못 잡게 하는 시대인데, 독서의 짐을 개인에게 다 지울 수는 없다. 경남과학기술대 박종훈 교수는 "책 안 읽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과 기업이 스펙과 스킬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을 갖춘 인재, 질문을 하는 인재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의식 없는 인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작가이자 사회학자인 정수복씨는 "학교는 책을 읽고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의무적으로라도 수업시간 중 일부를 읽고 질문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객관식 시험을 없애야 한다.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논술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교육과 기업이 지금의 '무식을 권장하는 시대'를 초래하고 있다면, 그 해결의 첫 단추도 어쨌든 교육과 기업이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10년 뒤 대한민국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서울인문포럼’ 기획한 보험사 명예상무 배양숙씨 “부는 경영학 아닌 인문학이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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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슈네 프랑스 소르본대 철학과 교수, 팡차오후이 중국 칭화대 철학교수, 프레드릭 살드만 의사 겸 작가, 설인생 중국 사마천학회 협회장, 문정희 시인협회 회장, 지식생태학자인 한양대 유영만 교수, 혜민 스님…. 2015년 1월 14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서울인문포럼’에 참여하는 세계 석학들의 면면이다. 최근 이 포럼의 홈페이지가 오픈되자마자 수백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이 포럼을 주최하고 운영하는 이는 대기업이나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다. 약 3억5000만원의 사재를 들여 이 포럼을 기획한 주인공은 배양숙 삼성생명 FC명예사업부 명예상무. 150㎝의 자그마한 키에 부산여상 출신의 보험영업사원이 이런 담대한(?) 일을 기획한 이유가 궁금했다.

보험영업을 하는데 왜 돈버는 법이 아닌 인문학, 그것도 세계적 석학을 모은 인문포럼을 기획했습니까.
“오랜 경험 끝에 경영학이 아니라 인문학이 진정한 부를 준다는 믿음에서였습니다. 이 포럼의 모태는 2011년부터 운영하는 ‘수요포럼 인문의 숲’ 강좌입니다. 저는 개인보다는 중견기업, 자수성가한 고액 자산가들의 재산관리, 상속설계를 주업무로 합니다. 주로 제조업을 하는 분들인데 평생 사업만 하느라 정작 개인의 취미나 교양은 물론 자녀 교육을 할 시간도 없는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재산관리나 부의 증식을 도움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분들이 올바르고 좋은 결정을 내리게 돕는 것이 결국 현 종업원과 그 가족의 행복을 키우고,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기업이 아닌지라 전문경영인을 모셔오기도 힘든 그분들이 자연스럽게 2세에게 경영승계를 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재테크가 아니라 인문학에서 그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세 경영인 멘토링 코스’ 프로그램을 먼저 시작했고 그것이 확대된 것이 ‘수요포럼 인문의 숲’이고, 드디어 세계적 석학을 모셔와 서울인문포럼까지 개최하게 된 겁니다. 수요포럼 인문의 숲은 공짜이지만 이 행사는 20만원의 참가비를 받습니다.”


이런 석학들을 초대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제가 다 직접 찾아가 만나서 초대했습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경우에도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마침 같은 시기에 다른 행사가 있어 송구하다며 다음번엔 꼭 참석하겠다고 하더군요. 다들 대기업이나 학술단체가 아니라 개인이 행사를 주최한다는 것에 신기해하고 호의를 보였습니다. 물질만능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한 지성인과의 만남이라는 제 뜻에 동의해 주셔서 무척 감사했죠. 먼 한국에서 왔다며 맛있는 식사까지 대접해 주셔서 더욱 기뻤습니다.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제가 궁금한 분, 만나고 싶은 분은 어느 나라건 직접 찾아가 만납니다. 오히려 한국의 지성인들은 고졸 출신의 보험영업 전문가가 이런 행사를 한다면 색안경을 쓰고 보거나 노골적으로 견제합니다. 화가 나기보다는 슬픈 현실이죠.”

‘수요포럼 인문의 숲’도 해마다 강사 초청이나 준비에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던데 부자들에게 돈을 들여 인문학 교육을 하는 이유는 뭔지요.
“제가 최고의 가치를 두는 것이 ‘선한 영향력’과 ‘인간성 회복’입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이 5000달러 정도였을 때 물질적으로는 곤궁했지만 그래도 다 같이 손잡고 가려고 하고 서로 배려하는 이타심, 측은지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2만 달러가 넘고 곧 3만 달러 진입을 앞두고 있는데 오히려 이타심, 측은지심을 볼 수 없게 돼버렸어요.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이웃끼리 인사조차 안 하고 리더들 역시 진심을 말하지 않습니다. 지성인이나 부자들일수록 자기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헐뜯는 것을 참 많이 봤습니다. 잠시는 잘 될지 모르지만 결국은 서로 망하더군요. 나도 잘 되고, 남도 잘 되고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인문학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지성인들, 부자들이 먼저 스스로 자각하고 깨쳐야 인간성 회복이 된다고 믿습니다. 해마다 1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지만 그 돈이 제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게 돈을 벌게 해준 분들께 다시 돌려드리면 그분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돈을 들여도 보람이 있으니까 계속하겠지요?
“그럼요. 어떤 CEO는 건설업으로 10년 만에 5000억원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미국의 금융사태로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문의 숲 포럼에 초대를 했습니다. 전 잘 몰랐는데 당시에 완전히 파산을 해서 차비조차 없는 상태였고 세상과 주변에 대한 배신감에 자살을 궁리하는 중이었답니다. 그런데 ‘오셔서 공부하세요’라는 제 전화를 받고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에서 한 줄기 실오라기 같은 흰빛이 보이고, 나를 찾는 사람이 있구나란 기쁨에 죽기 전에 강의라도 들어보자고 걸어서 왔답니다. 그런데 돈버는 것과 아무 상관없는 철학 강의여서 실망했는데, 거기서 ‘나는 질문하는 인간인가, 대답하는 인간인가’란 화두를 얻고 다시 살기로 결심했다더군요. 강의를 들은 후 그 말씀을 하시는데 평소 공개석상에서는 절대 울지 않는 제가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강의 콘텐츠를 짜고 연사들을 섭외하는 것 모두 제 몫이고, 해마다 억대의 돈이 들지만 한 분이라도 생명을 살리는 영향력을 미친 것에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습니다.”

좋은 일을 해도 오해와 편견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제가 고졸, 그것도 여상 학력을 극복하기 위해 지식인과 CEO를 모아놓고 대리만족을 한다, 이용을 한다, 돈자랑을 한다 등등의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죠. 특히 참여해서 강의까지 잘 들은 분이 그런 뒷담화나 이간질을 할 때는 당장 그만두고 싶었어요. 여성 지도자들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도 ‘전공이 뭐냐’ ‘어느 대학 몇 학번이냐’란 질문을 받아 ‘전 여상 출신입니다’라고 말하니 ‘대체 왜 저런 여자가 이런 자리에 왔나’란 경멸어린 시선을 보내는 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고졸이란 학력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져 8남매 중 둘째딸인 제가 대학에 갈 형편이 못 되었고 그 잃어버린 대학 4년을 보충하기 위해 직장에 다니면서 정말 이런저런 공부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 결핍감이 저를 항상 자극했고, 더 발전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분이 보험영업을 포함한 세일즈의 본질은 ‘거절’이라고 하더군요. 부자들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재산증식을 해준다는 제안도 숱하게 거절당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거절만이 아니라 성희롱도 당했습니다. 특히 부산에서 일하다 6년 전 서울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는 외계인 보듯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이 험난한 보험영업의 세계에서 150㎝에 가냘픈 몸매, 두 아이의 엄마에다 표정이 그대로 읽히는 얼굴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성과 감성을 분리합니다. 개인 배양숙이 거절당한 것이 아니라 제가 제안한 프로젝트가 거절당한 것이고, 거절은 그분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거절당했다고 포기하면 제 직무유기고요. 그걸 슬퍼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고, 신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인 망각으로 슬픔을 털어버립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거절하기 힘든 더 훌륭한 프로젝트와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 갑니다. 자신의 재산을 맡기는데 어떻게 한순간의 인상이나 말만으로 결정하겠습니까. 개인이나 지역을 개척하는 데 2~3년이 걸립니다. 재무설계도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인내의 문제입니다.”

자료는 어떻게 준비합니까.
“제 고객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분야를 철저히 파악해 관련 자료를 직접 모읍니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주로 지방의 의사, 변호사 등이 고객이었는데 그분들의 목표는 10억원대 정도의 건물을 소유해 안정된 수익을 갖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얼마의 돈이 있으면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의 건물을 가질 수 있으며, 그 돈을 어떻게 모을 수 있는지에 관련된 정보를 다 분석해 보여드렸지요.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월스트리트의 전문가에게 전화해 상황을 묻고 자료를 분석해 알려드립니다.”

세계 경제 흐름이나 미래에 대한 자료는 어떻게 구합니까.
“직접 관련 기관에 자료의뢰를 하기도 하고 지인들을 통해 구하기도 합니다만 경제에 관한 정확한 예측을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수시로 외국을 나가서 현장 분위기를 봅니다. 앞으로의 대륙은 아프리카라며 자원외교는 물론, 공장을 이전하는 이들도 많지만 제가 직접 가보니 금융 인프라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고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 물류비용도 문제였습니다. 후발주자는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두바이의 경우도 2007년 한창 두바이 신드롬이 불 때 갔습니다. 그런데 곡선 같은 건물 등 환상적인 스카이라인을 보여주지만 거리의 온도가 섭씨 50도에 달했어요. 또 작은 평수의 아파트가 10억원대여서 자칫 사람들이 빠지면 유령도시같이 변할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각 나라를 다녀올 때마다 제가 받은 느낌, 본 내용들을 정리해서 제 고객들께 메일로 보냅니다. 얼마 후 두바이가 휘청거렸을 때 어느 분이 제게 ‘자리 까세요’라고 하더군요.”

수요포럼 이전에 2세 경영인들을 위한 포럼을 먼저 시작했다면서요.
“제 주요 고객은 작은 기계 하나로 시작해 성공한 제조업체 사장들이 대부분입니다. 자기 삶은 없이 납기일 맞추고 직원들 월급 주는 것이 인생인 분들입니다. 굴욕감을 감수하고 사업을 일궈도 자식 코칭하거나 경영학을 가르칠 여유는 없던 분들이죠. 그런데 중견기업들의 직원이 적어도 400~500명이나 되는데 오너나 2세가 잘못 경영하면 그 직원들과 가족들의 삶이 무너집니다. 서울대 등에서 최고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것도 커리큘럼을 짜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재무설계 일을 하면서 많은 기업가들과 소통한 덕분에 때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있었고요. 한국철학사에서 배우는 리더십, 사마천의 사기에서 배우는 리더십, 미래경영 이야기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과정을 구성해 ‘2세 경영인, 그들을 위한 12첩 반상’이란 포럼을 만들어 강의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제게 재산관리를 맡겨주는 고객들에게 보답하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 포럼의 캐치프레이즈는 ‘For 홍익, 함께 이롭게 더불어 행복하게’입니다. 수업을 들으러 오는 기업 리더분들께 늘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귀중한 시간을 투자해주신 만큼 수업을 듣고 난 후에는 꼭 1명이든 2명이든 고용을 늘려 달라고요. 그리고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 유일한 과제입니다.”

연봉 14억원에 연중 최고 실적자에게 주는 ‘챔피언’으로도 등극했는데, 술·골프 등을 안 하고도 비즈니스를 하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제 장점은 단순하고 무식하고 긍정적이라는 것입니다. 만화 여주인공 캔디처럼 항상 웃고 호기심이 동하면 무식하게 앞뒤 안 가리고 달려가죠. 제가 읽은 책, 제가 만나본 사람들, 제가 가본 곳 등에 관한 것을 혼자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부지런히 전했습니다. 저를 믿고 맡겨 주시는 고객이 있는데 이런 노력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진심은 언제 어디서나 통한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65세까지는 재무설계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이왕 시작한 서울인문포럼을 국제적 행사로 성장시키고도 싶습니다.”

50세의 나이에도 소녀처럼 해맑게 미소짓는 배양숙 명예상무. 하지만 저렇게 밝은 웃음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알 것 같다. 에볼라 등 나쁜 바이러스보다 행복 바이러스가 더 빨리, 더 널리 퍼진다는데 배 명예상무의 긍정 바이러스, 인문학의 따뜻한 바람이 이 삭막한 사회에 널리 퍼지기를….

<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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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대표 경영자들에게 살아있는 지혜를 전달하였던 SERICEO 박경옥 수석의 책. 그동안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추천하였던 책 중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 15종과 저자가 특별히 선별한 책 15종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재구성하였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은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제 1 장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의 길
01 나는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가 … 14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김성근
02 대가가 알려주는 경영의 지혜 … 20
『CEO, 고전에서 답을 찾다』, 유필화
03 리더를 만드는 다섯가지 안목 … 36
『승자의 안목』, 김봉국
04 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의 덕목 … 44
『생각』, 허성도
05 생각이 모든 것을 이룬다 … 52
『카르마경영』이나모리

제 2 장 삶과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이해
06 밥 보다 더 귀한 접촉 … 60
『닿는 순간 힘이 된다』, 이달희
07 단순한 삶, 그 풍요를 위하여 … 66
『심플하게 산다』, 도미니크 로로
08 인생과 운명을 찬미하라 … 74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장영희
09 착각해서 더 행복한 세상 … 78

김정구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서비스마케팅학회장)
: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글귀에서 깊은 통찰과 인생의 본질을 찾아내 전달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입니다. 박경옥 수석의 글은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은 것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CEO, 어떤 책을 읽는가』를 대한민국 CEO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이사 사장)
: 현대사회는 정보의 ‘결핍’이 아닌 정보의 ‘과잉’이 늘 문제가 된다. 정보와 지식이 범람하다 보니,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인생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읽고 배워야 할 것인지가 늘 고민이다. 다행히 박경옥 수석의 신간이 良書들을 엄선하여 다시 소개해주니 무척이나 반갑고 고맙다 그녀의 眼目에 대한 칭찬은 조금 넘쳐나도 좋겠다. 손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오랫동안 함께 보낼 만한 책이다.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
: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린다 해도 그것을 먹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듯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그것을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던가. 그러나 한편으로 책들이 범람하는 이 시대, 우리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책을 어떻게 가늠할 것인가, 그것 역시 분명 우리가 당면한 문제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SERICEO를 통해 수많은 회원들에게 좋은 책, 좋은 글귀를 소개해온 저자가 그중에서도 선정한 책들이라니……. 언제나 그래왔든 그의 탁월한 선택을 믿는다.
: ‘소화되지 않은 것은 먹은 것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책을 만났다. 이 책에는 인류의 오랜 테마들에 관한 동시대인의 성찰과 발견이 마치 흡수가 잘 되는 종합영양제처럼 알맞게 정제되어 있다. 부드럽고 섬세한 저자의 필치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서른 권의 책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각각의 주제들이 살아 있는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히 재연해 어느새 든든한 소양을 쌓게 하니 책을 읽는 재미와 만족감이 남다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북스 2014년 2월 7일자 '북카페'

최근작 : <CEO, 어떤 책을 읽는가>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하여 10년 동안 CEO를 위한 최고의 지식사이트인 SERICEO에서 교육컨설팅과 마케팅을 담당해온 저자는 절박한 현실에 고군분투하는 경영자와 리더들에게 살아있는 지혜를 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책’에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자신만의 글쓰기로 소개하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책에는 SERI에서 소개된 것들을 포함하여 총 서른 권의 책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담겨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히고 우리네 삶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옛 현인...

책 읽는 CEO, 세상의 길이 되다
● SERICEO 박경옥 수석이 독자들을 위해 엄선한 도서!
● 삼성경제연구소 추천도서를 한 권의 책으로 재해석!

음식이 되었든,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되었든 사람마다 호불호好不好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사람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의 호불호에 대해서 크게 관여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호불호에서 대해서는 관여를 하지 않되, 내게 좋은 것은 한 번쯤 권해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던가? 분명 호불호를 떠나 주관적으로, 객관적으로도 유익한 분야는 있을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아마도 좋은 책을 권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분명 책을 권하는 것,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문제다. 책을 읽기 위해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을 인생을 좌우했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좋은 책은 분명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 한다.
이에 여기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하지만 과감하게 좋은 책을 선별하여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지난 10년간 SERICEO 회원들에게 삶을 완숙으로 이끌 좋은 책을 소개하는 작업을 해온 저자가 그중에서도 30권의 책을 엄선하여 세상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지나온 삶을 돌아볼 기회를 마련하고자 『CEO, 어떤 책을 읽는가』를 세상에 내놓았다.

다양한 시각에서 인생을 모색해볼 수 있는 서른 권의 책이 한 권으로 함축되다!

눈길을 갈 때 가장 안전한 길은 분명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걷는 것일 테다. 게다가 앞선 이의 걸음이 나의 목적지와 부합한다면 이 또한 큰 요행일 것이다. 깊게 쌓인 눈길을 가장 먼저 걸어야 하는 것처럼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막연한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없이 좋을 책을 권한다. 저자는 SERICEO 회원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는 작업을 10년 이상 해오면서 좋은 책을 볼 수 있는 심미안審美眼을 키워왔다. 책이 가진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독자에게 유익하며 나아가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읽는 이의 삶이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게 하는 매개가 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은 분명 심미안이라 할 만하며, 저자의 심미안은 탁월하다. 인생의 고수들이 서른 권의 책에 담아낸 인생 성공의 비결이 단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 세상에서 말하는 가시적인 성공이든, 마음의 평화로 일구어내는 정신적인 안정이든 이 책은 분명 삶의 변화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시각에서의 변화를 모색하게 한다. 저자가 먼저 밟아간 눈길을 따라 걸으라.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좀 더 편안히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SERICEO에게 소개됐던 책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온다!

‘인생성공 단십백’이라는 말이 있다. 한평생 살다가 죽을 때 한 명의 진정한 스승과, 열 명의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백 권의 좋은 책을 말할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이라는 의미다. 한평생 접하는 책이 몇 권인데 그깟 백 권쯤이야…… 코웃음 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단순히 독파한다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책을 말하는 것이라 할 때 백 권의 책은 분명 녹록찮은 양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 책을 손에 들게 된다면 당신은 ‘인생의 책’을 적어도 10권과는 조우하게 되리라 장담한다. SERICEO들에게 은밀하게 전해졌던 책들이 이제 더 많은 독자들의 삶에 불을 밝히고자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왔다. 과연 SERICEO들에게 깊은 공감의 끄덕임을 자아내게 했던 책은 어떤 것들이며, 그 책들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스페인서 성공한 한상(韓商) 권영호 인터불고 회장 … 연매출 1조원에 프라이드 손수 운전

[중앙일보] 입력 2010.10.23 00:12 / 수정 2010.10.23 00:12

“여보 생활비 좀 더 줘요” “그럼 남을 우째 돕노”

그를 만나고 나올 때 요즘 동화책에 나오는 ‘자린고비’가 떠올랐다. 옛 이야기에서 자린고비는 가족에게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술 먹을 때마다 쳐다보게 할 정도로 인색한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 동화책에서는 자린고비를 재해석한다.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는 것까지는 옛 이야기와 같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아끼고 아껴 많은 돈을 모은 자린고비는 일정한 돈을 모으자 그때부터 이웃을 위해 자기 재산을 쓴다. 스페인 기업 인터불고의 권영호(69) 회장이 꼭 그런 사람이다. 그는 한국인으로서는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다. 연매출이 1조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차 프라이드를 손수 운전하고 다닌다. 젊을 때부터 ‘돈이 아까워’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을 정도로 돈을 아끼는 그다. 19~21일 대구에서 열린 세계한상대회에 참석한 그를 만나 도전과 성공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구=김창규 기자<teentee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jokepark@joongang.co.kr>

그는 돈 한 푼 없이 ‘맨몸’으로 나가 유럽에서 성공한 대표적 한상(韓商)이다. 그가 스페인까지 가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 26세부터 배를 탔는데요.

 “경상북도 울진의 어촌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 배운 것이 고기잡는 것이었지요. 어른이 되면서 연안의 영세한 어업인보다는 대양에 나가서 좀 더 넓은 가슴으로 세계를 정복해야겠다는 야망을 가졌습니다. 마침 그때(1960년대) 정부가 외화벌이 목적으로 원양어업을 장려해 ‘개척자’로 나갔습니다. ”

● 처음 간 곳이 스페인이었나요.

 “네. 당시 스페인은 한국과 어업협정을 해서 한국 어선에 기지를 제공했지요. 그 기지가 그랑 카나리아라는 섬이었는데요. 거기서 3년간 배를 타다가 회사의 인정을 받아 71년부터 스페인 주재원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스페인에서 살고 있습니다. ”

● 우연히 인연을 맺었네요.

  “그렇죠. 스페인어를 배운 것도 아니고…. 그곳 사람과 동화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 거기서 개인사업을 하게 된 동기는 뭔가요.

 “직장은 틀을 벗어날 수 없지 않습니까. 직장에서 10여 년 근무하고 79년 차장으로 퇴직했어요. 그때가 일본에서는 원양어업이 사양산업이라 철수하는 시기였어요. 마침 부두에 가니까 일본 업체가 내일 폐선할 예정인 배를 대놓고 있었지요.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번 돈 2만 달러를 주고 그 배를 샀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내일 버리겠다는 배를 과연 권 차장이 수리해서 잘할 수 있을 것인가’ 등…. 진심으로 하는 얘기였죠. 하지만 부정적으로만 얘기하니까 오히려 반드시 성공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 2만 달러짜리 배로 어떻게 성공하게 됐나요.

 “행운이 많이 따랐어요. 물론 운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따르지,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따르지 않겠지만요. 82년에 갑자기 세계 수산업계에 위기가 왔어요. 한국 기업도 철수 단계에 있었지요. 하지만 나는 사업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철수할 수가 없었어요. 그때는 카나리아가 영업기지였는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아프리카의 앙골라를 개척했습니다. 거기에서 정말로 기회를 찾을 수 있었어요.”

● 앙골라 어장을 개척한 이유는 뭔가요.

 “카나리아에는 고기가 없었으니까요. 보통 어장 발견 후 수익성이 보장되는 기간은 5년입니다. 카나리아도 황금어장이었는데 여러 해 동안 일본·소련과 연안국이 다 뛰어들어 어장이 고갈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어장을 개척해야 했지요. 앙골라는 카나리아에서 배로 10일 정도 걸리는 곳입니다. 한국과 수교가 없는 적성국가였지만 입어권(조업할 수 있는 권리)을 획득했습니다. 한창 때엔 50여 척의 원양어선을 보유했어요.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에서 남쪽의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우리 회사 배가 줄지어 조업할 정도였지요.”

● 해외에서 사업하면서 무엇이 제일 어려웠나요.

 “유럽에서 외국인이 돈 벌어서 부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나도 사업 무대가 아프리카 바다여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언어나 문화적 차이, 동양인에 대한 배타적 생각 등이 어려웠지요. 내가 솔선하지 않으면 그들은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 한국, 특히 경북 지역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요.

 “사업을 시작한 후 5년 뒤인 85년부터 한국에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주로 경북 지역에 하는데 내 고향이 가까우니까요. 애향심 때문에 투자한 것이지 사실은 지방에 이런 호텔 사업을 한다는 것은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은 ‘당신 회사는 글로벌 기업 아니냐, 왜 여기에 투자하느냐’고 묻기도 한답니다.”

 인터불고는 국내에 호텔인터불고 대구·엑스코·원주와 인터불고경산컨트리클럽, 인터불고건설, 인터불고유통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스페인(조선소·골프장) 외에 프랑스·네덜란드(유통업), 앙골라(수산업), 가봉(수산업)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 정도다.

젊은 세대를 이야기할 때 그에겐 아쉬움이 깊게 배어 있었다. 젊은이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관입니다. 요즘 (한상) 세대에는 국가관이 없어졌어요. 물론 자기가 태어난 곳이 국가라고 하지만 자신의 뿌리, 조국에 대한 생각은 가져야 합니다. 젊을 때 조국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아프리카 등을 다니다 보면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출입국 때 아무 이유 없이 아프리카 오지의 대기실에 밀어넣고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해요. 가끔 ‘난 한국이 싫어. 빨리 외국 국적을 받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요즘 외국에 나가면 한국 여권이 자랑스러워요. 등을 기댈 조국이 있다는 생각을 꼭 잊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 절약을 강조하는데요.

 “만사가 절약이에요. 인생도, 시간도, 물질도 절약해야 합니다. 인생도 절약해야지 과음 등을 하면 오래 살 수 없잖아요. 내가 타는 차엔 기사가 없습니다. 차는 교통수단인데 좁은 시내를 다니면서 큰 차 타고 다닐 필요가 있나 생각해요.”

● 아내 입장에서는 너무 절약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제가 이런 말을 합니다. 나와 50년 동안 산 앵무새가 있는데 이 앵무새가 유창하게 쓰는 말이 있지요. ‘여보 생활비를 왜 이렇게 적게 줘요.’ 그때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남을 도우겠노.’ 내 잘 먹고 남 도울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지금까지 비행기를 타도 비즈니스석이나 퍼스트 클래스를 타본 적이 없어요. 간혹 운이 좋아서 마일리지 등으로 공짜로 타본 적은 있지만요. 절약한 돈을 가지고 사회사업을 하는 겁니다. 예전에 청와대에 갈 때도 엑셀을 타고 갔지요. 그때는 제가 운전하기 좀 그래서 총무부장을 데려갔습니다(하하하).”

 그는 자녀가 ‘우리 아버지는 깍쟁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자녀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 자녀에게도 절약을 강조합니까.

 “아이들은 나보다 더 큰 차를 타고 다닙니다. 물론 철철 넘치진 않지만요. 나는 습관적으로 (절약을) 하는 것이지 꼭 남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의 방식을 강요하진 않습니다.”

● 기부를 많이 하는데요.

 태어날 때부터 그런 정신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돈을 벌고 나서 돈을 보람있게 쓸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어차피 인생은 내가 번 돈을 두고 가는 것인데 어려운 사람에게 나눔·베풂을 실천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는 86년 동영장학재단을 설립해 25년간 한국·중국·아프리카 학생 1만3000여 명에게 모두 130억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2008년에는 계명대학에 200억원 상당의 경북 칠곡군 소재 임야 243만4547㎡(74만 평)를 기증했다. 그는 최근 4~5년 동안 1년의 3분의 2가량을 한국에 머물렀다. 골프장·호텔 건설 등 주요 사업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제 스페인에서 오래 살고 싶다고 했다. 조국을 강조하는 그가 스페인에서 오래 살고 싶다니…. 이유를 물었다.

 “스페인은 내 고향입니다. 한국은 내 조국이고요(하하하).”


j 칵테일 >> 권 회장의 잃어버린 손가락 마디들

이 이야기는 권영호 인터불고 회장이 밝히지 않으려 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소개한다. 권 회장은 왼손 세 손가락의 마디가 없다. 1997년 6월 26일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절망적인 날’이다. 인터불고는 앙골라 해군에서 인수한 낡은 호텔을 수리 중이었다. 당시 56세인 ‘회장님’이 직접 공기를 맞추기 위해 현장에 갔다. 그가 시멘트 섞는 장비를 점검하던 중 현지인이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동력 스위치를 작동했다. 순간 그의 손이 벨트에 말려들어갔다. ‘악!’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손은 피범벅이 돼 있었다. 그는 다친 손을 움켜쥐고 침실로 가다가 의식을 잃었다. 그가 다친 소식은 앙골라 대통령 비서실에까지 알려졌고, 접합수술을 받기 위해 그는 의료기술이 좋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갔다. 수술을 했지만 세 개의 손가락 마디를 접합하지 못했다.

  크게 상심했지만 그는 마음을 추슬렀다. “한쪽 발을 잃으면 두 발을 다 잃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두 발을 다 잃으면 목이 성한 것에 감사하라”는 탈무드의 한 대목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실수를 한 현지인에 대해 어떠한 ‘보복 조치’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손가락 절단으로 인해 받은 보험금 전액도 앙골라 현지인을 위해 기부했다

자산 1조인 회장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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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조인 회장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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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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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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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령하는 듯한 말을 쓰지 말라 
 
2. 비판보다 칭찬거리를 먼저 찾으라 
(칭찬해서 싫어할 사람은 없다) 
 
3. 상대에게 호의를 베푸는 연습을 시작하라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좋아지도록 연습해야 한다) 
 
4. 그의 반항을 존중하라 
(반항은 단지 존재 가치를 느끼고 싶기 때문임을 알라) 
 
5. 싸우지 말라 
(말이나 행동에 의한 적대 감정을 피하라. 윽박질러 놓으면 결과는 손해다) 
 
 
6. 상대방이 틀렸다고 마구 꾸짖지 말라 
(틀리고, 나쁜 점을 증명해 보라. 잇점은 없다) 
 
7. 큰소리가 "NO"라는 뜻이 아님을 알라 
(80%는 반항함으로 잊고 만다) 
 
8. "나는 당신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를 압니다" 라는 말을 애용하라.
(놀라운 효과가 있다) 
 
9. 무언가 질문하고 그 얘기에 귀를 기울이라 
(진지하게 자기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10. 그 상대를 위해 기도하고 용서하라 

(사랑으로 감싸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리라) 

독서와 여행은 대학 간판보다 중요하다

M 최고관리자 15.04.1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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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지 않는 자, 책 읽는 자 밑에서 일할 준비를 하라

애를 키워본 엄마라면 갓난 아기는 간지럼을 잘 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 것이다. 갓난 아기는 아직도 자아가 엄마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남이 내 발바닥을 간지럼 태우면 참을 수 없지만 내가 스스로 발바닥을 긁으면 간지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이다. 이렇듯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 우리가 누군지 알고 나오는 게 아니라 세상에 나와 성장 하면서 자아관이 형성이 된다.

건실한 자아관을 갖기 위해서는 유아기 때의 부모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로 자라기도 하고 남을 배려하는 자긍심(Self Esteem) 높은 아이로 성장하기도 한다. 자아관이 왜 이토록 중요할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타인과 상호관계를 맺을 때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자아관의 골격이 형성된 이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의 상호관계를 통해 살을 붙여 나가게 된다. 이 자아관 위에 사회관, 이성관, 결혼관, 가족관, 국가관, 세계관, 인생관이 형성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관점(Perspective)인 자아관이 첫 단추 역할을 하게 된다.

자아관의 살이 붙어 나갈 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독서다. 우리가 살아나가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람의 반경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독서를 통해 타인의 생각을 읽는 일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독서를 하게 되면 1인칭,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람과 사물 그리고 (역사적) 현상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핵심이 되는 관점 획득(Perspective Taking)능력과 직결된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타인의 경험을 간접 획득하게 된다는 점과 세상에 대한 관념의 확장이 일어난다는 점 또한 독서가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과거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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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리더”들은 명확환 자아관 위에 확고한 세계관과 인생관이 형성된 사람들이다. 열등감으로 점철된 자아관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 밖으로 관점이 확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인생의 ‘동력’이 약하거나 ‘방향성’이 애매하게 된다.

 

책 많이 읽는 자, 책도 읽고 여행도 많이 하는 자를 당해낼 수 없느니라

독서가 시간의 축에서 자아를 똑바로 볼 수 있게 도와 준다면 공간의 축에서 자아관의 영역을 확장 시켜 주는 것은 바로 여행이다. 여행을 통해 단순히 자기와 다른 사람, 문화, 사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관념의 확장이 이루어진다. Sightseeing만으로도 좋다. 그러나 더 깊이 여행지의 사람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면 관념의 확장이 더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자신과 다른 타인들이 자신의 사회문화와 다른 이질적 문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체험은 자신을 더욱 뚜렷하게 함과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는 배려심과 관점을 획득하게 해준다. 어려운 말 쉽게 말하자면 소위 “그릇”이 커지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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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로 희생당하는 청소년기, 취업 준비로 혹사 당하는 대학 시절

우리 사회는 입시 공부로 독서를 포기하게 만들고, 취업 준비로 여행의 기회를 강탈한다. 그러나 독서와 여행을 희생하면서 그 시간에 화려한 스펙을 갖춘들 사회 진입시 뭔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착각만 들게 할 뿐 자신은 어느덧 책 많이 읽고 여행 많이 다닌 사람 밑에서 일하고 있게 됨을 발견할 것이다. 만약 자신의 속한 조직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안심하지 마라. 당신의 자녀는 확실히 그런 세상에서 살게 될 테니 말이다.

요즘 같이 스마트폰 때문에 독서율이 더 떨어지고 삶이 예전보다 팍팍해져 여행 갈 시간이 없다고 푸념을 늘어 놓는 세상이라면 더더욱 책을 집어 들고 여행을 떠나라. 예전보다 쉽게 리더의 자리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기술혁신의 중심 실리콘밸리만 해도 그 밑천은 독서와 관련이 깊다. 지급결제 시스템 ‘페이팔’에서 시작해 전기차(테슬라), 우주로켓(스페이스X)까지 진출한 엘론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로켓까지 배웠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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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벌레였다. 나를 잡으러 올 때까지 서점에서 책을 읽었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읽었다.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지면서 백과사전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로켓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그가 지금껏 읽은 책은 1만여권에 달한다고 한다. 로켓과학도 그 중 하나였다. – 머니투데이 2014.7.25. “무식한 대한민국…진지 빨지 말고 책 치워라” 중

이런 배경하에 나는 면접 때 그 사람의 여행과 책에 대한 공력과 관점을 알아내는 데에 질문을 집중한다. 한 길 사람 속 알 길이 없다고? 열 길 물속은 몰라도 한 길 사람 속은 몇 가지 질문으로 알 수 있다. 책도 안 읽고 여행도 안 다녀 본 사람은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고, 자기가 왜 채용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출처 : http://ppss.kr/archives/25338

원문 : http://iportfolio.co.kr/archives/15083

블룸버그·저커버그가 특별대우 안 받는 이유

한국경제 2015.07.17(금) 홍익희 배재대 교수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71616571

 

필자가 1996년 뉴욕무역관 부관장 시절 블룸버그통신 사장이던 마이클 블룸버그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평사원과 똑같이 사무실 한쪽에 있는 그의 책상에서 우리 일행을 맞았다. 사장실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브리핑을 직접 하는 게 아닌가. 회사 곳곳의 견학도 직접 본인이 우리 일행을 안내하며 세심한 부분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때의 놀라움은 필자가 유대인 역사를, 그들의 가치관을 공부한 뒤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다른 유대인 기업가도 대부분 직원들과 함께 앉아 근무한다.

 

<중략>

 

이런 평등사상이 낳은 수평문화가 바로 후츠파 정신이다. 유대인은 직장에서의 직책은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역할 분담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때문에 사람 간에 종속관계가 성립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영층과 신입사원 간에도 자유롭고 당당하게 질문하고 열띤 토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유대인 기업가의 리더십은 바로 이런 소통문화, 수평문화를 이끄는 데서 나온다.

 

# 율법의 본질은 ‘정의와 평등’

 

유대인의 평등사상은 뿌리가 깊다. 모세 율법의 본질이 ‘정의와 평등’이다. ‘정의’는 고아나 과부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고 ‘평등’은 세상의 통치자는 하느님 한 분이며,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개념이다. 그 무렵 만인이 ‘평등’하다는 개념은 파격이었다. 모세 스스로 평등사상을 본보이기 위해 특별대우를 사양했다. 전쟁터에서 돌 위에 앉아 전쟁을 지휘할 때 참모들이 편안한 의자를 권했다. 그때 모세는 나만 특별대우를 받을 수 없다고 사양했다. 이것이 후대 유대인에게도 강하게 각인됐다.

 

이런 율법의 평등사상은 즉각 정치제도에도 반영됐다.

 

<중략>

 

# 비전 제시에 강한 유대인 기업가

 

19세기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면서 종교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기독교도들은 다윈이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원숭이의 이미지로 훼손시켰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유대교에서는 진화를 단계별로 이뤄지는 또 하나의 창조로 해석한다. 유대교의 ‘티쿤 올람’ 사상에 따르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가 아닌 ‘개선시켜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티쿤 올람’이란 유대교 신앙의 기본원리 가운데 하나로 ‘세계를 고친다’는 뜻이다. 인간이 하느님의 파트너로 세상을 개선시켜 나가야 하는 책임을 의미한다. 신은 세상을 창조했지만 미완성 상태이기 때문에 인간은 계속되는 신의 창조행위를 도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신의 뜻이자 인간의 의무라는 설명이다. 이것이 유대인의 현대판 메시야 사상이다. 메시야란 어느날 세상을 구하기 위해 홀연히 나타나는 게 아니라 유대인 스스로가 신과 협력해 세상을 완성시키는 메시야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대인이 창조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이 사상 때문이다. 이는 또 유대 기업인이 자기 분야를 통해 세상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과 비전 제시에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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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교수의 ‘유대 창업마피아’ - 무섭도록 치밀한 그들만의 단결력

중앙일보 2015.03.09

http://mnews.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Total_Id=17195816

 

[이코노미스트] ‘페이팔 마피아’ 넘어 세계 창업세계 뒤흔드는 유대인 네트워크 분석

 

‘창업만이 살 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업에서 찾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많은 청년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이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창업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집단은 유대인이다. 이들의 창업 생태계에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실리콘밸리의 창업네트워크를 분석한다.

 

<중략>

 

글=홍익희 배재대 교수. KOTRA 근무 32년 가운데 18년을 뉴욕· 밀라노·마드리드 등 해외에서 보내며 유대인들을 눈여겨보았다. 유대인들의 경제사적 궤적을 추적한 <유대인 이야기> 등을 썼으며 최근에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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