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이 법무부 소관?…6년 전 ‘문 대통령’은 달랐다

등록 :2021-08-09 09:21수정 :2021-08-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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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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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 이완의 정치반숙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0월10일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한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 대통령을 영접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논란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9일 열리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

 

이 부회장의 사면이나 가석방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 논의한 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법무부가 내놓은 결과만을 따라간다면 청와대는 재벌에 정치적인 책임과 부담과 수고를 덜 것입니다.문 대통령은 6년 전 재벌 기업인의 가석방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이같이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했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결별하기 전이었던 지난 2015년 1월13일,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안 대표가 연 토론회에 축사를 하러 참석했습니다

 

. 문 대통령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재벌 가석방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박 대통령이 답변에서 ‘재벌이라고 해서 특혜도 아니지만 역차별도 안 된다’고 했다. 말씀은 원론적이지만 뜻은 가석방을 추진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박 전 대통령이 가석방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진 않았지만 ‘역차별하지 않겠다’는 말 속에 가석방에 무게를 실었다는 비판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런데 재벌 대기업의 총수나 임원들은 그동안 국가 경제에 기여해온 공로나 앞으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때문에 이미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부터 엄청난 고려를 받고 있고, 국민들이 볼 때는 특혜를 받고 있다”며 “이미 형량에서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석방 특혜까지 받는다면 그것은 경제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경제정의라는 관점에서 더 분명한 원칙이나 기준들을 세워야 경제정의가 살면서 기업도 발전하고 국민들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는 기업인들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일반인에 견줘 낮은 형량을 받았으면서, 가석방 심사 때는 ‘일반인과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 논리로 교도소 문을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입니다

 

.당시 문 대통령이 비판한 조기 가석방 대상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었습니다. 최 회장을 가석방시키자는 주장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등이 불을 지폈습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면과 가석방은 엄연히 다른 것으로, 원칙대로 하면서 경제가 어려운 현실을 살필 수 있다며 가석방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2013년 2월 횡령 혐의로 구속돼 4년 실형을 받아 복역 중이었습니다.물론 당시 최 회장은 형기의 50% 남짓을 채워, 60%를 채운 이재용 부회장보다는 가석방 설득력이 더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여야가 바뀐 2021년, 민주당 또한 새누리당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0일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소관이고, 반도체 산업의 요구, 국민 정서, 본인이 60% 형기를 마친 점 등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당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 부회장이) 특별한 존재라고 해서 법 앞에 특별한 혜택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고 또 한편으로는 재벌이라고 해서 가석방이라든지 이런 제도에서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절차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른 게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홍남기 부총리도 이번 주 경제5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조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 주변에서 온통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울리는 모양새입니다.삼성과 법무부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삼성그룹은 코로나19 대확산 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이 만든 최소 잔여형 주사기 개발·생산을 적극 도왔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백신 개발업체 모더나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으며 문재인 정부의 ‘글로벌 백신 허브’ 구상에 힘을 보탰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선물 꾸러미가 될 170억 달러(약 19조원) 대미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실무적으로 가석방은 80% 이상 복역해야 가능했지만 “가석방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60%로 낮추었습니다.

때마침 이 부회장은 7월 28일 복역률 60%를 채웠습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8일 “완화된 가석방 기준에 겨우 턱걸이하는, 0.1% 이하의 가석방 대상자 중 한명이 이재용이 된다면 그 부담은 이명박 정권 시절 ‘이건희 원포인트 사면논란’ 이상으로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논란에 대해 침묵한다고 해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이미 “만약 가석방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단순히 가석방심사위원회나 법무부 장관의 권한 행사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역사 앞에 온전히 책임져야 할 부당한 결정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그 역사적·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이완 기자 wani@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1006914.html?_ns=r2#csidxdc7863198bf8e2abdf91f65737ffe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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