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0월10일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한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 대통령을 영접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논란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9일 열리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
이 부회장의 사면이나 가석방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 논의한 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법무부가 내놓은 결과만을 따라간다면 청와대는 재벌에 정치적인 책임과 부담과 수고를 덜 것입니다.문 대통령은 6년 전 재벌 기업인의 가석방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이같이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했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결별하기 전이었던 지난 2015년 1월13일,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안 대표가 연 토론회에 축사를 하러 참석했습니다
. 문 대통령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재벌 가석방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박 대통령이 답변에서 ‘재벌이라고 해서 특혜도 아니지만 역차별도 안 된다’고 했다. 말씀은 원론적이지만 뜻은 가석방을 추진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박 전 대통령이 가석방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진 않았지만 ‘역차별하지 않겠다’는 말 속에 가석방에 무게를 실었다는 비판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런데 재벌 대기업의 총수나 임원들은 그동안 국가 경제에 기여해온 공로나 앞으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때문에 이미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부터 엄청난 고려를 받고 있고, 국민들이 볼 때는 특혜를 받고 있다”며 “이미 형량에서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석방 특혜까지 받는다면 그것은 경제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경제정의라는 관점에서 더 분명한 원칙이나 기준들을 세워야 경제정의가 살면서 기업도 발전하고 국민들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는 기업인들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일반인에 견줘 낮은 형량을 받았으면서, 가석방 심사 때는 ‘일반인과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 논리로 교도소 문을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입니다
.당시 문 대통령이 비판한 조기 가석방 대상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었습니다. 최 회장을 가석방시키자는 주장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등이 불을 지폈습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면과 가석방은 엄연히 다른 것으로, 원칙대로 하면서 경제가 어려운 현실을 살필 수 있다며 가석방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2013년 2월 횡령 혐의로 구속돼 4년 실형을 받아 복역 중이었습니다.물론 당시 최 회장은 형기의 50% 남짓을 채워, 60%를 채운 이재용 부회장보다는 가석방 설득력이 더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여야가 바뀐 2021년, 민주당 또한 새누리당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0일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소관이고, 반도체 산업의 요구, 국민 정서, 본인이 60% 형기를 마친 점 등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당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 부회장이) 특별한 존재라고 해서 법 앞에 특별한 혜택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고 또 한편으로는 재벌이라고 해서 가석방이라든지 이런 제도에서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절차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른 게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홍남기 부총리도 이번 주 경제5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조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 주변에서 온통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울리는 모양새입니다.삼성과 법무부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삼성그룹은 코로나19 대확산 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이 만든 최소 잔여형 주사기 개발·생산을 적극 도왔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백신 개발업체 모더나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으며 문재인 정부의 ‘글로벌 백신 허브’ 구상에 힘을 보탰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선물 꾸러미가 될 170억 달러(약 19조원) 대미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실무적으로 가석방은 80% 이상 복역해야 가능했지만 “가석방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60%로 낮추었습니다.
때마침 이 부회장은 7월 28일 복역률 60%를 채웠습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8일 “완화된 가석방 기준에 겨우 턱걸이하는, 0.1% 이하의 가석방 대상자 중 한명이 이재용이 된다면 그 부담은 이명박 정권 시절 ‘이건희 원포인트 사면논란’ 이상으로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논란에 대해 침묵한다고 해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이미 “만약 가석방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단순히 가석방심사위원회나 법무부 장관의 권한 행사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역사 앞에 온전히 책임져야 할 부당한 결정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그 역사적·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이완 기자wani@hani.co.kr
9일 열리는 법무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여당 내에서도 연이은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는 대선 후보들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페이스북에 "법 앞의 평등"을 이유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공개반대한다고 썼던 글을 공유하며 "제 생각은 이미 밝혔다. 지금 다시 물어도 동일하다"고 했다. 이어 "촛불혁명으로 드높아진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부패범죄 가석방'으로 다시 추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영권 불법승계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옛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이재용 부회장의 '죄질'을 봐도 "86억 원의 횡령·뇌물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정된 사람을 가석방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설령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더라도 가석방 여부는 재량"이라며, '형기 60%라는 조건을 채웠으니 가석방해야 한다'는 찬성 논리를 반박했다.
이탄희 "반사회적·재범 우려" 오기형 "이런 가석방 있었나"
이 의원은 또 "국민연금에 수천억 원 대의 손해를 가하며 경영권 불법승계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 중인 사람을 가석방하는 것은 반사회적"이라며 "게다가 동종범죄다. 죄를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돈도 실력이야'라던 정유라의 말을 정부가 스스로 입증해주는 꼴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오기형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최근 몇 가지 여론조사를 배경으로 이재용 가석방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며 "가석방 허용 기준의 변경, 그 새 기준을 적용한 이재용 가석방 결정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의 다른 형사사건도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이러한 경우에도 가석방 결정을 한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과연 적절한 것인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일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결정이 이뤄진다면, 그 결정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라며 "'재벌도 법 앞에 평등하므로 특혜를 주어서도 안 되지만,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란 주장처럼, 그 가석방을 '법 앞에 평등한 집행이라고 보겠냐"고 물었다. 아니면 "역시 '법 위에 삼성'이야, '살아있는 경제권력 삼성'이라는 신화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겠느냐"며 "저는 후자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 점을 우려한다"고 했다.
오 의원은 "미국 자본주의 경제 번영의 배경에는 엔론사 회계부정 연루자 처벌 같이 엄격한 법 집행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당 대선 후보들의 관심을 촉구한다"며 "전직 대통령 사면 여부 논쟁을 거치면서 많은 국민들이 사면에 반대했고, 우리 당 대선 후보들 다수가 TV토론 과정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이재용 가석방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주자 6명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두고는 미묘하게 의견이 엇갈린다. 오랫동안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박용진 후보는 꾸준히 반대를 말해왔고, 김두관 후보도 7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법 앞의 평등'을 내세우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미애 후보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신용도·신인도가 훼손된다"며 반대 뜻을 명확히 했다.
반면 정세균 후보는 TV토론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질 경우"를 전제로 긍정적 의사를 표시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사면은 반대지만, 가석방 심사 자체는 요건을 충족한다면 재벌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는 쪽이다. 그는 8일 인천을 방문하며 이재용 부회장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낙연 후보는 명확한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2017년부터 뉴스타파와 함께 공직 감시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19년 11월, 하 변호사는 해외출장 부당 특혜 의혹이 제기된 국회의원 23명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그러나 2021년 7월 28일, 검찰은 최종 기각 통보했다. 국회의원 비리 수사를 거부한 것이다. 이 같은 검찰의 기각 결정에 대해, 하 변호사는 '위임된 검찰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포기'한 행위라며 뉴스타파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 편집자 설명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피감 기관의 예산으로 해외를 다녀온 공직자를 전수조사했다. 2016년 9월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직무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1회에 100만 원,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ㆍ이익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즉 피감 기관에서 1회에 지원받은 해외여행 경비가 100만 원이 넘으면 김영란법 위반이 되는 것이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김영란법에서 인정하는 예외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일률적으로 경비를 지원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니까 해외 기관에서 경비를 대고 공식 초청하는 경우에 예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 따라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김영란법을 위반한 의원은 누구인가?
김영란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 공직자 중 국회의원 38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졌다. 피감 기관의 예산 지원으로 해외를 다녀온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언론들은 각자 입수한 자료를 통해 일부 명단을 추측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조사를 한 국민권익위원회는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단지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에게 밀봉한 편지로 38명 국회의원의 명단을 전달했을 뿐이다. 황당한 것은 공식 문서가 아니라 편지 형식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문희상 의장은 ‘추가 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나면 징계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2018년 12월 3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추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법 위반 국회의원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은 없었다. 국회의원들에게 예산을 지원해 준 피감 기관에만 ‘기관 경고’ 또는 ‘제도개선 권고’를 했을 뿐이었다.
이후 언론의 관심도 식었다. 그렇게 이 문제는 유야무야되어 갔다. 뉴스타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와 함께 국회 감시 활동을 해 오던 필자는 보다 못해 국회를 상대로 38명의 국회의원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리고 국회가 거부하자 행정소송까지 냈다.
당시 국회는 ‘명단이 공식 문서로 접수된 것이 아니어서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행정소송에서 피고인 행정관청이 이렇게 ‘정보 부존재’를 주장하면, 원고가 ‘그렇지 않다. 정보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행정소송을 통해 의원 명단을 밝혀내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행정소송의 성과가 없진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추가 조사를 통해 당초 거론된 의원 38명 중 15명은 ‘예외’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됐고, 나머지 23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즉 의원 23명은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 거의 확실했다.
23명의 국회의원을 성명불상으로 검찰에 고발
▲ 2021년 6월 23일, 하승수 변호사가 대검찰청에 재항고장을 제출하러 가고 있다.
그래서 2019년 11월, 마지막 방법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피고발인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가 있는 23명의 국회의원이었다. 이름을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피고발인들의 이름은 ‘성명불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23명에 관한 조사 자료를 갖고 있을 것이므로, 피고발인을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봤다. 검찰이 자료를 달라고 하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설사 국민권익위원회가 거부해도 검찰이 압수수색 같은 수단을 동원하면, 자료 확보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고발인 진술을 했다. 담당 검찰수사관은‘담당 검사가 관심이 많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담당 검사는 서울남부지검의 특수부에 해당하는 형사6부 소속 검사였다.그래서 검찰의 수사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이없었다. 서울남부지검은 1년 4개월이나 시간을 끌다가 2021년 3월 ‘각하’ 결정을 했다고 통보했다. 그 이유를 보니 어이가 없었다. 23명의 국회의원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각하’의 이유였다. 내용을 보니 수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 담당 수사관이 국민권익위원회 서기관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 서기관이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는 해당 국회의원 명단 자료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피고발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각하’를 한 근거의 전부였다.
언제부터 검찰이 전화로 ‘자료가 없다’고 하면 수사를 포기했는가? 어떤 경우는 수십 군데씩 동시에 압수수색을 하는 검찰이 아닌가? 그런데 국민권익위원회 한 군데를 반나절만 압수수색하면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자료가 없다’는 핑계로 사실상 수사 거부를 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대한민국 행정을 조금만 안다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자료가 없다’고 한 것은 명백한 거짓말인 것을 알 수 있다. 2000년부터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생산ㆍ접수한 모든 문서는 기록물 폐기 절차를 밟지 않는 이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18년에 생산한 조사 자료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항고, 재항고도 기각하며 '수사 거부하는' 검찰
그래서 지난 4월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를 했다. 큰 기대를 했다기보다는 마지막까지 노력을 해 보자는 심정이었다. 서울고등검찰청도 항고를 기각했다. 두 달 뒤 6월에 다시 대검찰청에 재항고를 했다. 그리고 며칠 전인 7월 28일 대검찰청으로부터 ‘재항고 기각’ 통지서를 받았다. 이제는 고발 사건에서 더 이상 다퉈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검찰이 수사를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명백하게 자료가 존재하고, 그 자료만 입수하면 김영란법을 위반한 23명의 국회의원 명단을 특정할 수 있는데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스스로의 직무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리고 이 사태를 보면서, 제도적인 허점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공수처로 가져갈 수 없는 이유는 현재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김영란법 위반’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영란법 위반은 부패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연히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앞으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결국 검찰의 '수사 거부'로 인해 김영란법을 위반한 23명의 명단을 당장에는 밝혀내기 어렵게 되었다. 김영란법 위반의 공소시효 5년도 곧 완료되기 시작한다. 2016년 9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된 직후에 해외출장 부당 특혜가 일어났기 때문에, 곧 공소시효 5년이 되는 사례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 답답한 상황이다. 명백한 법 위반이 있었는데도, 단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받지 않고,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법치주의’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헌법이 정한 ‘법앞의 평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여전히 선별적 수사와 선별적 기소를 하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는 검찰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다.
그렇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그것을 위해 다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자 한다.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