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서 13차 촛불집회..국정원·정부 규탄

뉴시스|김지은|입력2013.09.28 20:58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국가정보원의 정치·대선개입 사태를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3차 범국민촛불대회'가 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2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15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정원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해체수준의 국정원 개혁 ▲ 박근혜 대통령 해임 등을 요구했다.

현장에는 20~30대 젊은 층을 비롯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참석자, 중장년층이 한데 모여 있었다.

네 살짜리 딸과 함께 참석한 오세원(48)씨는 "촛불집회가 원하는 것이 다 이뤄지지 않겠지만, 최소한 딸아이가 살아갈 미래의 우리나라가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광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민규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전남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정원 문제 특검을 해야 한다' 는 찬성 비율이 91.5%,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찬성 비율이 83.5%였다"고 지적했다.

김진만(50)씨는 "국정원 대선 개입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상식적으로 정의롭지 않은 문제"라며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나서지 않으면 다시 유신 시대로 돌아갈 것 같아 집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자유 발언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노인연금 공약 철회와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사표 수리, 교학사 역사 교과서 검정 통과 문제 등 진보 진영의 주요 문제들이 총 집결됐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노인연금을 사과 한마디로 손쉽게 철회했다"며 "이는 국민들을 우습게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차상우(18) 민주사회를 위한 청소년회의(민청회) 공동대표는 "교학사 교과서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공은 빠뜨리고 친일파 최남선의 공만 살리는 등 역사를 왜곡했다"며 "교학사 교과서 관련 대학생, 초·중·고 학생, 교사 등 국민들의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용철(45)씨는 "채동욱 사태는 엉뚱한 사람을 찍은 마녀사냥"이라며 "이는 박근혜가 위기에 몰렸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민국 재향경우회(회장 구태재) 등 8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애국시민세력은 이날 오후 청계광장 인근에서 맞불집회 성격의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9차 국민대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으로 1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들은 ▲반민족 촛불 좀비와 종북세력 타도 ▲국정원 개혁을 외치는 종북 연합 박살 ▲국회와 검찰의 개혁 등을 외쳤다.

경우회 중앙회 구 회장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으로 우리나라가 혼란에 빠졌다"며 "우리가 개혁해야 할 대상은 종북세력이 침입한 국회와 검찰이다. 촛불 좀비들이 국정원을 개혁하자는 말은 잘못됐다"고 외쳤다.

kje1321@newsis.com

이래도!!! 무엇이 진실인지..... [36]

휴나 (hun***)

주소복사조회 311213.09.22 23:56

민주주의 꽃은 선거 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며 선거로 인하여 권력을 국민으로 부터 위임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공정하지 못하고 부정 불법선거로 국민을 속여 받은 정권은 국민으로 부터 인정을 받은 정권이

아니므로,국민은 이런 부정한 정권을 인정 할수 없습니다.

 

또한, 국민은 지지자를 떠나서 부정 불법선거 범죄는 국기문란을 뒤흔드는 중죄이므로

불법선거 관련자 모조리 처벌하고, 바뀐애는 방을 빼야 합니다.

 

이에 전국 카톨릭 모두가 이 나라 민주회복을 위하여 분현히 일어났습니다.

천주교와 천주교 정의 사제단에 대하여 다시 한번 감사 드리고...

 

우리 모두 함게 참여 합시다.

오늘이 부정 불법을 눈감는다면 내일의 우리와 우리 자식의 미래는 없습니다.

 

일어나서 외칩시다!!! 공정한 사회구현으로 우리 자식들의 미래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15개 가톨릭교구 사제·수도자·평신도 "국정원 해체" 외친다

http://durl.me/5uxzea (원문보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23일 오후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기도회'를 연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시국기도회에는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사제단은 "대통령 선거과장에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인 공작을 전개함으로써 민의를 왜곡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심지어는 엇갈린 결과마저 사전에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마저 끊이지 않고 있다, 믿을 수 없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또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와 수도자들이 뜻을 모아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은 한국천주교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지 보여주는 현상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제단은 "최근의 청문회에서 보았듯이 정부와 여당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들을 방해하고 조롱하였으며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마저 또 다른 거짓말로 얼버무리는 억지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또 "남북정상대화록의 본의를 왜곡하여 선거에 도용한 일이나 국정원이 이를 무단공개한 일 등은 여론조작을 위한 댓글공작과 함께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할 중범죄들"이라고 규정했다.

사제단은 "아예 고질이 되어버린 거짓의 암세포를 말끔히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그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면서 "우리가 국정원이 저질렀고 경찰청이 덮어버린 공작들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제단은 "거짓에 의한, 거짓을 위한 통치가 이토록 순조로워진 것은 악을 방관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며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저항의 정신으로 거짓축출과 민주주의 회복 운동에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23일 사제단이 발표할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진실로써 재판하는 이가 없다. 거짓을 이야기하며 재앙을 잉태하여 악을 낳은 자들뿐이다" (이사야 59:4)

1. 지난 정부 내내 교회는 슬프고 괴로웠다. 대자연을 파괴하고 시민들을 삶터에서,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내쫓는 광경을 바라볼 때마다 국가의 존립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거듭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국가와 자본이라는 두 거대권력 사이에서 사람을 지켜줄 아름다운 정부의 탄생을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이런 소망을 이뤄주기를 진심으로 염원하였다.

2. 하지만 대통령 선거과정에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인 공작을 전개함으로써 민의를 왜곡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상상조차 못했던 불법의 자행에 우리 모두 경악하였다. 심지어 근소하게 엇갈린 결과마저 사전에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마저 끊이지 않고 있다. 믿을 수 없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 지난봄부터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호소가 잇달았다. 한국천주교회 역시 절차민주주의의 훼손과 오염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였다.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와 수도자들이 뜻을 모아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은 한국천주교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지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4. 하지만 이 모든 호소는 무시되었다. 최근의 청문회에서 보았듯이 정부와 여당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들을 방해하고 조롱하였으며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마저 또 다른 거짓말로 얼버무리는 억지를 부렸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가려질 일이 아니다. 남북정상대화록의 본의를 왜곡하여 선거에 도용한 일이나 국정원이 이를 무단 공개한 일 등은 여론조작을 위한 댓글공작과 함께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할 중범죄들이다.

5. 우리는 거짓이 지어내는 비참한 결과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라의 소중한 젖줄을 죽음의 늪으로 만들어버렸던 이명박 정권이 기실 현 집권세력임에도 반성은커녕 떳떳한 국책사업이었다고 강변하는 것도 그 사례다. 살려보겠다던 사업의 구실도 그랬지만 살려냈다던 결과에 대한 평가도 모두 견강부회하는 거짓말들이다. 아예 고질이 되어버린 거짓의 암세포를 말끔히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사회는 그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 불의를 미워하고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우리는 인간다움 그 자체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국정원이 저질렀고 경찰청이 덮어버린 공작들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6. 이제라도 다 같이 욕심을 비우고 현실을 정직하게 성찰해야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결단과 솔선수범을 바란다. 대통령이 나서서 정치개입과 여론조작 등 지금까지 국정원이 저질렀던 민주주의에 대한 불법적이고 일탈적인 해악과 범죄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법의 심판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기 바란다. 그때 비로소 역사가 바로 설 수 있고 대통령 자신 역시 '대선무효'라는 불명예를 씻고 떳떳하게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다.

7. 동료 사제와 청정하신 수도자 제위, 그리고 사랑하는 교우님들과 동료 민주 시민 여러분께 삼가 부탁한다. 거짓에 의한, 거짓을 위한 통치가 이토록 순조로워진 것은 악을 방관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앞으로 닥칠 공안정국 아래 우리의 일상은 용산참사와 쌍용차 해고사태, 4대강과 밀양송전탑 건설 강행, 제주 강정 구럼비와 같은 파괴와 불법의 반복일 가능성이 크다.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저항의 정신으로 거짓축출과 민주주의 회복 운동에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만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정신의 등불을 꺼뜨리는 일이 없도록 서로 돌보기로 하자.

8. 한국천주교회의 평신도와 수도자들 그리고 사제들의 뜨거운 열망을 담아 우리는 아래와 같이 호소한다.

첫째, 국정원은 지금까지 저지른 온갖 불법으로 자신이 얼마나 민주주의 존립을 위협하는 해악적 존재인지 스스로 충분히 증명하였다. 그러므로 더 이상 존립할 이유가 없다.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

둘째, 원세훈, 김용판 등 국정원 사태와 관련된 모든 범법자들은 엄중히 처벌되어야한다.

셋째, 청와대는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의 진상규명 노력을 제지하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 죄를 덮기 위해 또 다른 죄를 부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넷째, 박근혜 대통령은 이상의 불법을 깨끗이 정화한 다음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새롭게 신임을 구하라. 그래야만 '대선무효'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다.

9. 우리가 먼저 빛의 소명을 다짐하자. 9월은 한국천주교회의 순교자성월이다. 하느님 공경과 이웃 사랑을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바쳤던 순교자들의 정신으로 시대의 짙은 어둠을 밝히자.

2013년 9월 23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참석이 가능합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종교와 종파를 초월합니다.

9월 23일(월) 오후 7시 30분, 서울광장을 주목해주세요.

우리 함게 참여 합시다 !

내자식과 민주주을 지키기 위해!!

저들은 우리 하나 하나 잡아 갈것입니다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710249&pageIndex=1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2503710

[男子수난시대④] 50대 '일'이 없다

평일에도 홀로 산을 찾는 그들 "갈 곳도, 할 일도 없어"노컷뉴스|입력2013.09.12 06:03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남존여비(男尊女卑)라 했던가.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여존남비' 사회다. 갈수록 남자들이 설 곳을 잃고 있어서다.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 중장년은 직장과 가정에서 치이고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본인도, 주변도 여전히 인식은 조선 시대에 멈춰있어 갈등도 만만찮다. CBS노컷뉴스는 '男子수난시대'의 세대별 실상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망한다. [편집자 주]

< 싣는 순서 >

①20대 '답'이 없다

②30대 '집'이 없다

③40대 '나'는 없다

④50대 '일'이 없다

⑤60대 '낙'이 없다



↑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산을 찾는 50대 남성이 늘고 있다. 산악회에 가입해 여럿이 뭉쳐가는 것도 아니다. 취미생활로 화려한 등산 장비를 갖춰 입는 건 더더욱 아니다.

평일 아침 관악산에서 만난 이모(52) 씨. 그는 누구에게도 인사 한 번 건네지 않고 묵묵히 산에 오른다.

낡은 운동화에 빛바랜 등산복, 푹 눌러쓴 모자만 챙겨온 남자의 어깨에는 막걸리 한 병과 고추장에 찍어 먹을 마른 멸치만 담긴 가방이 걸려있다.

이 씨와 같은 50대 남성들이 굳이 산을 찾는 이유는 우선 건강 때문이다. 한창 시절 매일같이 새벽에 출근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필름 끊기는' 회식을 했다. 또래 중에 당뇨와 고혈압 걱정 없는 친구가 없다.

하지만 건강보다도 더 큰 이유는 '갈 곳이 없어서'다. 도봉산에서 만난 은행원 출신 김모(58) 씨는 스스로를 '뱅커'라고 소개하면서 "할 일이 없어서 산에 왔다"고 했다.

"은퇴하니까 시간은 남는데 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도시에서 돌아다니면 다 돈이 들고, 딱히 소일거리 할 게 없다"던 김 씨는 취미를 묻자 한참을 망설였다.

"취미라니, 뭐라고 얘기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골프야 일 때문에 접대하느라 배운 거고, 일 그만둔 처지에 칠 형편도 안 되고…".

잠시뒤 김 씨는 '정답'을 찾아낸 듯 미소를 지었다. "우리 세대에게 취미가 어디 있나. 기껏해야 등산하고 아침에 뛰는 거지".

그나마 김 씨는 일이 없어도 당분간 버틸 수 있을 만큼 형편이 나은 편이다.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50대에 취업한 사람은 지난 2003년 31만여 명. 하지만 지난해엔 53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50대의 고용인구와 고용률 모두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도봉산에서 만난 정모(55) 씨는 3년 전부터 아파트 경비 일을 하고 있다. 24시간 격일 근무라 쉬는 날이면 산에 온다고 한다.

생선가게를 꾸렸던 정 씨는 "새벽 3시 30분에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받아오면 물건이 다 팔릴 때까지 밤 12시가 넘도록 일했다"며 "우리 세대는 다 그렇게 일하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반백을 훌쩍 넘긴 나이. 정 씨도 이제 여유를 찾고 싶지만 문제는 지긋지긋한 돈이다. 50대 남성에게 돈보다 가혹한 게 있을까. 가장 큰 부담은 역시 '자식'이다.

요즘 아이들은 '밥이 아니라 돈을 먹고 자란다'는 게 50대 가장들의 얘기다. 자신들의 어린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온갖 학원에, 대학 등록금에, 이젠 시집 장가 보낼 일까지 남았다.

코피 흘려가며 벌어놓은 돈을 다 쓰고도 모자라 은행에 손 벌리고 나면, '더 늙어서 일도 할 수 없을 때에는 어쩌나' 두렵기만 하다.

빚더미에 오른 50대는 단순히 운 나쁜 몇 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실질 가계부채는 1100조 원에 육박한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인 담보가치인정비율(LTV) 80% 이상 대출도 3조 원이 넘을 정도다. 특히 50대가 가장인 경우는 한 가정당 평균 7500여 만원의 빚을 안고 있어 각 세대 가운데 가장 많은 빚을 안고 있다.

누구나 힘들던 그 시절. 나만 혼자 고생한 게 아니란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정 씨 역시 "아내가 함께 일하지 않았으면 애들을 못 키웠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50대 남성의 가슴 한켠에는 사무치는 외로움이 도사리고 있다. 평생 남의 눈치를 보고 경쟁하며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뒤돌아보면 직장 동료들은 어디론가 흩어졌다. 고향이나 학교 친구들은 서울 올라와서 각자 먹고살기 바쁜 탓에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

험난한 사회생활에서도 '내 새끼, 내 마누라만은 따뜻한 밥 한 끼 굶기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왔지만,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곳은 역설적으로 집이다.

북한산에서 만난 김득호(59) 씨는 그나마 퇴근이 빨랐던 공무원 출신인데도 자식들과 무슨 얘기를 해야 좋을지 아직까지 모른다.

김 씨는 "일찍 일어나 늦게 퇴근하며 직장생활만 했으니 자식들과 제대로 대화한 적이 없었다"며 "이제 와서 뒤늦게 얘기해보려고 해도 자식들이 먼저 피한다"고 털어놨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돈 얘기만 나오면 '가장'이라 부른다. 평생을 등골이 휘도록 일했는데, 아직도 더 벌어오라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정 씨는 "초등학생 때에는 아이들이 아빠밖에 몰랐다"며 "지금도 그때 내 품에 안기던 아이들 생각하면서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고 일한다"고 웃었다.

마른 멸치를 등에 인 이 씨는 어느새 관악산 정상에 올랐다. 바위에 걸터앉아 가져온 막걸리 한 모금을 점심 대신 마신다. 오후 1시가 넘었다. 이 씨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 다시 내려간다.

그래도 돌아갈 곳은 집뿐이다. 아비 고생하는 줄은 알았는지, 아들은 군대 가기 직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한다.

자식 고생시키는 죄인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프지만, 말릴 여력이 없어 더 괴롭다. 올라가던 발걸음보다 내려가는 발걸음이 더 무거운 건, 비단 등산뿐만이 아닌 것이다.
ten@cbs.co.kr

[男子수난시대③] 40대 '나'는 없다

'생존'과 '자녀' 위해 일개미 전락…정작 가정에선 '왕따'노컷뉴스|입력2013.09.11 06:03

[CBS노컷뉴스 전솜이 기자]

남존여비(男尊女卑)라 했던가.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여존남비' 사회다. 갈수록 남자들이 설 곳을 잃고 있어서다.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 중장년은 직장과 가정에서 치이고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본인도, 주변도 여전히 인식은 조선 시대에 멈춰있어 갈등도 만만찮다. CBS노컷뉴스는 '男子수난시대'의 세대별 실상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망한다. [편집자 주]

< 싣는 순서 >

①20대 '답'이 없다

②30대 '집'이 없다

③40대 '나'는 없다

④50대 '일'이 없다

⑤60대 '낙'이 없다



↑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불혹(不惑)의 나이, 40대. 공자가 '확고한 나의 길이 정해져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맹자는 자신의 40대를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란 뜻의 부동심(不動心)으로 칭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40대를 '진정한 남자가 되는 시기'라고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40대 남성은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단단하고 안정적일 것만 같지만 대한민국의 그들은 사실 이런 별칭들과는 동떨어져 있다.

CBS 취재진이 만난 '대한민국 보통 40대'들은 압박과 스트레스, 소외감에 흔들리며 불혹(不惑)보다는 불안(不安)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나이 50까지 이 회사 다닐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불안감은 역시 생존에 대한 불안감.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이지만, '체감 퇴직 연령'은 40대 중후반이라는 게 공통적인 목소리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다 해도 가정의 생계를 떠맡은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은 40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퇴직과 그 이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회사원 최모(44) 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다 6년 전 국내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원하던 회사로의 이직에 성공했던 당시만 해도 남들이 안 하는 일에도 뛰어들면서 의욕적으로 일했다. 하지만 40대가 되고 나서 주변을 돌아보니 "힘이 빠지더라"는 게 최 씨의 얘기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는 '사람을 잘 안 자르는 회사'로 유명했지만, 그런 분위기도 최근 많이 바뀌고 있다며 착잡함을 내비쳤다.

최 씨는 "작년에 한번 부장급 7~8명이 한꺼번에 나갔는데, 한평생 일한 회사를 그렇게 나가는 걸 보면서 좋아보이진 않았다"며 "향후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난 50까진 버티고 있을까' 싶어 고민이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보통 차장 정도까지 남아있고, 부장 제대로 못 달면 글쎄, 얼마나 버틸까요?". 최 씨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10년을 일했는데…왜 아직도 쪼들릴까요?"

팔팔하던 30대 시절 대부분을 '일'에 바친 40대 남자들. 하지만 그토록 일했는데도 손에 쥔 건 별로 없다 보니 답답한 상황에 봉착하기 일쑤다.

그 중에서도 '대출금' 문제는 40대의 발목을 붙잡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부동산 경기가 좀체 떠오를 기미가 안 보이면서 대부분의 40대는 대출금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상황이다.

40대 회사원 손모(41) 씨도 그렇다. 손 씨는 직장생활 10년차의 '베테랑 영업사원'으로, 회사 안팎에서 인정받으며 남들이 보기엔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불안하다고 느낀다. 손 씨는 "자녀 둘 교육비 문제부터 대출까지 있는데, 그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에 어머니도 모셔야 하고, 말도 말아요"라며 손사래부터 쳤다.

손 씨는 "한 달에 사교육비로 50만 원은 고정적으로 나가고 거기에 1억 넘는 대출 이자로도 매월 50만원씩은 나간다"며 "월급의 4분의 1이 그냥 나가는 돈이니 이것저것 내다보면 저절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녀 둘을 각각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 황모(41) 씨도 마찬가지다. 사교육비 부담은 자녀의 연령을 가리지 않고 닥쳐온다.

"오히려 결혼하기 전에 돈을 좀 모으고 저축적금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저축은 오히려 못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기색을 내비쳤다.

황 씨는 생활비에 교육비, 대출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가는 돈을 보면 허무해진다고 털어놨다.

"10년 전하고 똑같은 거 같아요. 경제적 여유는, '10년 넘게 일했는데 왜 모은 게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사교육비 부담을 가장 크게 짊어지고 있는 세대가 바로 40대다.

현대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 분석' 자료를 보면, 평균보다 많은 교육비 지출로 빈곤하게 사는 '교육빈곤층'의 대다수는 40대다.

자녀교육비 지출이 있는 가구 중 세대주가 40대인 경우는 333.3만 가구로, 전체의 52.7%에 달한다. 그렇잖아도 각종 지출이 많은 40대가 자녀 교육비도 줄이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모습을 띠고 있는 셈이다.

맞벌이를 하든 하지 않든, 대한민국 40대 남성들은 '절대적인 수입'을 어떻게든 창출해내야 한다는 경제적 압박감을 묵묵히 감당해낼 수밖에 없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는 힘들어…'왕따' 기분이 이런 걸까요"

40대가 이런 '경제적 압박'을 이겨내려면 회사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가정 일엔 소홀해지는 게 당연해진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지지만, 그 가족에게선 또 외면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도 이 대목에서 생긴다.

'가정적인 아버지'가 인기를 끌고 남편의 가사분담이 당연시되는 사회풍조가 퍼지면서, 이런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40대 남성은 가정에서조차 소외를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안 그래도 없던 대화가 더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얼굴 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어머니는 편하게 생각한다. 아버지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김모(47) 씨는 자신을 '왕따'라고 표현한다.

"딸내미는 엄마하곤 이것저것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요샌 나를 어려워하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잘 안 한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아이들이 사춘기에 돌입하기 전에는 곧잘 대화를 나눴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머리 좀 컸다'고 부모들과 대화도 잘 안 하려 하는 데다, 자주 얼굴을 못 보니 자녀들의 관심사가 뭔지도 도통 파악이 안 된다는 것.

행여 아이들과 대화할 기회가 주어져도 "공부 잘 되냐", "학교 생활은 어떠냐" 류의 '하나마나한 말' 밖에 안 튀어나온다.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아이들과는 점점 멀어지고 아내와도 예전 같지 않다. 자신은 누구인지, 또 여기는 어디인지, 가정에선 어떤 위치인지 되돌아보지만 이미 거울에 비친 구레나룻은 희끗희끗해졌다.

김 씨는 "애들한테 말 붙이기도 어렵고 집사람은 집사람대로 핀잔을 준다"며 "직장은 직장대로, 집은 집대로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so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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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子수난시대②] 30대 '집'이 없다

'취업門' 통과해도 '빈털털이'…"결혼 준비에선 절대 乙" 아예 포기노컷뉴스|입력2013.09.10 06:03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

남존여비(男尊女卑)라 했던가.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여존남비' 사회다. 갈수록 남자들이 설 곳을 잃고 있어서다.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 중장년은 직장과 가정에서 치이고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본인도, 주변도 여전히 인식은 조선 시대에 멈춰있어 갈등도 만만찮다. CBS노컷뉴스는 '男子수난시대'의 세대별 실상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망한다. [편집자 주]

< 싣는 순서 >

①20대 '답'이 없다

②30대 '집'이 없다

③40대 '나'는 없다

④50대 '일'이 없다

⑤60대 '낙'이 없다



↑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서울에 있는 한 공기업에 다니는 이수현(32·가명) 씨. 남들은 '신의 직장'에 다닌다며 부러운 시선을 듬뿍 보내지만, 정작 이 씨는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야근에다 잦은 출장 탓에 가족과 함께 한 식사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3년차 사원이지만 후임이 없어 아직까지도 말단인 이 씨. 팀 내 굵직한 업무부터 복사 심부름, 민원 처리 등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하기 일쑤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현 씨에게 스트레스를 준 건 바로 '이별'이다. 힘든 직장 생활 속에서도 정신적 쉼터가 되어줬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게 최근이다.

일이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해 멀어진 탓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결혼' 문제였다.

이 씨보다 연상이던 여자 친구는 결혼을 원했지만, 수현 씨는 그녀를 밀어냈다.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씨는 "공기업이지만 연차가 낮아 연봉도 적은 데다, 월급을 받아도 학자금 대출이나 각종 생활비로 지출하다보니 모아둔 돈도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가장 큰 문제는 '집'이었다. "결혼하려면 남자가 집을 마련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런 형편이 전혀 안 된다"며, 수현 씨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결혼을 포기하고 마는 30대 남성은 비단 수현 씨뿐이 아니다. 일자리도 불안한 데다 무엇보다 '내 집 마련'이 어렵다보니, 결혼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는 것.

"아직 사회 곳곳에서 남녀차별이 심하다고 하지만, 결혼 준비에서만큼은 남성이 '절대 을'(乙)"이란 게 30대 남성들의 한목소리다.

사실 수현 씨의 여자친구가 집을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 적령기인 이 씨는 늘 그런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자들의 관심은 재산이나 집에 있다"고 느끼는 수현 씨에겐 소개팅도 부담스럽다.

이 씨는 "요즘 여성들의 눈이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단순히 직장만 있는 것으론 안 된다"며 "집은 있는지, 재산은 얼마나 있는지 등 여러 조건들을 고려하기 때문에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수현 씨가 생각하는 남성의 결혼 조건은 "방 두 개 딸린 아파트 전세쯤은 구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다.

이 씨는 "보통 여성들 대부분이 강남에 살고 싶어하지 않느냐"며 "강남이 아니라 서울 시내 전세라도 구하려면 최소 1억 5000만 원에서 2억 정도는 있어야 하지만, 지금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렵사리 마련한 중형차도 결혼 자금을 모으기 위해 되팔까 생각해본 수현 씨. 하지만 차도 없이 소개팅에 나갔다간 되려 위축될까봐, 비싼 기름에 보험비까지 꾸역꾸역 내가며 처분도 못하고 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지만, 부모님 또한 여유가 있는 게 아니어서 일찌감치 생각을 접었다.

이 씨는 "부모님이 지원하지 않으면 결혼 자체가 힘든, 가정을 꾸리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며 "여자가 집 사고 남자가 혼수 마련하면 안 되느냐"고 진담 섞인 농담을 던졌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미혼 남성은 계속 늘고 있다. 서울시의 '통계로 본 서울 남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0년 11만 3499명이던 30~49세 미혼 남성은 20년이 지난 2010년 49만 6344명으로 4.4배나 급증했다.

이 가운데 특히 35세 이상 남성의 미혼 증가율은 같은 기간 2만 4239명에서 24만 2590명으로 폭증했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노총각' 비율이 20년 전보다 10배나 된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추이에는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도 작용했겠지만,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전국 결혼 및 출산동향조사'와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의 40.4%와 미혼 여성의 19.4%는 "경제적 이유로 결혼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낮은 소득과 불안한 직장, 과도한 주거·결혼 비용 등이 결혼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보다 두 배가량 많은 남성이 '경제적 이유'를 꼽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결혼비용 가운데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으로는 역시 남성의 81.8%가 '신혼주택 비용'을 꼽았다. 반면 여성들은 44.8%가 '신혼살림'을 지목했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고 있다지만, '집'은 여전히 남성의 몫이란 얘기다. 30대 남성들이 "결혼 준비만큼은 절대적인 을"이라고 읍소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anckyj@cbs.co.kr

[男子수난시대①] 20대 '답'이 없다

"더치페이하는 여자가 이상형"…경제력 없어도 데이트 비용은 '남자 몫'노컷뉴스|입력2013.09.09 06:03|수정2013.09.09 15:21

[CBS노컷뉴스 김지수 기자]

남존여비(男尊女卑)라 했던가.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여존남비' 사회다. 갈수록 남자들이 설 곳을 잃고 있어서다.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 중장년은 직장과 가정에서 치이고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본인도, 주변도 여전히 인식은 조선 시대에 멈춰있어 갈등도 만만찮다. CBS노컷뉴스는 '男子수난시대'의 세대별 실상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망한다. [편집자 주]

< 싣는 순서 >

①20대 '답'이 없다

②30대 '집'이 없다

③40대 '나'는 없다

④50대 '일'이 없다

⑤60대 '낙'이 없다



↑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군대 다녀왔으니 이제 진짜 남자네."

김모(22) 씨가 전역한 뒤 주변으로부터 들은 첫마디였다. 전역을 축하하며 별 뜻 없이 한 말이었겠지만, 김 씨에게 다가오는 부담감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전역했으니 부모님 속 덜 썩이고 철 좀 들어야겠다는 생각이야 했죠. 하지만 군대 다녀왔다고 해서 갑자기 제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대학에 갓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군대를 다녀오면 곧바로 취업 준비에 직면하게 되는 게 바로 20대 남자들이다.

갈수록 버티기 어려운 시대상을 빗댄 '88 세대'니, '삼포 세대'니 하는 말들도 남자라서 더 와닿는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인생의 가장 파란만장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리 탈출구도 해답도 보이지 않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병역을 마치면 '남자 어른'이 되는 관문을 뚫은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도 밖에서도 "얼른 사회인으로 자립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기껏 '알바'를 구해봐야 최저임금인 시급 5천원 수준이지만, 이제 성인이다 보니 할 것도 많다. 술은 술대로, 당구는 당구대로, 클럽은 클럽대로, 그러면서도 각종 학원은 학원대로 섭렵해야 하니 등골이 휜다.

그나마 남자들의 세계엔 비용 분담에 '룰'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경제력은 거의 '제로'인데, 연애라도 할라치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비용 부담을 도맡는다.

류모(20) 씨는 "아무래도 남자가 밥도 사고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아르바이트로 데이트 비용을 대기 바쁘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 시내 주요 '맛집'의 카드 결제성향을 분석해보면, 남성의 결제비율이 여성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데이트 명소로 꼽히는 지역에서는 메뉴에 상관없이 남성들의 결제비율이 압도적이다.

비단 만남에서뿐이랴. 전모(25) 씨는 "밤마다 여자친구와 통화할 때도 남자가 걸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2년간 통화비를 부담하느라 휴대전화 통신사 VIP 고객이 됐다"고 털어놨다.

한 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 남자 대학생들의 23%는 연애의 가장 큰 걸림돌로 '데이트 비용'을 꼽았다. 이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데이트 비용 분담은 '5.7:4.3'이지만, 실제로는 '6.5:3.5'를 분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 정도는 양반이다. '10:0'인 경우도 적지 않을 거라는 게 20대 남성들의 '공분'이다. 오죽하면 "더치페이(각자내기)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회자될 정도다.

20대 남성들의 '수난'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남자'란 이유만으로 사회 통념상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아직도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유교적 구태가 "남자 아이가"로 포장돼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데다, 남성들 스스로도 '근육' 중심의 근거 없는 우월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강모(25) 씨가 다니는 회사에는 누구나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유명인사가 있다. 바로 '비비크림 남'이다. 누가 봐도 '패셔너블한' 그 남자 직원은 매일 출근하면 정성스레 비비크림을 바른다.

소문은 회사 내에 조용히, 그러나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본인만 모를 뿐 '비비크림 남'이라고 하면 "아~OO 씨!"로 통하게 된 것.

남성용 비비크림도 따로 출시되는 시대, 남자라고 외모를 가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초식남', '그루밍족'처럼 전통적 이미지와는 차별화된 남자들이 주목받는 시대다.

남성적인 레저 스포츠나 술집을 선호하는 게 전통적인 '육식남'이라면, 문화생활과 카페를 선호하는 게 '초식남'이다.

전통적인 남성의 이미지가 '털털함'이었다면, 이제는 여자보다 더 잘 꾸며 입고 다니는 '그루밍족'이 각광받는 것이다.

패션과 자기 관리에 관심이 많은 김모(25) 씨도 종종 화장품 쇼핑을 간다. "군대에 있을 때 오히려 바깥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에 막사에 비치된 패션잡지를 즐겨 보기 시작했다"는 그는 "전역 후 유행에 뒤쳐지지 않게 옷을 입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전국 남자 대학생 75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84%는 "상황에 따라 화장을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개수도 평균 1.8개였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의 고유 영역은 나날이 허물어지고 있지만,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조선 시대와의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따라가고는 있지만, 가끔은 의문이 들죠. 남자라고 해서 꼭 이래야 하나, 하는 생각요."

한 대학생의 말처럼, 대한민국 20대 남자들은 오늘도 '소년'과 '어른' 사이에서 주변이 요구하는 '남자'까지 거머쥐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soo@cbs.co.kr

퍼거슨이 밝힌 '명장의 여덟 가지 조건'

스포탈코리아 | 정성래 | 입력 2013.09.12 06:03

 




[스포탈코리아] 정성래 기자=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은 역시 달랐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자신이 감독으로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여덟 가지 조건을 밝혔다. 그가 맨유를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능력 있는 선수도, 돈도 아니였다. 그의 철저한 관리와 계획, 승리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11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10월호에 실린 퍼거슨 감독의 인터뷰를 요약 정리해 보도했다.

1. 기초부터 시작하라

"내가 맨유에 부임했을 때, 단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 팀의 리빌딩이었다. 나는 팀을 바닥에서부터 올바르게 만들고 싶었다. 처음 부임한 감독들 중 99%는 승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생존 때문이다. 승리는 짧은 기간의 이득이다. 패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초부터 팀을 만드는 것은 팀에 안정성과 꾸준함을 가져다준다"

2. 과감히 리빌딩하라

"나는 팀을 세 부분으로 나눴다. 30세 이상, 23세부터 30세, 23세 이하로 말이다. 젊은 선수들이 경험 있는 선수들을 보고 배우길 원했다. 또한 나는 성공적인 팀은 4년 단위로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3~4년 이후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때때로 선수를 내보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인간으로서 좋은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출에 대한)모든 증거는 그라운드 위에 있다"

3. 높은 기준을 잡아라

"우리가 이뤄낸 모든 것들은 축구팀으로서 준비해야 할 기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선수들의 기대를 끌어올려야 했다. 나는 항상 선수들에게 '한 번 항복하게 되면, 넌 두 번 항복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스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대를 했다. 스타들의 자존심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승리를 원하고,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호날두, 긱스, 베컴, 스콜스 등을 봐왔다. 그들은 맨유 선수라는 직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4. 통제를 포기하지 말아라

"내가 맨유에 처음으로 부임했을 때, 맨유는 선수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선수들은 훈련법, 휴식, 전술에까지 관여했다. 그 때의 맨유는 우리가 알고있는 지금의 맨유가 아니였다. 나는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길 원했다. 감독은 선수보다 커야 한다. 어떤 선수가 라커룸에 활기를 불어넣는지, 팀의 경기력이 어땠는지, 선수들에 대한 자신의 통제가 어땠는지에 대해 스스로 물어봐야 할 때가 온다. 그 시기가 되면 반드시 끈을 잘라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잉글랜드 구단들은 감독 경질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감독이 팀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5.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하라

"어느 누구도 비판을 좋아하지 않는다. '잘했다'보다 듣기 좋은 소리는 없다. 어떤 선수가 중요한 경기에서 실수를 했을 때, 나는 경기 후 곧바로 실수를 지적한다. 그 상황은 거기서 끝이다. 경기 전에는 기대하는 것들, 선수들의 믿음을 이야기한다. 10분 간의 하프 타임에는 8분만 이야기한다. 그것이 적절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계속된 승리는 모든 것을 쉽게 만들지만, 패배했을 때는 강한 효과를 줘야 한다. 그러나 너무 강할 필요는 없다. 선수들이 겁을 먹게 되면 그라운드 안에서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에 맞는 언급이 필요하다. 감독은 의사, 선생님 혹은 아빠가 될 수 있어야 한다"

6. 승리를 준비하라

"승리는 나의 본성이다. 나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 5명의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빠져도, 나는 항상 승리를 기대했다. 나는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경기 막바지에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승리 혹은 무승부를 거둘 기회가 온다면, 경기 15분을 남기고 1-3으로 지고 있어도 기쁠 것이다. 남은 15분 안에 우리는 공격수를 투입할 수 있고, 상대 공격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나의 팀은 인내를 가지고 있고, 포기를 모른다"

7. 관찰의 힘을 믿어라

관찰은 내 감독 역량의 마지막 부문이다. 내가 에버딘에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을 때, 코치진들이 나에게 항상 훈련을 앞에서 이끌 필요는 없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 훈련을 코치들에게 맡겼다. 그 후 나는 선수들을 감독하고 관찰하며 선수의 습관 등이 바뀌는 등의 변화를 보기 시작했다. 가끔 나는 선수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고 있던 부상을 말해주기도 한다"

8. 적응을 멈추지 말아라

"내가 처음 감독직을 수행할 때는 에이전트도 없었고, 선수들이 영화배우만큼 미디어의 관심을 받지도 않았다. 지금은 경기장 시설이 좋아지고, 운동장 환경이 좋아지며, 스포츠 과학이 축구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수 많은 외국 자본들이 유입되기도 했다. 선수들은 압박감에 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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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말기 14조 무기 구매 후다닥

2012. 01. 25
조회수 63248추천수 2
미국 눈치 보며 생색 내고 부담은 차기정권에 고스란히
 비리 ‘화약고’ 예고…천문학적 운영비로 ‘돈 먹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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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최근에는 외국 무기를 직구매하려는 질주가 거침없다. 올해 10월까지 14조 원에 달하는 무기도입 계약서에 반드시 도장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대형 무기도입 사업은 검토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리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1년 만에 사업추진전략을 수립하고 협상과 시험평가를 거쳐 계약서까지 체결하겠다는 초스피드로 사업 추진에 전문가들의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 이어 어김없이 병 도져
 
 지난해 11월에 국회 국방위원회의 권기율 수석전문위원은 ‘방위사업청 소관 2012년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조기에 강행되려는 정부의 무기도입 ‘꼼수’를 들춰냈다. 보고서에서는 주요 핵심무기도입 사업들이 ▲짧은 검토 및 협상기간 설정 ▲부정확한 가격정보에 기초한 예산편성 ▲무기운용 개념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부족 등을 이유로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누가 보아도 무리한 정권 말기의 무리한 사업 추진임에 분명하다. 청와대는 최근 방위사업청에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라”고 독려하고 있으며 “예정된 도입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방사청을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 정부의 행태를 보면 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정권 말기 무기도입 증후군’을 실감하게 된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무기도입 실태를 보면 하나의 법칙처럼 명확한 패턴이 드러난다. 정권 말기에 한꺼번에 몰아서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노태우 정권 말기인 1991년에서 1992년까지 도입된 무기는 39억9천만 달러어치이다. 1991년 이후 10년간 무기도입액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도입이 결정된 무기들은 F-16 전투기, 독일로부터 도입한 잠수함, P3-C 해상초계기와 같은 대형 사업들이다. 특히 이 시기 도입이 결정된 무기체계는 93년 문민정부의 출범 직후부터 감사원의 ‘율곡비리 특별감사’와 국회 국방위원회의 ‘율곡비리 국정조사’로 이어져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문민정부가 출범한 해인 1993년의 무기도입은 5억5천7백88억 달러인데 10년간 무기도입액 중 가장 적다. 이 추세는 1994년에도 마찬가지로 이어지면서 신정권 초기에 무기도입액이 줄어드는 뚜렷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다가 1995년부터 다시 10억 달러대로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러다가 문민정부 말기인 1996년과 1997년 두 해의 무기도입액은 32억8천6백만 달러어치다.
 
 문민정부 말기에는 미스트랄 지대공 미사일, 백두정찰기, 수송기, 동부지역 전자전장비, 헬기야간침투장비 등 각종 외제무기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물론 이 사업들은 문민정권 말기부터 의혹의 대상으로 부각되었으며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초기에 완전히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린다 김 사건으로 유명한 백두정찰기 사업이 그것이다.
 
 외환위기로 눈물의 금모으기 할 때 환차손만 1천억 넘어
 
 당시 정부 말기의 대규모 무기도입의 비정상적인 실태를 살펴보면, 97년도 정부의 달러 기준 환율은 8백 원대였다. 그런데 외환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더니 12월에는 무려 1천5백 원, 가장 심한 시점에는 2천 원대에 달했다. 정부 기준 환율보다 무려 87.5%가 오른 것이다. 바로 이때 국방부는 휴대용 대공유도탄, 중형수송기 등 7개 종목의 무기에 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12월에 집행하도록 조달본부에 지시했다. 이 때문에 12월 한 달 동안 약 3천억 원대에 달하는 무기 도입대금 지불이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환차손만 1천억 원 이상이 발생했다.
 97년에 국방부의 해외 도입 계약 강행과 대금지급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1월 말부터 12월에 대부분 집중되었다. 이 당시 국민들이 달러 한 푼이 아쉬워서 금모으기 운동을 하던 시기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현상인지 짐작할 만하다. 한편 이 당시 도입된 무기체계는 국민의 정부로 정권이 바뀌자 각종 비리의혹에 시달렸는데, 백두정찰기 도입을 비롯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5대 의혹사건’ 등으로 비화된 바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인 1998년, 1999년, 2000년 3년 동안의 무기도입 총액은 27억 달러 정도다.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액수다. 99년부터는 전력투자비가 동결되거나 삭감되기도 한다. 신규 무기도입의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가까워질수록 이 현상은 확연하게 증가세로 반전되고 있다. 갑자기 2000년에 소요 결정된 F-15K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대통령 전용헬기 사업 등 핵심 사업들이 한꺼번에 결정되었고 이 때문에 2001년부터 계약액 기준으로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까지 다시 무기도입은 괄목할 만하게 증가한다. 이 당시 도입된 무기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국회가 그 의혹을 제기하는 등 후유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미국 방문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긴급 지시
 
 마치 빚잔치하듯이 역대 정권은 집권 말기에 몰아서 무기도입을 체결하고 돈을 펑펑 쓴다. 다음 정부가 꼼짝 못하고 뒤처리하도록 대못을 땅땅 치는 격이다. 현 정부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거친 현 정부가 ‘적극적 억제전략’을 표방하면서 새로운 무기소요가 정권 말기에 제기될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군사전략이 채택되었다고 해서 졸속으로 무기를 구매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정작 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2009년 5월 중순. 강남의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에 방위사업청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당시 KID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공격헬기 획득대안 분석 및 사업추진 기본전략”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이었다. 전화를 한 관계자는 황급하게 연구용역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며 ‘윗선의 지시’라고 강조했다.
 
 얼마 후 KID 측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5월 중순은 한 달 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예상되고 있는 시기였다.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방사청 최고위층은 이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아파치 중고 헬기 구매에 대한 요청을 받고 올 경우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비해 방사청은 아파치 헬기 구매에 불리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용역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킨 것이다.
 
 ‘전략동맹’을 표방하는 현 정부 하에서 미국 무기구매를 강행하기 위해 획득정책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중고 아파치 헬기 구매는 연구용역을 따질 것도 없이 방사청이 대당 260억 원에 구매한다는 기대와 달리 미국이 대당 460억 원을 제시하는 바람에 그 직후에 무산되었다. 그러나 변무근 당시 방사청장은 이미 대통령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헬기를 도입하는 경제적 방안”이라고 보고까지 끝낸 상황이었다. 가짜 가격정보에 현혹되었다가 사업추진이 난망해진 방사청은 사업 추진을 머뭇거리자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이 벌컥 화를 내며 재검토를 지시하는 바람에 저절로 무산되었다.
 
 잘못된 가격 정보를 근거로 연구용역 수행
 
 2009년에 산업개발연구원의 연구용역이 종료된 이후인 2010년에 상반기에 ‘한국형 공격헬기사업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산업연구원과 국방대학교에, 하반기에 ‘사업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국방연구원(KIDA)과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전트에 발주한다. 상반기의 연구용역 보고서인 ’10년의 한국형 공격헬기 사업분석평가서‘에서 대형공격헬기의 도입가격을 대당 484억 원으로 예상함에 따라 한국형 공격헬기보다는 해외구매가 타당하다는 ‘High-Low Mix’ 방식이 타당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7월에 한국형 기동헬기(KUH) 기반의 공격헬기 개발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형공격헬기는 해외구매로, 소형공격헬기는 국내개발로 정책을 변경한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대당 400억 원대에 아파치급 대형공격헬기를 도입하는 사업추진 전략을 수립한다.
 
 그러나 국방위 전문위원 보고서는 미 국방부 안보협력국(DSCA) 자료에 의하면 아파치 공격헬기의 경우 인도에는 687억 원, 대만에는 912억 원, UAE에는 900억 원, 사우디에는 1485억 원으로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400억 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을 근거로 헬기의 해외도입이 타당하다는 앞의 연구용역은 잘못된 가격정보를 근거로 수행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2009년에 잘못된 가격을 근거로 아파치 헬기를 도입하려던 시도와 아주 유사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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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서 주목해야 점은 사업추진 전략이 결정된 2011년 7월이라는 시점이다. 이 무렵은 10월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미국을 방문한 시기다. 김 비서관은 국방부의 무기도입 사업에 공공연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방미 시점에 때맞춰 사업추진전략이 결정되고 8월에는 천영우 청와대 안보수석이 재차 미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8월 말에 청와대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호출하여 매우 의미 있는 지침을 하달했다. 2013년 이후로 예정된 대형공격헬기 도입 추진시기를 2012년으로 앞당겨 차기전투기(F-X) 사업추진 일정과 동일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어떻게든 미국무기 구매를 늘리려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의 아파치 헬기 구매에는 주한미군의 영향력도 작용된 것으로 보여 진다. 전임 연합사령관이나 현 사령관은 “전 세계 4성 미군 장군 중에서 아파치 헬기 부대가 없는 지휘관은 한국밖에 없다”며 수시로 불평을 한다. 주한미군 관계자에 의하면 “미군 지휘부는 한국군의 아파치 구입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전한다.

 시험평가 및 협상 기간 불과 3개월, 졸속 검토 불 보듯
 
 한편 전문위원 보고서에서 거론한 ▲차기전투기사업(F-X 8조2905억 원) ▲대형 공격헬기사업(AH-X 1조8384억 원) ▲해상작전헬기사업(5535억 원) ▲고고도무인정찰기사업(HUAV 4854억 원)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사업(4093억 원)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가장 시선을 집중시키는 F-X사업의 경우 보고서에서는 실제 사업비용이 국방연구원(KIDA)이 제시한 것과 1조 8342억 원의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업이 추진되면 사업비가 대폭 상승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2016년에 전력화한다는 목표 역시 F-35 전투기의 경우 공급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사정으로 현실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2년 10월 계약이라는 사업 추진 일정 역시 보고서에서는 “항공기 제조업체의 제안서 제출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고성능의 첨단 차기 전투기를 도입하는데 소요되는 시험평가 및 협상 기간이 불과 3개월로 계획되어 있으며, 기종결정평가위원회가 구성된 후 2개월 내에 기종이 결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계획은 다소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계약 일정을 마치려면 졸속 검토가 불가피하고 변칙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도입이 유력시되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는 개발기간 지연과 비용 상승으로 미국에서도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고고도무인정찰기사업의 경우를 보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대상기종으로 거론되고 있는 미 노스롭 그루먼사의 글로벌호크의 경우 우리 측이 예상하는 4세트 4854억 원은 이미 비현실적인 가격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방위사업청 협상팀이 올해 4월경에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 미 측은 9400억 원을 제시하였으며 계약서에 “글로벌호크를 배치하는 2차 기지로 한국 영토가 아닌 괌을 명기하자”고 압박했다. 글로벌호크의 정보를 수신하는 지상기지의 시설과 장비들이 괌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방사청은 계속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호크의 해외수출을 승인하는 절차를 현재 미 국방부와 의회가 계속 지연시켜 설령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 해도 조기에 도입이 어려워졌다. 역시 현실성이 부족한 사업이다.
 
 무기획득 정책 뿌리 뒤흔드는 잘못된 방식
 
 그러나 청와대 사정을 아는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청와대는 반드시 임기 중 계약 체결이라는 의지를 굳히고 있다”고 말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개혁의 골격이 나오던 올해 초부터 김 비서관의 무기구매에 대한 압박이 강하게 국방부에 가해졌다”며 “김관진 장관도 김 비서관과 무기구매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수시로 전화 통화도 하고 접촉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기 구매라면 반색하는 군도 청와대의 무리한 정권 말의 사업추진에 대해서는 끌려다니는 입장이다.
 
 그러한 정치논리가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데 요구되는 초보적 검토조차 부실한 이유가 된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 무기구매에 소요되는 계약금은 4100억 원에 불과하지만 차기정부는 그 나머지를 전부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앞에서 거론한 무기들은 미국 내에서도 도입 이후 천문학적 운영비로 악명이 높은 ‘돈 먹는 기계’들이다. 이 무기가 한국에 들어오고 난 이후에 30년 간 장비 운영비로 도입비용의 3~5배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결국 무기도입 20조 원, 그 운영비 60조 원이라는 현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비용 지불은 전부 해외로 유출되는 국부에 해당되며, 반면에 이들 무기 도입을 위해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은 축소, 변형, 왜곡된다는 또 다른 기회비용의 손실도 예상된다. 도입방식 역시 국내에 경제적 부가가치 효과를 유발하는 기술도입생산 방식이 아니라 해외 직구매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 역시 국익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이제껏 무기획득 정책의 뿌리를 뒤흔드는 잘못된 방식들이다.
 
 기술도입 생산이 아니라 사업추진 속도 매달려 직구매 집착
 
 국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기술도입 생산이 아닌 해외 직구매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조속한 사업추진에는 직구매가 유리하다는 논리가 작용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예컨대 유럽제 전투기인 유로파이터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50대 이상 현지 생산 하겠다”며 자신들의 생산라인을 한국에 공여할 뜻도 밝히고 있다. F-35나 F-15 SE 기종의 경우에도 기술도입 생산은 충분히 협상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나 방사청은 이에 전혀 관심이 없다. 국내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사업추진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점은 첨단 무기에 쏠리는 국방예산은 야전의 전투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첨단무기에 밀려 야전 보병과 기갑, 포병 등 주요 전투력과 일선의 전투원들에 대한 자원배분이 악화됨으로써 한국군의 총체적인 전투준비태세는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이 실패한 이유가 첨단무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투원들에 대한 빈약한 무장과 군수에서 기인함은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들 첨단무기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국지전과 비대칭 위협에 주목하는 북한군은 확실하게 억제하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 새로운 무기를 도입해서 상대방에게 보여주자는 식의 무기도입은 전략이 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의가 있었다.
 
 윌리엄 하퉁이 올해 출판한 ‘전쟁의 예언자(prophets of war)’라는 책에는 흥미있는 대목이 나온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비로 인해 재정압박에 시달리던 펜타곤은 야전을 우선시하는 게이츠 장관에 의해 F-22 전투기 프로그램을 삭감하려 했다. 그러자 록히드마틴은 공군과 의회를 상대로 프로그램을 삭감하지 못하도록 로비를 했다. 이에 화가 난 게이츠 장관이 록히드마틴의 CEO인 로버트 스티븐을 펜타곤으로 불러들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일 이 문제(F-22 예산 삭감)에 당신이 나의 의견에 반대한다면, 나는 당신의 점심을 먹을 것이다(if you oppose on this, I will eat your lunch).”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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